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000 ~ 2350] 인류의 고대 문명이 싹튼 문명지 가운데 하나로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있는 메소포타미아 의 최남단에 위치한 지역. 지금의 이라크 지방으로서 바그다드에서부터 페르시아만 에 이르는 바빌로니아 남부 지역이다.

기원전 5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남부 수메르에는 최초의 농경민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나타난 최초의 선사 시대인(人)들로서 수메르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非)셈계 종족이었다. 그들은 기원전 3000년경에 이르러 이 수메르 지역에 인류 최고의 문명을 발생시켰다. 그들은 후세인들에 의하여 우바이드인으로 불리는데, 그들의 유적이 최초로 발견된 알우바이드 마을의 이름을 본따 붙인 이름이다. 우바이드인들은 습기가 많은 늪과 못 등의 소택지에서 풀을 제거한 후에 농사를 지었으며, 금속 공예나 가죽 공예, 도기 제조 등의 진보된 공업들을 발달시켰다. 우바이드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후 이 지역에는 셈계의 여러 부족들이 침략해 들어와 우바이드인들의 문화에 그들의 문화를 혼합하였는데, 이로써 수메르 지역은 수준 높은 고대 문명의 발생지로서 그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수메르어를 사용하는 자들이 이 지역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3300년쯤으로 추정되는데, 수메르 지역의 문명은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걸쳐 발달하였다. 그 구체적인 특성은 아래와 같다.

①우바이드기:수메르어를 사용하지 않는 종족에 의해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로서 기원전 3300~3100년경의 단계이다. 흙으로 만든 흑인풍의 인형이 발굴되었으며, 신전을 중심으로 하여 아직은 규모가 작은 도시들이 나타났다. 본격적인 도시 국가가 출현한 시기라고 볼 수는 없다.

②우루크기:기원전 3100~2900년경의 문명으로서 수메르의 문명이 그 틀을 갖춘 단계이다. 금속을 사용하였으며, 이 문명의 큰 특징인 신전 지구라트의 건축이 시작되었고, 둥그런 통으로 된 도장도 최초로 발명되었다. 또한, 기원전 50년에 이르기까지 고대 오리엔트 지역에서 사용하였던 쐐기 문자의 원형인 고졸 문자가 발명되었다.

③젠데트나스르기:기원전 2900~2600년경으로 추정되는 시기로서 그 전에 발생하였던 초기 단계의 문명 이 더욱더 발전하여 역사를 이루는 단계로 전환되는 시기이다. 이 젠데트나스르기를 지나 기원전 2500년경에서 2350년경에는 이른바 초기 왕조 시대 또는 도시 국가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 때 수메르에는 라가시· 우르· 우루크· 니푸르·슈루파크·움마·에리두 등 12개의 독립된 도시 국가가 성립되었다.

도시에는 촌락을 이루고 살던 공동체 시대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아 일반 시민 가운데 성년의 남자들로 구성되는 민회와 씨족장들의 장로 회의가 운영되었다.

이것은 정치 권력이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성원들에게 있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써, 당시에 정치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초기 왕조 시대에는 약 500년간이나 각 도시의 국가들 간의 패권 다툼이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전쟁과 같은 도시에 흥망이 걸린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도시의 통치권을 장악할 수 있는 왕을 선출하기도 하였다. 각 도시에는 저마다 다른 수호신을 모셨는데, 이 가운데 니푸르라는 도시 국가의 엔델신은 모든 도시의 신들이 숭배하는 가장 중심적인 신이 되었다.

수메르의 각 도시는 신전, 즉 지구라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의 구역 안에 구성되었고, 또한 그 신전을 중심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경작지가 구성되었다.

그것은 도시가 신의 소유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종교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써, 경제뿐만이 아니라 정치적·군사적인 면 그리고 일상 생활적인 면의 모든 것까지 신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리하여 신전 국가, 또는 신전 공동체라고도 부를 정도였다.

각 도시들 간의 패권 다툼이 잦아지자 자연히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왕의 권력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왕권이 세습화되었고, 도시에서 숭배하는 수호신 을 모시는 신전은 더욱더 부를 축적하였으며, 사제들의 권한 또한 강대해졌고 세습화되었다.

도시들은 점차 물에 대한 이용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농경지·교역로의 소유를 위한 인접 도시와의 전쟁 등 지속되는 싸움과, 부패한 왕과 사제들 간의 불화로 인해 그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기원전 2800년경에는 키시의 통치자 에타나가 분열 된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였으나, 얼마 안 가서 기원전 2530~기원전 2450년에는 엘람인에게 정복당하였고, 기원전 2334~기원전 2279년에는 바빌로니아 북쪽 지역에 사는 아카드인들의 지배자 사르곤에게 또다시 정복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리하여 수메르의 도시 국가들은 완전히 멸망하였고, 180년 동안이나 사르곤 왕조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수메르의 도시 국가 시대에는 금이나 은 등을 세공하는 수공업자나 대장장이·모직공· 목수·도공 등이 있었으며, 어부도 존재하였고, 먼거리까지 나가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이들에겐 신전의 분할지가 주어졌고, 간혹 운하를 건설하거나 제방을 쌓고 수리하는 일, 성벽을 세우는 일 등에 동원되었다.

소나 당나귀·양· 돼지 등의 가축은 전문적인 목축가가 사육하였으며, 보리 등의 곡물과 콩·양파류 등의 채소를 키우기도 했다.

제3왕조 시기는 아키드인인 사르곤 왕이 수메르의 도시 국가들을 점령하고 사르곤 왕조를 세워 통치한 후 약 180년이 지난 기원전 2060년경에 우루크시의 왕 우투헤갈의 신하 우르남무가 세운 수메르의 마지막 왕조이다.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의 북쪽 지역인 아카드를 하나로 묶었던 사르곤 왕조, 즉 아카드 왕국은 기원전 2350~2150년경 존립하였었는데, 구티 민족 이라고 불리는 산악 민족의 침략을 받아 멸망하였다.

그리하여 메소포타미아의 전 지역은 야만적인 구티 민족의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구티 민족의 지배 아래 놓여 있던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다시 되찾은 것은 우투헤갈 왕이었으며, 다시 그의 신하 우르남무가 왕조를 세워 우르 제3왕조라 일컬었다.

우르 제3왕조 시기에 이 지역은 다시 여러 개의 도시 국가들로 분할되었고, 우르남무왕은 전제 정치를 실시하였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계 최고(最古)의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을 제정하였다.

이 우르남무 왕조 시기에는 아카드 왕조 시기에 발달하였던 세계 무역이 더욱더 확대되어 발전하였고, 속주제에 의한 통치가 시행되었으며, 우르 남무왕은 '사방 세계의 왕'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던 우르 제3왕조는 기원전 1900년경 동방의 엘람에게 정복됨으로써 멸망하였고, 셈족에게 동화되어 더 이상 세계의 무대에 서지 못하고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미 세계사에서 사라진 수메르 와 아카드 지방은 이후 바빌로니아로 불리게 되었고, 세계 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인류의 역사를 한층 빛내 주고 있다.

오늘날에는 수메르 문명의 여러 가지 문화들이 전해지는데, 《우르남무 법전》과 《슐기 법전》은 가장 오래된 법전으로 유명하다.

한편, 《길가메시 서사시》는 홍수에 의한 전설 들을 담고 있는데, 노아의 홍수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이나 공예, 미술 또한 발달하였는데, 수메르 문명의 대표적인 신전인 지구라트는 평평한 직사각형꼴의 단을 계단식으로 차례로 쌓아 올린 것으로 바벨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도시 국가 우루크의 《여성 두상》 및 《예배자상》 《사제상》 등의 조각도 대표적인 미술 작품이다.

수메르는 세계에서 최초로 쐐기 문자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과, 세계에서 최초로 법전을 제정하였다는 점, 또한 가장 오래된 도시 국가의 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세계사적 가치 가 높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