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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계보와 비극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6.20. 19:55 (2026.06.20. 19:55)

텔레고네이아 -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운명

 
이 이야기는 오디세우스와 마녀 키르케 사이에서 태어난 텔레고노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시작된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이타카에 도착하지만,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오디세우스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결국 텔레고노스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어 깊은 슬픔에 빠진다. 이후 그는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를 데리고 아이아이에 섬으로 돌아가며, 남겨진 인물들은 오디세우스의 죽음 이후 새로운 관계와 운명을 맞이한다.
목   차
[숨기기]
텔레고네이아 -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운명
 

개요

 
《텔레고네이아(Telegoneia)》는 《오디세이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고대 그리스 서사시로,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운명과 그의 아들 텔레고노스의 비극적인 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원전은 소실되어 전하지 않지만, 후대 작가들의 요약과 기록을 통해 주요 내용이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오디세우스와 마녀 키르케 사이에서 태어난 텔레고노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시작된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이타카에 도착하지만,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오디세우스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결국 텔레고노스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어 깊은 슬픔에 빠진다. 이후 그는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를 데리고 아이아이에 섬으로 돌아가며, 남겨진 인물들은 오디세우스의 죽음 이후 새로운 관계와 운명을 맞이한다.
 
《텔레고네이아》는 《오디세이아》의 후일담이자 오디세우스 전설의 마지막 장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영웅의 죽음과 세대의 교체,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리고 비극 속에서 이루어지는 화해와 계승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제1장 잊혀진 아들

1.1 아이아이에의 섬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오랜 방랑을 이어 가던 오디세우스는 마녀 키르케가 다스리는 아이아이에 섬에 도착하였다. 키르케는 강력한 마법과 예언의 힘을 지닌 여신이었으며, 처음에는 오디세우스의 동료들을 짐승으로 바꾸어 놓았으나 결국 그의 용기와 지혜에 감복하여 그를 받아들였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전쟁과 방랑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사이에는 깊은 정이 생겼다. 두 사람은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키르케는 그 아이에게 ‘멀리서 태어난 자’라는 뜻의 텔레고노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조국 이타카와 가족을 잊을 수 없었고, 결국 귀향을 결심하게 된다.
 
오디세우스가 섬을 떠난 뒤 키르케는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되었다. 텔레고노스는 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성장했으며, 그의 존재는 이타카 사람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훗날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뒤바꾸게 될 비극은 바로 이 외딴 섬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아이에 섬의 궁전 앞에 선 오디세우스와 키르케
 
 
1.2 마녀 키르케
 
키르케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로 태어나 신들과 인간 모두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존재였다. 그녀는 약초와 마법에 능했으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예언의 힘도 지니고 있었다. 아이아이에 섬은 그녀의 영역이었고, 수많은 짐승들이 궁전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본래 인간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를 만난 뒤 키르케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녀는 처음으로 한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오디세우스 역시 그녀의 도움으로 죽음과도 같은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만남은 키르케의 운명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에도 키르케는 그를 잊지 못했다. 그녀는 텔레고노스에게 아버지의 용맹함과 지혜를 이야기해 주었고, 언젠가 운명이 두 사람을 다시 이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신들이 준비한 운명은 재회가 아니라 비극적인 결말에 가까운 것이었다.
 
마법의 약초를 들고 있는 키르케
 
 
1.3 텔레고노스의 탄생
 
텔레고노스는 영웅 오디세우스와 여신 키르케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의 존재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힘과 재능을 보였으며, 바다와 항해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키르케는 아들의 장래를 예감하며 직접 무술과 생존 기술, 그리고 신들의 세계에 관한 지식을 가르쳤다.
 
소년이 성장할수록 그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어머니 외에 가족이라 부를 사람이 없었고, 자신과 닮지 않은 어머니를 보며 아버지의 존재를 자주 물었다. 키르케는 처음에는 대답을 피했지만, 결국 그가 위대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들임을 알려 주었다.
 
그날 이후 텔레고노스의 마음에는 새로운 열망이 자리 잡았다.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했으며,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했다. 키르케는 아들이 결국 먼 바다로 떠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여정을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운명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린 텔레고노스를 품에 안은 키르케
 
 
1.4 아버지의 이름
 
청년이 된 텔레고노스는 더 이상 섬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왜 자신을 두고 떠났는지 알고 싶어 했다. 마침내 그는 키르케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겠다고 선언하며 아버지를 찾아 나설 뜻을 밝혔다.
 
키르케는 아들의 결심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신비한 예언의 힘으로 장차 닥칠 불행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명을 완전히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아들에게 항해에 필요한 무기와 배를 마련해 주고, 먼 길을 위한 축복을 내렸다.
 
텔레고노스는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되새겼다. 오디세우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수많은 모험을 이겨 낸 지혜로운 왕. 그는 자신이 곧 그 전설적인 인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 만남이 아버지와 아들 모두의 삶을 끝없이 뒤흔들 비극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먼 바다를 바라보는 청년 텔레고노스
 
 
 

제2장 운명의 항해

2.1 떠나는 젊은 영웅
 
텔레고노스는 성장할수록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은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그는 아이아이에 섬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자신의 삶에 중요한 한 조각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늘 느끼고 있었다. 어머니 키르케는 아버지가 위대한 영웅 오디세우스라고 알려 주었지만,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다. 텔레고노스는 언젠가 반드시 아버지를 찾아가겠다고 결심했고, 그 생각은 해가 갈수록 더욱 강해졌다.
 
마침내 청년이 된 그는 키르케에게 항해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키르케는 아들의 결심을 듣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운명을 억지로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배와 식량, 항해에 필요한 도구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바다의 독가오리 가시가 달린 창을 건네며 위험한 순간 자신을 지키라고 당부했다. 그 무기는 강력한 보호물이었지만, 훗날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운명을 결정짓는 비극의 도구가 되고 만다.
 
출항의 날, 텔레고노스는 섬의 해안에 서서 자신을 길러 준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키르케는 아들의 손을 잡고 무사한 귀환을 기원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배가 점점 멀어지자 아이아이에 섬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갔다. 텔레고노스는 설렘과 기대 속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지만, 그 항해가 아버지와 자신의 운명을 모두 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아직 알지 못했다.
 
해안에서 배에 오르는 텔레고노스
 
 
2.2 바다의 예언
 
아이아이에를 떠난 텔레고노스는 넓은 에게해와 이오니아해를 지나며 수많은 섬과 항구를 방문하였다. 그는 각지에서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물었고, 사람들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과 기나긴 방랑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 갔다. 동시에 자신 역시 그 영웅의 아들답게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거친 바람이 바다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파도는 높게 일었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왔다. 선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텔레고노스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 노인이 나타나 피로 물든 바다를 가리키며 “네가 찾는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그러나 그 만남은 기쁨보다 더 큰 슬픔을 남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텔레고노스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지만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꿈은 종종 신들이 보내는 경고나 계시로 여겨졌다. 그러나 젊은 텔레고노스는 그 예언을 단순한 악몽으로 생각했다. 그는 오히려 아버지를 만날 날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고 배는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신들이 보낸 경고는 이미 내려졌으며, 운명의 그물은 조금씩 그의 주변을 조여 오고 있었다.
 
폭풍우 속에서 예언의 꿈을 꾸는 텔레고노스
 
 
2.3 낯선 땅
 
수개월에 걸친 항해 끝에 텔레고노스는 마침내 한 섬의 해안에 도착했다. 푸른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이타카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머니에게서 아버지의 이름만 들었을 뿐, 정확한 위치나 모습은 전해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긴 항해로 식량이 부족해진 텔레고노스와 선원들은 우선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해야 했다. 그들은 해안 근처의 가축을 잡고 물과 식량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타카 사람들의 눈에는 낯선 무장 집단이 상륙해 재산을 빼앗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민들은 서둘러 왕궁으로 달려가 외부 침입자가 나타났다고 보고하였다. 평화롭던 섬은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였다.
 
텔레고노스는 자신이 적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이 섬의 왕이나 지배자를 만나면 아버지 오디세우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운명은 진실을 곧바로 허락하지 않았다. 작은 오해는 점차 커져 갔고, 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비극은 이미 이타카 해안에 상륙한 셈이었다.
 
이타카 해안에 상륙한 텔레고노스와 선원들
 
 
2.4 이타카의 해안
 
낯선 무장 집단이 해안에 상륙했다는 소식은 곧바로 오디세우스에게 전해졌다. 오랜 방랑 끝에 조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어 있었지만, 여전히 이타카의 왕으로서 백성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트로이 전쟁에서 입었던 갑옷을 다시 꺼내 입고 병사들을 이끌었다. 백성들은 왕의 등장에 안도감을 느꼈고, 오디세우스는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안으로 향했다.
 
한편 텔레고노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장 병력들을 바라보며 경계심을 품었다. 그는 이 땅의 사람들이 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단지 식량을 구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 상륙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타카 병사들에게 그는 명백한 침입자로 보였다. 양측 모두 상대의 사정을 알지 못한 채 긴장감 속에서 무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마침내 해안의 넓은 평원에서 두 무리가 서로 마주 섰다. 오디세우스는 선두에 선 젊은 전사를 바라보며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텔레고노스 역시 노왕의 얼굴에서 이상한 친근함을 느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으나, 한 사람은 아버지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운명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재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이제 피할 수 없는 비극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안 평원에서 처음 마주 선 오디세우스와 텔레고노스
 
 
 

제3장 비극의 만남

3.1 침략자로 오해받다
 
이타카 해안에서 마주 선 두 무리는 서로를 경계하며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낯선 전사들이 무장을 갖추고 상륙한 이상 그들을 위험한 침입자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왕으로 살아오며 그는 작은 방심이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반면 텔레고노스는 자신이 적대적인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타카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서로의 사정을 모른 채 불신은 점점 커져 갔다.
 
오디세우스는 사자를 보내 정체와 목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언어와 관습의 차이, 그리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화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텔레고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하려 했지만, 이타카 사람들은 그것을 침입자의 변명으로 받아들였다. 작은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았고, 상황은 점차 통제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결국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먼저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특히 텔레고노스는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여기까지 왔기에 쉽게 물러날 수 없었다. 그러나 운명은 진실이 밝혀지는 평화로운 만남이 아니라, 피로 물든 비극적인 재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 속에 대치하는 이타카 병사들과 텔레고노스 일행
 
 
3.2 왕의 출정
 
오디세우스는 직접 병사들의 선두에 섰다. 그는 이미 수많은 전쟁과 모험을 경험한 노장이었지만, 위기 앞에서 물러나는 왕은 아니었다. 백성들 역시 왕의 용기에 힘을 얻어 방패와 창을 들고 해안으로 집결했다. 오디세우스는 마지막까지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이미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충돌은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텔레고노스는 맞은편에 선 노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이는 들어 보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병사들을 이끄는 모습에서는 남다른 위엄이 느껴졌다. 이상하게도 그는 그 인물을 처음 보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직접 본 적이 없었던 텔레고노스는 눈앞의 왕이 자신이 찾는 인물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알 수 없는 끌림과 경계심을 동시에 느꼈다. 신화 속 영웅들은 종종 운명의 기운을 직감한다고 전해지지만, 이번에는 그 감각조차 비극을 막아 주지 못했다. 오디세우스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고, 텔레고노스는 자신과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갑옷을 입고 병사들을 이끄는 오디세우스
 
 
3.3 치명적인 창
 
마침내 전투가 시작되었다. 양측의 병사들이 서로 부딪히며 해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오디세우스는 여전히 뛰어난 전사였고, 나이를 잊게 할 만큼 용맹하게 싸웠다. 텔레고노스 또한 키르케에게 배운 기술과 타고난 재능으로 많은 병사들을 물리쳤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고, 싸움은 점점 격렬해졌다.
 
전투가 한창일 때 오디세우스와 텔레고노스는 마침내 서로를 향해 돌진했다. 두 사람은 몇 차례 공격을 주고받았고, 어느새 주변의 병사들조차 숨을 죽인 채 그 대결을 바라보게 되었다. 순간 텔레고노스는 키르케가 준 창을 힘껏 내질렀다. 창끝에는 독가오리의 뼈가 달려 있었고, 그것은 보통 무기보다 훨씬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다.
 
창은 오디세우스의 몸을 관통했다. 노왕은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고, 주변은 순간 조용해졌다. 텔레고노스는 자신이 강력한 적을 쓰러뜨렸다고 생각했지만 곧 이상한 불안감을 느꼈다. 그가 쓰러뜨린 인물은 단순한 적장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련을 이겨 내고 살아 돌아온 영웅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아들의 손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되었다.
 
독가오리 창을 찌르는 텔레고노스와 쓰러지는 오디세우스
 
 
3.4 밝혀진 진실
 
치명상을 입은 오디세우스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앞에 선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이름과 출신을 물었다. 텔레고노스는 자신이 아이아이에 섬에서 왔으며, 어머니는 키르케이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여행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오디세우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굳어졌다.
 
오디세우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키르케의 이름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은 그는 마침내 모든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에 서 있는 청년은 적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었다. 텔레고노스 역시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평생 찾아 헤매던 아버지를 바로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이다.
 
전장은 순식간에 슬픔과 충격에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 서로를 적으로 여기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운명의 장난 앞에서 말을 잃었다. 텔레고노스는 무릎을 꿇고 오디세우스를 부둥켜안았으며, 오디세우스는 마지막 힘을 다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았지만, 그것은 너무 늦은 재회였다. 신들이 준비한 운명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상당한 오디세우스를 부둥켜안은 텔레고노스
 
 
 

제4장 영웅의 최후

4.1 오디세우스의 죽음
 
진실이 밝혀진 뒤 텔레고노스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오디세우스를 품에 안고 연신 용서를 구했다. 평생 한 번 만나기를 꿈꾸었던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는 독가오리 창을 멀리 내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신들에게 이 비극을 되돌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이미 운명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해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아들의 슬픔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텔레고노스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신들이 정한 운명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젊은 시절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던 순간부터 수많은 시련을 겪으며 살아온 그는 인간이 운명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아들에게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말하며 이타카의 사람들과 가족을 부탁했다.
 
잠시 후 영웅의 숨결은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트로이를 무너뜨리고 키클롭스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를 넘어 고향으로 돌아왔던 위대한 영웅의 긴 여정이 마침내 끝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전장에서의 화려한 최후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하는 아들과의 늦은 재회 속에서 맞이한 가장 비극적인 작별이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 오디세우스
 
 
4.2 슬픔에 잠긴 이타카
 
오디세우스의 죽음 소식은 곧 이타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백성들은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살아 돌아온 영웅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나라를 이끌어 온 왕을 잃은 사람들은 거리와 광장에 모여 슬픔을 나누었고, 섬 전체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왕궁에서는 페넬로페가 남편의 죽음을 전해 듣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스무 해가 넘는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남편과 오래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 소박한 바람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텔레마코스 역시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는 겨우 되찾은 아버지를 또다시 잃게 되었고, 그 원인이 자신의 이복형제라는 사실에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한편 텔레고노스는 왕궁 안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보다 더 괴로운 것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타카 사람들은 그를 원수처럼 대하지 않았다.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용서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이번 비극이 인간의 악의가 아니라 운명의 장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디세우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타카 백성들
 
 
4.3 아버지를 잃은 아들
 
텔레고노스는 오디세우스의 시신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 단 몇 마디의 대화와 짧은 재회뿐이었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했다. 만약 자신이 조금만 일찍 진실을 알았더라면, 만약 처음부터 이타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텔레마코스 역시 복잡한 심경 속에 텔레고노스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분노가 앞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또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오디세우스의 아들이었으며, 누구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텔레마코스는 슬픔에 잠긴 텔레고노스에게 다가가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그것은 원망보다 이해를 선택한 행동이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텔레고노스는 아이아이에에서의 삶을 이야기했고,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의 귀향과 구혼자들의 최후를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두 형제는 아버지라는 공통된 존재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졌다. 비극은 오디세우스를 앗아갔지만, 동시에 그의 두 아들을 하나로 이어 주고 있었다.
 
서로 마주 선 텔레고노스와 텔레마코스
 
 
4.4 마지막 장례
 
이타카 사람들은 왕을 위해 성대한 장례를 준비하였다. 오디세우스는 단순한 왕이 아니라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조국을 지켜 낸 상징적인 존재였다. 백성들은 거리마다 횃불을 밝히고, 전사들은 갑옷과 무기를 갖춘 채 마지막 길을 호위하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영웅과의 작별을 준비했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 그리고 텔레고노스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고인을 배웅했다. 특히 텔레고노스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오래도록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남은 삶을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는 데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무덤 곁을 떠나지 못했다. 오디세우스의 삶은 수많은 모험과 고난, 승리와 귀향으로 가득했지만 결국 인간의 운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의 죽음은 영웅조차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보여 주는 마지막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제 그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새로운 세대가 역사의 무대 위로 나아갈 차례가 되었다.
 
바닷가 장례식에서 화장되는 오디세우스
 
 
 

제5장 새로운 운명

5.1 아이아이에로 돌아가다
 
오디세우스의 장례가 끝난 뒤 텔레고노스는 이타카에 더 머무를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은 채 고향 아이아이에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번 항해는 처음 아버지를 찾아 나섰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때의 그는 희망과 기대를 품은 청년이었지만, 이제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짊어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디세우스와 나누었던 마지막 말들이 계속 맴돌았다.
 
텔레마코스와 페넬로페 역시 그와 함께 항해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이타카에 머물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디세우스가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용서했다는 사실을 존중하고자 했다. 또한 텔레고노스 역시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세 사람 사이에는 묘한 유대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슬픔을 공유한 사람들이었다.
 
배는 천천히 이타카를 떠나 서쪽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해안선이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 사람은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그들의 삶을 이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영웅의 죽음 이후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다.
 
배 위에서 이타카를 떠나는 텔레고노스 일행
 
 
5.2 텔레마코스와 키르케
 
아이아이에 섬에 도착한 텔레고노스 일행은 키르케와 재회하였다. 키르케는 처음에는 아들의 귀환을 반갑게 맞이했지만, 곧 오디세우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그녀는 오랫동안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고, 결국 오래전부터 느껴 왔던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비록 오디세우스와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서 특별한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키르케와 텔레마코스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모두 오디세우스를 사랑하고 존경했던 사람들이었으며, 그의 기억을 함께 나누었다. 텔레마코스는 어머니 페넬로페에게서 듣지 못했던 오디세우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키르케에게 들을 수 있었고,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며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후대 전승에 따르면 결국 텔레마코스는 키르케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다소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신화 속 세계에서는 새로운 혈연과 화해를 상징하는 결말로 받아들여졌다. 오디세우스를 통해 이어진 인연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이아이에 궁전에서 마주 선 키르케와 텔레마코스
 
 
5.3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한편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사이에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었다. 처음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하기조차 어려워했다. 텔레고노스에게 페넬로페는 자신이 죽게 만든 영웅의 아내였고, 페넬로페에게 텔레고노스는 사랑하는 남편을 잃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원망하기보다 같은 비극을 겪은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페넬로페는 텔레고노스의 죄책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생 속죄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텔레고노스 역시 페넬로페가 오랜 세월 동안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견뎌 온 삶을 존경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오디세우스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었다.
 
후대의 《텔레고네이아》 전승은 결국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가 결혼했다고 전한다. 이 역시 비극으로 갈라진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되는 상징적 결말로 이해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대 신화에서는 혈연과 원한, 죽음과 화해가 뒤섞이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영웅의 죽음은 큰 슬픔을 남겼지만, 동시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연대와 삶의 방향을 열어 주었다.
 
석양 아래 함께 걷는 텔레고노스와 페넬로페
 
 
5.4 영웅 이후의 시대
 
오디세우스의 죽음으로 한 시대는 막을 내렸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했던 위대한 영웅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거나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그리고 오디세우스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후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신화는 단순히 영웅들의 승리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텔레고네이아》는 가장 지혜롭고 뛰어난 영웅조차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과 수많은 괴물, 신들의 분노를 이겨 냈지만 결국 자신도 모르는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는 인간의 지혜와 힘에도 한계가 있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화해와 계승의 의미도 담고 있다. 텔레고노스와 텔레마코스, 페넬로페와 키르케는 비극 속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갔으며, 오디세우스의 기억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영웅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의 이야기는 새로운 세대 속에서 계속 살아남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텔레고네이아》가 전하는 마지막 의미이며, 오디세우스 전설의 진정한 종막이라 할 수 있다.
 
바다 너머 지평선을 바라보는 텔레고노스와 텔레마코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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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