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 북도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의 풍악산 능선에 높게 새겨진 통일 신라 시대 말기의 불상. 총높이 3.4m이며, 불상의 높이는 2.94m이다. 보물 제423호인 이 불상은 풍악산 동쪽 능선에 우뚝 솟아 있는 바위의 남쪽 면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는데, 둥글고 풍만한 얼굴에 눈·코·귀·입이 균형 있게 조각되어 자비롭고 원만한 인상을 풍긴다. 뺨은 둥글게 팽창되었고, 턱에는 약간 살이 붙어 있으며, 입가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귀는 보통 크기로 조각되었고, 목은 약간 긴 편이며, 3가지 괴로운 세계, 즉 악인들이 죽은 후에 가게 되는 3가지의 괴로운 세계를 말하는 불교 의 삼악도( 아귀도· 지옥도·축생도)가 표현되어 있다. 남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이 불상은 넓고 당당하게 딱 벌어진 어깨와 살이 풍만한 가슴에서 자비로움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법의를 걸치고 왼쪽 어깨와 가슴은 드러나 있는 우견편단(右肩偏袒)으로 법의를 입고 있으며, 왼쪽 어깨에서 윗옷의 오른쪽 끝을 한 번 접어 뒤로 넘긴 형태를 띠고 있다. 두 팔은 몸과 붙어 있고, 허리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는다. 바위를 이용하여 옷깃 이 무릎을 덮도록 조각되어 있으며, 다리는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 놓은 뒤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올려 놓은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무릎 밑에는 8개의 네모난 홈들이 패여 있다. 왼손은 손바닥을 위로 하여 엄지손가락을 꼽고 새끼손가락을 편 형태이며, 오른손은 배 부분에서 안쪽을 향해 손 끝을 위로 치켜올린 형태이다. 부처의 신성함과 광명을 나타내는 광배는 불꽃 무늬가 조각된 일종의 거신형 광배로 표현되었고, 머리 뒷부분의 두광은 연주무늬와 2줄의 굵은 선을 두르고 그 안에 11개의 잎으로 이루어진 단판 연꽃 무늬가 표현되어 있다. 광배에 나타난 연주 무늬는 다른 불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표현 기법이다. 특히, 이 불상의 손가락 모양은 경기도 포초골의 석조 여래 좌상 과 거창 양평동의 석불 입상에 나타난 형태와 비슷한데, 이것으로 보아 남원 신계리 마애여래 좌상은 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록 9세기의 불상 양식을 드러내고 있지만, 옷주름을 조각한 양식은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불상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이 불상 이 만들어진 정확한 시기를 알아 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