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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꽃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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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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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의 집 뒷터의 꽃밭이나 혹은 장독 밑에 키는 작달막하고 그리 크거나 굵지도 않은 분꽃이 피지 않습니까. 석양 해가 바야흐로 서쪽 산을 넘어가려고 불그레할 때 곱고 번화하지도 않은 노랗거나 벌건빛 도는 이 분꽃 한 송이를 고히 고히 따들고 가늘게 바르르 떠는 꽃수염을 살짝 뽑아버리고 입에 물고 불어보면 예쁜 피리 소리가 나지 않습니까? 이 아름다운 분꽃 속에는 아직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곱고도 애달픈 이야기가 숨어있답니다. 지금부터 그 분꽃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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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효순이라고 하는 소년이 하나 있었습니다. 원래 집이 가난한데다가 효순이는 어려서부터 나무도 해오고 어머님이 무명 짜시는데 도와드리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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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 나이는 올해 열다섯 살인데 매일같이 어린 몽으로 곤한 줄도 모르고 산에 올라가서 나무를 해다가 팔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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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집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길쌈을 하시고 효순이는 이렇게 나무를 해오고 해서 효순의 집안은 비록 어려울망정 극히 평화롭고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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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 효순의 집에는 큰 근심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그것은 효순의 어머님이 며칠 전부터 병환이 나셔서 드러누우셨습니다. 일가친척 하나도 없고 사랑하여주는 사람이라고는 이 어머님 한 분밖에 또 없습니다. 그 한 분 계신 어머님이 아파 누우셨으니 저 효순의 마음이야 얼마나 슬프고 쓰리겠습니까? 마음대로 하면 용한 의사를 있는 대로 청해다가 마음껏 약도 써보고 싶지마는 아- 불쌍한 일입니다. 집이 가난하여서 뜻대로 하지 못하니 효순은 억울하고 섭섭한 생각을 금치 못하고 홀로 한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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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을 안자고 삼시에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힘을 다하여 어머님 병환을 간호하여 드렸지만 어머님의 병환은 하루 이틀이 가도 낫지 않으시고 점점 더하여가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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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대로 약도 드리고 할 수 있는 대로 의사도 청하여보았지만 아무리 하여도 어머님 병환은 낫지를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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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하루는 슬픔에 못 이겨 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오는 길에 졸졸졸 흐르는 냇가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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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득 등 뒤 수풀로부터 예쁘고 예쁜 산새가 한 마리 날아와서 효순의 어깨에 앉았습니다. 효순이는 그 산새가 여러 달 전부터 자기가 나무를 오면 점심을 먹고 나머지 밥알들을 나누어주면서 매우 친히 지내는 새인 줄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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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쓸쓸하고 걱정되는 가운데 친히 지내던 새를 만나서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고 다정하기도 해서 손으로 산새의 날개를 쓰다듬어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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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하는 새야 너는 그전 정분을 잊지 않고 이렇게 슬퍼하는 나를 찾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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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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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다정한 산새는 효순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이 부드럽고 곱게 지저귀었습니다. 효순이는 가지고 왔던 점심을 배고픈 줄도 몰라 그대로 풀어가지고 산새에게 예전에 하던 대로 나누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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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주는 밥도 먹지 않고 근심스럽게 지저귀고 있습니다.‘이상하다’하고 효순이는 점심을 그대로 싸놓고 다시 멀-거니 흐르는 냇물만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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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는 나중에 는 어찌나 답답한 모양으로 푸르르 날아 저쪽 산길에서 있는 소나무 가지로 가 앉아서 자꾸 고개를 끄떡이며 열심히 지저귑니다. 효순이 앞으로 푸르르 날아왔다가는 다시 저쪽 나무로 날아가면서 고개를 끄떡이는 모양이 확실히 효순이더러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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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너무나 이상해서‘나더러 따라오라는 말이냐’하고 일어서서 다정한 다정한 산새를 따라갔습니다. 예쁜 산새는 기쁜 듯이 노래하면서 푸르르 산길로 날아갔습니다. 효순이도 산새의 고운 마음을 믿고 타박타박 따라 갔습니다. 얼마쯤 가니까 산새는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무성한 숲풀 사이 바위에 가서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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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가 정신을 차려 자세히 보니 커 -다란 바위 사이 로 굴 같은 것이 있으며 그 굴 속으로부터 광채 나는 불빛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그 속에서 산새의 노래를 듣고 어떤 늙은 사람이 산새기죽지로 된 관을 쓰고 가만가만히 걸어 나왔습니다. 효순이는 그 노인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지 보통 사람과 다른 분인 줄을 깨달았고 그 자리에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의 병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든지 다만 한 분 계신 어머님의 병환을 낫게 하여 드려야겠으니 무슨 약을 쓰면 되겠느냐고 효순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간절히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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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눈을 감고 듣고 섰던 그 노인은 스르르 눈을 뜨면서 인자하고 순후한 웃음을 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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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다. 반드시 너의 어머님의 병환을 낫게 할 수 있으리라. 들으라. 너의 어머님은 지금 불쌍하게도 다시 살아나지 못할 중한 병환에 걸리신 것이다. 그러나 너와 같은 효성과 참된 마음을 가진 아들이 있으니 혹시 살아나실 도리는 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이로부터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서 무지개 다리를 타고 해가 져서 숨어 있는 석양의 나라를 찾아가거라! 그 석양의 나라 예쁜 공주가 기르고 있는 황금빛 꾀꼬리의 창자를 얻어 오면 다시 살 수 없는 너의 어머님 병환을 낫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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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가장 거룩하고 위엄 있는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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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십시오. 그러면 무지개 다리는 어느 곳에 있으며 석양나라 꾀꼬리 창자를 어떻게 얻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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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효순이는 애원하듯이 물으니 노인은 다시 말을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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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나도 모른다. 너의 마음 하나에 있는 것이니 다만 동쪽으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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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고 이상하게도 노인과 산새는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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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꿈에서 깨인 것같이 한참 멍-하니 섰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먹을 부르쥐고 이같이 맹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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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나는 떠나리라. 석양의 나라를 찾을 수 있는 대로 찾아가서 얻을 수 있는 대로 꾀꼬리의 창자를 얻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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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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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상한 노인의 그 말 한 마디대로 믿고 효순이는 이같이 작정한 것이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어디 가서 찾으며 해가 숨어 있는 석양의 나라를 어디 가서 찾겠습니까? 더욱이 더욱이 석양나라 귀한 공주님이 기르시는 황금꾀꼬리의 오장을 어떻게 얻겠습니까? 정말 어렵고 기막힌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면 다만 한 분 계신 어머님을 살려드릴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효순이는 비록 뼈가 부서지고 살이 찢어지더라도 힘 있는 데까지는 찾아보려고 단단히 단단히 결심을 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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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날 아프신 어머님의 간호는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을 하고 어리고 약한 효순이는 석양나라를 찾으려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터벅터벅 정처없이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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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흘 동안을 조금도 쉬지 않고 걸어가되 도무지 무지개 뿌리박힌 곳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효순이는 그만 실망을 하여 도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어머님을 살려내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기운을 내서 동으로 동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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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정하고 곱게 굽이굽이 쳐서 흐르고 있는 조그만 강물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효순이는 그 강가로 풀밭을 헤치면서 자꾸 걸어내려 가려니까 그때 바야흐로 해는 불그레- 하게 서쪽 산으로 숨어버리려고 하는데 강가 조그만 바위 위에 서너 명의 예쁜 아가씨들과 인자하고 고운 얼굴을 가진 한 분의 처녀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맑고 정한 처녀는 옥 같은 손으로 바위에 달라붙은 고래들을 어린 아가씨들에게 따서 주는 것이었습니다. 고요히 파도치는 강물 옆에 이같이 깨끗하고 고운 노래를 하는 분은 과연 천사가 아니면 남달리 마음 착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효순이는 그 앞에 가서 자기가 여기까지 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손을 들어 불그레한 석양 해를 가리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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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해가 숨어 있는 석양나라로 건너갈 수 있는 무지개 다리를 가르쳐 주소서. 어머님 병환을 낫게 하여 드릴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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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울음에 젖은 소리로 애원하였습니다. 그 예쁜 처녀는 샛별 같은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정말 예쁘게 웃었습니다. 그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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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지개 다리를 놓아드릴 것이니 잘 가시오. 그리하여 석양나라의 꾀꼬리 창자를 얻어다가 어머님을 드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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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옥을 부수는 듯한 소리로 말을 마치고 가만히 앞에 앉은 세 소녀의 손을 이끌고 이같이 서쪽을 향하여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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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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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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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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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 기운 품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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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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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옵게 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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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그 처녀의 얼굴은 곱게 빛났습니다. 그리고 넓은 풀밭과 흐르는 강물은 그 노래에 화답하는 듯이 기쁘게 흔들렸습니다. 이 노래와 함께 앞에 선 세 소녀는 맑은 물을 가늘게 뿌렸습니다. 아- 그러더니 거짓말 아닙니다! 곱고 고운 오색 무지개가 길게 서쪽 산을 향하여 뻗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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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제 건너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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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는 말을 마치고 조금 물러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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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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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효순이는 고맙게 인사하고 무지개 다리에 올랐습니다. 어디서인지 풍악 소리가 유량하게 들려왔습니다. 그 이상한 처녀는 효순의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는 모양을 가장 기쁜 듯이 빙그레- 웃는 얼굴로 보고 섰더니 어느덧 무지개 안개 속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효순이는 뒤를 보고 뒤를 보고 감사하면서 석양 해를 향하여 사뿐사뿐 무지개 다리를 건너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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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석양 해를 바라보면서 기이한 음악 소리에 싸여서 효순이는 오색의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석양나라’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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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 같은 구름산으로 둘라싸인 석양나라는 정말로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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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에는 오색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고 온- 천지에는 황금빛이 찬란히 둘러 있습니다. 그 꽃밭 속에 맑고 맑은 수정으로 된 궁전이 하나 있습니다. 그 궁전 속에는 이 석양나라에 다만 하나인 공주님이 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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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가만가만히 궁전 앞으로 갔습니다. 사방에서는 유량한 음악 소리가 들리며 꽃밭에서는 기이한 향내가 풀신풀신 날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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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궁전 문으로 살짝 들어갔습니다. 그 궁전 속에는 부드러운 양털 침대 위에 예쁜 예쁜 공주님이 고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 공주님의 길고 긴- 황금머리털은 곱게 파도를 치며 깊이 잠이 들은 공주님의 눈에서는 무슨 슬픈 꿈을 꾸는지 옥 같은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흐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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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의 사뿐사뿐 걸어 들어가는 소리를 듣고 공주님은 깜짝 놀라 눈을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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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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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깨끗한 소리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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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지개 다리를 타고 지금 이곳까지 온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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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반가운 듯이 얼른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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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참 잘 오셨습니다. 나는 오랜 동안 석양나라에서 혼자 쓸쓸이 지내 왔습니다. 친구라고는 하나도 없고 우리 아버님이 누군지 우리 어머님이 누군지 그것도 모르고 정말 슬픈 꿈만 꾸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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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다만 한 분 계신 어머님의 병환이 나셔서 이 석양나라에 있는 꾀꼬리의 창자를 얻어와야만 나으시겠다기에 이곳까지 온 것입니다. 예쁜 공주님! 제-발 꾀꼬리를 나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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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공주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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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안 돼요. 이 석양나라에 다만 하나인 나의 친구인데요. 보세요. 이 나라에 그 예쁜 꾀꼬리밖에 다른 동무가 있나? 그리고 그것을 드리면 당신조차 그만 가지고 가시겠지요? 안 됩니다. 나하고 오랫동안 이 나라에서 지냅시다. 자- 보세요. 저 예쁜 꽃들이 웃고 있지 않습니까? 저 꽃들은 가을이 되나 겨울이 되나 여위지 않고 언제든지 언제든지 저같이 웃고 있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저- 음악 소리를 들어보세요. 아침이나 밤이나 언제든지 언제든지 끊이지 않고 들리는 것이랍니다. 자- 가지마시고 오랫동안 오랫동안 계셔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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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원하다시피 말히는 공주 소녀의 그 소리에 효순이는 다시 억지를 쓰지 못하였습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여위지 않은 꽃송이를 보면서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예쁜 공주와 재미있게 놀면서 효순이는 하루 이틀 석양나라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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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석양나라에 푸른 달빛이 비칠 때 소녀와 손목을 잡고 꽃밭으로 산보하면 이 나라에 다만 하나 있는 꾀꼬리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꾀꼬리는 정말 맑고 좋은 소리였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듣지 못하던 아름디운 노래였습니다. 효순이는 그 꾀꼬리를 볼 때마다 어머님 병환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 소녀는 의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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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꾀꼬리는 나의 목숨과 같은 것이니 결코 저 새를 가져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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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애원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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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즐거운 세월을 여러 날 보냈습니다. 이제는 효순이도 별로 꾀꼬리의 창자를 애처롭게 뽑아갈 생각도 안 하고 공주 소녀도 효순이의 마음을 믿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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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공주가 고히 고히 낮잠을 자고 있을 때 효순이는 꽃밭에 나가서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왔다갔다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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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저쪽 구름 사이로 기이한 광채가 솟아나오더니 그 속에 낯익은 처녀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효순이는‘아-’하고 소리쳤습니다. 효순이의 어린 가슴속에는 후회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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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집으로 가보십시오. 당신의 어머님 병환을 잊으셨습니까? 자- 내가 전과 같이 무지개 다리는 놓아드릴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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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는 고요히 말을 마치고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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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이는 고개를 번쩍 들고 두 손을 다시 부르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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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롭기도 하지요! 예쁜 예쁜 꾀꼬리의 입을 벌리고 새빨간 창자를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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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침상에 누워서 또 무슨 슬픈 꿈을 꾸는지 진주 같은 눈물을 한 방울 두 방울을 흘렸습니다.
 
74
효순이는 꾀꼬리 창자를 들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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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석양나라 공주님은 슬픈 꿈을 꾸다가 깨어보니 아- 효순이는 간 곳 없고 사랑하는 꾀꼬리는 피를 흘리고 죽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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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기어코 가지고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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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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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소녀는 꾀꼬리를 따뜻이 가슴에 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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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너는 나의 목숨이었다! 나의 남아 있는 기운과 나의 뜨거운 피로 너에게 넣어주마! 펄펄 날아가서 나의 사정이나 일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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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치고 공주는 꾀꼬리의 입을 벌리고 공주의 가슴속에 있는 기운을 모두 불어넣었습니다. 꾀꼬리는 공주의 기운과 뜨거운 피를 받아 다시 살아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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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석양나라의 공주는 꾀꼬리를 동쪽을 향하여 날려 보내고 그리고 그만 죽어버렸습니다.
 
 
82
효순이는 무지개 다리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아- 기막힐 일입니다. 벌써 사랑하는 어머님은 돌아가셨습니다.
 
83
효순이는 슬피 부르짖으면서 천신만고해서 얻어온 꾀꼬리 창자를 어머님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그래도 효험이 있었던지 어머님은 숨을 길-게 쉬며 눈을 스르르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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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어머님 살아나셨습니까? 효순이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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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기운 없이 눈을 들어보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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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효순이 왔느냐? 나는 너를 다시 못 보고 죽는 줄 알았구나. 그러나 벌써 늦었다. 나는 이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87
말을 마치시고 다시 눈을 슬며시 감으셨습니다.
 
88
효순이는 가슴이 터지는 것 같고 사방이 캄캄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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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그래도 다시 살아나십니다. 세상에서도 귀하고 귀한 약을 얻어왔는데 그러십니까?”
 
90
어머님은 고개를 가만히 흔드셨습니다.
 
91
문득! 이때 효순의 집 마당에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에서 귀에 익은 꾀꼬리 소리가 들렸습니다. 효순이는 깜짝 놀라 보았습니다. 아- 그것은 확실히 석양나라에서 창자를 빼여 죽었던 꾀꼬리였습니다.
 
92
그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렇지만 전과 달리 슬프고 애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효순이는 벌써 누가 가르쳐준 듯이 다- 알았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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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목이 터져라 하고 정말 애처롭게 울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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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새빨간 피를 입으로 토하면서 그만 쓰러져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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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머님도 길-게 쉬시고는 그만 돌아가셨습니다.
 
96
효순이는 슬피 울면서 어머님을 장사 지내고 그리고 꾀꼬리는 앞마당에 고히 고히 파묻었습니다.
 
97
그 후에 효순이는 조그만 행장을 싸가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가 떠난 후에 아무도 효순이를 만난 사람도 없고 또 효순이에게 무지개 다리를 놓아준 예쁜 처녀도 누구인지 본 사람조차 없으며 더욱이 석양나라 이야기는 아는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그 후에 효순이 집 마당에 묻어준 꾀꼬리 무덤 위에 조그만 풀이 나왔습니다.
 
98
그 이상한 풀에서는 해가 불그레- 하게 석양나라를 장식할 때면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고 그 꽃의 꽃수염을 고히 뽑아버리고 불어보면 피리소리가 납니다.
 
99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이 저- 꾀꼬리의 혼이라고 해서 그 꾀꼬리의 창자같은 꽃수염을 뽑으면 피리 소리가 나는 것은 애달픈 석양나라의 공주님의 애원하는 소리라고 하였습니다.
 
100
분꽃 이야기는 이렇게 애달프게 끝났습니다.
 
101
여러분! 여러분의 댁에 뒷터에나 장독대 앞에 예쁜 분꽃이 석양 해를 바라보고 곱게 핀 것을 보시면 반드시 그 속에 이 같은 슬픈 신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을 알아주시며, 고 한들한들하는 꽃수염을 뽑으실 때는 이것이 그 예쁜 꾀꼬리 창자인 것을 생각하여주십시오.
 
 
102
-『무지개』
【원문】분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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