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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09. 21:20 (2026.08.09. 21:20)

헥토르 – 트로이의 마지막 수호자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는 파리스가 불러온 전쟁을 자신의 책임처럼 짊어지고 성벽 앞에 선다. 아내 안드로마케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사랑하면서도 전장을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리스군을 함선까지 몰아붙이고 파트로클로스를 쓰러뜨린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돌아오면서 전세는 뒤집힌다. 모두가 성 안으로 피한 순간에도 홀로 성문 밖에 남은 헥토르는 마침내 자신의 운명과 마주한다.
목   차
[숨기기]
헥토르 – 트로이의 마지막 수호자
 
 
 

개요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는 파리스가 불러온 전쟁을 자신의 책임처럼 짊어지고 성벽 앞에 선다. 아내 안드로마케와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를 사랑하면서도 전장을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리스군을 함선까지 몰아붙이고 파트로클로스를 쓰러뜨린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가 돌아오면서 전세는 뒤집힌다. 모두가 성 안으로 피한 순간에도 홀로 성문 밖에 남은 헥토르는 마침내 자신의 운명과 마주한다.
 
 
 

제1장 트로이의 왕자

1.1 트로이를 지키는 왕자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의 아들이었다. 프리아모스에게는 많은 아들이 있었지만, 전쟁이 시작된 뒤 트로이 사람들이 가장 의지한 왕자는 헥토르였다. 그는 전투에 능했을 뿐 아니라 병사들을 이끌고 성을 지켜야 하는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그리스의 수많은 왕과 영웅들이 바다 건너 트로이로 몰려왔을 때, 성벽 앞에서 그들을 막아야 할 사람도 헥토르였다.
 
그러나 이 전쟁을 불러온 사람은 헥토르가 아니었다. 동생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려오면서 메넬라오스와 그리스 연합군이 쳐들어왔다. 헥토르는 파리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싸움을 피하려는 동생을 꾸짖기도 했다. 그는 전쟁의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이미 적군이 성 앞에 도착한 뒤에는 동생의 잘못만을 탓하며 물러설 수 없었다.
 
트로이에는 늙은 부모와 형제들뿐 아니라 수많은 백성이 살고 있었다. 헥토르가 싸우지 않는다면 그리스군은 곧 성벽을 넘어올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광을 위해서만 창을 든 것이 아니었다. 성문이 열리지 않게 하고 가족과 백성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 매일 전장으로 나갔다. 그렇게 파리스가 시작한 전쟁의 가장 무거운 짐은 점차 헥토르의 어깨 위에 놓였다.
 
트로이 성벽 앞에서 군대를 이끄는 헥토르
 
 
1.2 파리스를 전장으로 돌려보내다
 
전투가 계속되던 어느 날, 헥토르는 예언자 헬레노스의 조언에 따라 잠시 트로이 성 안으로 돌아왔다. 헬레노스는 헥토르에게 어머니 헤카베를 찾아가 트로이의 여인들을 모으고, 아테나 신전에서 기도하며 귀한 옷을 바치고 열두 마리의 암소를 제물로 약속하게 하라고 말했다. 헥토르는 성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그 말을 전한 뒤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전장으로 향하려 했다.
 
그러던 중 헥토르는 파리스가 자신의 집에서 무장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동생을 보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수많은 트로이 병사들이 성 밖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전쟁의 원인을 만든 파리스가 뒤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헥토르는 사람들이 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더 이상 싸움을 피하지 말라고 거칠게 꾸짖었다.
 
파리스는 형의 비난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괴로워 잠시 방 안에 있었을 뿐이라며 곧 무장을 갖추고 뒤따르겠다고 말했다. 헬레네 역시 헥토르에게 잠시 앉아 쉬어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머물지 않았다. 성 밖에서는 병사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헥토르는 다시 창을 들고 집을 나섰고, 파리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형의 뒤를 따라 전장으로 향했다.
 
무장한 파리스를 꾸짖는 헥토르
 
 
1.3 성벽 위의 가족
 
전장으로 돌아가기 전 헥토르는 아내 안드로마케를 찾아 나섰다. 그녀는 어린 아들 스카만드리오스를 품에 안은 유모와 함께 스카이아이 성문 가까운 성벽 위에 있었다. 트로이 사람들은 이 아이를 ‘성의 왕’이라는 뜻의 아스티아낙스라고 불렀다. 헥토르가 누구보다 트로이 성을 지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안드로마케에게 헥토르는 남편일 뿐 아니라 이미 잃은 부모와 형제를 대신하는 마지막 가족이었다.
 
안드로마케는 헥토르에게 다시 들판 한가운데로 나가지 말고, 성벽에서 가장 공격받기 쉬운 무화과나무 곁에 병사들을 배치해 그곳을 지켜 달라고 애원했다. 헥토르 역시 언젠가 트로이가 무너지고 아내가 포로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자신이 두려움 때문에 싸움을 피했다는 말을 들으며 성 안에 머물 수는 없었다. 그는 트로이 사람들과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다시 전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헥토르가 아들을 안으려 하자 아이는 아버지의 번쩍이는 투구와 흔들리는 말총 장식을 보고 겁에 질려 유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헥토르와 안드로마케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웃었다. 헥토르는 투구를 벗어 내려놓고 아들을 안아 올린 뒤, 훗날 이 아이가 자신보다 더 훌륭한 전사가 되어 트로이 사람들의 칭송을 받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기도했다. 그리고 아이를 아내에게 돌려주고 다시 투구를 쓴 뒤 전장으로 걸어갔다.
 
투구를 벗고 어린 아들을 안아 드는 헥토르
 
 
 

제2장 트로이의 방패

2.1 아이아스와의 결투
 
전쟁이 계속되자 트로이군과 그리스군은 하루에도 수없이 맞부딪쳤다. 어느 날 헥토르는 양쪽 군대 사이로 나와 그리스 영웅 가운데 누구든 자신과 일대일로 싸우자고 외쳤다. 여러 영웅이 나서기를 원했고, 제비뽑기 끝에 살라미스의 왕 대 아이아스가 선택되었다. 거대한 방패를 든 아이아스가 앞으로 나오자 트로이군도 그리스군도 숨을 죽이고 두 영웅을 바라보았다.
 
헥토르가 먼저 창을 던졌지만 아이아스의 두꺼운 방패를 완전히 뚫지 못했다. 아이아스의 창 역시 헥토르의 방패와 갑옷을 꿰뚫으며 위협했지만 헥토르는 몸을 비켜 치명상을 피했다. 두 사람은 다시 창과 돌을 들고 격렬하게 맞섰다. 힘에서는 어느 쪽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양쪽 전령들이 달려와 더 이상 싸우지 말고 결투를 끝내라고 요청했다.
 
헥토르는 싸움을 멈추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영웅은 상대의 용기를 인정하며 헤어지기 전에 선물을 교환했다. 헥토르는 자신의 칼을 아이아스에게 주었고, 아이아스는 허리에 두르는 띠를 헥토르에게 건넸다. 그날 어느 한쪽도 승자가 되지 못했지만 트로이 사람들은 헥토르가 그리스 최고의 전사 가운데 하나와 맞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헥토르는 다시 트로이 성문 안으로 돌아왔다.
 
방패와 창을 들고 맞서는 헥토르와 아이아스
 
 
2.2 그리스군의 방벽을 무너뜨리다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과의 다툼으로 전투에서 물러나자 그리스군의 힘은 크게 약해졌다. 제우스까지 한동안 트로이군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전세는 빠르게 바뀌었다. 트로이군이 그리스 진영의 방벽과 참호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하늘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독수리는 살아 있는 붉은 뱀을 발톱에 움켜쥐고 있었지만, 뱀이 몸을 돌려 독수리를 물자 결국 먹이를 놓치고 말았다.
 
폴리다마스는 이 광경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 트로이군이 방벽을 넘어 그리스 진영에 들어갈 수는 있어도 무사히 돌아오기는 어렵다는 뜻이라며 헥토르에게 공격을 멈추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헥토르는 제우스의 뜻을 믿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새가 어느 방향으로 날아가든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트로이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믿은 헥토르에게 폴리다마스의 경고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치열한 공방 끝에 헥토르는 거대한 돌을 들어 굳게 닫힌 문의 빗장을 향해 던졌다. 돌이 문을 강타하자 빗장이 부서지고 문짝이 안쪽으로 벌어졌다. 헥토르는 방패를 앞세워 가장 먼저 그리스 진영 안으로 돌진했고 트로이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뒤따랐다. 그리스군은 함선 쪽으로 밀려났다. 오랫동안 성벽을 지키던 트로이군이 이제 적의 방벽을 넘어 바닷가의 함선들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거대한 돌로 그리스군의 방벽 문을 부수는 헥토르
 
 
2.3 함선에 불을 붙이다
 
헥토르가 이끄는 트로이군이 함선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오자 그리스군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대 아이아스는 배 위와 선미를 오가며 긴 창으로 적들을 막았고, 트로이군은 불을 들고 배에 접근하려 했다. 그리스 진영 곳곳에서는 부상자가 늘어났고, 이 광경을 본 파트로클로스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그리스군이 무너지고 있으니 자신이라도 싸우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직접 전장에 나설 마음은 없었지만 파트로클로스가 자신의 갑옷을 입고 미르미돈 병사들을 이끄는 것은 허락했다. 다만 함선에서 적을 몰아낸 뒤에는 더 깊이 추격하지 말고 돌아오라고 당부했다. 파트로클로스가 출전을 준비하는 사이에도 전투는 더욱 치열해졌다. 마침내 헥토르와 트로이군은 그리스의 프로테실라오스가 타고 온 함선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불꽃이 선미에서 번져 오르자 아킬레우스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파트로클로스에게 서둘러 미르미돈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 헥토르는 그리스군의 함선을 불태우며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 불길이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파트로클로스를 전장으로 불러냈다. 헥토르의 가장 큰 승리는 동시에 전세가 뒤집히는 시작이 되었다.
 
불타는 그리스 함선 앞에서 공격을 이끄는 헥토르
 
 
 

제3장 운명이 다가오다

3.1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은 전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미르미돈 병사들과 함께 전장에 나타나자 트로이군은 크게 흔들렸다. 번쩍이는 갑옷을 본 많은 병사들은 아킬레우스가 다시 싸움에 나선 것으로 생각했다. 조금 전까지 함선을 포위하던 트로이군은 방향을 돌려 달아났고, 그리스군은 불붙은 배에서 불을 끈 뒤 반격에 나섰다. 파트로클로스는 도망치는 적을 추격하며 수많은 트로이 전사들을 쓰러뜨렸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 사르페돈까지 죽이고 계속 트로이 성벽을 향해 나아갔다. 아킬레우스는 함선을 구한 뒤 돌아오라고 당부했지만 승리에 취한 파트로클로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성벽을 향해 여러 차례 돌진했으나 트로이를 지키던 아폴론이 앞을 가로막고 더 이상 나아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결국 파트로클로스는 성을 직접 공격하지 못하고 다시 들판의 전투로 돌아섰다.
 
그 무렵 헥토르는 스카이아이 성문 부근에서 계속 싸울지 병사들을 성 안으로 불러들일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자 아폴론이 아시오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파트로클로스와 맞서라고 재촉했다. 헥토르는 다시 전차를 몰아 전장으로 나갔다. 이어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의 전차병 케브리오네스를 돌로 쳐 쓰러뜨리자 두 사람은 그의 시신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맞붙었다. 마침내 두 영웅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르렀다.
 
케브리오네스의 시신을 사이에 둔 두 전사
 
 
3.2 파트로클로스의 죽음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군을 거듭 몰아붙였지만 그의 운명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아폴론이 뒤에서 그를 강하게 내리치자 파트로클로스는 정신을 잃을 듯 휘청거렸다. 머리에서는 아킬레우스의 투구가 벗겨져 땅에 굴렀고, 손에 들고 있던 창은 부러졌으며 방패와 갑옷도 흐트러졌다. 이어 젊은 트로이 전사 에우포르보스가 창으로 그의 등을 찔렀다. 상처 입은 파트로클로스가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헥토르가 달려들어 창으로 치명상을 입혔다.
 
헥토르는 쓰러져 가는 파트로클로스에게 승리를 자랑했다. 그러나 파트로클로스는 자신을 먼저 쓰러뜨린 것은 아폴론이고, 에우포르보스가 그다음 상처를 입혔으며 헥토르는 마지막에 자신을 죽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헥토르 역시 오래 살아남지 못하며 아킬레우스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말을 마친 파트로클로스는 숨을 거두었고, 헥토르는 그 예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다시 싸움으로 향했다.
 
곧 파트로클로스의 시신과 갑옷을 둘러싸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헥토르는 파트로클로스가 입고 있던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벗겨 자신의 몸에 걸쳤다. 그 모습을 바라본 제우스는 헥토르가 곧 죽어 그 갑옷을 입은 채 아내에게 돌아가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헥토르는 적에게서 빼앗은 갑옷을 걸치고 다시 전장에 섰지만, 그가 알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마지막 시간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쓰러지는 파트로클로스와 창을 든 헥토르
 
 
3.3 돌아온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이 아킬레우스에게 전해지자 그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분노 때문에 전투를 거부했던 그는 이제 아가멤논과의 다툼보다 친구의 원수를 갚는 일을 앞세웠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무구가 없었기에 곧바로 싸움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아킬레우스는 그리스군의 참호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세 차례 크게 함성을 질렀다. 그 목소리에 트로이군이 두려움에 빠져 물러났고, 그리스군은 마침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되찾았다.
 
그날 밤 트로이군이 들판에 모이자 폴리다마스는 병사들을 즉시 성 안으로 철수시키자고 주장했다. 아킬레우스가 다시 전장에 나설 것이 분명한 만큼 더 이상 들판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헥토르는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스군을 함선까지 몰아붙였던 승리를 떠올린 그는 다음 날에도 성 밖에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트로이 병사들은 헥토르의 말을 따랐고 그날 밤에도 들판에 머물렀다.
 
한편 테티스는 헤파이스토스에게서 새 갑옷과 방패를 받아 아킬레우스에게 가져다주었다. 새로운 무구를 갖춘 아킬레우스가 다음 날 전장에 나타나자 전세는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파트로클로스의 원수를 갚으려 트로이군을 거침없이 몰아붙였고 병사들은 성벽을 향해 달아났다. 헥토르는 그제야 폴리다마스의 충고를 거부한 선택을 후회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이 성문 안으로 몰려들었지만, 그는 그들과 함께 들어가지 않고 성벽 밖에 남았다.
 
아킬레우스의 함성에 물러나는 트로이군
 
 
 

제4장 트로이의 마지막 수호자

4.1 성문 밖에 홀로 남다
 
트로이군이 성 안으로 달아나자 거대한 성문은 다시 닫힐 준비를 했다. 그러나 헥토르는 문 밖에 홀로 남았다.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발견한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와 싸우지 말고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고 애원했다. 헤카베도 가슴을 치며 가족을 생각해 달라고 외쳤다. 헥토르는 부모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이 폴리다마스의 충고를 거부해 많은 병사를 잃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 앞에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아킬레우스에게 헬레네와 보물을 돌려주겠다고 제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장하지 않은 채 다가갔다가는 자비를 얻지 못하고 죽을 뿐이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결국 싸우기로 마음먹었지만 아킬레우스가 가까이 다가오자 두려움이 그를 덮쳤다. 헥토르는 몸을 돌려 달아났고 아킬레우스는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은 트로이 성벽을 세 바퀴나 돌았다.
 
두 영웅이 다시 성벽 아래의 샘가에 이르렀을 때 제우스는 황금 저울을 들어 두 사람의 죽음의 운명을 올려놓았다. 헥토르의 몫이 아래로 기울어 하데스 쪽을 향하자 그를 돕던 아폴론도 떠났다. 그때 아테나는 헥토르의 동생 데이포보스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 함께 아킬레우스와 싸우자고 말했다. 헥토르는 자신에게도 싸울 동료가 생겼다고 믿고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추격전은 이제 마지막 결투로 바뀌었다.
 
트로이 성문 밖에 홀로 남은 헥토르
 
 
4.2 헥토르의 최후
 
헥토르는 곁에 데이포보스가 있다고 믿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아킬레우스에게 어느 쪽이 죽더라도 시신을 모욕하지 말고 가족에게 돌려주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친구의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그 약속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킬레우스가 먼저 창을 던졌지만 헥토르는 몸을 숙여 피했다. 땅에 박힌 창은 아테나가 헥토르 몰래 다시 아킬레우스에게 돌려주었다. 이번에는 헥토르가 창을 던졌지만 아킬레우스의 방패 한가운데를 맞힌 창은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헥토르는 데이포보스에게 다른 창을 달라고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그는 아테나에게 속았으며 신들이 자신의 죽음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무기를 내려놓지는 않았다. 그는 칼을 뽑아 들고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다. 헥토르가 입고 있는 갑옷은 본래 아킬레우스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아킬레우스는 그 갑옷에서 보호되지 않는 틈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창이 갑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헥토르의 목과 어깨 사이를 꿰뚫었다. 쓰러진 헥토르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신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킬레우스는 거절했다. 헥토르는 죽기 전에 아킬레우스 역시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스카이아이 성문 가까이에서 파리스와 아폴론에 의해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리고 트로이의 가장 강한 수호자는 자신이 지켜 온 성벽 바로 앞에서 숨을 거두었다.
 
트로이 성벽 앞에서 마지막으로 맞선 두 영웅
 
 
4.3 트로이가 울다
 
헥토르가 쓰러지자 트로이 성 안에는 통곡이 퍼졌다. 그러나 그의 시신은 곧바로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두 발을 전차 뒤에 묶어 그리스 진영으로 끌고 갔으며, 이후에도 파트로클로스의 무덤 둘레로 시신을 끌며 분노를 풀려 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와 아폴론은 헥토르의 몸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했고, 신들은 마침내 아킬레우스에게 시신을 가족에게 돌려주도록 뜻을 전했다.
 
늙은 프리아모스는 아들의 시신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그는 몸값으로 줄 귀한 보물을 수레에 싣고 전령 이다이오스와 함께 적진으로 향했다. 헤르메스의 도움을 받아 아킬레우스의 막사에 도착한 프리아모스는 아들을 죽인 사람의 손에 입을 맞추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향에 있는 아버지 펠레우스를 생각해 달라고 간청했다. 아킬레우스도 늙은 아버지와 죽은 파트로클로스를 떠올렸고 두 사람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아킬레우스는 마침내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고 장례를 치를 동안 전투를 멈추겠다고 약속했다. 트로이로 돌아온 헥토르를 안드로마케와 헤카베, 헬레네와 백성들이 맞아 애도했다. 사람들은 아홉 날 동안 장작을 모은 뒤 열째 날 시신을 화장하고, 다음 날 뼈를 거두어 무덤을 만들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성벽 앞을 지키던 가장 강한 전사는 더 이상 없었다. 그렇게 트로이는 마지막 수호자 헥토르의 장례를 치렀다.
 
헥토르의 시신 앞에서 애도하는 트로이 사람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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