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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수의 전설
팔공산의 동봉에서 신녕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산세가 좋아 큰 인물이 배출될 것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지맥을 끊었다는 절도바위가 있고 다시 조금 내려오면 천년수라는 약수터가 있다. 지금은 바짝 마른 채 흔적만 남아있지만 옛날에는 이곳에서 백일동안 기도만 드리면 마른 땅에서 물이 나오고, 그 물을 마시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다.
이러한 전설이 있게 된 동기는 아주 오랜 옛날 홍씨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이 아랫마을에 살게 된 후부터이다.
홍씨는 비록 가난하여 머슴살이로 전전하였지만 마음이 착하고 매사에 부지런하여 그가 들어가는 집은 모두 복이 굴러들어왔다고 기뻐할 정도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과년한 딸 자매만 있을 뿐 대를 이을 후사가 없었다. 더구나 3대를 외동으로 지내온 그가 자기 대에서 후사가 없다는 것은 조상에게 크나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항상 마음 아파했다.
두 팔의 걱정도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쉰 살이 넘은 부모가 이제는 자식을 얻을 수 없을 것이고, 기력도 쇠잔하여 머슴살이도 못하게 되었으니 그것을 가슴 아파했다. 결국 궁리 끝에 화전 밭이라도 지어야 먹고 살 것이라는 생각으로 동네를 떠나 천년수가 있는 부근으로 이주를 한 것이다. 홍씨 내외의 마음은 이제 또 다른 걱정으로 가슴을 조아리게 되었다. 아들이 없는 것은 팔자라 치더라도 과년한 두 딸을 출가시켜야 할 터인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뿐이오, 들리는 것이라고는 새소리뿐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을에 있을 때에는 설마 처녀로 늙으란 법은 없겠지 하고 스스로 달래 왔으나 깊은 산 속까지 왔으니 설령 천정배필이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찾아오겠는가?
“한 놈이라도 아들이었다면……”
하며 매일같이 아들이 없음을 탄식하였다.
그러던 가운데 두 딸은 아예 농군이 되어가고 있었다. 근처의 풀밭을 일구어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해오는 등 손발에 돌덩이처럼 못이 박히었다. 두 내외는 참다못하여 막연하나마 그날부터 치성을 드리게 되었다. 두 딸에게 배필이 나타나게 해달라고, 혹은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아들이 되게 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빈 것이었다. 효성이 지극한 두 딸은 그러한 부모의 행동에 아연하여 어찌할 줄 몰라 했다. 마치 남자로 태어나지 못한 게 자기들의 잘못처럼 생각되었다. 또, 병이라도 얻으신다면 다시없는 불효가 될 것이니 만류를 거듭하였다 그러나 홍씨 내외는 듣지 않았다.
백일이 되는 날이었다. 새벽에 집을 나선 부모님이 해가 지고 다시 밤이 늦어도 귀가 하지 않았다. 전 같으면 자정이 못되어 들어오시곤 했는데, 무슨 변을 당하 신 것일까? 두 딸은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첫 새벽이슬을 밟으며 치성을 드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찌된 일일까?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풀숲이 가을바람만 불러일으킬 뿐 사람의 그림자라곤 없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온몸에 조여 왔다. 이미 제 정신이 아닌 두 딸은 미친 듯이 주위를 헤매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부모님은 보이지 않고 난 데 없는 학 두 마리가치성을 드리던바위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혹시 저 학이……”
두 딸은 이상한 예감이 들어 가까이 가 보았다. 긴 목을 휘젓는 학의 자태는 마치 신선이 하강한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이윽고 학은 갈 길이 바쁜 듯 몇 번인가 날개를 움추렸다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는 것이었다.
“아버지! ”
“어머니! ”
약속이나 한 듯이 두 딸은 동시에 부모를 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틀림없이 부모님의 치성에 감읍하여 천세를 구가하는 학이 된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려오는 슬픔을가눌 길이 없었다. 오래도록 목이 메어 울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막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신기하게도 학이 앉았던 곳에 맑은 샘물이 펑펑 솟아오르고 있었다. 마침 한참 울고 난 터라 목도 칼칼하여 두 딸은 아무런 생각 없이 엎디어 물을 마셨다. 청량한 물맛은 온몸을 주무르듯 상쾌하였다. 무정한 것이 세월이라, 그런 일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슬픈 기억도 차츰 잊어가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두 딸은 태기가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남자라고는 얼굴도 본 일이 없는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금시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모진 게 목숨이라 그럴 수는 없고 날이 갈수록 무심하게 배만 불러왔다.
그러나 서로가 눈치를 보며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처녀의 몸으로 수태를 하였으니 아무리 언니요 동생이지만 부끄러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만삭이 가까워 오면서 드디어 터놓게 되었다.
“언니 저어.……”
동생은 몇 번인가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자초지종을 또박 또박 이야기 했다. 언니 역시 동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자기도 같은 경우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자매는 이 무슨 날벼락이냐고 다시 한번 탄식하며 서로 끌어안고 오래도록 울기만 했다. 그러나 드디어 날이 차서 아들을 순산하였다. 각각 어머니는 다르지만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났음인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3살이 되던 해부터 학문을 익히기 시작했고 5살이 되면서는 도를 터득하기 시작하여 인간의 전·후생을 면경 들여다보듯이 예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자 인근 사람들은 물론 천 리 밖의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자식을 얻기 위해 천연수 앞에서 백일기도를 하기도 했고 인생을 자문받기도 했다.
훗날 두 사람은 큰 스님이 되었으며 하늘의 은혜로 태어난 사람들이라 하여 천혜사란 암자를 지어 기거하였는데 학 두 마리가 그림자처럼 암자 주위를 맴돌았다 한다. 또 두 여인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천수를 다하였는데 죽은 후 시체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학이 네 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 후 천혜암은 풍우로 허물어지고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온 곳에 수도사란 이름으로 재건하였으며 지금도 가끔 학이 날아 노닌다고 한다.
출처 : 영천시 홈페이지 (전해오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