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가정 생활을 위하여 사회 생활과의 관련 속에 인간의 여러 활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이다. 가정학은 19세기 중엽의 실천주의적 사상과 자연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1909년 인간 삶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가진 몇몇 학자들에 의해 미국에서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 주로 음식의 조리나 재봉 등의 가사 작업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경영학에서 시간 연구 · 동작 연구· 인간 공학 등의 부문이 도입되면서 인간 의 전체적인 삶을 관리하는 학문이 되었다. 1960년대에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가정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서 그 성격을 재정립하는 시도가 있었다. 이와 같이 가정학은 시대와 함께 발전하면서 가정학이라는 말 자체도 시대와 더불어 나라에 따라 달라졌다. 미국에서 '홈 이코노믹스(home economics)'가 가정학의 용어가 되었고, 가정학회에서 이 명칭을 사용한 것은 20세기 초엽부터이다. 이렇듯 미국 가정학회의 대상은 가정 작업에서부터 인간 의 생활이나 가정 생활에 대한 본질적 해명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정학을 생활 과학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 학문으로서의 도입과 전개 과정 1929년 여성 교육을 목적으로 하여 이화 여자 전문학교에 가사과가 설치되면서 가정학은 우리 나라의 제도화된 교육 기관에서 전문 교육으로 실시되기 시작하였다. 그 뒤 1945년까지는 가정학은 학문 이전의 상태에 있었다. 그러다가 1947년 이화 여자 대학교에서 가사과를 가정학부로 확대하고, 그 아래 영양학과와 의류학과, 가정 관리학과를 두면서 가정학 은 학문적 성격을 띠기 시작하였다. 이어 숙명 여자 대학교에서도 같은 과정을 실시하였으며, 서울 대학교에서는 사범 대학 에 가정 교육 학과를 설치하였다. 1952년에는 각 대학에 대학원 과정을 개설함으로써 가정학은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뿌리를 내렸다. 그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립과 사립등 여러 대학에 가정 대학이 설립되었으며, 이들 대학에는 가정학과· 식품 영양학과· 가정 관리학과·의류학과·주거학과· 가정 교육학과· 아동 및 가족학과 등이 개설되어 있다. [ 식품 영양학]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 식품 영양학 은 인간을 한 생물체로 파악함으로써 생물학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으며,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로서 파악해 정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연구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구체적 연구 상황을 살펴보면, 국민의 식생활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국민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고, 국민 영양을 위한 권장량 설정의 기초 자료를 모으고 있다. 그리고 인체와 동물 실험을 기초로 하여 합리적인 식생활 지침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그 외에 식생활의 문화 인류학적 접근, 사회 영양학적 연구도 깊이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의류학] 인간 생활에서 중요한 의복이라는 매개물을 통하여 인간 과 환경이 서로 간에 미치는 영향과 그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복은 자연 환경에 대한 인체의 대응 결과이며, 사회 환경에 대한 인간 적응 능력의 결과, 보다 아름다운 삶을 위한 미적 표현의 결과이다. 이러한 의복의 본질적인 성격으로 하여 이를 대상으로 하는 의류학은 자연 환경 에 대한 인체의 보호를 위한 기능적인 면에서 자연 과학적 방법론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위해서 사회 심리학적인 측면의 연구가 필요하며, 미적 표현을 위해서는 예술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자연 과학적 연구 방법에 의해 다양한 섬유 의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뿐 아니라 의복과 인간성의 상호 작용에 대한 연구, 의복과 문화에 대한 측면에서도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주거학] 자연과 문화 환경, 이에 대한 인간과 생활 공간의 관계를 가정 환경을 중심으로 하여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주거학은 인간의 물리적 조건인 인체 공학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가치와 목적, 자원으로서의 가족 등의 미시적 환경 문제와 자연 환경, 문화와 전통 등에 대한 거시적 환경 문제 등을 연구한다. 국민 생활의 향상과 더불어 요즈음 많은 사람들에게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노인 및 신체 장애자의 주거 문제 등 특화된 주거 문제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함께 전통 민가와 생활 양식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한 미래의 주거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가족 및 아동학]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 발달의 긴밀한 상호 관계에 대하여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경제와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 따라 가정 내 가족 관계에서도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학문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가정 문제에 대한 연구와 그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 과제에는 환경이 아동의 인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의 비행과 사회 부적응, 노인의 사회적 소외, 여성의 사회 참여와 가정에서의 역할 변화 등이 있다. [ 가정 경영 및 소비자 경제학] 가족 및 가정의 생활 향상과 발전을 위하여 가족을 포함한 가정의 자원을 경영하는 효율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이다. 진행되고 있는 구체적인 연구 과제는 가족 의 가치관, 의사 결정, 가사 노동, 소비자 경제 등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가정학의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시키기 위해 많은 관련 학회들이 창설되었다. 곧 1947년에 대한 가정학회, 1967년에 한국 영양학회, 1968년에 한국 식품 과학회, 1976년에 한국 의류학회, 1977년에 한국 가정 관리학회, 1979년에 한국 아동학회 등이 설립되었다. ▶ 가정학의 전망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는 산업화에 따라 현대 사회를 사는 인간의 생활 패턴도 표준화되고 규격화· 전문화되면서 놀라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추세에 맞추어 인간의 삶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학 역시 새롭게 바뀌어야만 한다. 거의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격심한 변화와 함께 인류 사회에 도래할 미래의 인간 삶을 위해 가정학은 가족 형태와 생활 양식의 변화에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그리고 인류 전체의 건전한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으로서의 가정학 연구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여성만이 아닌 남녀 함께 인류 공동의 과제로서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