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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카고광상곡(市俄古狂想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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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12
홍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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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광상곡(市俄古狂想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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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2년 12월 15일~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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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년(明年) 6월 1일에는 이곳에 세계 박람회가 열린다니 일부러 구경오는 팔자 좋은 사람도 있을 터인데 왔던 길에 그것을 안 보고 가겠다고 고집부릴 하등의 조건이나 이유가 없으니 공부는 제2로 하고라도 양녀(洋女)들과 가끔 춤도 추어보고 박람회 구경도 하고 겸지우겸(兼之又兼)하여 몇 달 더 머무는 것도 과히 해될 것 같지는 않아서 내노려던 걸음을 다시 움츠려트리고 요새는 인터내셔널 하우스에서 미국 은 후 처음으로 호강스런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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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강스럽대야 아침 저녁으로 두 시간씩 일해 주고 빵 얻어먹는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할 때는 흰 상의를 입고서 이 손님 저 손님의 상심부름을 하지마는 백의(白衣)만 벗어놓으면 그만이다. 다시 귀공자 연하게 '헬로!' 어쩌구 마구 논다. 또 내가 밥먹을 때엔 다른 놈이 백의를 입고 내 심부름을 해 주니 피장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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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좀 자유롭고 마음이 좀 안정되고 보니 오랫동안 적조했던 고국 친구들이나 지불지(知不知)의 후원자들께 '나 잘 있소'란 간단한 소식만이라도 전하고 싶은 생각이 난다. 그러나 엽서에 쓴다더라도 한두 장이나 일이십 장이 아니니 어느 겨를에 쓰며 동전 세 닢씩 하는 엽서지마는 조선돈으론 십이삼 전이니 백 장이면 십이삼 원? 아서라 다 고만두고 평소에 공사간 많은 애리를 아끼지 않던 본지(本紙) 상에 실례(失禮) 해서 한꺼번에 모개 흥정을 해 버리겟다는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생각으로 붓을 들었다. 그러나 귀사에서 이런 사담잡사(私談雜私) 까지도 귀한 지면을 할애해 주고 그 위에 인쇄비까지 먹여서 발표해 주실는지 그것은 실로 100%의(?)이다. 결과는 두고보아야 알 것이니 위선 염체없이 “여러분들 그동안 안녕하시오? 반도악단(半島樂團)은 잘 자라갑니까? 홍 난파는 자동차에 치어서 혼은 났지마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서 지금은 귀족과 같이 안일한 생활을 하며 잘 지낸답니다. 명년 여름 쯤? 돌아갈 듯하니 그때 뵈입지요”하고 안신(安信)을 고(鼓)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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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비록 안신에 지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1년하고도 4개월이란 짧고도 긴 세월이 지난 후 비로소 띄우는 첫 메시지인 만치 나는 반도악단에 관심을 가진 팬 여러분이나 악우(樂友)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부탁 할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첫 편지가 너무 장황한 것도 또한 실례이겠으므로 간단히 1, 2, 3, 4, 10줄 미국 은 후에 느낀 것을 광상곡(狂想曲) 식으로 덧붙여 보내고저 한다.
 
 
 

1. 1. 미국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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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국있을 때 흔히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이 음악국인가? 있으면 째즈나 있을 뿐이지 ―하고 그러나 이것은 오견(誤見)중에도 상지상(上之上)의 오견이다. 자고이래(自古以來) '바하'나 '베토벤'이 미국산이 아니요, '멘델스존', '모짜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바그너'등이 또한 미국에서 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 미국은 신흥(新興)한 ―아니 성장해 가는 음악국 중에 가장 주목할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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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기예(新進氣銳)한 소장 악가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거나 그네들의 작품을 소개할 여가는 없지마는 무엇으로나 세계 일류를 자랑하기에 정신없는 그들은 음악이란 넓고도 뚜렷한 분야에 있어서 마는 언제까지나 남에게 뒤떨어지려고 할 리 만무할 것이다. 유명무명의 몇십 몇만의 악가(樂家) 천과 만으로 헤일 음악학교 세계 유수한 대 '심포니'와 가극장(歌劇場)등 거기다가 황금의 세력으로 구주 악닥의 거성들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 이유리한 조건,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대소(大小)방송국으로부터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중 주야의 별(別)이 없이 불면불휴(不眠不休)하고 방송하는 동서고금의 명곡과 명연주 ―이 따위를 줏어 섬기려면 끝이 없다. 귀하다는 음악도 이 지경이 되고보면 천대고 받게되고 싫증도 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는 미국의 국민이 음악적 국민이 아니 되려야 무슨 수로 아니 될 것인가? 더구나 미국이라면 세계 각국의 인종이 잡거(雜居)하는 나라요, 그의 국민이 따라서 온혈적 국민인 만치 이러한 민족 중에서 예술적 천재가 많이 날 것도 또한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더구나 토종인 흑인의 민요에 있어서 듣는 이의 눈물을 자아내지 않고는 그이 가슴 속을 조이고 속속들이 숨어들지 않고는 마지않은 과대한 감동과 검둥피 힘이 있음을 볼 때에, 또는 그네 흑인들이 어느 민족보다도 리듬적 종족임을 볼 때에 이 땅에서 반드시 세계 악계를 뒤흔들 대 악가, 대 혁명아가 날 것도 예측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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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활이 넉넉하면 안일에 흐르기 쉽다. 미국인의 일반적 경향을 본다면 진지한 연구적 태도가 결여되어 있음을 살필 수 있으니 일본과 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수만 원의 큰 돈을 들여서 '크라이슬러'나, '슈만하잉크'나 '엘만'같은 이들을 데려다 놓고 2원 내지 수십 원의 입장료를 내고 감상하는 청중들의 갈망적 태도나 연구적 태도와 같은 참된 맛은 미국서는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그럴 수 밖에 자나깨나 먹을 때나 놀 때나 음악과 떠날래야 떠날 수 없게 되어있으니 정말 소수의 전문가 이외에야 이다지 목말러 애쓸 필요가 어디 있을 것인가. 한편으로 보면 미국은 음악에 중독이 단단히 되어있다. 끊으려야 끊을 수도 없고 이대로 지내려면 권태가 나고 이 점으로 보아도 '루터'의 종교 개혁과 같은 음악계의 혁명아가 이 나라에 반드시 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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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미국의 기계 문명은 음악까지도 기계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주야로 연주되는 라디오나, 극장 같은 곳에서 연주하는 파이프 오르갠이나 일종의 기계 음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한갓 표정만을 보고 내용을 살피지 못한 사람의 말이며, 또 이 종류의 기계 음악이 진지한 음악가에게 연구 자료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는가를 생각한다면 동양에서 축음기나 놓고 복제(複製) 레코드로써 공부도 해 보라 하고 위안도 받으려고 애쓰는데 비해서는 몇백 몇십배 생생하고 살 맛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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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玉)은 흔치 않는 까닭에 귀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음악이 너무 많은 까닭에 그 값을 잊어버리게 된다. 식후의 휴식이나 사교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범연히 들어넘기는 청중을 볼 때는 아까운 생각 ―분한 생각까지도 날 때가 있지마는 그것은 우리 자신이 미국사람이 되어보지 않고는 시비를 못할 일이다. 더구나 1억 2천만이나 되는 미국 국민이 제가끔 음악가거나 음악 연주자가 아닌 이상 그 태도의 이렇고 저렇고를 말함보다는 그네들이 어쨌든 음악이 없이는 놀지를 못 하고 밥을 못 먹고 사교를 못하고 휴양을 못 한다는 이일 점만으로도 그네들은 음악 속에 살고, 음악 속에서 호흡한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니 나는 구태여 전국민이 음악에 대하여 진지한 연구적 태도를 취함을 요구한다는 것보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살아가는 동안에 음악이 없어서는 아니될 한 큰 동무가 되어 있도 또 이것으로 동무를 삼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만으로 이미 족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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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생각할 때에 한 날에 한번도 힘 안 들이고 흠숭한 음악을 듣고 즐길 기회도 갖지 못한 우리 나라 민족의 불쌍한 처지를 생각할 때에 오직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남은 어떠하거나 우리는 우리로서의 환경과 생활 정도를 따라서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인즉 미국의 음악이 값싼 것이라고 비웃을 것이 아니라 우리는 형세에 부쳐서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것만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부러워한다.
 
 
 

2. 2. 악가(樂家)와 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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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소양이 없는 우리들은 음악을 들을 줄을 모른다. 동시에 우리에는 들을 만한 음악을 들려줄 악가(樂家)가 없다. 그러니 문제는 간단하고도 일치되어서 조금도 불평이나 모순이 없다. 그러나 우리라고 언제까지든지 이 모양대로 비음악국이요, 음악 없는 민족이 되어있을 것도 아닌즉 ―지금에도 신흥하는 악계이니 만치 괄목할 가치는 없을망정 하여간 악단이란 희미한 경계선이 잡혀 있는 것만은 사실인즉 ―우리는 명연주가도 시급히 필요하지마는 그보다 한걸음 더 급한 것은 청중을 요구함이다. 아무리 훌륭한 명연주라도 이것을 정말 이해할 사람이 3천리 안에 과연 몇 사람이나 될 것인지? 미국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에 수박 겉핥듯이 한다더라도 그네들은 중학교에서 이미 화성학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다. 무식한 중에서라도 좋아하고 즐길 줄이나 알지마는 우리는 아무 그러한 소양이나 조건을 가지지 못하고 보니 정신 바짝 차리고 듣는데야 어디가 좋은지 대체 무엇이 어떻게 돌아 넘어가는지 알 까닭이 조금도 없다. 말하자면 문자 그대로의 음맹(音盲)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양반이라야 또한 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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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쏘나타가 유명하다는 등, 누구의 콘체르토가 명곡, 난곡(難曲)이라는 등 지극히 뜨내기의 값싼 지식 밖에 없음으로 실제의 연주야 어찌 되었는지 간에 유명하다는 악곡의 이름이 프로그램에 씌어만 있으면 이것으로, 곧 그 연주자의 기술이나 정도까지를 추단(推斷)하려 한다. 세상에 명곡이라고 따로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입신(入神)의 묘기와 감천(感天)의 열을 가지고 연주하는 악곡이라면 명곡 안 될 것이 없을 것이니 연주자의 지, 정, 기, 열(知, 情, 技, 熱) 등을 돌아보지 않고 명곡 대곡을 연주 한다는 것만을 가지고 찬사를 드린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어떤 곡조는 명곡이오, 어떤 곡조는 난곡이란 것을 안다는 자랑 밖에는 아무 것도 없는 넌센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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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연주회에 가 보던지 청중의 대부분은 흔히 두 손이 건반 위로 빨리 왔다갔다 하거나 콩볶듯이 4현의 지판(指板) 위로 손가락이 오르락 내리락함을 보고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도 그것이 사실상 잘하는 연주인지 아닌지 그 연자의 감정이나 생명이 어느 정도까지나 그 속에 살아 있는지 알고자도 아니 하려니와 알 도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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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자가 무슨 소리를 하던지, 또는 잘 하던 못 하던 맨 마지막에 가서 높고도 긴 소리로 십초 이상만 줄기차게 내 뽑고 내려간다면 그 독창은 만점이나 재청 또 청, 음악가도 원체 귀하지마는 음악을 들을 기회도 원체 없기도 하지마는 웬 세음인지도 모르고 박수를 많이 하는 것이 자기의 음악 지식의 깊음을 말하는 것이나 같이 삼청, 사청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음악가로 출세를 해 보겠다는 야심 있는 이면 성공은 보증이다. ―이 아래 조건만 들어 맞으면 ―첫째, 신문 기자의 음악적 상식이 없음을 이용하여 천재 악가라는 기사를 신문을 쓰게 하고, 둘째 남이 잘 아는 곡조보다 잘 모르는 이상야릇한 곡조 ―클라식보다도 현시(現時)의 초 모던한 것을 택하되 성악가면 반드시 끝에 가서 한번 뽑을만한 높은 연계부가 있는 것, 기악가면 느린 것보다 빠른 것 악상이 깊은 것보다는 엷은 것, 두 손에 번갯불이 나도록 아래 위로 후닥닥거리며 신속 활동 할 수 있는 것 - (그러나 여기에는 다소 기교가 있어야 되겠으니 그 역(亦)문제이다) ―그렇지도 않으면 아리랑이나 소위 신 민요 식의 동양 정조를 띠인 유행가 따위 아마 이 몇 가지 조건만 갖추어 갖는다면 삼청까지는 마치 몰라도 재청만은 갈데 없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청중의 심리를 이용하여 일부러 이런 간교한 짓을 하는 소위 악가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청중의 무지를 나무라기 전에 소위 악가의 태도가 얄미웁기도 하다. 악가의 허영이 불쌍하기도 하지마는 청중의 어리석음이 또한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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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여러분 생각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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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조선 안에 일조일석에 이름을 믿는 사이비 악가가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천재도 아니오, 그 사람의 복도 아니다. 오직 듣는 이의 무이해(無理解)에서 나온 그릇된 찬사가 그를 한 때 기쁘게 하고 다시는 거두(擧頭)를 할 수도 없이 망쳐 버리게 만드는 것 뿐이다. 무엇보다도 음악은 천재가 아니고는 대성할 수 없다. 그러나 악가로서의 성공은 천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작(勞作)에 있다. 이 두 가지 말은 서로 모순이 되면서도 진리가 되는 것이다. 꼭같이 듣는 이도 역시 이 두 가지를 겸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조선의 악계를 향상시키고 조선에서 대악가의 출연을 보려고 하면 먼저 청중부터가 음맹 퇴치 운동(音盲退治運動)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당한 이해, 정당한 감상, 정당한 비평을 해야 한다. 백주에 독감이 장난은 별로 보지 못함과 같이 정당한 이해와 감식력을 가진 청중을 가진 민족에만 그에 상응한 천재적 악가나 명인(名人)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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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문자의 노래라면, 악(樂)은 소리의 노래인 동시에 마음의 노래이다. 문자를 아는 사람이라고 제가끔 시를 아는 것도 아니고, 지을 것도 아니라면 도레미파나 음부(音符)의 사용법 쯤이나 알아 가지고, 곧 음악을 하거나 작곡을 할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예술은 기교를 같이 하지 않고는 생길 수 없으니 아 ―이 기교야말로 천재다. 동시에 천재가 아니라 노작(勞作)이다.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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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악가와 청중 ―괴테의 '파우스트'나 단테의 '신곡'이 걸작이 아님은 아니나 ―아니 너무 큰 걸작이기 까닭에 그러하겠지마는 ―조선 문학가들에게 이런 대작을 낳아 놓지 않는다고 책(責)하지 말라. 또한 문인된 이들은 부질없이 이런 대작을 작성해 보겠다고 허영에 떠 놀지 마라 ―까닭없는 문인들은 들추어 내여 미안도 하고, 또 그네들의 직업적 문필로 반박을 한다면 나와 같은 비문인은 실로 몸둘 곳을 못 찾을 것이니 이 점은 용서하기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이 말은 꼭 같이 음악자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명곡, 대곡을 연주한다고 반드시 명인이 되는 것도 아니려니와 자신의 실력을 돌보지 않고 크고 어려운 것만을 흉내내는 것이 능사(能事)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는 비록 '트로이메라이'같은 소곡(小曲)에서라도 연주자의 심혼(心魂)이 흙어지는 때에 비로소 그는 악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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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가끔 대곡, 난곡을 흉내냄으로 악사(樂事)를 삼는 허영에 뜬 악가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청중에 있어서도 명곡이란 위대한 가면에 눌려서 도깨비 장난질하는 것을 드문드문 본다. 가을 건실한 태도로 자라나야될 조선 악계에 있어서 이와 같은 가면과 허식과 과대망상이 조금이라도 숨어있다면 그것은 실로 심상치 않는 망조(亡兆)일 것이다. 시작은 쉬운 곳에서 부터, 그리고 완전에 가까운 것으로부터 이것은 연주가나 청중이 다같이 힘쓰고 실행해야 될 것이다. 이같이 하여 한걸음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된다. 비록 유치는 하나마 연주자가 있고 거기에 청중이 있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비평가가 있어야 된다. 우리는 매월 12월쯤의 연주회는 가질수 있고 회장을 채울만한 청중까지도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악평가(惡評家)가 있다는 말을 못 들었고 음악 비평이 실린 신문이나 잡지를 읽어보지 못했다, 극히 추상적이오. 또는 인상기식의 악평(惡評)을 더러 쓰는 이가 있다 하여도 이것으로는 악계나 악인에게 큰 자극이나 격려를 주기에는 너무도 내용이 제로인 것이다. 악평가(惡評家)야말로 연주자 이상의 음악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 악계에 있어서도 주(誅)할 놈은 주(誅)하고, 훼(譽)할 놈은 훼(譽) 하되 사(私)에 치우치지 않고 맹(盲)에 흐르지 않는 건전하고도 이해와 감상의 힘이 충분한 음악가가 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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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광상곡'인 이상 쏘나타나 콘첼토와 같이 형식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마는 고국의 악계를 떠난 지 연여(年餘)가 되는 이때에 최근의 악계의 형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이런 고언(苦言)을 말함이 시대 지(遲)오 옛날이야기가 된다면 내 자신으로는 무안(無顔)한 일이지마는 악계를 위하여서는 이 따위 말은 이미 소용이 없을 만치 되어 있다면 그 얼마나 기쁘고 다행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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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반도 악단의 건장을 빌며 아울러 악가 동지(樂家同知) 제우(諸友) 및 팬 여러분의 노력을 빌면서 각필한다. (1932년 10월말)
【원문】시카고광상곡(市俄古狂想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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