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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삶의 질문덕이야기의 지식창고 2026.06.27. 16:33 (2026.06.27. 13:53)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 《오디세이아》를 읽고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한다. 그런데 여행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아무리 먼 곳까지 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와야 한다. 《오디세이아》를 읽으며 나는 그동안 여행의 의미보다 '귀향'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 《오디세이아》를 읽고
 
 
오디세우스는 두 번이나 행복을 포기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라면 더 큰 명예를 얻거나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디세이아》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영웅은 다시 바다를 떠돌고, 수많은 유혹을 만나며, 끝없이 고향을 그리워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승리도, 정복도 없다. 오직 '돌아가는 일'이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조금 의아했다. 왜 하필 귀향일까. 더 넓은 세상도 있고, 더 화려한 삶도 있는데 오디세우스는 왜 작은 섬 이타카를 그토록 그리워했을까.
 
트로이 전쟁이 끝난 뒤 그의 앞에는 수많은 선택이 놓여 있었다. 신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도 있었고, 다른 왕국에서 영웅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삶을 바라지 않는다. 키클롭스를 만나고, 세이렌의 노래를 견디고, 거친 폭풍을 헤쳐 나가는 모든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
 
이 단순한 목표가 오히려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영웅이라면 앞으로만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승리, 더 높은 명예,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걷는 사람이 영웅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정반대다. 그의 여행은 앞으로 향하는 여정이 아니라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여정이다. 그래서 《오디세이아》는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처럼 읽힌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던 장면은 칼립소의 섬이었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한다. 그녀는 그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법한 제안이다. 죽음도 없고, 이별도 없으며, 부족함도 없는 삶. 그것은 신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떠도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는 왜 그것을 거절했을까.
 
한참 그 장면을 붙잡고 있다 보니 오히려 질문이 바뀌었다.
 
'왜 그는 불멸을 포기했을까?'가 아니라, '왜 불멸이 그에게는 행복이 아니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칼립소의 섬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그의 삶은 없었다.
 
아내도 없었고, 아들도 없었다. 함께 늙어 갈 사람도 없었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도 없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있었지만 추억은 없었고, 영원한 생명은 있었지만 기다려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오래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오디세우스는 불멸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이 아닌 삶을 거절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선택은 죽음을 향한 선택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향한 선택이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삶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칼립소의 섬을 떠나는 장면은 화려하지 않다. 거대한 전투도 없고, 영웅다운 승리도 없다. 하지만 《오디세이아》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간적인 장면은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신이 되는 길을 마다하고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하는 일. 어쩌면 그의 긴 귀향은 그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 20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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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