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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전설과 설화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05. 14:01 (2026.08.05. 14:01)

10. 탕건바위전설

 
영천시 중심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천(南川 : 즉 자호천(紫湖川)) 가에 탕건바위라 부르는 크지 않는 바위가 하나 있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 바위 아래에는 수심이 깊고 폭이 넓은 소가 있어 여름철이면 물이 맑아 피서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스며있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아주 오랜 옛날 야사동에는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질이 고약하고 욕심이 많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었다.
탕건바위전설
 
 
영천시 중심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천(南川 : 즉 자호천(紫湖川)) 가에 탕건바위라 부르는 크지 않는 바위가 하나 있었다.
 
몇 해 전만 해도 이 바위 아래에는 수심이 깊고 폭이 넓은 소가 있어 여름철이면 물이 맑아 피서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스며있다. 언제인지는 모르나 아주 오랜 옛날 야사동에는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질이 고약하고 욕심이 많아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부지런하고 억척스런 노력 덕분에 만석군의 살림을 누리고 있었다. 인근 사람 대부분은 그의 전답을 소작하고 있었으니 그는 지방토호로서 당당하게 세력을 누리고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월례라는 아리따운 무남독녀가 있었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마음 또한 착하여 그 아버지의 딸로서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칭찬할 정도였다.
 
어느 날 밤 월례는 우연히 탕건바위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간질이듯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과 눈이 부시도록 밝은 달빛이 밖으로 유인 한 것이다. 어디선가 간드러진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싱그러운 풀 향기를 만끽하며 그녀는 마치 하늘로 훨훨 날 것처럼 흠뻑 도취되었다. 탕건바위에서 내려다 본 강심은 더더욱 아름다웠다. 수많은 별들이 곤두박질하여 조는 듯 잠겨 있고, 일직선으로 늘어선 둑 위의 수양버들은 마치 여인네의 머릿다발처럼 달빛을 받아 일렁거렸다. 월례는 이처럼 아름다운 정경에 잠시 정숙한 처녀의 본성도 잊고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를 하였다. 이대 자칫 실수를 하여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동안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마침 이곳을 지나던 완산동의 더벅머리 총각이 구해주었다.
 
정신을 차린 월례는 오래도록 총각을 쳐다보았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서 그런지 낯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버려진 목숨을 구해준 총각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싶었다. 총각의 등에 업혀 와서는 부모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는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하였다. ○씨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눈길만 마주쳐도 얼굴을 붉히던 딸이 너무나도 당돌하게 또박또박 말하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당사자인 총각이 지지리도 가난한 자기 집의 소작인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딸아이를 이해시키려 하였다.
 
“목숨을 구해준 것은 고맙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과 혼인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은인이지만 그토록 가난한 사람에게 어떻게 딸을 줄 수 있겠느냐? 내가 달리 은공을 보답할 테니 그 얘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자.”
 
그러나 월례는,
 
“사람은 두 번 태어나는 것이 아니옵니다. 이미 없어져야 할 사람이 살아 있어 그 은공을 갚는데 무엇을 아끼겠습니까? 비록 가난하지만 성품이 순박하고 얼굴에는 총명함이 엿보이니 결코 지아비로 맞이한다 하여도 부끄럽지 않으리라 생각되옵니다. 또 잘살고 못사는 것은 사람의 탓이 아니오니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능히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님은 재산으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하시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 분을 욕되게 하는 것이오니 제발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씨는 화가 치밀었다. 아버지의 마음을 몰라주는 못된 여식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귀여운 딸이지만 이 문제만은 들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하였다.
 
그러나 월례는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은밀히 총각을 만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장래를 약속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을 설계할 정도였다.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뜨거운 사이로 발전한 것이다. 더욱 당황한 것은 ○씨였다. 나무라기도 하고 매질도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할 수 없이 딸을 엄중히 감시하도록 하인들에게 일러두고 한편으로는 총각집에서 경작하고 있는 전답을 모두 회수하였다. 설마 논이 없으면 먹고살기가 답답하여 감히 자기 딸을 넘보지 않을 테고 아니면 멀리 이사를 가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그러나 총각은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전답이 아니므로 시간이 문제이지 언제 가져가도 가져갈 것이 아니겠느냐는 태도였다. 다만 월례를 만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총각은 밤마다 탕건바위로 나갔다. 하루도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월례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애타는 마음은 월례가 한층 더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풀리지 않는 마음에다 하인들의 감시가 심하여 총각 혼자 매일 텅 빈 공간을 지키다가 그대로 돌아가곤 하였다. 두 사람의 그리워하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더하였다. 그러나 세월만 지나갈 뿐 존처럼 그들의 결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거기다가 월례의 집에서는 서둘러 혼인을 시키려고 백방으로 매파를 풀어놓았다.
 
물론 그때마다 갖가지 기지로 풀려났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월례는 단단히 결심하고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새벽녘의 하얀 달은 오늘따라 더욱 차갑게 보였다. 그녀는 걸으면서도 총각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빌었다. 그리고는 탕건바위에 이르러 미련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위에는 애닯은 비운처럼 고운 신발 한 켤레만 뎅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튿날 온 동네가 법석을 떨었다.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 보다도 이 고장에서 제일 부잣집에 고운 얼굴과 착한 마음씨를 가진 월례란 것이 얘기를 더욱 분분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미친 듯 몸부림치는 사람은 완산동의 총각이었다. 나뭇짐을 지고 돌아오던 저녁 무렵 소식을 듣고 단숨에 탕건바위로 달려가 땅을 치며 통곡을 하였다. 그 울음소리는 강 건너 작산(鵲山)을 스치고 처절한 메아리로 돌아와 주민들은 긴 밤을 우울하게 보냈다. 그 소리는 하루도 그치지 아니하였다. 나중에는 목아 쉬어 심장이 쉬어가듯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신짝을 쓸어안고 길게 흐느끼고 있는데 불현듯 눈앞이 밝아지며 소복한 여인이 나타나,
 
“그대로 죽으려 하느냐? 가난이 죄인 것 같으니 지체 말고 네가 앉아있는 그 바위를 깨뜨려 버려라.”
 
하고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청년은 슬픈 가운데에서도 눈이 번쩍 떨어졌다. 비록 허망한 꿈일지 모르지만 믿기로 했다. 가슴에 응어리진 가난의 한을 풀 수 있다면 무엇인들 주저할 것인가. 그것이 설령 요귀의 장난이라 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 날부터 바위를 허물기 시작하였다.
 
“아까운 사람 버리게 생겼구먼.”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총각을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그를 달래줄 아무런 계책이 없었다. 다만 미친 사람이라 생각하며 불쌍하게 여길 따름이었다. 바위가 탕건처럼 반쯤 깨뜨려진 어느 날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대낮인데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였다. 하늘에서는 온 세상을 떠내려 보낼 듯이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육중하던 바위는 춤추듯 흔들거렸다. 그리고는 심장이 갈라지듯 선지피를 뿜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았다. 한 순간이 지나고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몰라보게 조용하였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이변이 계속 일어났다. 그처럼 당당하던 ○씨 집안 살림이 차츰차츰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불상사도 연이어 터지기 시작하였다. 그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온 동네의 살림이 축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총각이 살고 있는 완산동에는 매일매일 경사가 생기고 재산이 축적되었다.
 
이렇듯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씨 집은 형언할 수 없는 거지꼴이 되었고 총각을 부를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총각은 기쁘지 않았다. 잘산다는 것과 관계없이 월례를 잊지 못하였다. 간혹 지나간 일이라 체념하려 하였지만 더욱 또렷하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결국 총각도 월례를 따라 그녀의 옆에 잠들고 말았다.
 
 
출처 : 영천시 홈페이지 (전해오는 이야기)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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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