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만 잡힌 심해성 어류에 콩나물과 고춧가루 넣어 요리... 국물 맛 환상 동해 거진항 참망치 매운탕
매년 1월이면 동해안을 방문하는데 올해는 화순 운주사, 여수 오동도, 순천만 습지공원 등을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열어보니 페이스북에 예전 방문했던 고성군 거진항이 등장했다. 친구 부부와 30년이 넘게 함께 여행하면서 삼척에서 1박 하고, 북쪽으로 향하면서 거진항에 사는 친구와 통화했는데, 거진항의 단골 맛집을 소개했다.
▲ 거진항
화진포콘도에서 1박 하고 친구가 알려준 식당에 점심을 예약했다. 식당 주인은 참망치 매운탕을 추천했다. 식당을 찾는 데 간판이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한 바퀴 더 돌아 식당으로 들어갔다. 해맞이횟집 식당은 비록 규모가 작지만, 음식 맛이 뛰어나 현지 주민들만 찾는 식당이었다. 식당 안에는 손님이 제법 많았다.
▲ 거진항 해맞이횟집
필자는 이곳에서 ‘참망치’ 생선을 처음 들었다. 식당에 들어선 15분이 지나자 푸짐한 매운탕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그런데 매운탕에 미나리는 하나도 안 보이고 콩나물만 그득했다. 궁금증이 발동해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주인은 “우리 식당은 특별한 양념이 없이 콩나물과 고춧가루만 넣는다.”라고 말씀하셨다. 국물과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맛보니 일품이었다. 밥 한 그릇을 금세 다 먹고 밥을 더 달라고 했다. 생산 국물 맛이 정말 좋았다.
▲ 참망치 매운탕
참망치 매운탕 맛은 동해안에서 맛보았던 물텀벙 곰치, 도치, 물메기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색다른 맛이었다. 이 생선은 겨울철에만 잡히는 아주 귀한 생선이라고 알려주었다. 참망치를 백과사전에서 검색하니 “크기는 35cm, 심해성 어류로 몸이 납작하고 평평하며 아귀처럼 생겼다. 생선은 비늘이 없고, 등에는 오돌오돌 돌기와 점액이 많다.”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 참망치 사진
매운탕 생선 살을 먹어보니 아주 부드럽고 씹는 맛이 좋았다. 양이 많지만 4명이 금방 양푼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평소 생선 작은 가시에 대한 공포가 조금 있는데 참망치 생선은 뼈가 단단해 발라내기에 좋았다. 매운탕 국물을 먹어보니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예술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안에 걸린 참망치 생선 사진 한 장을 찍었다.
▲ 화진포콘도
아침에 드넓고 포근한 동해를 품은 화진포 콘도 사진과 백사장에서 걷는 사람들을 보고 나니 뜨거운 매운탕의 진한 국물과 수제비 맛이 생각나서 2월에 동해를 방문하면 해맞이횟집 식당을 다시 찾아가 겨울철 동해 북단에서만 잡히는 참망치 매운탕을 먹을 생각이다.
동해와 화진포백사장과 참망치 매운탕 맛이 그리워 《강원 고성 문화유산 가이북》을 읽어 가며 문화유산 고성 육송정의 무지개 같은 원형 다리인 홍교(虹橋) 및 기타 유산을 읽는다.
▲ 강원도 화진포백사장
명태의 고향은 강원도 고성이다.
겨울이면 집에 항상 북어가 넉넉하게 걸려있어 일하는 누이들이 걸어놓은 북어 몇 마리 걷어다가 다듬이돌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겨서 공장 사람들을 위해 푸짐하고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이제는 어디에서도 방망이 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아 참으로 아쉽다.
과거 강원도 고성 사람들은 항구마다 명태가 그득하고 누구나 명태잡이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듣고 성장해 명태잡이 소리를 할 줄 안다. 명태잡이 소리를 한번 들어보자.
▲ 고성 명태잡이 공연(사진:설악신문)
댕겨보세 댕겨보세 에야 올라가는 비우치야 에야 우리 소망 들어주오 에야 우리의 망자 열어주자 에야 그물 천 코라도 에야 우리 망자가 잘도 걸었다 에야 아홉 코에 열 마리씩 에야 올라가고 내려가는 비우치도 에야 우리에 망자에 다 와서 에야 걸어주게 에야
- 명태잡이소리 〈그물당기는 소리〉-
▲ 1982년 11월 동해안 어항의 명태(사진:경향신문)
명태는 ‘국민 생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흔했던 생선인데 폭염과 기후 온난화로 동해안 바다 수온이 1.44도 오르면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와 도루묵은 북쪽으로 올라가고 이제는 동해안 어장에는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터줏대감이 되고 초대형 참치와 독성 해파리가 등장했다.
매년 7월이 되면 지자체에서는 관광객 보호를 위해 해파리 구제를 시행한다. 해양기후 속도의 빠른 변화로 해수면 상승이 예상되어 새로운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