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펭귄, 해빙 녹으면서 서식지 30% 파괴...금세기 90% 멸종 위기 직면 남극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
남극의 신사로 불리는 황제펭귄 서식지인 남극 해빙(바다 얼음)이 급격히 녹아 사라지면서 황제펭귄의 번식이 실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남극연구소(BAS) 피터 프렛웰 박사팀은 과학 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 실린 논문을 통해 “남극 벨링하우젠 해 중부와 동부에 있는 황제펭귄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지난해 얼음이 사라져 새끼들이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황제펭귄은 4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바다 얼음 위에서 생활하는데 일단 번식지에 도착하면 겨울인 5~6월 알을 낳고 65일 후 부화하지만, 새끼들은 여름인 12~1월까지 방수 역할을 하는 깃털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
▲ 남극 서쪽 벨링하우젠 해(사진:위키백과)
연구진이 촬영한 사진을 자세히 보면 12월 황제펭귄 서식지에는 바다 얼음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새끼들이 완전한 깃털을 갖추기도 전에 서식지에서 내몰린 것을 의미한다. 2023년 12월 초 남극 얼음 면적은 2021년 기록된 역대 최저치와 유사했다.
황제펭귄 서식지가 있는 남극반도 서쪽 벨링하우제해 중부·동부 지역에서 해빙 손실이 컸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지역 해빙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피터 프렛웰 박사는 “어린 새끼들이 익사하거나 얼어 죽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 남극 황제펭권(사진:AP연합뉴스)
해빙 학자들은 펭귄 서식지 62곳 중 약 30%가 해빙 손실로 피해당하고, 13곳은 완전히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극은 황제펭귄이 거주하는 유일한 지역으로 배설물 흔적으로 추정했을 때 현재 약 30만 쌍이 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해빙이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가 지속이 되면 황제펭귄은 금세기 말에 서식지 90%가 멸종 위험에 직면한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멸종 위기 동물을 분류하는데 황제펭귄은 현재 ‘거의 위협에 처한(near threatened)’ 동물로 구분하지만, 이처럼 온난화로 서식지가 급속하게 파괴되면 ‘보다 긴급한 취약(vulnerable)’ 동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남극 웨델해의 황제팽귄(사진:Polar Tourism Guides Association)
극지연구소의 이원영 박사는 남극에서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 젠투펭귄 등을 연구하고 《펭귄의 여름》, 《물속을 나는 새》,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생명에게 배운다》, 《아틱 노트》 등을 발간했다.
이 박사는 펭귄 서식지를 찾아가 며칠씩 야영하면서 펭귄은 어디까지 가서 먹이를 먹고, 어디까지 이동하는지, 어떻게 새끼를 낳고 기르는지, 펭귄은 어떻게 서로 의사소통하는지를 연구하려고 펭귄 몸에 GPS를 부착하고 며칠씩 기다리며 자료를 수집하며 펭귄 연구를 계속하였다.
▲ 이원영 저 《펭귄의 여름》
이원영 박사는 극지연구소를 찾은 학생들에게 “펭귄은 수심 5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동물로 최근에는 해빙으로 황제펭귄 개체 수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에 펭귄이 위험하면 인간도 곧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남극의 동물 생태계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2019년부터 턱끈펭귄의 수면 패턴을 프랑스팀과 공동연구하여 2023년 저널에 발표하였다. 턱끈펭귄은 2주간 측정된 뇌파와 움직임을 분석할 결과 하루 11시간 자면서 1만 번 이상 잠들어 수면 지속 시간은 불과 4초에 불과했다.
▲ 이원영 선임연구원(사진:극지연구소)
2024년 5월 사이언스 타임지는 영국 남극연구소(BAS) 레이철 다이아몬드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의 연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기후변화로 인해 2023년 겨울은 남극 해빙(sea ice)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한 해로 기록했다.
이런 해빙의 감소는 약 2천 년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으로 영국 본토 그레이트 브리튼 섬의 10배인 200만㎢ 이상의 면적이 줄었다는 놀라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극 해빙 감소 원인은 확실하게 규명할 수 없지만, 수면 아래 저장된 열과 해류 순환, 2023년 상반기의 기록적인 수온 상승이 영향을 크게 준 것으로 진단했다.
▲ 해빙을 조사하는 영국 남극연구소 항공기(사진:BAS)
캐럴라인 홈즈 박사는 논문에서 “기후모델 연구 결과 남극 대륙 주변의 해빙 손실은 향후 20년이 지나도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루임스 사임 박사는 남극 해빙이 20년 이상 낮게 유지되면 지역 및 전 세계 날씨와 남극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 줄어든 남극의 해빙 면적과 스웨이츠 빙하(사진:NSDC)
2018년 네이처(NATURE)가 선정한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 분야 이슈 10선 연구과제 공모에 대한민국 극지연구소가 4년간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부터 남극 빙하 붕괴에 따른 해수면 상승 예측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미국, 영국과 공동연구(800억 원)에 4년간 200억 원을 지원해 남극 스웨이츠 빙하 돌발 붕괴 유발 연구에 참여하였다.
영국 리즈대학 헤더 셀리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계속되면 2100년에는 지구 온도가 2.7도 높아지면서 가뭄, 홍수, 사이클론 등의 강도와 발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리 연구원과 한나 호그 영국 리즈대 교수는 게츠 지역의 빙하 분포를 조사한 결과 14개 빙하의 녹는 속도가 25년 전보다 평균 23.8% 빨라졌으며, 게츠 지역 중심부에 있는 빙하는 최대 59% 빨라졌다고 밝혔다. 이 기간에 게츠 지역의 빙하 유실량은 315 기가톤에 달했는데, 이는 올림픽대회 수영장 1억 2600만 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9개 빙하에 중요한 기후 보고서가 발표됐거나 기후 정책 협의가 이뤄진 도시 이름을 붙일 것을 공식 제안해 2021년 영국 남극지명위원회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 2021년 영국 남극지명위원회 인천빙하 탄생(사진:BAS)
빙하 이름을 가진 9개 도시는 1979년 세계최초 기후회의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합의를 위해 처음으로 세계정상회담이 열린 브라질 리오, 2015년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미만(가급적 1.5도 미만)으로 제한을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으로 협의한 파리, 베를린(독일, 1995년 제1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 도시), 교토(일본, 1997년 12월 지구온난화방지 교토의정서 채택), 발리(인도네시아, 2007년 기후 과학자 발리 선언), 스톡홀름(스웨덴, 1972년 6월 5일 UN인간환경회의 개최), 인천(한국,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따른 정부간 협의체 회의 개최), 글래스고(영국, 2021년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최)이다.
▲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따른 정부간 협의체 회의(사진:인천시청)
스웨이츠 빙하 인근 소규모 빙하에 새로 명명된 도시 이름 빙하들은 향후 지도와 해도 등 출판물에 적용되기 위해 ‘국제남극대륙종합관보(International Journal of the Antarctic Continent)’에 등재되었다. 이는 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해 힘써준 도시의 이름을 빙하에 붙임으로써 우리의 노력을 상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해당 도시와 국가가 절박한 남극 상황과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에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는 취지이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