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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신화와 전설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7.31. 10:22 (2026.07.31. 10:22)

알란 고아 – 하늘이 선택한 어머니

 
알란 고아는 칭기즈 칸으로 이어지는 보르지긴 가문의 시조모이자 몽골 건국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도본 메르겐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았으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밤마다 찾아온 신비로운 황금빛을 통해 세 아들을 더 낳았다. 두 큰아들이 동생들의 출생을 의심하자, 알란 고아는 그들이 하늘이 내려 준 아들들이며 그 혈통이 훗날 세상을 다스리는 지배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섯 개의 화살대를 통해 형제가 흩어지면 약해지고 하나로 뭉치면 강해진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막내 보돈차르 몽칵은 형제들에게 재산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떠났지만 고독한 삶을 이겨 내고 새로운 세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의 혈통은 훗날 보르지긴 가문과 칭기즈 칸으로 이어졌으며, 알란 고아는 하늘의 뜻과 형제의 단결을 전한 몽골의 어머니로 기억되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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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고아 – 하늘이 선택한 어머니
 
 
 

개요

 
알란 고아는 칭기즈 칸으로 이어지는 보르지긴 가문의 시조모이자 몽골 건국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도본 메르겐과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았으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밤마다 찾아온 신비로운 황금빛을 통해 세 아들을 더 낳았다. 두 큰아들이 동생들의 출생을 의심하자, 알란 고아는 그들이 하늘이 내려 준 아들들이며 그 혈통이 훗날 세상을 다스리는 지배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다섯 개의 화살대를 통해 형제가 흩어지면 약해지고 하나로 뭉치면 강해진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막내 보돈차르 몽칵은 형제들에게 재산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떠났지만 고독한 삶을 이겨 내고 새로운 세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의 혈통은 훗날 보르지긴 가문과 칭기즈 칸으로 이어졌으며, 알란 고아는 하늘의 뜻과 형제의 단결을 전한 몽골의 어머니로 기억되었다.
 
 
 

제1장 하늘이 맺어 준 인연

1.1 보르칸 산의 영웅
 
도본 메르겐은 보르칸 산에 살던 뛰어난 사냥꾼이자 용맹한 인물이었다. 그의 형 도와 소코르는 이마 한가운데 달린 하나의 눈으로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어느 날 도와 소코르는 보르칸 산 위에 올라 주변을 살피다가 퉁겔릭 개울을 따라 이동하는 한 무리를 발견하였다. 그 가운데 검은 수레의 앞자리에 앉은 아름다운 여인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녀는 코릴라르타이 메르겐과 바르구진 고아 사이에서 태어난 알란 고아였다.
 
알란 고아의 아버지 코릴라르타이 메르겐은 코리 투메드 사람들과 사냥터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곳 사람들이 담비와 다람쥐를 비롯한 짐승의 사냥을 제한하자, 그는 가족과 사람들을 이끌고 짐승이 풍부한 보르칸 산으로 거처를 옮기려 하였다. 도와 소코르는 동생 도본 메르겐을 데리고 그 무리에게 다가갔고, 알란 고아가 아직 혼인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그녀를 동생의 아내로 맞이하고자 청하였다.
 
그렇게 알란 고아는 도본 메르겐과 혼인하여 보르칸 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결합은 서로 다른 곳에서 살아온 가문이 신성한 산 아래에서 맺은 인연이었다. 당시에는 누구도 그 혼인이 훗날 몽골의 수많은 씨족과 칭기즈 칸으로 이어지는 혈통의 시작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훗날 이 만남을 돌아보며, 하늘이 이미 오래전부터 초원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산 위에서 알란 고아의 수레를 발견한 형제
 
 
1.2 평화로운 나날
 
도본 메르겐과 알란 고아는 보르칸 산에서 평온한 가정을 이루었다. 두 사람은 계절에 따라 가축을 이끌고 초원을 옮겨 다니며 사냥과 방목으로 살아갔다. 봄에는 새끼 가축을 돌보고 여름에는 풀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였으며, 가을에는 사냥으로 겨울을 준비하였다. 알란 고아는 살림을 돌보며 부족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였고, 도본 메르겐은 뛰어난 사냥 솜씨와 너그러운 성품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벨구누테이와 부구누테이라는 두 아들이 태어났다. 두 아이는 아버지에게서 말 타기와 활쏘기를 배우고, 어머니에게서는 가족과 이웃을 아끼는 마음을 배웠다. 그러나 도본 메르겐의 형 도와 소코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도와 소코르의 네 아들은 삼촌인 도본 메르겐을 친족으로 여기지 않고 그를 떠나 따로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도본 메르겐은 사냥길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마알리크 바야우드 사람을 만났다. 도본 메르겐이 사냥한 짐승의 고기를 나누어 주자,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어린 아들을 그의 집으로 보내 일을 돕게 하였다. 아이는 알란 고아의 집에서 종으로 일하며 자라났고, 도본 메르겐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곳에 남았다. 훗날 두 큰아들은 바로 이 사람을 세 동생의 출생과 관련된 인물로 의심하게 된다.
 
두 아들과 평온한 삶을 누리는 부부
 
 
1.3 홀로 남은 어머니
 
두 아들이 아직 어릴 때 도본 메르겐은 세상을 떠났다. 알란 고아는 어린 벨구누테이와 부구누테이, 그리고 집안에서 일하던 마알리크 바야우드 출신의 아이와 함께 남겨졌다. 남편을 잃은 슬픔은 깊었지만 그녀는 오래도록 슬픔 속에 머물 수 없었다. 두 아들을 기르고 가축과 살림을 지키는 일은 이제 온전히 알란 고아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족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홀로 남은 그녀를 걱정하였다. 넓은 초원에서 한 여인이 가족과 가축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알란 고아는 누구에게 기대거나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다. 낮에는 아이들과 가축을 돌보고, 밤이 되면 불가에 앉아 남편이 남긴 가정과 앞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였다. 두 아들은 조금씩 자라났고, 집안에 머물던 아이도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였다.
 
겉으로 보기에 그녀의 삶은 남편을 잃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면 가축을 옮겼고, 날이 저물면 게르 안에 불을 밝혔다. 그러나 평범한 나날 아래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운명이 다가오고 있었다. 알란 고아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곧 깊은 밤을 가르고 찾아올 신비로운 빛이 그녀의 삶과 후손들의 운명을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었다.
 
어린 두 아들과 게르에 남은 알란 고아
 
 
 

제2장 하늘이 선택한 여인

2.1 밤마다 찾아온 빛
 
남편을 잃은 뒤 알란 고아는 두 아들과 함께 보르칸 산에서 살아갔다. 낮에는 가축과 살림을 돌보고 밤이 되면 아이들이 잠든 뒤 홀로 불가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게르의 연기구멍과 문 위로 눈부신 빛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달빛보다 밝은 황금빛 속에는 사람을 닮은 신비로운 존재가 서 있었다.
 
그 존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알란 고아에게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몸에서 흘러나온 빛은 알란 고아의 몸 안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알란 고아는 두려움과 경이로움 속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빛나는 존재는 햇살과 달빛을 따라 누런 개를 닮은 형상으로 변하더니 조용히 밖으로 사라졌다.
 
신비로운 방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밤이 깊으면 황금빛 존재가 다시 찾아왔고, 새벽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마 뒤 알란 고아는 자신의 몸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였기에 사람들은 그녀의 임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알란 고아는 자신에게 찾아온 존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이 보낸 사자이며, 태어날 아이들 또한 하늘의 뜻을 품고 있다고 믿었다.
 
황금빛 존재가 알란 고아에게 다가온 밤
 
 
2.2 하늘의 아이들
 
시간이 흐르면서 알란 고아는 세 아들을 차례로 낳았다. 그들의 이름은 부쿠 카타기, 부카투 살지, 보돈차르 몽칵이었다. 세 아이는 남편 도본 메르겐이 세상을 떠난 뒤 태어났으므로, 그 출생은 누구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 남았다. 그러나 알란 고아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섯 아들을 똑같이 돌보며 건강하게 길렀다.
 
다섯 형제가 장성하자 두 큰아들 벨구누테이와 부구누테이의 마음속에 의심이 생겼다. 두 사람은 어머니 몰래 서로 수군거렸다. “우리 아버지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가까운 남자 친척도 없는데, 어머니는 어떻게 세 아들을 낳았을까? 집 안에는 마알리크 바야우드 출신의 사람만 있으니, 아마도 그 사람의 자식일 것이다.” 그들은 어머니에게 직접 묻지 못한 채 세 동생의 출생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알란 고아는 두 아들이 뒤에서 나눈 말을 모두 알아차렸다. 그녀는 곧바로 화를 내거나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다. 출생의 비밀을 말로 밝히는 것만으로는 아들들의 마음속에 생긴 의심을 완전히 거둘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세 동생의 혈통을 설명하기에 앞서 다섯 형제가 서로 믿고 하나가 되어야 할 까닭부터 깨닫게 해야 했다. 알란 고아는 아들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줄 가르침을 조용히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다섯 아들을 품에 안은 알란 고아
 
 
2.3 하나가 되기 위하여
 
두 큰아들의 의심을 알아차린 알란 고아는 아들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나고 있음을 느꼈다. 같은 집에서 함께 자랐지만 출생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한, 다섯 형제는 진정으로 하나가 될 수 없었다. 말로 드러나지 않은 의심은 형제들의 마음을 조금씩 갈라놓고 있었다.
 
특히 막내 보돈차르는 말수가 적고 눈에 띄는 재주를 드러내지 않아 형들에게 어리석은 아이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는 다른 형제들보다 홀로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고, 말없이 사람과 자연의 움직임을 살폈다. 알란 고아는 조용하고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막내를 걱정하면서도, 사람의 운명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알란 고아는 다섯 아들이 저마다 다른 운명을 품고 있더라도, 형제로서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출생과 성품의 차이를 넘어 그들을 하나로 묶어 줄 가르침이 필요했다. 그것은 말로만 전하는 교훈이 아니라, 아들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경험하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가르침이어야 했다.
 
갈라지는 아들들을 걱정하는 알란 고아
 
 
 

제3장 다섯 개의 화살

3.1 하나의 화살
 
알란 고아는 다섯 아들을 자신의 앞에 불러 모았다. 초원의 바람은 조용히 불었고, 보르칸 산 아래에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화살촉을 달지 않은 다섯 개의 화살대를 가져와 아들들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맏아들에게 화살대 하나를 집어 들고 부러뜨려 보라고 하였다. 맏아들이 손에 힘을 주자 화살대는 쉽게 두 동강이 났다. 다른 아들들도 차례로 화살대를 받아 들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알란 고아는 이번에는 다섯 개의 화살대를 한데 묶어 맏아들에게 내밀었다. “이번에도 부러뜨려 보아라.” 맏아들은 두 손으로 힘껏 꺾으려 했지만 묶인 화살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둘째와 셋째도 온 힘을 다하였으나 결과는 같았다. 막내 보돈차르까지 묶인 화살대를 받아 힘을 주었지만 끝내 부러뜨리지 못하였다. 다섯 형제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이런 일을 시킨 까닭을 생각하였다.
 
그제야 알란 고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화살대 하나는 누구라도 쉽게 부러뜨릴 수 있다. 그러나 다섯 개가 하나로 묶이면 아무도 쉽게 꺾지 못한다. 너희 형제도 이와 같다. 서로 의심하고 흩어진다면 작은 적에게도 무너질 것이지만,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면 어떤 힘도 너희를 쓰러뜨리지 못할 것이다.” 아들들은 어머니가 화살대가 아니라 자신들의 미래를 보여 주고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묶인 다섯 화살대를 꺾지 못하는 형제들
 
 
3.2 어머니의 가르침
 
알란 고아는 아들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는 같은 집에서 자랐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차이 때문에 형제의 인연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너희가 한집에서 자란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위험이 닥쳤을 때 함께 이겨 내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어 그녀는 두 큰아들이 품고 있던 의심을 꾸짖기보다 그 마음을 바로잡으려 하였다. “너희 마음속에 서로를 향한 의심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화를 내거나 너희를 벌하는 것만으로는 그 의심을 없앨 수 없다. 내가 어머니로서 해야 할 일은 너희를 서로 미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길러 하나의 형제로 묶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섯 형제는 묶인 화살대를 바라보며 어머니의 말을 마음에 새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들은 같은 집에서 자란 형제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운명을 품고 있었다. 알란 고아는 아들들이 자신의 가르침을 모두 이해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언젠가 어려움이 닥칠 때 묶인 화살대의 의미를 떠올리기를 바랐다. 단결은 한 번의 다짐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믿고 지킬 때 비로소 이어지는 약속이었다.
 
화살대를 가리키며 단결을 가르치는 어머니
 
 
3.3 하늘의 아들들
 
다섯 아들이 묶인 화살대를 내려놓자 알란 고아는 그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형제가 서로 의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했지만, 두 큰아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세 동생의 출생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었다. 알란 고아는 이제 자신이 경험한 신비로운 일을 숨김없이 밝히고, 세 아들에게 내려진 하늘의 뜻을 알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벨구누테이와 부구누테이야. 너희가 세 동생을 의심하는 것은 그 출생을 평범한 인간의 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밤마다 황금빛을 두른 존재가 게르 안으로 들어와 내 배를 어루만졌고, 그 빛이 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새벽이 되면 그는 누런 개를 닮은 모습으로 햇빛과 달빛을 따라 사라졌다. 그러므로 너희 세 동생은 우리 집에서 자란 마알리크 바야우드 사람의 자식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 준 아들들이다.”
 
알란 고아는 세 아들의 후손 가운데 훗날 많은 사람을 다스리는 지배자가 나올 것이며, 그때가 되면 세상도 그들의 출생에 담긴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특별한 혈통이라 해도 형제가 서로 다투고 흩어진다면 아무런 힘도 얻을 수 없었다. 다섯 개의 화살대가 하나로 묶여야 부러지지 않듯, 그들에게 맡겨진 운명도 형제들의 단결 속에서만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알란 고아가 세상을 떠난 뒤 오래지 않아 흔들리고 말았다.
 
세 아들의 신비로운 출생을 밝히는 알란 고아
 
 
 

제4장 보르지긴의 시작

4.1 홀로 떠난 보돈차르
 
알란 고아가 세상을 떠나자 다섯 형제는 어머니가 남긴 가축과 재산을 나누었다. 그러나 네 형은 막내 보돈차르를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으로 여기며 아무런 몫도 주지 않았다. 그들은 보돈차르를 재산을 나눌 만한 형제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남긴 다섯 개의 화살대에 담긴 가르침은 곧 잊혔고, 보돈차르는 형제들 사이에 자신이 머물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등이 헐고 꼬리가 상한 말 한 마리에 올라 홀로 오논강을 따라 떠났다. 보돈차르는 발준 아랄에 이르러 풀로 작은 움막을 짓고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말과 활뿐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말총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암컷 매를 붙잡아 길들였고, 매와 함께 사냥하며 먹을 것을 마련하였다.
 
겨울이 깊어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그는 늑대가 절벽 아래로 몰아넣은 짐승을 잡거나, 늑대가 먹다 남긴 고기로 허기를 달랬다. 길들인 매 역시 그의 곁에서 남은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형제들에게 아무런 몫도 받지 못한 막내는 고독한 삶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워 갔다. 그의 이름에는 ‘어리석은 자’라는 뜻이 담겨 있었지만, 초원은 그에게 고독을 견디는 인내와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낡은 말을 타고 오논강을 떠나는 보돈차르
 
 
4.2 다시 만난 형제들
 
보돈차르는 오논강가에서 겨울을 보낸 뒤 퉁겔릭 개울을 따라 이동하는 한 무리를 발견하였다. 그는 낮이면 그 무리의 거처를 찾아가 마유주를 함께 마시고, 밤이 되면 길들인 매가 기다리는 자신의 풀집으로 돌아왔다. 무리의 사람들은 보돈차르가 어느 씨족 출신인지 묻지 않았고, 보돈차르도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캐묻지 않았다. 그는 그들과 어울리면서 무리의 생활 방식과 형편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한편 보돈차르가 떠난 뒤, 형 부쿠 카타기는 그의 행방을 알아보기 위해 오논강을 따라 나섰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보돈차르의 생김새를 설명하며 행방을 묻던 그는 마침내 동생을 발견하였다. 두 사람은 함께 형제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보돈차르는 자신이 만난 무리에 관해 말하였다. “그들에게는 명령을 내리는 우두머리도 없고 높고 낮은 구분도 없습니다. 형제들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그들을 거느릴 수 있을 것입니다.”
 
형제들은 보돈차르의 말을 받아들여 함께 그 무리를 향해 갔다. 그들은 그곳을 공격하여 사람과 가축을 차지하고 새로운 세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보돈차르는 더 이상 형들에게 무시받던 막내가 아니었다. 사람과 땅의 형편을 살피고 형제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인물로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형제들에게 새로운 세력을 제안하는 보돈차르
 
 
4.3 하늘이 선택한 어머니
 
보돈차르는 형제들과 힘을 합쳐 새로운 세력의 기반을 마련하였고, 그의 후손들은 여러 세대를 거치며 초원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그들 가운데 수많은 씨족과 지도자가 태어났으며, 마침내 보르지긴 가문과 칭기즈 칸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형성되었다. 형들에게 아무런 재산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떠났던 막내가 훗날 몽골의 역사를 바꿀 가문의 시조가 된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보돈차르의 후손 가운데 테무진이 태어났다. 그는 서로 다투던 몽골 부족들을 하나로 모아 칭기즈 칸이라는 칭호를 얻고 초원의 대칸이 되었다. 그의 군대와 후손은 대륙의 먼 끝까지 나아갔으며, 알란 고아가 전한 단결의 가르침은 여러 부족을 하나로 모은 몽골 통합의 상징으로 이어졌다. 세 아들의 후손 가운데 지배자가 나올 것이라는 그녀의 말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칭기즈 칸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뒤로 몽골 사람들은 알란 고아를 단순히 보르지긴 가문의 시조모로만 기억하지 않았다. 그녀는 의심 속에서도 하늘이 내려 준 아이들을 지켜 낸 어머니였고, 다섯 개의 화살대를 통해 형제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긴 여인이었다. 보돈차르의 생존과 칭기즈 칸의 등장은 그녀가 품었던 뜻이 세대를 넘어 이어진 결과였다. 알란 고아는 그렇게 하늘이 내려 준 아들들을 지키고 하나 된 화살의 가르침을 남긴, 하늘이 선택한 몽골의 어머니로 기억되었다.
 
칭기즈 칸의 계보를 지켜보는 알란 고아의 형상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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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