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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漢江) 건너 육신묘(墓) 가는 길에 '아차고개’라는 조그만 고개가 있다. 이 고개를 왜 '아차고개’라 하느냐고 하면 먼저 홍계관(洪繼寬)의 이야기를 하여야겠다. 홍계관은 명종(明宗)때 사람으로 점(占) 쳐서 맞힘이 여 합 부절 하므로 명성이 고명한 이다. 그가 스스로 자기의 명수(命壽)를 계산 하여 모년 모월, 모일에 횡사할 줄을 알고 사중구생(四中求生)할 길을 찾아보니 용상 아래에 숨어 있으면 면함직한지라 이 뜻을 임금께 아뢰어 허락을 얻고 그 날이 오매 용상 아래 숨어 있었다. 마침 쥐 한마리가 마당으로 지나가므로 임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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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쥐가 지나가니 몇 마리인지 점쳐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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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계관은 세 마리라고 대답하였다. 임금께서는 그의 망언에 노하여 곧 형관(刑官)을 시켜 계관을 참(斬)하라 하였다. 그때의 사형장(死刑場)은 당현(堂峴) 남쪽에 있는 모래 강변이었다. 계관이 형장에 당도하여 다시 한 꾀를 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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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 식경(一食頃)만 늦추어주면 살 길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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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간청하므로 형관은 허락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임금께서 계관을 압송하고 그 쥐를 잡아서 배를 갈라 보았더니 뱃속에 새끼 두 마리가 있어 계관의 세 마리라는 대답에 꼭 들어맞는지라 크게 놀라웁게 여겨 중사(中使)를 명하여 빨리 가서 형을 중지시키라 하였다. 중사이 급히 가서 당현 위에 이르러 바라보니, 방금 형을 집행하는 중에 있으므로 크게 외쳐 정지하라 하였으되 그 소리는 형관에게 들리지 아니 하고 중사가 손을 급히 휘두르는 것을 형관은 사형집행의 재촉인 줄로만 그릇 알고 곧 계관을 참하였다. 중사 돌아와 그 사유를 아뢰니 임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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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슬퍼하기 마지아니 하였다. 이리하여 그때 사람들이 당현 형장을 '아차고개’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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