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K-루트탐사대, 46일만에 1,512km 개척...세계 6번째 내륙기지 건설 추진 남극을 연구하는 사람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 극지연구소(KOPRI, 신형철 소장)는 2024년 4월 연구소 개소 20주년을 맞아 “극지가 미래”라는 표어를 선정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극지연구소는 2025년 1월 12일 개관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 황제펭귄 3점, 북극여우 1점, 아델리펭귄 1점 등 생물 표본을 제공, 어린이 관람객들이 극지 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배우고 생물 종 다양성 보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필자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을 방문하여 가장 인기가 있고 참여도가 높은 어린이박물관 특별테마 전시장에 입장하려고 했으나, 어린이와 함께 오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관람을 포기했다.
평일인데도 유모차를 끌고 오는 젊은 엄마들의 행렬이 대단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월미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새로운 명소로 되었다.
극지연구소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는 2024년 11월 25일 제11차 월동대원과 앞으로 1년간 연구를 담당할 제12차 월동대원 인수 인계식이 진행되었다. 극지연구소는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2020/04~2024/12까지 수탁한 “극지 유래 생물자원을 활용한 항생제 후보물질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성실하게 수행하였다.
▲ 남극 세종과학기지 펭귄마을(사진;극지연구소)
남극 킹조지섬의 세종과학기지에서 2km 떨어진 곳에 펭귄의 서식지가 있다. 이곳은 세종기지에서 보호, 책임을 맡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면 5천 쌍의 펭귄이 찾아와 새끼를 낳는다. 펭귄마을에는 젠투펭귄, 턱끈펭귄, 아델리펭귄들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남극의 겨울은 4월 말에서 8월 초까지 길게 이어진다.이 기간에는 바다가 꽁꽁 얼고 날씨가 매우 거칠어지고 해가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장보고과학기지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약 100일간 외부 활동이 어려워 실내에서 게임이나 스포츠 등을 하며 지낸다. 여름철의 백야현상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 남극의 젠투펭귄(사진;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시작해 5년간 피땀 흘려 K-루트를 개척했다. K-루트 탐사대는 2021년 11월 16일 장보고과학기지를 출발해 12월 31일 46일 만에 1,512km를 통과해 남극 K-육상 루트를 처음 개통했다.
탐사대는 루트를 개척하면서 자동 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고, 빙하 시추, 운석 탐사도 하고, 헬기로 루트를 점검했다. 탐사대원들은 이동 중에 샤워나 빨래는 친환경 비누를 사용, 오염을 최소화하였고, 대원들의 대변은 모두 모아 연소시켰다.
▲ 극지연구소 K-루트 개척탐사대(사진:극지연구소)
K-루트 개척에는 민간업체도 참여하여 코오롱스포츠가 '극한 환경 안전장비 개발' 부분을 맡았다. 현대자동차는 산타페를 남극에 맞게 개조한 남극 트럭(Arctic Truck) 4대를 지원했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고단열 컨테이너와 모듈형 교량 제작을 맡았다.
모듈형 교량은 크레바스(갈라진 틈) 지역을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진공 단열재를 사용한 고단열 컨테이너는 극한 환경(영하 30도 이하)에서 전자 장비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 극지연구소 K-루트 개척(사진:극지연구소)
내륙기지 주변의 겨울 날씨는 영하 60도에 달해 우주 탐사 등 극한 환경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수행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극지연구소는 2032년까지 남극 내륙기지를 구축하여 해안에서 할 수 없었던 150만 년 전의 기후변화, 천문 관측, 심부 빙하 탐사 등 심층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현재 내륙기지는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이탈리아(공동 운영), 중국 5개 국가가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에 국립해양대 교수의 권유로 남극 방문을 계획하고 여권을 보냈지만, 코로나로 방문 계획이 무산되었다. 인간의 뇌는 일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그 일을 잘 기억하지만, 일이 완성되면 예전에 실행했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전문 용어로 제이가르니크 효과(Zeigarnik effect : 미완성 효과)라고 말한다.
SRT 기차를 타고 여수엑스포역으로 가면서 남극점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탐험가 김영미의 힘찬 발걸음을 보고 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Terra-Nova Bay)에 위치한 극지연구소 장보고과학기지에 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한국의 새로운 남극 내륙기지 후보지는 남위 76도 11분 동경 117도 36분에 위치한다. 주변 기지로는 약 250km 떨어진 콩코르디아(프-이) 기지와 300km 지점에 러시아 보스토크 기지가 있다.
현재 한국 탐사대는 기존 확보한 과학 루트 433km를 포함하여 2,200km의 육상 루트를 개척했다. 한국이 내륙기지 건설을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며, 연구진은 환경 영향 평가들을 진행해 ‘남극조약 협의 당사자 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 남극 K-루트(사진:극지연구소)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2027년까지 내륙 연구 최적 거점을 기지 후보지로 선정해 2032년에 남극 내륙에 세계 6번째로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남극에 내륙기지를 세운 나라는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이탈리아(공동), 중국 5곳이다.
새로 설립할 내륙기지는 세종과학기지와 2014년 2월 12일 준공한 장보고과학기지에 이은 세 번째 남극기지로 크레바스를 피해야 하는 등 고난도 탐사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진은 100만 년 전의 공기가 그대로 담긴 3,000m 깊이의 심부 빙하 시추와 빙하 2,000m 아래에 있는 호수(빙저호) 시추에도 도전하여 과거 지구 기후변화 정보와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빙하가 녹는 원인을 밝히고 2030년, 2050년, 2100년의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도 연구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서남극 스웨이트 빙하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지만,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구 범위를 전 남극 빙하로 확장한다.
극한 환경에서 생존한 극지 생물자원을 활용해 항생제, 치매치료제, 항균·면역조절물질 등 신규 의약물질을 개발한다.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범정부 극지 정책 협의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는 북극권 8개 국가와 맞춤형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2024년 10월 서울에서 제1차 남극포럼 세미나를 개최했다.
▲ 북극 온난화 증폭 변화 비교(사진:Dr. Matthew Henry)
2023년 12월 14일 제8대 극지연구소장으로 취임한 신형철 원장은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졸업하고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교에서 해양생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 박사는 1992년 세종기지 월동 연구위원으로 처음 남극과 인연을 맺었다.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는 2018년 발표한 〈최근 남극의 기후변화 고찰〉 논문에서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가 2~3배 빠르게 진행 중이며 이를 ‘북극 온난화 증폭(Arctic warming amplification)’이라 한다 (Overland et al., 2017; Goose et al, 2018).
그러나 남극은 기후변화의 양상이 북극과 다르게 나타나는데, 남극반도와 서남극은 온난화가 빠르고 해빙과 육상빙하의 감소도 두드러지지만, 동남극은 온난화가 거의 없고 해빙과 육상빙하는 약간 증가 추세에 있다.
서남극과 동남극이 이와 이 대조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은 아문센해 저기압 강화에 따른 시계 방향의 순환 증가로 따뜻한 해양성 공기가 남극반도와 서남극으로 유입되면서 서남극의 기온은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는 데 반해, 동남극은 차고 냉각된 남극 대륙의 공기가 로스해 쪽으로 불어 나오며 수온을 낮추고 해빙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성층권 오존 농도 감소에 따라 남극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제트기류가 강화됨에 따라 동남극은 약간의 냉각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발표했다.
▲ 남금 해빙(사진:극지연구소)
남극의 얼음은 약 3,000만 년 전의 형성되었다. 남극 전역의 얼음은 두께가 2km인데 지구 온난화와 해양의 순환변화 때문에 빙하가 녹고 있다. 남극 빙하의 면적은 중국과 인도의 면적과 거의 비슷하다. 남극의 기후변화는 북극의 급속한 온난화, 빙하 및 해빙의 감소와 다른 양상이지만, 북극의 변화와 같은 원인인 지구 온난화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온실가스 증가와 성층권 오존농도 감소는 서풍 제트기류의 세기를 강화해 남극은 온난화를 동남극은 냉각화를 가져오며 이는 빙하를 서남극에서는 급속히 녹이고 동남극에서는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서풍 제트기류의 강화는 해빙을 북쪽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가져와 전체적으로 해빙을 확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는 남극의 빙하와 해빙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몇 차례 발간된 IPCC 보고서에 의하면 약 100년 후에는 남극 기온도 오르고, 해빙과 빙하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현재 나타나는 이상 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남극의 빙하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 북극 그린란드 빙하의 감소와 더불어 전 지구 해수면을 올리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 남극 빙하의 변천(사진:NSIDC)
미국 국립 빙설(氷雪) 데이터센터(NSIDC)는 극지방, 극저온 연구를 지원하는 센터로 눈과 얼음 데이터 정보를 기록하고 배포하며, 눈 덮인 지역(snow cover), 눈사태(avalanches), 빙하(glaciers), 빙상(ice sheets), 담수 얼음(freshwater ice), 해빙(sea ice), 지상 얼음(ground ice), 영구 동토층(permafrost), 대기 얼음(atmospheric ice), 고생물학(paleoglaciology), 빙핵(ice cores)에 대한 정보를 관리한다.
▲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사진:NOAA)
NSIDC는 콜로라도 대학교 환경과학연구소(CIRS)의 일원으로 협력 협정을 통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국립환경정보센터와 제휴하고 있다. NSIDC는 NASA의 과거 및 현재 위성과 현장 측정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배포하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12개의 분산 능동 아카이브 센터 중 하나이다.
NSIDC는 남극 빙하의 변화를 매년 발표하는데 사진 속의 주황색은 1986년~ 2010년까지 빙하선 경계이며, 흰색은 최근 빙하가 사라진 해빙 지역으로 영국 국토 5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사라졌다.
이제 우리 인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과 실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해서 4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