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22대 왕인 정조의 생모이며, 사도 세자의 빈인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가 쓴 내간체의 회고록. 《한중만록(閑中漫錄)》이라고도 한다. 필사본. 6권 6책.
저자가 회갑을 맞던 해인 1795년(정조 19)에 친정 조카 홍수영(洪守榮)의 소청으로 이 글을 쓴다 하였고, 그 후 67세, 68세, 71세 등 네 번에 걸쳐 쓴 네 편의 글이 있다. 이 중 회갑 때 쓴 첫째 것이 비교적 한가로운 심정에서 붓을 든 것이고, 나머지 3편은 모두 아들인 정조가 승하한 직후부터 붓을 일으켜 어린 왕 순조에게 보이기 위하여 쓴 것으로, 다분히 정치적 색채가 농후한 작품이다.
내용은 혜경궁 홍씨가 지난날 몸소 겪었던 것으로 부군(夫君) 사도세자가 부왕(父王)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참변을 주로 하여, 공적 및 사적 연루(連累)와 국가 종사(宗社)에 관한 당쟁의 복잡미묘한 문제 등 여러 무서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칼날을 밟으며 살아온 것 같은 일생사를 순 한글의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한 파란만장한 일대기(一代記)이다.
그 문체가 우아하고 등장인물의 성격이 선명하게 그려져, 강렬한 박진감으로 하여 한국 산문문학(散文文學)의 정수(精髓)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또한 이 글을 통하여 조선 여성의 이면사(裏面史)를 엿볼 수 있다는 점과 당시의 정치풍토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史料的) 가치가 풍부한 작품으로 《
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과 함께
궁중 문학의 쌍벽을 이룬다.
필사본 14종과 이 책을 한문으로 엮은 《읍혈록(泣血錄)》도 있으며 1947년에는 이병기(李秉岐)의 주해본(註解本)이 나왔고, 61년에는 이병기 ·김동욱(金東旭) 교주(校注)의 《한듕록》을 한국고전문학 대계의 한 책으로 수록하여 민중서관에서 발간하였다. 그 밖에 김동욱의 《한중만록(閑中漫錄) 주해》 등 여러 종류의 한문본 ·한글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