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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이야기한다는 것, 그것은 내게는 언제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즐거운 일이오. 그러나 벌써 적지 않은 기회에 이런 이야기를 해왔고, 또 내가 청년에게 혹은 청년들과 더불어 이야기할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은 이미 그러한 기회에 짐작되었을 것이오만, 특별히 이번 기회에 다시 현대의 조선청년을 이야기해달라는 간곡한 청을 물리치기 어렵고, 더욱이 여러 가지 구체적 조목을 들어 물으니 내 평소 소감의 일단을 말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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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년이란 것, 다시 말하면 사람이 나이 젊었을 때의 가치가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청년만이 언제나 헤아릴 수 없이 원대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또 그 커다란 이상을 좌우에 아무것도 거리끼지 않고 대담하고 용감하게 실현해 나가는 진실로 약동하는 힘이 있는 까닭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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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노회한 중년이나 일의 원대한 온갖 곳에 정열을 잃고 목전의 자질구레한 일(些事[사사]), 먹고살고 자식이나 기르고 돈푼모아 소위 노후나 편안히 지내려는 소인배의 세속적인 타산을 떠나 오히려 그것을 업신여기고 나아가 그런 것을 알고자 하지 않으며 한길로 곧장 사회나 국가의 장래라든가 제 겨레의 운명이라든가 혹은 그것들을 위한 가치 있는 공헌을 통하여 청사에 제 이름을 빛내 보겠다든가 하는 고귀한 소이요, 가치요, 성격이오. 다시 말하면 나이든 사람들이 영리한 타산의 사람인 대신에 청년은 어디까지나 이상의 사람, 정열의 사람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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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그 시대와 그 사회가 청년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실로 청년이야말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제 일신의 이익이나 한 가정의 안락밖에는 생각지 않음에 불구하고, 그들은 한 몸과 한 집의 좁은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정말 시대나 사회가 요구하고 희망하는 바를 성실히 생각하며 실현할 의욕과 정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기에 청년을 가진 사회는 미래를 가진 사회라 하고, 미래는 청년의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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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청년들이 항상 장래를 몽상하고 앞을 향하여 정열과 행동의 설계를 세우는 대신, 다른 사람들은 과거를 꿈꾸고 지나간 것을 회상하며 끝끝내 이미 과거의 것만 지키는 보수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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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미래는 청년의 것인 동시에 청년은 또한 미래의 상징, 전진의 정신이라 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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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의 청년이 무엇을 이상하고 있으며, 어떤 곳에 행위의 정열을 경주하고 있느냐 하는 것에 그 시대나 사회의 다음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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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현대의 조선 청년들의 행동이나 사고나 기질이나 성격 혹은 그들이 꿈꾸고 이상하는 곳에서 우리는 다음 시대의 무엇을 짐작할 수 있는가 하면, 여기에 대하여는 온갖 사람들이 청년을 꾸짖고 나무라고 애를 써 도학자적인 설교만 하려 드는데 반하여 나는 그들 청년을 믿는 사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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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도 그런 말을 듣고 또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듣소만, 오늘날의 청년을 보고 그 속에서 올 날의 싹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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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의 청년을 막론하고 아름다운 싹이오. 이곳의 싹도 남의 것에 못지않게 좋은 싹이오. 나은 싹이라 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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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현대 청년이 괴로움 끝이라든가 혹은 그릇되게 데카당이나 향락주의에 빠지는데 대하여 그 전에도 말이 많았고, 요즈음도 학생의 풍기문제니 청년의 기풍의 타락이니 하는 소리가 들리고 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에 덮어놓고 청년만을 책망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같이 할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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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청년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아니 생물 전체가 생리적인 욕구를 갖고 있고, 즐겁게 살며 향락하겠다는 것이 본능인데 그것을 모두 나쁘다고 크게 나무라는 것은 청년을 옳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바른 향락의 길을 발견하는 것까지 방해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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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게 정도가 지나쳐서 나쁠 따름인데, 그것도 특별히 요즈음 청년이라든가 이곳 청년만이 나빠서 그렇다기보다 그들의 자연스런 욕구를 정도를 맞추어 길러주고 그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적절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부자연한 방법으로 흐르게 되는 것이오. 청년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결함을 생각해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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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전에도 어느 좌담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참석한 선배 모모 씨와 논쟁까지 한 일이 있는데, 하다못해 청년들이 일신이나 가사를 돌보지 않고 부질없는 일에 열중하여 저지른 일까지를 책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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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현대청년은 확고한 신념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방금 청년에 대한공통된 비난의 하나인데, 신념이 없다는 것은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있어 큰 불행이요, 어떤 의미에서는 깊은 타락이라 할 수 있는데, 차라리 종교라도 믿어서 구함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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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이상이란 상식적으로 말하면 소위 안심입명인데, 원시불교와 석가의 고결한 고행과 해탈의 정신이나 '벌거벗은 예수''골고다의 희생자 예수'의 정신은 오늘날의 종교에선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은가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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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종교도 그 창설자들의 진정한 정신은 상실되고 세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기엔 너무나 적당치가 않소.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탈을 쓴 영리사업이나 범죄자까지 만들어내는 유사종교가 생기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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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신념이란 누구에게 구해서 타력으로 세울 것이 아니라 지식과 생활의 정열을 통하여 자력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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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나는 최근 일부 청년들의 기풍으로 아무것도 마음대로 안 될 바에는 돈이라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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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툰 장사를 합네, 나아가선 투기를 하고 요즈음 흔한 금광을 한다고 다니는 것까지 보는데, 이것을 무엇이라 말할 것이냐 하면 한마디로 돈은 돈이 있어야 번다는 속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소. 돈 없는 사람에겐 길도 안 열리고 찬스도 없는 법으로 돈을 모으기는커녕 그에게 유일의 자산인 인간성까지 파멸하고 마는 것이오. 그것으로 마음만 열에 뒤여서 어느새 '매몬(mammon:배금)'을 숭배하는 괴팍한 사상에 빠져 점점 사람으로 타락해 가고 말고 성공의 기회도 없을 것이며 양부(良否)는커녕 도대체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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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비교적 성실하다고 볼 청년층의 일부가 지식 편중에 빠져 실제 생활이나 정열과 행동 같은 것을 경멸하고 고답주의에 흐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물론 인텔리 중에서도 국한된 인텔리 층이라 할 수 있는데, 일언이폐지하면 역시 일종의 고급 '타락'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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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한 현대 청년은 많이 방황하고 고민한다고 하는데, 그들은 고답주의에도 만족할 수 없고 뜻 있는 실제생활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하여 그렇다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나는 사람이란 자기의 생활을 충실히 못 해나가는 데 방황의 미로가 열린다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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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어떻게 하면 이상(理想)의 활기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들은 어디서 그런 것을 얻을까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요히 앉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면 마치 빙산을 만나 파선의 비극을 호소하는 SOS의 소리와 같이 각자의 귀에 들리는 소리가 있으리라 믿소. 이 말을 결코 이상하게 오해해서는 아니 되오. 이는 종교적인 의미나 무슨 별다른 의미가 아니고 세계 안에서, 국가 안에서, 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개인에게 직무로서 요구되는 한 개의 단순한 부르짖음에 불과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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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고장의 청년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궤도가 놓였고 꼴도 정해져서 다만 요구되는 것은 추진력뿐인데, 우리 청년들은 이 3가지를 모두 겸해야 하오. 이것이 주어진 조건의 특수성인 동시에 청년들에겐 제 자신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이 돌아가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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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고 탐구하고 '꼴'도 정해야 하고 '레일'도 놓아야 하고 추진의 힘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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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책무가 무겁다는 것은 더 광영스러운 일임을 알아야 하오. 선인이 안 해놓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진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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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알렉산더 대왕이 어렸을 때 부왕이 전승했단 첩보를 듣자 "부왕이 자꾸 이기면 내가 할 일이 전혀 없어지지 않는가" 하고 혼자 탄식했다는 말은 뜻 깊은 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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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부친을 가진 청년은 불행하다 하나 나는 오히려 복되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내 아들에게 나는 "얘들아, 너는 자라서 부디 나를 닮지 마라"할 작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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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내가 자식을 교육하는 최대의 표어라고 나는 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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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가치 있는 말씀과 웅대한 웅변을 다 옮기지 못함이 유감일 뿐더러 오히려 욕되게 했음을 선생과 독자에게 깊이 사죄하노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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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공론》, 4권 2호, 193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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