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개구리 울음소리 들으며 100kg 썰매 끌고 남극 1,700km 걷다” 남극 탐험가 김영미 대장 - 1
"한 여인이 100kg의 무거운 썰매를 끌고 남극에서 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2014년 11월 14일 SRT기차에서 본 SRT잡지 첫장을 펼쳐보다가 발견한 〈영하 30도의 남극, 100kg의 썰매 1,700km를 횡단하다〉의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광고 문안이다.
첫 장에 산악인 김영미(46)의 남극 횡단 사진이 있었다. 이날은 필자가 독도의 날(11월 14일) 기념으로 개최하는 〈울릉도와 독도를 개척한 삼도 사람들〉 심포지엄에 가려고 서울 수서역에서 SRT 기차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으로 가던 도중 오송역을 지나며 산악인 김영미의 사진을 발견했던 것이다.
▲ 산악인 김영미 남극 1,700km횡단 광고 문안
필자는 지난해 4월에 금오승장 판사 뇌헌과 안용복 장군 도일 항로 탐사를 하러 친구 4명과 일본 시마네현과 돗토리현의 박물관, 사찰, 시마네현청 죽도(竹島) 자료실 등을 방문했다.
5월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49해전지 항로 탐사에 참여하고 나서 몽골 북부 ‘어머니의 바다’라고 불리는 홉스골을 탐사했다. 7월에는 제14회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에 참가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장보고 유적지 순레 탐사에 참여하여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가 규슈 유적지를 돌아보고 벳푸에서 오사카로 가는 페리 썬플라워(전장 199.9m)호를 탔다.
9월에는 제17회 이사부 독도·울릉도 항로 탐사에 참여하여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조사했다. 2024년 10월 (사)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독도 논문 논평을 요청해와 승낙했다. 담당자는 2024년 11월 15일 아침 7시 55분 출항하는 쾌속선 하멜호에 탑승한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이처럼 필자도 탐사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김영미 탐험가의 남극 횡단 기사를 찾아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 남극 빈슨 산괴(사진:위키원)
탐험가 김영미(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는 2003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탐험하고, 2004년 12월 19일에는 남극 최고봉 빈슨산을 등정했다. 빈슨 최고봉의 이름은 미국 남극 탐험 프로그램을 후원한 조지아주 하원의원 칼 빈슨(Car Vinson, 1883~1981)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칼 빈슨은 50년 이상 미국 하원에서 활동하며 미 해군을 강력하게 육성해 “두 개의 해양 해군의 아버지(The Father of the Two-Ocean Navy)”로 알려진 인물이다.
빈슨산은 남극 빈슨 매시프(山塊, Massif, 4,892m)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산괴는 커다란 산줄기에서 따로 떨어져 있는 산의 큰 덩어리를 뜻하며 남극반도 서쪽 기슭 근처의 론빙붕 위에 서 있는 남위 78도 엘스워스 산군의 센티넬산맥에 위치한다.
이 산괴는 남극에서 약 1,200km(750마일) 떨어져 있으며 길이는 약 21km(13마일), 폭은 13km(8.1마일)에 달한다. 빈슨 매시프는 1957년 미국 해군기에 의해 처음 목격되었고 1966년 12월 17일 미국산악협회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협조를 받은 니콜라스 클린치(Nicholas Clinch) 팀이 처음 등반하였다. 한국은 1985년 허욱, 이찬영, 하정식 산악인이 등정하여 남극 세종과학기지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약 1,000명의 산악인이 등정에 성공했다. 빈슨산에는 브란스콤 빙하가 있어 빙하 이동에 관한 기술이 필요하고 60도 경사의 설벽을 등반하는 최고의 난코스도 있다.
11월부터 1월까지의 여름철에는 24시간 동안 해가 비추지만 평균 기온은 –30°C(-20°F)이다. 2023년 12월 25일 경상국립대학교산악회 팀이 등정에 성공했다.
▲ 문성진 등반대장, 문성현 대원(사진:경상국립대학교산악회)
김영미는 20대에 히말라야 등반에 성공하고, 2008년에 7대륙 최고봉을 28세로 완등했다. 그녀는 2013년부터 남극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를 조사했다. 2017년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724km를 23일간 단독 종단하면서 남극점 횡단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며 남극의 저 끝을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020년에 국가 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적으로 체육훈장 거상장을 수훈했다.
영원아웃도어는 멈추지 않는 탐험(Naver Stop Exploring)이라는 회사 철학 아래 2005년 비인기 종목 선수를 육성하려고 ‘노스페이스 애슬리트 팀을 창단했다. 이 팀에는 김영미를 비롯하여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신운선, 박희용 선수와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 신은철, 정지민, 천종원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대한산악연맹은 일반 동호인을 대상으로 ‘제27회 노스페이스 컵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를 강남 코엑스 K-POP 광장 특설경기장에서 개최했다.
▲ 제27회 노스페이스컵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사진:영원아웃도어)
김영미 탐험가는 2023년 1월 16일 남극점에 도착해 페이스북에 소감을 올렸다.
“남극점에서 보냅니다. 1월 16일 51일째인 마지막 날 27.43km를 걸어 오후 8시 55분에 남위 90도에 도달. 전체 누적 거리는 1186.5km. 운행 중 낮의 기온은 영하 31도. 많이 추웠지만, 좋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많이 감사합니다. 덕분에 부상 없이 열 손가락, 열 발가락 짝 맞춰서 데려갑니다. 오늘 20여 km를 걷는 것도 동상이 염려되어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 내내 걱정이 되었어요.
어떻게 1,000km를 넘게 무거운 썰매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남극점에 섰지만, 내일이면 지난 과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듭니다. 길의 끝에 서니 50여 일의 긴 여정이 하룻밤 꿈 이야기 같아요. 춥고 바람 불던 날들, 흐리고 배고프던 시간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맑고 따뜻한 날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모두 행복하시기를 가장 남쪽 끝에서 차갑지만 맑고 따뜻한 기도를 보냅니다. 김영미 드림”
탐험가는 남극에 도착해 걸어가면서 나침반 고장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히말라야는 수직으로 등반하지만, 남극은 수평으로 계속 올라가 체력 소모가 더 컸다고 말했다. 힘들게 남극점을 방문하고 와서 다시 남극에 가고 싶은 욕망에 1년간 철저하게 준비를 거쳐 2024년 10월에 남극 대자연에 도전했다.
일반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경험하고 나면 절대로 그 일을 반복하지 않는데, 철의 여인 김영미 대장은 이를 극복하고 다시 도전했다. 남극 탐험에 도전하려고 설악산, 북한산, 백두대간, 울릉도 성인봉, 노르웨이 설원을 오르고 바닷가와 산에서 타이어를 끌고, 자전거 타기와 역기 훈련을 하며 체력 증진 훈련을 하였다. 특히 전지훈련 기간에는 화이트아웃 현상 극복에 전념했다. 화이트아웃은 눈 표면을 가스가 덮어 원근감을 잃는 현상으로 백시(白視) 또는 시야상실로 불린다.
▲ 남극 유니언빙하 도착 (사진:김영미 대장)
김영미 탐험가는 2024년 10월 26일 산악인 친구들과 영원무역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한국 인천공항을 출발해 11월 7일 남극대륙 유니언빙하에 도착했다. 11월 8일 남위 80° 허큘레스 인렛(Hercules Inlet, 표고 160m) 해안가를 출발했다.
그녀는 100kg의 무거운 썰매를 그동안 땀을 흘리며 고생한 훈련 덕분에 가볍게 끌며 남극점으로 향해 걸었다. 마침내 1,141km가 넘는 광활한 설원을 49일 3시간 동안 걸어서 2024년 12월 27일 오후 6시 44분에 남극 횡단의 반환점인 남위 90° 남극점(남위 90°, 날씨 영하 25도, 표고 2,835m)에 도착했다. 이는 무지원 단독 두 번째 남극점 도달로 텐트 등 장비가 40kg이고 식량이 60kg이었다.
특히 마지막 구간은 맞바람이 강해 도전하기가 정말 벅찼다. 탐험가는 걸어가면서 쉴 때마다 눈을 버너에 담아 녹여서 먹었다. 남극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추워져 남위 87°를 넘어서 2,000m가 넘으면 영하 25°C~35°C까지 내려간다.
▲ 남극점 도착 김영미 대장(사진:노스페이스)
그녀는 남극에서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다. 고향의 머물렀던 그 공간을 남극으로 가져갈 수가 있다고 생각해 개구리 울음소리, 설악산 봄의 계곡 물소리 소리를 담아갔다. 친구와 가족의 응원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과 화이트아웃을 극복해냈다. 탐험가는 10일에 한 번 양말을 갈아 신었다.
산악인 김영미 대장은 남극점에서 1차 보급을 받고 남극 횡단의 종착점인 레버렛 글라치어(Leverett Glacier, 레버렛 빙하)를 향해서 605km의 여정을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
(이어서 2부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