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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시 전설과 설화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05. 14:02 (2026.08.05. 14:02)

11. 부처가 된 도둑들

 
청통면 신원리에는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거조암 영산전이 있다. 영산전 안에는 526분의 나한님이 봉안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부터 1천 수 백 년 전에 이 암자에는 도를 터득한 스님이 한 분 살고 계셨다.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심산에 오직 바람과 짐승과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며 생활하던 스님은 평야가 그리워 하루는 인가가 있는 마을 쪽으로 하산하였다.
부처가 된 도둑들
 
 
청통면 신원리에는 국보 제14호로 지정된 거조암 영산전이 있다. 영산전 안에는 526분의 나한님이 봉안되어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부터 1천 수 백 년 전에 이 암자에는 도를 터득한 스님이 한 분 살고 계셨다.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심산에 오직 바람과 짐승과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며 생활하던 스님은 평야가 그리워 하루는 인가가 있는 마을 쪽으로 하산하였다.
 
때는 가을이라 엷은 빛살을 닮은 오곡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소슬한 바람은 객기 마저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스님은 몇 번인가 고개를 흔들며 속된 생각을 떨치려고 염불을 외우며 마음을 달래었다. 그럴수록 하늘은 여인의 얼굴처럼 맑고, 바람은 풋솜처럼 가슴을 어루만지는 것이었다. 스님은 다시 한 번 눈을 감으며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침 앉은 곳이 탐스럽게 여문 조 밭이었다. 스님은 조 이삭을 어루만지며 또 염불을 외고 있었다. 그런데 일은 여기서부터 벌어지고 말았다. 정신없이 염불을 외고 일어서려는데 앉은자리에 조 이삭 세 개가 꺾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여느 사람 같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었겠지만, 중생을 인도하려는 성직자의 마음은 살생으로 생각하여 가슴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땀과 정성으로 온 여름을 가꾸어온 농부에게도 크게 마음이 걸렸다. 스님은 결국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다시 앉아 속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미 꺾여진 조 이삭은 어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농부에게는 무엇인가 보상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스님은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무릎을 치며 일어났다. 그 길로 농부를 찾아 동네로 들어갔다. 동네 어귀에서 스님은 주문을 외어 커다란 황소로 변신하여 조 이삭 3개 대신 농부집에서 3년 간 일을 해주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황소의 방문에 농부는 무척 당황하였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 돌려보낼 방법도 없고 해서 우선 마굿간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는 동네는 물론 인근 마을까지 소를 잃어버린 사람을 수소문하였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소를 잃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농부를 소를 열심히 길렀으며, 소 역시 주인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며 유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영리하였던지 고삐도 필요 없고 일거리도 시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스스로 일하고 처리하는 것이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소문이 떠돌자 하루는 험상궂은 사람이 찾아와 자신의 소라며 소를 몰고 가겠다고 하였다. 천성이 착한 농부는 두 말 하지 않고 그 동안 얼마나 걱정을 했느냐고 위로를 하면서 선선히 소를 내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소가 움직이지 않았다. 달래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였으나 장승처럼 굳어져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오랜 시간을 버티다가 그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튿날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왔다. 그러나 역시 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찾아온 사람이 500명도 넘었지만 소는 꿈쩍도 않았다. 농부는 부처님께서 내려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을 믿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러 가을이 가까워 오자 소는 가끔씩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다. 농부는 소에게 병이 생긴 것이라 여겨 쉬게 하였으나, 소는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다. 안스러워진 농부가 몰래 새벽 일찍 밭에 나가면 소가 미리 알고 먼저 나와 기다릴 정도였다. 가을이 무르익어 어느덧 3년 전 조 이삭 세 개를 꺾고 스스로를 응징하기 위해 소로 변신하여 농부 집으로 들어간 며칠 전날이었다.
 
아침나절 밖으로 나가려는 주인을 향해,
 
“주인님 이제 헤어져야할 날이 온 것 같습니다. 모(某)일날 제 품삯을 주시는 셈치고 큰 잔치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리고 인근 동네까지 알려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해 주십시오.”
 
소가 낭랑한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크게 당황하여 얼떨결에 그 자리에 부복하고 부들부들 떨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짐승이 말을 하니 육신은 짐승이오 혼은 사람이라, 바꾸어 말하면 짐승도 아니오 사람도 아니라 분명 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농부는 어떻게 된 연유냐고 물었고, 소는 지나온 자초지종을 소상하게 이야기하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동안 무례가 많았습니다.”
 
농부는 정중히 사과를 하고 소의 부탁이 아니라도 헤어지게 됨을 아쉬워하며 큰 잔치를 준비하였다. 마침 잔치날이 되자 풍악이 울리고, 술잔이 돌고, 모인 사람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때 마굿간에 누워있던 소가 일어나 짙은 안개를 내뿜는 것이었다. 안개는 삽시간에 앞사람마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안을 덮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안개는 차츰 걷히자 마굿간의 소는 간 곳이 없어지고, 붉은 장삼을 걸친 스님 한 분이 점잖게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모인 사람들은 의외의 사실에 넋을 잃고 부복을 하자 마당 가운데 정좌한 스님은,
 
“내가 소로 있을 때 자기네 소라고 이 집을 찾아온 사람은 앞으로 나오너라.”
 
위엄어린 음성이 떨어지자 좌중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며 엉금엉금 앞으로 기어왔다. 모두가 500명이었다.
 
“나는 실수로 조 이삭 3개를 꺾고 그 죄 값으로 소가 되어 이 집에서 3년을 일해 주었는데, 너희들은 마음에 병이 들어 남의 소를 갈취하려 하였으니 무엇으로 죄 값을 치르겠느냐? 너희들은 한결같이 산적임을 내 이미 알고 있거늘 그 죄는 헤어날 수 없나니라. 나처럼 소가 되어 죄 값을 치르겠느냐? 아니면 나를 따라가 득도하여 성불을 하겠느냐?”
 
이에 모두가 스님을 따를 도를 깨우치겠다는 약속 하에 입산을 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이 거조암인 것이다. 결국 도를 닦은 500명은 성불하여 5백 나한상이 되어 스스로 자리를 차지하여 앉게 되니 바로 500 나한절의 주인으로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영천시 홈페이지 (전해오는 이야기)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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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