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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세계 - 외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6.17. 20:35 (2026.06.17. 20:06)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 저승의 여왕

 
순수한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왕 하데스의 아내가 되어 두 세계를 다스리는 여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목   차
[숨기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 저승의 여왕
 
 
 

개요

 
순수한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왕 하데스의 아내가 되어 두 세계를 다스리는 여왕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제1장 꽃의 여신

1.1 봄의 딸
 
페르세포네는 제우스와 데메테르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꽃과 새싹, 봄의 기운을 품고 있었으며, 대지의 풍요를 상징하는 특별한 여신으로 자라났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들판과 숲을 거닐며 꽃과 곡식을 돌보는 일을 좋아하였다.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는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한다고 전해질 만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존재였다.
 
인간들은 그녀를 ‘코레(Kore)’, 즉 소녀라 불렀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신이라는 뜻이었다. 사람들에게 그녀는 순수함과 희망의 상징이었으며, 겨울이 끝난 뒤 찾아오는 따뜻한 봄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였다. 누구도 그녀의 밝은 미소 뒤에 거대한 운명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페르세포네 역시 자신의 삶이 영원히 지금과 같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녀는 죽음도, 상실도, 이별도 알지 못했다. 생명의 밝은 면만을 보며 살아온 그녀에게 운명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꽃과 새싹이 가득한 들판에 서 있는 어린 페르세포네
 
 
1.2 데메테르의 사랑
 
데메테르는 외동딸인 페르세포네를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였다. 그녀는 언제나 딸의 곁을 지키며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 하였다.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이 페르세포네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데메테르는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딸이 가능한 한 오래 자신의 곁에 머물기를 바랐다.
 
페르세포네도 어머니를 깊이 사랑하였다. 두 여신은 들판을 함께 거닐고 꽃을 가꾸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인간들은 모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풍요와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실제로 두 여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피어나고 곡식이 무르익는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자식의 운명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데메테르는 딸을 지키려 했지만, 그녀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는 이미 신들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페르세포네의 삶은 곧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꽃밭을 함께 거니는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1.3 꽃밭의 소녀
 
어느 화창한 날, 페르세포네는 오케아니스들과 님프들을 데리고 넓은 초원으로 나갔다. 들판에는 장미와 백합, 붓꽃과 제비꽃이 만개해 있었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꽃을 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봄의 여신답게 그녀가 있는 곳마다 생명이 넘쳐났다.
 
소녀들은 노래를 부르며 들판을 뛰어다녔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는 새들이 날아다녔다. 페르세포네는 꽃으로 화관을 만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의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처럼 보였다. 두려움도 걱정도 없이 오직 오늘의 아름다움만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때때로 가장 평화로운 순간에 끝을 맞는다. 그녀가 뛰놀던 꽃밭은 곧 운명의 무대가 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페르세포네는 아직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님프들과 꽃을 따며 웃고 있는 페르세포네
 
 
1.4 운명의 수선화
 
꽃밭 한가운데에는 유난히 아름다운 수선화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꽃은 다른 어떤 꽃보다 크고 화려하였다. 사실 그것은 가이아가 신들의 뜻에 따라 피워 올린 특별한 꽃이었다. 페르세포네는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천천히 꽃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손을 내밀어 꽃을 꺾으려는 순간, 대지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갈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틈 속에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가 솟아올랐고, 황금 왕관을 쓴 하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란 님프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모든 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전차에 태우고 저승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었지만, 대지는 다시 닫혀 버렸다. 꽃밭의 소녀였던 페르세포네의 삶은 그 순간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황금빛 수선화에 손을 뻗는 페르세포네
 
 
 

제2장 저승의 왕

2.1 보이지 않는 신
 
하데스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이자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형제였다. 티타노마키아가 끝난 뒤 세 형제가 제비를 뽑아 세상을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을 때, 하데스는 지하 세계인 저승을 맡게 되었다. 제우스가 하늘을, 포세이돈이 바다를 차지한 것에 비해 저승은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여겨졌기에 많은 이들은 이를 불행한 운명이라 생각하였다.
 
인간들은 하데스를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모이는 세계를 다스리는 신이었으며, 누구도 그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조차 꺼려 하였고, 대신 ‘보이지 않는 자’ 혹은 ‘부유한 자’라는 별칭으로 불렀다. 이는 땅속의 모든 광물과 보물이 그의 소유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데스는 악한 신이 아니었다. 그는 죽음을 가져오는 존재가 아니라 죽음 이후의 질서를 유지하는 통치자였다. 누구에게도 특혜를 주지 않았고, 누구도 부당하게 벌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세계에는 웃음보다 침묵이 많았고, 생명보다 이별이 많았을 뿐이었다.
 
저승의 왕좌에 앉아 있는 하데스
 
 
2.2 외로운 통치자
 
저승은 광대한 왕국이었다. 스틱스 강과 아케론 강이 흐르고 있었으며, 수많은 영혼들이 끝없는 평원과 궁전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하데스의 궁전은 검은 대리석과 황금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었지만, 그 화려함 속에도 생명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데스는 오랜 세월 동안 홀로 저승을 다스려 왔다. 영혼들은 그를 두려워했고, 저승의 정령들은 그를 존경했지만 누구도 친구나 동반자가 될 수는 없었다. 올림포스에서는 신들이 연회를 열고 웃고 떠들었지만, 하데스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 속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지상에서 꽃을 따며 웃고 있는 페르세포네를 보게 되었다. 생명과 빛으로 가득한 그녀의 모습은 어둠과 정적 속에서 살아온 하데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순간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곁을 함께할 존재를 원하게 되었다.
 
텅 빈 궁전에서 홀로 서 있는 하데스
 
 
2.3 제우스의 허락
 
하데스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올림포스로 올라가 형제인 제우스를 찾아갔다. 그리고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제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데메테르가 이 결혼을 결코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다른 한편으로 하데스의 처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저승은 신들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세계였으며, 하데스 역시 올림포스의 중요한 통치자였다. 그는 하데스가 정당한 배우자를 맞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제우스는 공개적인 결혼식 대신 조용히 일을 진행하도록 허락하였다. 그 결정은 신들의 질서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당사자인 페르세포네와 데메테르의 의사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 훗날 이 결정은 올림포스와 인간 세계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올림포스에서 대화를 나누는 제우스와 하데스
 
 
2.4 갈라지는 대지
 
수선화를 꺾으려던 순간, 페르세포네의 발밑에서 대지가 갈라졌다. 검은 전차를 탄 하데스는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안고 저승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고, 님프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페르세포네는 울부짖으며 어머니를 불렀다. 그녀는 전차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하데스의 힘을 거스를 수 없었다. 초원과 꽃밭, 햇살과 푸른 하늘은 점점 멀어졌고, 대신 차가운 암석과 깊은 어둠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단순한 납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소녀였던 페르세포네가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이 여정의 끝에서 자신은 더 이상 꽃밭의 소녀가 아닌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된다.
 
검은 전차를 타고 대지 위로 솟아오르는 하데스
 
 
 

제3장 어둠의 세계

3.1 저승으로 가다
 
하데스의 전차는 갈라진 대지 아래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달렸다. 페르세포네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지상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녀는 어둠이 끝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꽃과 새들의 노랫소리 대신 차가운 바람과 깊은 침묵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얼마 후 전차는 거대한 강가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모여 있었고, 검은 물결은 끝없이 저편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를 잃었다는 사실보다도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 그러나 전차는 멈추지 않았고, 저승의 중심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스틱스 강 너머 저승 세계를 바라보는 페르세포네
 
 
3.2 검은 궁전
 
마침내 하데스의 궁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대리석과 황금 장식으로 이루어진 궁전은 웅장하고 장엄하였지만, 지상의 어떤 궁전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궁전 주변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고, 저승의 정령들이 왕의 귀환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궁전 안으로 안내하였다. 그는 그녀를 포로나 노예처럼 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중하게 맞이하였다. 그는 저승의 왕비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이 왜 그녀를 데려왔는지 설명하였다.
 
하지만 페르세포네에게 그런 말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지상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다. 궁전의 화려함도, 하데스의 친절함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낯설고 두려운 것일 뿐이었다.
 
하데스의 궁전을 처음 마주하는 페르세포네
 
 
3.3 슬픔 속의 나날
 
처음의 페르세포네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궁전 깊은 곳에 머물며 지상을 그리워하였다. 꽃이 피는 봄날과 어머니의 미소, 햇살이 비추던 들판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흘렀다. 저승은 그녀에게 너무 조용하고 너무 어두운 곳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조금씩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승에는 단순히 고통받는 영혼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영혼들이 삶의 기억을 품은 채 새로운 안식을 찾아 머물고 있었다. 그들 역시 한때는 사랑하고 꿈꾸며 살아갔던 존재들이었다.
 
페르세포네는 처음으로 영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생명만을 알고 있던 그녀는 죽음 또한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영혼들 사이를 걸으며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페르세포네
 
 
3.4 왕비의 제안
 
하데스는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는 페르세포네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기를 기다렸다. 때로는 저승의 법을 설명해 주었고, 때로는 영혼들이 평온하게 안식을 얻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단순히 죽음을 상징하는 무서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누구에게도 부당하지 않았으며, 저승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상을 돌보는 데메테르의 모습과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지상을 그리워했지만, 저승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품게 되었다.
 
왕좌 곁에서 하데스의 설명을 듣는 페르세포네
 
 
 

제4장 신들의 협상

4.1 어머니의 슬픔
 
한편 지상에서는 데메테르가 딸을 잃은 슬픔 속에서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페르세포네는 저승 깊은 곳에 있었지만, 어머니의 고통은 그녀가 있는 곳까지 전해지는 듯하였다. 들판에서는 더 이상 곡식이 자라지 않았고, 나무들은 열매를 맺지 못했다. 생명을 관장하는 여신의 슬픔이 그대로 대지에 드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근은 심각해졌다. 인간들은 굶주림에 시달렸고,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조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점점 황폐해졌으며, 인간들은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데메테르가 풍요의 힘을 거두어 간 결과였다.
 
저승에 머물고 있던 페르세포네 역시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라진 뒤 어머니가 얼마나 큰 슬픔을 겪고 있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도 지상을 향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함께 자리 잡기 시작하였다.
 
메마른 들판을 바라보는 데메테르
 
 
4.2 굶주린 세상
 
기근은 이제 인간 세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었다. 곡식 창고는 비어 갔고, 농부들은 아무리 씨앗을 뿌려도 수확을 얻지 못했다. 마을마다 굶주림과 절망이 퍼져 나갔으며,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간들은 신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림포스의 신들도 점차 위기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되면서 신들의 권위 또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제우스는 자신의 결정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심하였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결합이 신들의 질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었지만, 인간 세계가 멸망한다면 그 질서 역시 유지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하데스와 데메테르 사이의 갈등을 끝내기 위한 중재에 나서게 된다.
 
메마른 농경지와 빈 곡식창고 앞에 모여 있는 농민들
 
 
4.3 저승의 석류
 
제우스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를 저승으로 보냈다. 헤르메스는 하데스의 궁전을 찾아가 신들의 왕의 뜻을 전했다. 그는 페르세포네를 지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하였다. 하데스는 이미 세상의 혼란을 알고 있었고, 결국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하데스는 마지막으로 페르세포네에게 붉게 익은 석류를 내밀었다. 오랜 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그녀는 무심코 몇 알의 석류를 입에 넣었다. 그것은 단순한 과일처럼 보였지만, 저승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음식이었다.
 
저승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 세계와 완전히 인연을 끊을 수 없다고 여겨졌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억지로 붙잡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과 저승을 완전히 잊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은 훗날 그녀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붉은 석류를 손에 든 페르세포네
 
 
4.4 두 세계의 운명
 
헤르메스는 페르세포네를 데리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오랜만에 딸을 본 데메테르는 눈물을 흘리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모녀의 재회와 함께 메말랐던 대지는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꽃들이 피어나고 곡식들이 자라기 시작하자 인간들은 기쁨에 환호하였다.
 
하지만 곧 석류를 먹은 사실이 알려졌다. 신들은 긴 논의 끝에 새로운 질서를 정하게 되었다. 페르세포네는 한 해의 일부를 지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고, 나머지 기간은 저승에서 하데스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완전히 만족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 순간 페르세포네는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더 이상 지상만의 여신도, 저승만의 왕비도 아니었다. 생명과 죽음, 시작과 끝을 잇는 존재가 된 것이다.
 
제우스 앞에서 운명을 결정받는 페르세포네
 
 
 

제5장 저승의 여왕

5.1 돌아온 봄
 
페르세포네가 지상으로 돌아오자 데메테르는 다시 대지에 축복을 내렸다. 얼어붙었던 땅은 녹아내리고 들판에는 새싹이 돋아났다. 꽃들은 만개하였고, 사람들은 오랜만에 풍요로운 계절을 맞이하였다. 인간들은 이를 봄의 귀환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페르세포네는 예전과 같은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저승을 경험했고, 죽은 자들의 세계를 직접 보았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꽃과 봄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 깨달음은 그녀를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존재로 만들었다.
 
꽃이 피어나는 들판 위에 선 페르세포네
 
 
5.2 다시 떠나는 길
 
시간이 흘러 저승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데메테르는 딸과의 이별을 슬퍼하였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절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페르세포네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페르세포네 역시 어머니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이해하고 있었다. 저승에도 자신을 기다리는 존재들이 있었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지상의 꽃밭을 바라본 뒤 저승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의 이별은 납치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길이었으며, 두 세계를 잇기 위한 여정이었다.
 
저승으로 향하며 뒤돌아보는 페르세포네
 
 
5.3 하데스의 동반자
 
저승으로 돌아온 페르세포네는 더 이상 낯선 손님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데스와 함께 왕국을 다스리며 영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망자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기보다 존경하기 시작했다.
 
하데스가 질서와 법을 상징한다면, 페르세포네는 이해와 자비를 상징하였다. 그녀는 슬픔을 품고 있는 영혼들을 위로하였고, 저승의 세계에 따뜻함을 더해 주었다. 그래서 많은 영혼들은 그녀를 ‘자비로운 여왕’이라 불렀다.
 
세월이 흐를수록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는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 갔다. 두 신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태어났지만, 함께 저승의 질서를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함께 저승을 다스리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5.4 두 세계의 여왕
 
페르세포네는 지상에서는 봄과 생명의 여신으로, 저승에서는 죽은 자들의 여왕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녀는 두 세계 모두에 속한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녀의 운명에서 자연의 순환을 보았다. 씨앗이 땅속에 묻혀 죽은 듯 보이다가 다시 싹을 틔우는 모습은 저승과 지상을 오가는 페르세포네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단순한 봄의 여신이 아니라 재생과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꽃밭을 뛰놀던 소녀였던 페르세포네는 마침내 저승의 여왕으로 성장하였다. 그녀는 생명과 죽음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속에 존재한다는 진리를 보여 주는 존재가 되었고, 두 세계를 잇는 영원한 여왕으로 기억되게 되었다.
 
저승의 왕좌에 앉아 두 세계를 바라보는 페르세포네
 
 
 

맺음말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납치와 재회의 신화가 아니다. 이는 한 소녀가 상실과 두려움을 넘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봄의 여신이었던 페르세포네는 저승의 여왕이 되었고, 생명과 죽음을 이어 주는 존재로 거듭났다.
 
이 이야기는 이어지는 「엘레우시스의 신비」로 연결된다. 인간들은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신화 속에서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하였고, 그 믿음은 훗날 엘레우시스의 신비 의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 참조 지식지도
▣ 다큐먼트
▣ 참조 정보 (쪽별)
◈ 소유
◈ 참조
©2004 General Libraries

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