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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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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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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창작 이외의 예기가 있다면 그것은 낚시질일 것이다. 창작과 같이 이십여 년을 즐겨 온 낚시질은 지금 와서는 창작보다도 오히려 나를 유혹하는 편이 더 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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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한 해에는 붓도 책도 깡그리 다 놓고 해춘이 되자부터 결빙이 될 때까지 일출(日出)과 더불어 집을 떠났다가는 일몰(日沒)과 더불어 강변에 다 알뜰한 미련(未練)을 남겨 놓고 돌아오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 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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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낚는 그 묘미에다 맛을 들이기만 하면 이 낚시질의 유혹이란 참으로 견디어 내는 재주가 없다. 한 자 내외의 커다란 놈〔駙魚〕이 물 밖을 나오지 않으려고 물속을 왔다갔다 물살을 찢으며 요동치는 놈을 낚싯대가 부러질 염려에서 간신히 낚아낼 때의 그 순간의 묘미야말로 유현(幽玄)한 무아경(無我境)에 자기를 잊는 그 일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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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다고 죽을 힘을 다하여 요동을 치는 그 생명을 기어코 물 밖으로 끌어 놓는 맛이 왜 그렇게도 신묘(神妙)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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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을 가리켜 고상한 취미라고 일컬어 오지만 따지고 보면 잔인하기 짝이 없는 취미다. 고기를 낚아냄으로써 한 순간의 무아의 경지에서 자기를 만족시키기 위하여는 또 하나의 생명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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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지렁이나 새우 같은 미끼를 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살겠다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사정없이 동강을 쳐서 낚싯바늘에다 홀뚜기를 끼어야 하고 팔딱거리는 새우를 거두절미(去頭截尾)해서 미끼로 삼아야 한다.
 
8
생명이 있는 동물이 생을 영위한다는 그 자체가 살생(殺生)에 있다는 그 원칙을 생각한다면 그까짓 미미한 생명쯤 죽인다는 것이 무어 그리 잔인한 행동까지 될 것이랴만, 새우의 목을 자르려고 한 손으로 대가리를 붙잡고 다른 한 손에 힘을 줄 때에 아픔을 참지 못하여 전신을 파드르르 떠는 그 몸부림이 손끝에 감각될 때 그리고 그 대가리도 꼬리도 없는 몸둥이가 그래도 신경은 살아서 바늘 끝에 끼어서도 파들 파들 떠는 그 근육을 눈으로 똑바로 내려다볼 때는 이십여 년이나 낚시질에 바쳐 온 자에 무딘 신경이건만, 그래도 그 순간마다 머리끝이 산뜩거림을 어찌 하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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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 낚시질의 유혹에는 벗어나지를 못한다.
 
10
내가 근년에 낚싯대를 놓게 된 것은 그 어떤 사정 때문이나, 나는 어느 시기에 또 어옹(漁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무한한 유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문】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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