2
조어계(趙漁溪)는 단종(端宗) 계유년에 진사(進士)하여 명망이 심히 높더니 단종께서 위를 내놓으시자 폐과하고 두문불출하였다.
3
노산군(魯山君)이 영월(寧越)에 안치되어 청량포(淸凉浦)에는 나룻배를 금하여 교통이 끊어졌는데 그는 영월 500여 리에 몇 번이나 옥후(玉候)를 가서 탐지하고 원관란(元觀瀾)에 유하여 밤마다 하늘을 우러러 성수만세를 빌다가 정축(丁丑) 정월 10일에 노산군의 승하하심을 듣고 밤에 청량포에 이르니 또 한 배가 없는지라 동서로 방황하나 나루를 건널 길이 없이 어느덧 새벽이 되므로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니 강수도 목메어 우는 듯하였다.
4
그는 마침내 의관을 벗어던지고 강을 건너려 하자 뒤에서 무엇이 잡아다니므로 돌아보내 한 큰 범인지라.
5
"천 리 분상(奔喪)에 강 하나를 못 건너다니. 이 강을 건너가 옥체를 수렴하면 다행이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창해이 귀신이 되고자 하노니 대호(大虎)여 너 어이하여 나를 잡느뇨?"
6
하매 대호가 머리를 숙이고 엎드리므로 이제는 그 뜻을 알고 등에 올라타니 곧 강을 건넌다. 시체 있는 곳으로 가니 다만 수직하는 두 사람이 있을 뿐이라 통곡 사배(四拜)하고 옥체를 수렴한 뒤에 밖에 나오니 대호가 또한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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