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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전설과 설화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05. 13:53 (2026.08.05. 13:53)

2. 범의 비련

 
영천시 대창면 오길리는 채산을 등지고 야산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높지는 않지만 심산유곡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동네는 다른 동네보다 늦게 해가 뜨고 일찍 해가 져 햇빛이 적게 드는 동네다. 그러나 인심은 순후하고 넓지는 않지만 골짝마다 기름진 옥답이 있어 살기 좋은 동네이다. 더구나 채산에는 갖가지 나물과 약초가 자생하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므로 마을 사람들은 무척 고맙게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채산에는 불길한 전설이 있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범의 비련
 
 
영천시 대창면 오길리는 채산을 등지고 야산들이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높지는 않지만 심산유곡이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동네는 다른 동네보다 늦게 해가 뜨고 일찍 해가 져 햇빛이 적게 드는 동네다. 그러나 인심은 순후하고 넓지는 않지만 골짝마다 기름진 옥답이 있어 살기 좋은 동네이다. 더구나 채산에는 갖가지 나물과 약초가 자생하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므로 마을 사람들은 무척 고맙게 여기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채산에는 불길한 전설이 있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오랜 옛날에 채산 중턱에는 범 한 마리와 소 한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가도 가도 끝없는 넓은 산 속에 몸집이 큰 짐승이라고는 오직 두 마리 밖에 없어 그들은 쉽게 친할 수 있었다. 범은 산 속을 헤매다가 기름진 풀이 있으면 채식하는 소에게 일러 주었고, 소는 풀 섶에 숨어있는 토끼를 발견하면 범에게 알려주었다.
 
두 짐승은 이렇게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래던 중 정은 더욱 깊어져 종족 보존까지 걱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소와 범은 새끼를 낳을 수 없었다. 결국 엉뚱한 걱정에 사로잡혀 두 짐승은 차츰 초췌해지고 기력을 잃게 되었다.
 
이를 지켜본 채산의 산신은 짐승의 생각이지만 가상스럽게 생각되어 하루는 그들의 앞에 나타나,
 
“너희들은 정녕 부부가 되어 자식을 얻고 싶으냐?”
 
이 말에 두 짐승은 놀라는 기색을 하며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렇다면 소가 되고 싶으냐? 아니면 범이 되고 싶으냐?”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나 두 짐승은 아무도 변신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산신은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서로가 변신하기 싫으면 똑같이 말이 되는 것이 어떠냐?”
 
그제서야 수긍이 가는 듯이 두 짐승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하였다.
 
산신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되었느리라. 오늘부터 백일동안 뱀만 먹고 다른 것은 막지 말아라. 그러면 너희들은 똑같이 말 될 것이다. 만약 그르치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가느리라.”
 
“하필이면 왜 뱀을 먹으라고 하십니까?”
 
두 짐승이 당황한 듯 물으니
 
“아 산에는 뱀이 많아 재가 가려워서 지겨우니 뱀이 없으면 나도 좋고 너희들도 부부가 되어 자식을 얻을 수 있으니 모두가 좋은 일이 아니냐.”
 
하고는 다시 범을 따로 불러 소를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우직한 놈이라 지금은 모르지만 아래 마을에 가면 제 종족이 얼마든지 있으니 자칫 기회가 있어 떠나 버리면 너만 고생하는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 날부터 두 짐승은 말로 변신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며 버티었다. 그러나 육식하는 범은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으나 채식하던 소는 말이 아니었다. 아예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나게 되었다. 그럴수록 범은 불안하여 달래기도 하고 역정을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는 여전히 굶고 있었다. 산신이 말한 것처럼 금시 소가 마을로 내려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주 동네와 말리 떨어진 구룡산 중턱의 준령으로 이루어진 마재로 이주하였다. 두 짐승은 무척 지쳐있었다. 그러나 부부가 된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이었다. 범은 산신이 시키는 대로 채산으로 뱀을 잡으러 떠나고 소만이 혼자 끙끙 앓으며 누워있었다. 이 때 다른 소 한 마리가 그 앞을 지나치며 풀을 먹다가 의아스럽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누워있던 소도 자기와 흡사한 생김에 크게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누구냐고 물었다. 지나치던 소는 오길동에 사는 소라고 대답하며 뒷산에서 풀을 뜯다가 길을 잃었다고 했다. 자기처럼 생긴 짐승은 하나도 없다고 믿었던 소는 의외의 사실에 당혹하여 그 동안의 경위를 설명하고 길 잃은 소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영악한 범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있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달 동안 굶었으니 기력이 쇠잔하여 싸움을 한다고 해도 물려 죽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소 두 마리는 고개를 맞대고 의논하였다. 도망하면 범이 찾아올 테니 아예 힘을 합하여 죽여 버리자고 했다. 얼마 후 범이 돌아왔다. 언제나 같이 집은 뱀을 소에게도 먹기를 권하였다. 그러나 소는 빙긋이 웃으며 도저히 견딜 수 없으니 서로가 헤어지자고 했다. 만약 거절하면 혼자라도 떠나겠다고 했다. 범은 평소와 다른 소의 언동에 당황하며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이 때 숨어있던 길 잃은 소가 풀 섶을 헤치고 나타나 종족을 만났으니 함께 떠나겠다고 거들었다.
 
범은 기가 막혔다.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고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혼자서 이 넓은 산속을 떠돌아다닐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둘 다 죽어서 영혼이라도 함께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범은 이를 악물고 덤벼들었다. 소 두 마리도 죽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다. 치열한 혈전이 오래도록 계속 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범은 죽고 말았다. 소도 지쳐 오줌까지 싸게 되었다. 지금도 이 산을 오르는 길을 오줌길이라 한다.
 
소는 그 길 로 오길동을 찾아갔다 . 그런데 죽은 범은 한을 풀지 못하고 뒤를 따라와 채산 중턱에 범바위로 굳어져 밤마다 울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마을의 소가 한 마리씩 죽어가니 영문도 모르는 주민들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앉아서 당할 수만 없다고 생각한 마을 사람들은 여러 가지로 대책을 숙의 했으나 별신통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럴즈음 다행스럽게 어느 신통한 점쟁이가 나타나 범의 원기 때문이라고 정중히 제사를 올려 넋을 달래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제사를 지냈다. 영험이 있는 지 그 후로는 범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고 다만 채산과 마주보는 외양간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출처 : 영천시 홈페이지 (전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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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