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1897~1963)의 중편 소설. 원래 제목은 《묘지》로, 1922년 7월부터 9월까지 잡지 《신생활》에 연재되다가 잡지의 폐간으로 3회 연재로 중단되었다. 1924년 4월 6일 《시대 일보》가 창간되면서 제목을 《만세전》으로 바꾸어 《시대 일보》에 연재하였다. 그 해 6월 1일까지 59 회로 완결되자 고려 공사에서 지은이를 양규룡으로 하여 작품을 다듬은 다음 8월에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그 후 1948년 2월에 다시 다듬어서 수선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원래 제목 《묘지》가 숨막힐 것 같은 당시의 삶을 암시하듯이
3·1 운동 이전의 사회 현실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동경· 고베· 시모노세키·부산·김천· 대전·서울로 이어지는 주인공의 여정에 따라 시대 정신을 투영한 식민지 사회의 관찰을 진행시킴으로써 사실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조선에서 '만세'가 일어나기 전해 겨울, 동경 W 대학에 다니던 '나' 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급히 귀국하게 된다. 동경을 떠나면서 선물도 사고 이발도 하고 술집에 들러 술도 마신다. 고베에서는 을라라는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 날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면서부터 검문을 당하고 감시를 받게 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식민지 조국에서 벗어나 공부만 하던 스물두살의 나는 탁상 공론이 아닌 현실로서의 식민지 사회를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형사의 심문에 시달리며 부산에 도착해서, 차 시간이 되기까지 부산 거리 구경에 나섰던 나는 식민지 도시에서 일제에 의한 경제적 침탈과 이로 인한 조선인의 몰락과 이주를 목격한다. 이러한 상황은 김천의 보통 학교 교원인 형님과 주변 인물들의 몰락을 통하여, 서울까지 가는 기차와 대전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찌든 모습 속에서, 서울에서는 정치열과 명예욕에 들뜬 아버지와 이를 부추기는 김 의관, 종손으로 무위 도식하는 사촌형 등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 아내는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병인데도 아버지는 술 타령이나 하며 재래식 의술에 맡겨 둔 채 죽음을 재촉한다. 나는 구더기가 들끓는 공동 묘지 같은 환경에서 하루바삐 탈출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윽고 나는 불쌍한 아내의 죽음을 생각하며 질식할 듯한 집안을 박차고 다시 일본 으로 떠난다.
《만세전》은 식민지 현실을 그린 빼어난 문학 작품의 하나로 염상섭의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해 준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한국 현대 소설에서 걸작 중의 하나로 평가되는 1931년 발표한 대표작 《
삼대》를 예견해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 사회와 그 지배국의 상황을 여정의 단계에 맞추어 극명하게 대비시킴으로써 여러 국면을 '무덤'으로 상징되는 하나의 상황으로 용해시키고 있다. 그러나 묘지로부터 탈출해서 찾아가는 해방의 공간 이 일본이라거나, 현실을 목격하면서도 감추어진 이면과 원인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추구하는 자유가 개인적인 것에 한정되는 등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하였다. 즉 우리 민족의 문제를 개인의 경험으로 상징하여 인식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문제 해결 방식은 민족적인 차원에서의 해결 방식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벗어나 애써 외면하는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