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중종(中宗) 대왕 때에 심의(沈義)가 자기 형 심정(沈貞)이 지위가 높고 권세가 당당하며 논과 밭이 많은 것을 보고 투기심이 나서 한 꾀를 써서 속이기로 작정하고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서 울며 말하기를
3
"꿈에 부모님을 뵈었는데 부모님이 말씀하시기를 너는 작은 아들이라 내가 아무 전답과 아무 노복을 네게 주려고 하다가 주지 못하고 죽으매 맘으로 항상 잊지 못한다 하시기로 일로 말미암아 슬퍼 합니다."
4
하였다. 형이 크게 감심하여 부모님이 너를 생각하시니 내 어찌 재물을 아낌으로 지하의 영혼을 슬프게 하랴 하고 즉석에서 표를 써서 주었다. 그 뒤에 심정(沈貞)이 아우에게 속은 줄을 알고 그 뜻을 시험코자 해서 새벽 에일 찌기 일어나서 거짓 슬퍼하며 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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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부모님을 만나뵈니 부모님 말씀이 아무데 전답과 아무 노복을 너를 주지 말라 하시므로 내가 이 때문에 슬퍼한다."
6
고 하였다. 동생 심의는 춘몽을 어떻게 다 믿겠읍니까 하여 버린다. 형은 웃어버렸다. 심정의 천성이 시기 많고 남을 해하기를 잘 하지만 그 우애는 극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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