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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순(禮順)과 불교(佛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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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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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禮順)과 불교(佛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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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禮順)은 광해군 때 사람으로 김자겸(金字兼)의 안해이요, 이귀(李貴)의 딸이다. 김자겸이 불교를 좋아하여 그 친구 오언관(吳彦寬)과 같이 불교를 닦았는데 거처와 음식이 한 식구와 같이 친절하게 지냈다. 그후에 자겸이 죽을 때에 자기 처자를 언관에게 부탁하고 다음과 같은 게(偈 - 불교에서 시를 게라 한다)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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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時無所着[졸시무소착] 去亦淸秋月[거역청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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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亦非實卒[졸역비실졸] 去亦非實去[거역비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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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常大樂性[진상대락성] 惟此爲實理[유차위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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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다 써 놓고 죽었다. 이 시를 보아도 김공은 불교의 깊은 뜻을 깨달은 것을 알 수 있다. 그후에 오언관은 예순에게 불경을 많이 가르쳤다.그리하여 예순은 마음과 힘과 정성을 다하여 심통(心通)하는 법을 깨 달았다. 그리고 온 몸에서 신령한 광채가 나서 온 집에까지 다 비치어서 사람들은 다 생불이 났다고 탄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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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예순이는 편지를 써서 상자 속에 담아 부친에게 드려 작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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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언관과 함께 머리를 깎고 여승이 되어 전하고 덕유산(德裕山)에 들어가서 대(竹)를 베어 집을 짓고 크게 불교를 닦았다. 그 고을 사람들 은이를 공경하고 믿으며 쌀과 벼를 보내서 시주(施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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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 그 하인이 포교(捕校)에게 잡혀간 후에 그 고을에서 또 언관과 예순을 잡아다 가두고 감영에 보고하고 감영서 정부에 보고하여 서울 법사로 잡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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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마침 역모 옥사가 있었는데 예순 등의 종적이 수상함을 혐의하여 엄형하여 언관은 형벌을 못 견디어 죽고 예순은 공초(供招)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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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臣)이 6∼7세로부터 글을 배왔사오나 세상의 맘은 무심하였고 15 세에 시집가서 남녀의 생업을 생각지 않고 마음을 지극한 도에 주의하여 적공하 온지 8∼9년에 적이 깨달은 바가 있는 듯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옵건대 옛적에 석가는 왕의 태자로 나라를 버리고 성을 넘어 설산(雪山)으로 가신 지 10년만에 부처가 되었고, 문수보살은 전쟁에 여자의 몸으로 또한 몸을 잊고 도를 닦아 마침내 정관(正寬)을 이루고 원왕(願王)부인은 왕후로서 불법을 구하려고 멀리 다니다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하고 이에 몸이 스스로 팔려 고생하며 부지런히 일하였사오니 이는 곧 관음보살의 전신이외다. 그 외에도 또한 도를 위하여 부지런히 힘쓴 자가 많지마는 다 헤일 수 없사옵고 당나라 때에 불법이 크게 흥왕치 못하였사오나 문벌 있는 부녀들이 승이 되어 종적을 모르는 자가 또한 많이 있었사오니 그 뜻이야 어찌 다름이 있사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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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고 또 법정에 초사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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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이 세상에 세 가지 교(敎)가 있사온데 유도와 선도와 불교입니다. 유도는 어떠냐 하면 사람의 덕을 밝혀 군신과 부자와 형제와 부부와 붕우로 하여금 오륜(五倫)이 같이 밝고 만민이 각기 제 직업과 편안하와 곤충과 초목이 다 그 은택을 입사오니 이는 도가 크게 나타난 자 올시다. 신선의 도를 말씀하오면 속에 불로써 기운과 형상을 연단하여 세상 밖에 날아다니므로 몸에 병이 없고 늙지 아니하오나 윤회(輪回)는 면치 못하오니 이 도는 특별히 오래 사는 것 뿐이올시다. 오직 불교는 자기 성품을 깨달아 맑기가 밝은 달이 중천에 걸린 것 같사와 간사함이 절로 없어지옵고 번거함이 절로 맑아져서 점점 둥근 지경에 이르오면 스스로 신령하고 변화하여 걸림 없이 윤회의 길이 끊어지고 지옥이 멸망하여 전에 악한 업은 눈(雪)이 스러진 듯 하옵고 구름이 흩어진 듯하와 몸에 의지함이 더욱 맑고 또 굳어지오니 이는 티끌만한 즐거움이 이와 같사옵고 그 나머지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신(臣)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서 비록 공자를 배우고자 하였사오니 마침내 임금께 덕을 도우며 백성에게 은택을 끼칠 수가 없사옵고 신선(神仙)은 조화의 권세를 뺏어 번화하기를 크게 하는 자인고로 유도와 선도는 배우지 않사옵고 오직 불교를 배워 대강 그 뜻을 깨달았사옵고 스스로 몸이 산림(山林)에 의탁하와 위로 나라에 복이나 비오며 아래로 부모의 은혜를 갚아서 거의 차생(此生)을 저버리지 않으려 하였읍더니 이제 뜻밖에 법률에 걸렸사오니 죽을 날이 없읍니다. 그러하오나 사람의 형체(形體)의 해짐은 해진 물건을 버림과 같사옵고 사람이 죽고 사는 이치는 낮과 밤이 되는 것과 조금도 틀림이 없삽거든 하물며 죄에 범함이 없어 죽는 것은 죽어도 또한 사는 것이외다. 무슨 한(恨)한 것이 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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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예순이가 옥중에서 시를 지어 남동생에게 준 것을 아래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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祗今衣上汚黄麈 何事靑山不許人 [지금의상오황진 하사청산불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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圖宇只能囚四大 金吾難禁遠遊身 [도우지능수사대 금오난금원유신]
【원문】예순(禮順)과 불교(佛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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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195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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