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 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수로왕에 관한 시조 신화이며 건국 신화 . 《삼국유사》 권2의 『가락국기』에 실려 있는 수로왕의 탄생으로부터 즉위· 결혼,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말한다.

건국 신화의 표본인 단군 신화· 동명왕 신화·혁거세 신화 등과 맥락을 같이하나, 신이 내린 신탁에 의한 신 자신에 관한 이야기로, 인간이 그것을 받아 쓴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신화와는 다른 이 신화만의 특징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3월의 목욕하고 재를 드리는 날에 아도간·여도간 등 9족장들이 모여 사는 곳의 북쪽 구지(龜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구지봉에 9간(干)들이 23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모였을 때, 사람의 소리 같으나 그 모습은 숨긴 채 하늘로부터 "여기에 누가 있느냐?" 하는 말이 들려 왔다. 9간들이 "우리 무리가 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다시 하늘에서 소리가 물었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이냐?" "구지이다."

다시 하늘에서 " 하늘이 나로 하여금 이곳에 새로 나라를 세워 다스리라 명하였다. 그래서 내가 거기로 내려가고자 한다. 너희는 구지봉 꼭대기를 파, 흙을 모으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만약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어라. 그렇게 하면 왕을 맞이하여 기뻐 춤을 추게 되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늘의 소리에 따라 아도간·여도간 등 9족장들은 그들 무리와 함께 「구지가」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얼마 후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니, 자주색 줄이 하늘로부터 드리워져 땅에 닿았다. 9간이 줄의 밑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싸인 금합이 있었다. 금합을 열어 보니, 해같이 둥근 6개의 황금 알이 있었다. 모인 무리들은 다들 놀라고 기뻐하여 함께 수없이 절을 하였다. 조금 있다가 황금 알을 다시 보자기에 싸가지고 족장 아도의 집으로 돌아와 대 위에 두고, 무리들은 흩어졌다.

하루가 지나고 그 이튿날 아침 에 무리들은 다시 모여 금합을 열어 보았다. 어제의 6개의 황금알은 여섯 아기들이 되어 있었다. 무리들은 모두 절하며 극진하게 공경하였다. 이들 알 속에서 나온 아기들이 6가야국의 왕이 되었으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나와 '수로'라는 이름으로 불린 키가 가장 큰 인물이 김해 김씨의 시조이자 금관 가야 의 건국자라는 줄거리이다.

이렇게 하여 금관 가야의 건국 시조가 된 수로는 즉위 후, 관직을 정비하고 도읍을 정하여 국가의 기틀을 확립하였다. 그리고 하늘의 신이 내린 명에 따라,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을 왕비로 삼아, 157년 동안 금관 가야를 다스리다가 죽었다 한다.

이 신화의 특색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하늘의 신이 아도간·여도간 등 9족장들이 부족을 다스리는 부족(9간) 연합 사회의 통치자로서 인간 사회 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신화 내용이 직접 신으로부터 주어졌다는 것이다. 9간이 거느리고 있는 인간의 무리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왕을 맞는데, 하늘의 신이 시키는 대로 실행하여 신을 맞이한 부분은 김수로왕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인간 사회가 그를 환영의 극치인 '춤과 노래'로 스스럼없이 맞아들여 왕으로 삼은, 신맞이 신화라는 데 특색이 있다. 춤과 노래로 받든 신내림 부분은 이 신화가 우리 전통적인 굿과 이어지는 면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