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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이돈 –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막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던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하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다. 아들의 기도를 들은 포세이돈은 그의 귀향을 가로막기 시작한다. 바람자루의 실패와 아이올로스의 거절, 칼립소의 섬을 떠난 뒤의 폭풍, 파이아케스인의 돌이 된 배까지 분노는 이어진다. 그러나 포세이돈도 정해진 운명까지 꺾을 수는 없었고, 오디세우스에게는 바다 없는 땅까지 가서 그에게 제사를 올려야 할 마지막 길이 남아 있었다.
1.1 아들의 동굴에 들어온 인간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의 땅에 닿았다. 그곳에는 포세이돈과 바다의 님프 토오사의 아들 폴리페모스가 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는 동료 열두 명을 데리고 그의 동굴에 들어갔지만, 주인이 돌아온 뒤 상황은 곧 끔찍하게 변했다. 폴리페모스는 손님을 보호하는 법도, 제우스의 환대의 법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디세우스의 동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폴리페모스가 배를 어디에 두었느냐고 묻자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배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는 포세이돈이 배를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부수었고 자신과 몇 사람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아직 바다의 신과 원한이 생기기도 전이었지만, 오디세우스는 위기를 피하려고 포세이돈의 이름을 이용한 셈이었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그를 구해 주지는 못했다. 거대한 바위가 동굴 입구를 막고 있었고, 힘으로는 폴리페모스를 이길 수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가 생각해 낸 계략은 곧 성공했지만, 그 승리는 바다의 왕과 맞서는 긴 귀향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오디세우스는 아직 자신이 누구의 아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지 그 무게를 알지 못했다.
폴리페모스의 동굴에 들어선 오디세우스와 동료들
1.2 눈을 잃은 폴리페모스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에게 진한 포도주를 거듭 마시게 한 뒤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라고 속였다. 술에 취한 거인이 잠들자 그는 동료들과 함께 불에 달군 올리브나무 말뚝을 폴리페모스의 하나뿐인 눈에 찔러 넣었다. 비명을 듣고 다른 키클롭스들이 달려왔지만, 폴리페모스가 “아무도가 나를 죽인다”고 외치자 그들은 병이나 신의 재앙이라 여기고 돌아가 버렸다.
다음 날 오디세우스와 남은 동료들은 숫양들의 배 아래에 몸을 숨겨 동굴을 빠져나왔다. 배가 해안에서 멀어지자 오디세우스는 승리감에 사로잡혀 폴리페모스를 조롱했다. 동료들은 거인을 더 자극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마침내 자신이 이타카의 왕 라에르테스의 아들 오디세우스라고 큰소리로 이름까지 밝혔다.
그 순간 폴리페모스는 자신을 눈멀게 할 자가 오디세우스라는 오래된 예언을 떠올렸다. 그는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아버지가 자신의 눈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조차 그 눈을 고치지 못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인간의 승리 선언은 이제 바다의 신에게까지 닿는 모욕이 되었다. 포세이돈이 이 사건을 외면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폴리페모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불붙인 말뚝으로 폴리페모스의 눈을 찌르는 영웅들
1.3 아들의 기도를 듣다
배가 더 멀어지자 폴리페모스는 두 손을 별이 떠 있는 하늘로 들고 아버지 포세이돈을 불렀다. 그는 자신이 진실로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면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만약 신들이 정한 운명 때문에 반드시 이타카에 돌아가야 한다면, 아주 늦게 돌아가게 하고 모든 동료를 잃게 하며 남의 배를 타고 귀향하게 해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새로운 고통을 만나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포세이돈은 아들의 기도를 들었다. 폴리페모스는 포세이돈의 여러 자식 가운데 하나였지만, 자신의 영역인 바다 가까이에서 아들이 인간에게 눈을 잃고 조롱까지 당한 일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오디세우스는 달아날 수 있었는데도 스스로 이름과 고향을 밝혀 원한이 누구에게 향해야 하는지 알려 주었다.
하지만 포세이돈이 마음대로 오디세우스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언젠가 이타카로 돌아갈 운명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포세이돈의 분노는 죽음보다는 끝없는 방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 영웅이 고향을 바라볼 때마다 바다는 다시 멀어졌고, 폴리페모스가 올린 기도의 말들은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갔다.
바닷가에서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기도하는 폴리페모스
2.1 이타카 앞에서 열린 바람 자루
폴리페모스의 섬을 떠난 오디세우스 일행은 바람을 다스리는 아이올로스의 섬에 도착했다. 아이올로스는 그들을 한 달 동안 후하게 대접하고, 귀향길에 오를 때 서풍만 남겨 둔 채 거센 바람들을 소가죽 자루에 묶어 주었다. 순풍을 받은 배들은 아홉 날 동안 쉬지 않고 나아갔고, 열째 날에는 마침내 이타카의 불빛이 보일 만큼 가까워졌다.
아홉 날 동안 항해를 직접 지휘하며 돛의 밧줄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오디세우스는 마침내 피로를 이기지 못해 잠이 들었다. 동료들은 그가 아이올로스에게서 금과 은을 받아 자루 속에 숨겨 두었다고 의심했다. 결국 그들은 매듭을 풀었고, 갇혀 있던 바람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왔다. 폭풍은 눈앞에 있던 이타카를 순식간에 멀리 밀어냈고 배들은 다시 아이올로스의 섬으로 되돌아갔다.
이 실패는 포세이돈이 직접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자루를 연 것은 동료들의 의심과 욕심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기도를 들은 뒤 오디세우스를 떠돌게 하던 포세이돈의 분노 속에서 보면, 이 사건은 더욱 불길한 의미를 지녔다. 바다의 왕이 파도를 일으키지 않아도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스스로 무너지고 있었다. 눈앞에 있던 고향이 다시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서 폴리페모스의 기도는 더욱 무겁게 드리워졌다.
잠든 오디세우스 곁에서 바람 자루를 여는 동료들
2.2 두 번째 도움은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다시 아이올로스의 궁전으로 찾아가 자신을 한 번만 더 도와 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이타카가 눈앞에 보일 만큼 가까이 갔지만 자신이 잠든 사이 동료들이 자루를 열어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순풍을 받아 떠났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자 아이올로스와 그의 가족은 놀랐다. 아이올로스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다시 자신의 섬으로 밀려왔는지 물었다.
그러나 사정을 들은 아이올로스는 두 번째로 바람을 내어 주지 않았다. 그는 오디세우스에게 당장 섬을 떠나라고 명하며, 축복받은 신들에게 미움받는 사람을 자신이 도와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를 미워하는 신이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폴리페모스의 기도가 포세이돈에게 닿은 뒤였고, 오디세우스에게는 바다의 왕의 분노가 따라붙고 있었다.
첫 번째 귀향 실패는 포세이돈이 직접 일으킨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의심과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았다. 오디세우스와 동료들은 더 이상 순풍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지친 몸으로 다시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가야 했다. 포세이돈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분노는 이제 다른 이들마저 오디세우스를 돕기를 꺼리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처럼 귀향길에 드리워져 있었다.
다시 찾아온 오디세우스를 돌려보내는 아이올로스
2.3 바다의 왕이 없는 동안
그 뒤에도 오디세우스에게는 수많은 재난이 닥쳤다. 라에스트뤼고네스에게 배들을 잃고, 키르케의 섬과 명계를 지나며, 헬리오스의 소를 죽인 동료들까지 잃은 끝에 그는 홀로 오기기아섬에 떠밀려 갔다. 이 모든 재앙을 포세이돈이 직접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의 잘못과 다른 신들의 분노도 그의 방랑을 길게 만들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폴리페모스가 아버지에게 빌었던 말들은 하나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의 섬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포세이돈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때 바다의 왕은 멀리 아이티오피아인들의 땅으로 가서 그들이 바치는 제사를 받고 있었다. 포세이돈이 올림포스를 비운 사이, 제우스와 아테나를 비롯한 신들은 오디세우스의 운명을 논의했다. 제우스는 포세이돈이 그를 죽이지는 않지만 계속 고향에서 멀리 떠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들은 이제 오디세우스를 이타카로 돌려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헤르메스가 칼립소에게 보내져 그를 놓아주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전했고, 오랜 억류 끝에 귀향의 문이 열렸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바다를 건너야 했다. 포세이돈이 자리를 비운 동안 출발할 수는 있었지만 그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바다의 왕이 돌아온다면 아들의 원한을 품은 신과 귀향하려는 인간은 다시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올림포스에서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논의하는 신들
3.1 다시 바다로 나온 오디세우스
칼립소는 신들의 명령에 따라 오디세우스를 더 붙잡아 둘 수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고 돛과 키를 갖춘 뒤, 물과 음식과 포도주를 싣고 오기기아섬을 떠났다. 칼립소가 보내 준 따뜻한 바람을 받으며 그는 별을 살펴 방향을 잡았다. 오랜 세월 바다에서 고통받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다시 바다에 자신의 목숨을 맡겨야 했다.
열일곱 날 동안 항해한 뒤 열여덟째 날, 멀리 파이아케스인들이 사는 스케리아의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디세우스에게는 거의 구원의 땅처럼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아이티오피아인들의 땅에서 돌아오던 포세이돈이 멀리서 바다 위의 작은 뗏목을 발견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신들이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결정했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포세이돈에게는 아직 분노를 거둘 이유가 없었다. 그는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인의 땅에 닿으면 오랜 고난에서 벗어날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일 없이 보내 줄 생각도 없었다. 아들의 눈을 멀게 하고 자신의 권능까지 업신여겼던 인간이 다시 그의 바다 위에 나타났다. 포세이돈은 마지막까지 바다가 누구의 영역인지 보여 주려 했다.
3.2 바다를 뒤엎은 포세이돈
포세이돈은 삼지창으로 바다를 뒤흔들고 구름을 모았다. 동풍과 남풍, 서풍과 북풍이 뒤엉켜 불어오자 거대한 파도가 오디세우스의 뗏목을 덮쳤다. 돛대가 부러지고 키가 손에서 떨어졌으며 오디세우스는 파도 속으로 내던져졌다. 가까스로 다시 뗏목에 올라탄 그는 거친 물결 속에서 목숨을 붙들었다. 트로이 전쟁과 수많은 괴물을 견딘 영웅도 바다의 왕이 직접 일으킨 폭풍 앞에서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그때 바다의 여신 레우코테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뗏목을 버리고 자신의 신성한 베일을 몸에 두른 뒤 헤엄쳐 파이아케스인의 땅으로 가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처음에는 또 다른 신의 속임수를 의심하며 뗏목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다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고, 이번에는 뗏목을 산산이 부수어 널빤지들을 사방으로 흩어 놓았다. 더는 의지할 곳이 없어진 오디세우스는 베일을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포세이돈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을 보여 준 뒤 아이가이의 궁전으로 떠났다. 그제야 아테나는 다른 바람들을 잠재우고 북풍을 불게 하여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인의 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포세이돈은 그를 죽음 가까이 몰아붙일 수 있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여러 신들이 인정한 귀향의 운명까지 홀로 지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포세이돈의 영역이었지만,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마저 그의 분노만으로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삼지창으로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는 포세이돈
3.3 운명을 막을 수는 없었다
포세이돈이 일으킨 파도에서 살아남은 오디세우스는 가까스로 스케리아의 강어귀에 닿았다. 온몸의 힘이 빠진 그는 땅에 입을 맞추고 숲속 낙엽 아래 몸을 숨겨 잠들었다. 바다의 왕이 마지막까지 길을 막았지만, 오디세우스는 결국 파이아케스인의 나라에 발을 디뎠다. 포세이돈이 알고 있던 그대로 그곳은 인간 영웅이 큰 고난에서 벗어날 장소였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돕고 있었지만 포세이돈과 정면으로 맞서려 하지는 않았다. 훗날 이타카에 도착한 오디세우스에게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의 형제인 포세이돈이 아들의 눈 때문에 분노하고 있었기에 그와 다투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오디세우스를 아끼는 여신조차 바다의 왕이 품은 분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신들의 뜻은 이미 귀향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제우스 역시 포세이돈 혼자 모든 불멸의 신들을 거슬러 오디세우스를 영원히 붙잡아 둘 수 없다고 보았다. 포세이돈에게 남은 것은 귀향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길에 대가를 남기는 일이었다. 그가 아들의 기도를 들은 날부터 시작된 방랑은 이제 마지막 단계로 향하고 있었다. 인간을 집으로 보내는 일과 바다의 신의 분노를 끝내는 일은 아직 서로 다른 문제로 남아 있었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스케리아 해안에 닿는 오디세우스
4.1 남의 배로 돌아간 인간
파이아케스인의 왕 알키노오스는 낯선 나그네가 오디세우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그를 이타카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항해에 뛰어난 파이아케스인들은 오디세우스를 배에 태우고 밤바다를 달렸다. 오랜 방랑으로 지친 그는 깊이 잠들었고, 선원들은 새벽녘 이타카 해안에 도착해 잠든 오디세우스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트로이를 떠난 뒤 십 년 동안 찾아 헤맨 고향에 그는 자신의 힘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배를 타고 돌아왔다.
그 모습은 오래전 폴리페모스가 포세이돈에게 올렸던 기도를 그대로 떠올리게 했다. 오디세우스는 늦게 돌아왔고, 함께 트로이를 떠났던 동료들을 모두 잃었다. 자신의 배도 하나 남지 않았으며 마침내 남의 배를 타고 이타카에 도착했다. 고향에서도 평안은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의 왕궁을 차지하고 재산을 축내며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있었다. 폴리페모스가 바라던 고통이 거의 모두 현실이 된 셈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포세이돈의 완전한 승리를 뜻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늦고 고통스러운 길이었어도 오디세우스는 결국 이타카에 도착했다. 제우스와 여러 신들이 인정한 그의 귀향을 포세이돈도 끝내 없애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의 혈통과 이어진 파이아케스인들이 오디세우스를 안전하게 고향까지 데려다주었다. 인간 영웅은 바다에서 벗어났지만, 포세이돈의 분노는 이제 그 귀향을 도운 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잠든 오디세우스를 이타카에 내려놓는 파이아케스인들
4.2 돌이 된 귀향선
오디세우스를 이타카에 내려놓은 파이아케스인의 배가 스케리아로 돌아오자 포세이돈은 제우스에게 자신의 불만을 드러냈다. 오디세우스가 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귀향하리라는 신들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파이아케스인들이 그를 잠든 채 고향까지 데려다주고 많은 선물까지 안겨 준 것은 자신의 권위를 가볍게 만든 일이라고 여겼다. 포세이돈에게는 자신의 혈통과 이어진 사람들이 그의 분노를 무시하고 오디세우스를 도운 것처럼 보였다.
제우스는 포세이돈이 자신의 명예를 바로 세우고 싶다면 돌아오는 배를 벌할 수 있다고 했다. 포세이돈은 스케리아 가까이 다가온 배 앞으로 나아가 그것을 내리쳤다. 조금 전까지 물살을 가르며 달리던 배는 순식간에 돌로 변했고, 바다 밑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해안에서 이를 바라보던 파이아케스인들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해 서로 누구의 손으로 배가 멈추었는지 물었다.
그때 알키노오스는 아버지 나우시토오스에게서 들었던 오래된 예언을 떠올렸다. 언젠가 포세이돈이 사람들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파이아케스인들에게 노하여, 바다에서 돌아오는 배를 치고 그들의 도시를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리라는 말이었다. 알키노오스는 더 이상 낯선 사람을 배로 호송하지 말고 포세이돈에게 황소 열두 마리를 바쳐 노여움을 풀자고 했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은 이루어졌지만, 바다의 왕은 자신을 거스른 항해에 마지막 흔적을 남겼다.
포세이돈의 힘으로 돌로 변하는 파이아케스인의 배
4.3 바다 없는 땅에 세운 노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왔다고 해서 포세이돈과의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명계에서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로부터 자신의 앞날을 들은 적이 있었다. 테이레시아스는 포세이돈이 사랑하는 아들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한 일 때문에 오디세우스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하며, 고향과 왕궁을 되찾은 뒤에도 그 분노를 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알려 주었다.
구혼자들을 쓰러뜨리고 자신의 집을 되찾은 뒤, 오디세우스는 잘 만든 노 하나를 어깨에 메고 다시 길을 떠나야 했다. 바다를 알지 못하고 음식에 소금을 넣어 먹지도 않으며, 배와 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의 땅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곳에서 어떤 사람이 그의 어깨에 멘 노를 보고 곡식을 까부르는 키라고 말한다면, 바로 그곳이 여행을 멈추어야 할 장소였다.
오디세우스는 그 자리에 노를 땅에 세우고 포세이돈에게 숫양과 황소와 수퇘지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 바다에서 시작된 원한을 끝내기 위해 그는 마침내 바다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땅까지 가야 하는 운명을 받은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을 이긴 것이 아니었고, 포세이돈도 그의 귀향을 끝내 꺾지 못했다. 이타카에 돌아오는 것으로 긴 방랑은 끝났지만, 바다의 신과 화해하기 위한 마지막 길은 아직 그에게 남아 있었다.
노를 어깨에 메고 바다 없는 땅으로 향하는 오디세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