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527호) 조선 후기의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린 풍속 화첩. 종이 바탕에 엷은 먹물로 그린 수묵 담채이다. 크기는 세로 28㎝, 가로 24㎝로써 현재
국립 중앙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영조 2l~순조 16(1745 ~ 1816년)에 그린 풍속화로써 단원이 그린 그림 중, 순수한 민속적 내용을 담은 화첩으로는 이것이 유일한 것이다.
화첩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기와이기」 「대장간」 「장터길」 「시주」 「나룻배」 「주막」 「고수 놀이」 「빨래터」 「서당」 「밭갈이」 「활쏘기」 「씨름」 「행상」 「무동」 「담배썰기」 「자리짜기」 「벼타작」 「서화감상」 「길쌈」 「말징박기」 「고기 잡이」 「신행길」 「들밥」 「노중상봉」 「우물가」로 총 25점이다.
김홍도의 그림은 그 당시의 사회상을 가늠해 보기 위한 자료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의 그림은 대체로 고향 마을의 일상 풍속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조선 후기 하층 계급의 사람들이 묵묵히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습들을 그린 것이 거의 대분이다.
단원의 작품은 사실성과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주변 세계에 대한 애착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어떤 신령적인 기운이 감도는 분위기이거나 고고한 정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객관적인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여러 인물들에 대한 표현법이나, 자연 묘사, 또는 신성한 것들에 대한 묘사에서도 굵은 선은 배제하였다. 대신 정확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실제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있다.
이는 전체적으로 화면의 배경 묘사는 거의 생략되었고, 풍속 자체에 대한 표현과 인물이 중심이 되고 있는 것 등이 이 점을 잘 설명해 준다.
그림의 구도는 원형 구도와 X자형 구도를 적절히 이용하여 치밀한 구성을 하였으며, 이는 주요한 회화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대상만을 화폭에 옮겨 놓았다면 그것은 이미 훌륭한 예술 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단원은 이런 충실한 현실 재현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가적 정서를 그림에 녹아 들게 하였다. 「씨름도」에서는 구경꾼들의 무리를 화면의 위, 아래로 둥글게 가른 다음 씨름꾼들을 그려 넣었는데, 이런 구도는 그림의 정경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또한 등장 인물들의 얼굴 표정은 소박하면서도 강인한 면이 넘치고, 이들이 입고 있는 무명 옷감에 대한 표현은 질기면서도 투박함 바로 그것이다.
이런 면에서 조선 시대의 쌍벽을 이루었던 혜원
신윤복과는 다른 특징을 가졌다.
신윤복은 자신의 그림에 쾌락적인 해학성을 담았다면 김홍도의 경우는 보다 서민적인 사회성을 추구한 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그림 세계는 시민 사회를 보다 절실하게 바라보고 현실에 대한 자각을 강조하여, 또 다른 계열의 풍속도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단원은 후에 극제, 임당 같은 화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