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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보은(以德報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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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김동인
1
이덕보은(以德報恩)
 
 
2
통제사 유진항(統制使 柳鎭恒)이 젊었을때 선전관(宣傳官)으로 입직할 때의 일. 때는 임오(壬午)로 술을 금함이 극히 엄하였다. 어느 달밤 문득 내리는 입시의 명에 진항이 황황히 입시하매 왕은 장검(長劍)을 주신다. 가로사대
 
3
"들으니 여염(閭閻)엔 아직도 술을 만들어 먹는 자가 많다 하니 너는 나가서 3일 내로 잡아들이되 만약 그렇지 못하면 너의 머리를 가져오라."
 
4
하신다. 진항은 배사(拜辭)하고 집에 물러나왔다. 이불로 얼굴까지 가리고 누워 버렸다. 그 첩이 근심하여
 
5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근심하십니까."
 
6
묻는다.
 
7
"나의 술 잘 먹는 것도 너도 잘 알거니와 술을 끊은지 이미 4∼5삭, 목 이심히 말라 죽을 지경이다."
 
8
그 첩은
 
9
"내가 술 있는 집을 아니 내가 가지 않으면 사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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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술병을 차고 두루마기를 입고 나간다. 진항이 몰래 그 뒤를 따라간 즉 동촌(東村)의 한 초가집에 들어가 사온다. 진항은 받아 마시고 기쁜 듯이 또 사오라 했다. 첩은 또 그 집에 가서 사온다. 진항은 병을 가지고 일어났다. 첩은 진항의 이 행동을 괴이히 여겨 물으니 진항은 첩에게
 
11
"아무데 아무 친구는 곧 나의 옛날 술동무라 이제 이 같은 귀물을 얻어 어찌 혼자 먹으랴. 가서 같이 먹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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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가서 동촌으로 곧장 가서 그 집에 들어섰다. 두어 간 오막살이 풍우를 가리우지 못하는데 한 선비가 등불을 돋우고 글을 읽다가 진항을 보고 의아히 여기며 일어나 맞으며 손님은 깊은 밤에 무슨 일로 이렇게 오시는가 고 묻는다. 진항이 허리춤으로 술병을 꺼냈다. 이것은 댁에서 사온 배라, 내가 일 전에 이러이러한 하교받았었는데 지금 잡혔으니 불가불 동행할 것을 청했다. 그 사람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간신히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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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범하였으니 어찌 무에라 말씀하리까. 그러나 집에 노친(老親)이 있으니 잠깐 여쭙고 가는 것을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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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허락하니 선비는 안에 들어가 작은 목소리로 어머니를 부른다. 그의 모친은 놀라며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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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進士)냐? 무슨 일로 자지 않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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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여쭌바 있읍지만 이제 발각되와 소자는 사지(死地)에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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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답에 모친 방성대곡하며 부르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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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어 이것이 어쩐 일입니까? 내가 몰래 술을 만든 것은 재물을 탐 함이 아니라 아들의 조석 죽거리를 만들고자 함이었는데 ― 지금 잃게 된 것은 나의 죄 때문이다. 이를 장차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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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할 즈음에 그의 안해가 또한 놀래 일어나서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 선비가 서서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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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운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단지 내가 무자(無子)하니 나 죽은 후에 그대는 노친 봉양하기를 나 있을 때와 같이 하며 아무 동리 아무 형님이 아들이 많으니 하나를 데려다 길러서 잘 지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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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 부탁하고 나온다. 유씨는 마음이 언짢았다. 선비에게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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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광경은 사람으로 차마 볼 수 없도다. 나는 두 아들이 있고 또 시하(侍下)가 아닌지라 내가 그대를 대신하여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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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술항아리를 같이 내어다가 서로 맘놓고 수작하여 다 먹고 그 그릇은 깨뜨려서 뜰에 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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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친 시하에 가계가 군색할 데라 내 이 칼로 일지의 정을 표하노니 팔아서 노친을 봉양하라."
 
25
하며 찼던 칼까지 끌러주었다. 주인이 굳이 사양하되 불고하고 또 성명을 물으니 자기는 선전관이어니와 성명은 물어 무엇하랴 하고 표연히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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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즉 왕께 말미받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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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항은 입궐하여 대죄(待罪)하였다. 왕이 물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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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범주자(犯酒者)를 잡아왔는냐?"
 
29
"잡지 못하였읍니다."
 
30
왕은 노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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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너의 머리는 어디 있는냐."
 
32
진항은 엎드려 말이 없었다. 얼마 후에 왕은 명하사 삼배도(三倍道)로 제주(濟州)에 안치(安置)하시었다. 진항이 적소(謫所)에 있은 지 수년에 비로소 풀려서 10여 년을 낙척(落拓)하였다가 만후(晩後)에 복직하여 초계 군수(草溪郡守)를 득제(得除)하였다. 심기일전한 진항은 고을에 있은 지 수년에 사욕 채우기로 일을 삼아서 아전과 백성은 큰 수난이었다. 하루는 수의(繡衣)가 출도하여 정당(政堂)에 좌정(坐定)하고 수향수리(首鄕首吏)와 탐색 제리(貪色諸吏)를 함께 잡아올려 형장(刑杖)을 벌려 놓는데 유씨가 문틈으로 엿본즉 적실히 옛날 동촌(東村)의 주가(酒家) 선비다. 보기를 청하였다. 어사(御使)는 낯을 찡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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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本官)이 어찌 보기를 청하는다. 가위 몰염치한 사람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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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기어 버린다. 진항은 직접 들어가 어사 앞에 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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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는 본관을 알지 못하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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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사는 정색으로 어색히 앉아 침울부답하고 혼잣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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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을 내가 어떻게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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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유씨는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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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촌(東村) 아무 동리에 계시지 아니하였나이까?"
 
40
물어 보았다. 어사가 놀라며 왜 묻는가는 질문에 유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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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년 모월 모일 밤에 봉명한 선전관을 혹 생각하십니까. 본관이 곧 사람이로소이다."
 
42
이 말에 어사는 급히 일어나 소매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그대는 나의 은인이라 이제 상봉함이 어찌 하늘이 시키심이 아니리오 하고 즉시 모든 죄인을 함께 놓아 보내고 잔치를 배설하여 밤새도록 놀며 회포를 이야기하였다. 인하여 포계(褒啓)하니 왕은 그 치적을 가상히 여기사 삭주 부가를 특제(特除)하셨다. 이후에 어사는 위가 대신에까지 이르렀다. 가는 곳마다 그 일을 말하니 온 세상이 진항을 의롭게 여기어 일로써 진항은 한번 뛰어 위가 통제사(統制使)에 이르렀다.
【원문】이덕보은(以德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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