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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명승 도선(新羅 名僧 道詵)이라 하면 수천 년이 지난 오늘에 있어서도 누구나 별로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이름이 높은 도승이니만큼 탄생할 때에도 이상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원래 전라도에서 산수 좋기로 유명하고 또 참빗(眞梳) 특산지로도 유명한 영암군(靈巖郡) 태생이니 그의 어머니 최씨(崔氏)가 처녀로 있을 때에 겨울철에 자기 집 앞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더니 철도 아닌 겨울날에 난데없는 참외(眞苽) 한 개가 물 위로 둥둥 떠서 내려왔다. 최씨는 그것을 보고 하도 신기하게 여겨 건져 가지고 맛있게 잘 먹었더니 놀라지 마시요 뜻밖에 처녀가 그날부터 태기가 있어서 열 달 만에 일개 옥동자를 낳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처녀가 아이를 낳다면 물론 큰 괴변으로 알 것이다. 최씨의 부모는 남이 그 사실을 알까 염려하고 비밀히 그 아이를 갖다가 자기 집 근처 숲속에다 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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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모들은 물론 그 아이가 죽었을 줄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에 가서 본즉 뜻밖에 그 아이는 살아있어서 샛별 같은 눈이 반들반들하고 벌써 사람을 알아보는 듯이 방끗 방끗 웃으며 그 옆에는 어여쁜 비둘기(鳩) 한 쌍이 있어서 항상 그 나래로 아이를 덮어주고 또 입으로 무슨 먹을 것을 물어다 먹인다. 최씨의 부모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뉘우쳐 생각하기를 이 아이는 원래에 하늘이 낳은 비범한 인물인데 잘못 알고 그리하였다 하고 다시 거더다가 길렀더니 그가 자라서 그 유명한 도선국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뒤 사람들이 그곳을 이름하여 최씨원(崔氏園)이라 하고 아이의 버렸던 곳을 구림(鳩林)이라 하며 또 아이의 누웠던 바위를 국사암(國師巖)이라 하여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데 영암읍(靈巖邑)에서 서으로 약 이십 리 되는 거리에 있는 성기동(聖基洞)이란 동리가 바로 그 동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