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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일전에 울었습니다. 아침 저녁 저를 따르고 따르던 가견(家犬) 먹이가 적은듯 하면 제가 먹던 것이라도 더러 먹이는 검둥이, 살기 좋은 곳, 먹을 것 많은 집 이것을 다 버리고 빈한한 산촌의 저의 집을 유일한 안도처(安堵處)로 알고 굶주려가면서도 3년을 한결 같이 꼬리를 치며 반기며 뛰놀던 검둥이, 아마 조금도 에누리 하여 듣지 마십시오. 이 검둥이를 돈이 욕심이 나서 먹고살기 위하여 팔았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목을 잘리우고 방망치로 골을 맞아 죽을 것이었만 이것저것을 모르고 천만년이라도 믿고 살줄만 아는 검둥이는 어머니를 반기는 어린애처럼 소위 주인이라는 것을 한 종일 반겨 따르며 새벽까지도 기품있게 컹컹 짖곤 합니다. 저는 끌려가는 꼴을 안 보려고 다른 곳으로 피하였습다만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는 참으로 울었습니다. 목을 잘리워 가는 검둥이는 저를 거두는 척 하는 제 주인이 저를 죽을 곳으로 몰아가는 것인 줄 모르고 도리어 최후의 한 순간까지라도 저를 살려 달라고 주인을 찾고 애원하였을 것입니다. ‘죄 많은 무리여 너의 이름을 가로대 인간이라 일컫나니라’이 말은 누구의 말인지 모르나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아 죄의 구렁에서 벗어날 도리는 없을지요…… 그렇지 않거든 이 모든 것을 감수하는 정이란 것이 없어지고 차라리 독사가 되든지 무감각동물이 되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