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가치로서의 미, 현상으로서의 미, 미의 체험 등 미의 본질을 탐구하여 그 원리를 구명하는 형이상학으로서의 미학과, 여러 가지 미적 현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이를 법칙적으로 기술하려고 하는 과학적 미학이 있다. 이러한 미학이라는 학문은, 진이나 선과 구별되며 과학이나 도덕과 구별되는 고유한 가치를 지닌 영역을 이루고 있다는 가정 하에 성립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여러 학문 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미 그 자체의 학문을 제창한 플라톤을 서양의 전통적 미학에서 대표로 본다. 고대인들은 객관적 사물의 외형, 색채와 소리,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인간 의 사고, 사회 제도에도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했다. 플라톤의 경우는 인간의 성격이나 법에서도 아름다움의 예를 찾았으며, 그가 쓴 《향연》에서는 미의 이념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플라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느낌에 기초하여 미의 개념을 정립하였으며, 이것은 미는 수와 척도에 비례한다는 이론으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미의 객관화는 아름답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라는 미 의식을 형성하면서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미의 상대적 요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라는 객관주의적인 생각은 미로부터 상대적인 요소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인 미의 개념은 18세기에 이르러 미란 비례와 균형, 조화 등과 같은 성질이 아니라 대상물이나 현상이 우리의 마음속에 일어난 하나의 생각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식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즉, 미란 불을 쬘 때 불과는 관계없는 따뜻함을 얻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미의 개념이 바뀐 것은 존 로크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미적인 체험은 대상에 대해 그러한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취미라는 개념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고대의 객관주의적인 미의 이론은 주관주의적인 취미론과 결부되게 되었다.

한편으로 합리주의적 철학에 기초하여 미학의 개념을 전개한 라이프니츠-볼프 학파의 A.G. 바움가르텐은 이전까지 이성적 인식보다 한 단계 낮게 평가되었던 감성적 인식도 철학의 한 부분으로 수립하면서, 그것에 에스테티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완전한 감성적 인식을 구현하고 있는 것을 미로 평가하며 감성적 인식의 학문은 동시에 미의 학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에 근대 미학의 방향이 개척된 것이다.

고전 미학은 어디까지나 미의 본질을 묻는 형이상학이어서 플라톤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변하지 않는 초감각적 존재로서의 미의 이념을 추구하였다. 반면 근대 미학에서는 감성적 인식에 의하여 포착된 현상으로서의 미, 즉 '미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다.

이 '미적인 것'은 미적 대상물과 현상,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의 상황이나 조건에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순수 이성의 최고 개념인 이념으로서 추구되는 미가 아니라 우리들의 의식 에 떠오르는 미이다. 그러므로 미적인 것을 밝히기 위해서 근대 미학은 자연히 미의식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근대 미학의 최종적인 귀결로서 18세기 말의 칸트는 그의 저서 《판단력 비판》을 통해 로크 중심의 취미론이나 바움가르텐의 에스테티카를 통해 논의된 미학적 문제를 수용하였다. 그는 그 문제들을 자기 비판 철학의 입장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해석하여 미의 예술이 진정으로 독자적인 고유 영역을 보증해 줌으로써 미학이라는 학문이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발전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미학은 19세기 후반부터는 독일 관념론의 미학을 대신하여 경험적 관찰을 바탕으로 미 이론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실험 미학을 주장한 페흐너는 심리학의 입장에서 미적 경험의 법칙을 밝히려 했다.

현대에는 사회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미적 현상을 해명하려는 사회학적 미학, 분석 철학의 언어 분석 방법을 미학에 적용한 분석 미학 등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과정을 거친 서구의 미학이 우리 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20년대 경성 제국 대학 법문학부에 미학 및 고고 미술사 연구실이 설치되고 관련된 강좌가 생기면서부터이다.

초기에는 전문가의 부족과 인식 부족으로 미학의 교육과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1960년대 초부터 다소 변화가 나타났다. 철학계에 실존주의와 현상학이 수용되면서 종래와는 달리 참신한 실존주의 예술론이 소개되었다. 이런 가운데 미학 이론 방법의 역사적 측면에서 자각이 일어나 젊은 학자들 사이에 근대와 현대의 중요한 미학 이론들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역사적 맥락을 구성하려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외국에서 미학을 연구한 중견학자의 잇따른 귀국과 국내에서 배출되는 연구자들의 증가 또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아직까지 서양의 미학 이론을 중심으로 미학의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차츰 미학 전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연구의 다양화와 수준의 향상이 일어났다.

현재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양 예술을 중심으로 한 미적 문화에 관한 본질 규명과 해석, 동서 미학 사상의 비교 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