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 세운 기원전 108년까지 요동과 한반도 서북부 지역에 존재했던 우리 나라 최초의 국가. 보통 고조선을 단군 조선· 기자 조선· 위만 조선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 정확한 말은 아니다. 이 가운데 단군 조선은 우리 민족사에 있어서 최초의 역사적 존재이자 개국 시조인 단군에 의하여 세워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고기》에 따르면 단군은 하늘의 황제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 세계로 내려와 곰이 변하여 사람이 된 웅녀 와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전하여지고 있다. 단군 조선이 세워진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삼국유사》의 단군 신화에서는 기원전 2333년에 단군이 아사달에 조선을 건국하였는데, 이 때가 요 임금 때와 같은 시기라고 한다. 물론 이것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데, 역사가 오래될수록 그 왕조는 권위가 있으며, 민족도 위대하다는 생각에 건국 시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단군 조선이 처음으로 역사책에 등장한 시기는 기원전 7세기 초이다. 이 무렵에 쓰여진 《관자》에 단군 조선이 제나라와 교역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또 《산해경》에는 단군 조선이 보하이만 〔渤海灣〕 북쪽에 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들 기록 에 나타난 단군 조선은 대부분 랴오허[遼河] 유역에서 한반도 서북 지방에 걸쳐 성장한 여러 지역의 집단을 통틀어 말한 것이다. 당시 이 일대에는 비파형 동검 문화를 공동 기반으로 하는 여러 지역 집단이 성장하면서 하나의 큰 세력으로 합쳐지고 있었다.

단군 신화는 단군 조선을 세운 중심 집단의 시조에 대한 설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가, 뒤에 단군 조선 국가 전체의 건국 설화로 확대된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 전국 시대에 들어오면서 주나라가 쇠퇴하자 각 지역의 제후들이 왕이라 일컬었는데, 이 때 단군 조선도 옆에 있는 나라인 연나라와 동시에 왕이라 일컬었다고 한다. 특히, 단군 조선은 큰 규모의 군대를 동원하여 연나라를 공격하려다가 대부 예의 만류로 그만두기도 하였다. 이렇게 단군 조선은 기원전 4세기 무렵 중국의 7개의 강국 가운데 하나인 연과 대립하였고, 또한 당시 중국인들이 잔인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강력한 국가 체제를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원전 3세기 후반부터 연이 동쪽으로 진출하면서 단군 조선은 힘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였다. 기원전 300년을 전후한 시기에 연의 장수 진개가 요하 상류에 살고 있던 동호족을 원정한 다음 단군 조선 영역 내로 쳐들어왔다. 이 때 연은 요동 지방에 요동군을 설치하고 요새를 쌓았다. 그 결과로 인하여 단군 조선은 서쪽 2,000여 리의 땅을 잃었고, 랴오둥의 어니하 및 그와 합쳐지는 청하의 하류 지역에서 동북으로 성수산을 잇는 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일대인 만번한(滿潘汗)을 경계로 연과 대치하였다.

이 무렵 단군 조선은 그 중심지를 요하 유역 쪽에서 평양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그 뒤 진나라가 연을 멸망시키고(기원전 222), 요동군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였다. 그러자 단군 조선의 부왕은 진의 공격이 두려워서 진의 지배를 받을 것을 청하였지만, 부왕이 직접 진나라를 찾아가 인사하는 것은 거부하였다.

부왕이 죽고 아들 준왕이 왕위에 오를 무렵 진이 내란으로 망하고, 대신 기원전 202년 한이 중국을 통일하였다. 한은 진과 같이 동쪽으로의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고, 다만 옛날에 연이 쌓은 요새만 고치고 단군 조선과의 경계를 패수로 다시 조정하였다. 기원전 195년 연왕 노관이 한에 반기를 들고 흉노로 망명한 사건이 일어나자, 연 지방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었고 그 곳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단군 조선 지역으로 망명하였다. 이들 가운데 위만도 자신의 무리 약 1천 명을 이끌고 단군 조선으로 들어왔다.

준왕은 위만을 믿고 박사라는 관직을 주어 서쪽 1백리 땅을 통치하게 하는 한편, 경계 지역의 수비를 맡겼다. 그러나 위만은 기원전 194년 중국 군대가 침입하여 온다는 거짓말을 내세우고, 수도인 왕검성으로 입성하여 준왕을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 패배한 준왕은 배를 타고 한반도 남부로 가서 한왕이 되었다. 이 때부터를 위만 조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위만은 다른 나라에서 온 집단과 본래의 조선 세력을 함께 지배 체제에 참여시켜 양측 간의 갈등을 줄이고 정치적인 안정을 꾀하였다. 중국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의 진번·임둔을 무너뜨렸다. 위만의 손자인 우거왕은 남쪽의 진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한과 직접 교역하는 것을 가로막고 중계 무역을 하여 이익을 독점하였다. 이에 불만을 느낀 예군 남려 세력은 한에 투항하였다. 이즈음 한은 동쪽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였는데, 그것은 위만 조선과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양측은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 외교적 노력을 벌였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한은 기원전 109년 육군 5만과 수군 7천을 동원해 땅과 바다 양면으로 위만 조선을 공격하였고, 위만 조선 은 온힘을 다하여 이에 저항하였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위만 조선 지배층 내부에 분열이 생기게 되었다. 조선상 역계경은 전쟁을 끝낼 것을 건의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의 무리 2,000여 호를 이끌고 남쪽의 진국으로 갔다. 또 조선상 노인, 상 한음, 이계상 삼, 장군 왕겹 등은 왕검성에서 나와 항복하였다. 이러한 내분의 와중에서 우거왕이 살해되고 왕자 장까지 한군에 항복하고 말았다. 대신 성기가 성 안의 사람들을 격려하면서 끝까지 싸움을 벌였으나, 기원전 108년 결국 왕검성이 함락되고 말았다.

한은 위만 조선의 영역에 낙랑·임둔·현도·진번 등 4군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여 통치하였다. 이 때 많은 위만 조선인들은 남쪽으로 이주하였고, 그들은 삼한 사회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위만 조선이 한의 대군을 맞아 약 1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위만 조선의 철기 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군사력이 막강하였기 때문이었다.

위만 조선 후기에는 철기가 한층 더 보급되었고, 이에 따라 농업과 수공업이 더욱 발전하였으며, 대외 교역도 확대되어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위만 조선은 강력한 정치적 통합을 추진하였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세력의 연합적 성격을 극복하지는 못하였다. 각 지배 집단은 여전히 독자적인 기반을 지니고 있었는데, 위만 조선 말기 지배층의 흩어짐도 그러한 성격 에 말미암은 바가 컸다. 지배층 사이의 약한 결속력은 위만 조선 멸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단군 조선 사회에 대해서는 기록이 전하지 않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전해 오는 팔조 법금을 통해 볼 때 계급의 분화 가 상당히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유 재산제·신분제가 존재한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민족사의 서막을 장식한 단군 조선은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사적인 존재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