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정림사지에 있는 화강석으로 만든 고려 시대 불상. 보물 제108호로 지정되어 있다. 높이는 5.62m이며, 높은 대좌 위에 앉아 있는데 심하게 마멸되고 파괴되어 형체만 간신히 남아 있을 뿐, 세부적인 양식과 수법은 전혀 알 수 없다.
오늘날의 머리와 갓은 훨씬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며, 오른쪽 팔, 왼쪽 무릎 등은 완전히 사라졌다. 얼굴은 판판하며 이목구비가 형식적으로 처리되었고 큰 얼굴에 비하여 어깨가 밋밋하여 왜소한 몸집이다. 좁은 어깨라든지 왼손이 가슴께로 올라간 것을 보면 지권인(智拳印)을 한 비로자나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밖에 몸의 형태나 옷의 주름 등 세부적인 표현은 거의 알아볼 수 없다.
8각 대좌는 많이 손상되었으나 전체적인 형식은 알아볼 수 있는데 불상보다 더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상대에는 앙련화가 일부 남아 있으나 심하게 파손되었고 중대의 8각 간석에는 얼굴 모양만 이중으로 크게 조각되어 있을 뿐 얼굴 안에는 아무런 조각도 없다. 하대는 2단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대의 윗부분은 양감이 뚜렷한 복판복련화(複瓣覆蓮華) 8잎이 있고, 그 아래는 2단의 8각석이 각 면마다 3개씩의 얼굴 모양을 새겨 복잡하고 특이한 대좌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불상이 놓여 있는 곳은 강당이 있던 곳이라는 것이 발굴에 의하여 확인되었고, 발굴 때 부근에서 발견 된 기와에 '大平八戊辰定林寺大藏當草 (대평팔무진정림사대장당초)'라 새겨져 있는 것으로 절의 이름이 정림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