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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10. 11:54 (2026.08.10. 11:44)

아킬레우스의 장례 – 영웅을 떠나보내다

 
트로이 성문 앞에서 쓰러진 아킬레우스의 시신이 그리스 진영으로 돌아오자, 전우들은 최고의 영웅을 잃은 슬픔에 잠긴다. 바다에서는 어머니 테티스와 네레이데스가 올라오고, 아홉 무사이도 애가를 부른다. 십칠 일 동안 이어진 애도 뒤 아킬레우스는 화장되고, 그의 유골은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황금 항아리에 담긴다. 그리스군은 헬레스폰토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거대한 봉분을 세우고 장례 경기를 열어 마지막 예를 갖춘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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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장례 – 영웅을 떠나보내다
 
 
 

개요

 
트로이 성문 앞에서 쓰러진 아킬레우스의 시신이 그리스 진영으로 돌아오자, 전우들은 최고의 영웅을 잃은 슬픔에 잠긴다. 바다에서는 어머니 테티스와 네레이데스가 올라오고, 아홉 무사이도 애가를 부른다. 십칠 일 동안 이어진 애도 뒤 아킬레우스는 화장되고, 그의 유골은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황금 항아리에 담긴다. 그리스군은 헬레스폰토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거대한 봉분을 세우고 장례 경기를 열어 마지막 예를 갖춘다.
 
 
 

제1장 바다가 슬퍼한 영웅

1.1 돌아온 아킬레우스
 
아이아스오디세우스가 치열한 싸움 끝에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되찾아 오자, 그리스 진영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얼마 전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전장을 누비던 영웅은 이제 들것 위에 움직이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그리스군은 시신을 진영 안으로 옮겨 따뜻한 물로 씻고 기름을 발랐다. 전우들은 그의 주위에 모여 눈물을 흘렸고, 많은 병사들은 머리카락을 잘라 죽은 영웅에게 바쳤다.
 
미르미돈족의 슬픔은 특히 컸다. 프티아에서부터 아킬레우스를 따라온 그들은 자신들을 이끌던 왕을 낯선 땅에서 잃었다. 늙은 포이닉스는 어린 시절부터 돌보아 온 아킬레우스를 바라보며 통곡했고, 브리세이스도 그의 곁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가족과 고향을 잃은 뒤 자신을 지켜 주었던 아킬레우스마저 죽자 그녀의 슬픔은 더욱 컸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디오메데스와 네스토르를 비롯한 장수들도 차례로 시신 앞에 섰다. 아킬레우스와 크게 다투었다가 다시 화해했던 아가멤논에게도 그의 빈자리는 컸다. 트로이군이 가장 두려워했던 전사가 더 이상 그리스 진영에 없었다. 그러나 그날만큼은 앞으로의 전쟁보다 함께 싸웠던 한 영웅을 떠나보내는 일이 먼저였다.
 
그리스 진영으로 옮겨지는 아킬레우스의 시신
 
 
1.2 바다에서 올라온 어머니
 
아킬레우스가 죽었다는 소식은 바다 깊은 곳까지 전해졌다. 헬레스폰토스의 물결이 크게 일렁이더니 테티스와 네레이데스들이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와 함께 수많은 바다의 여신들이 해안으로 다가오자 그리스 병사들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일부는 놀라 함선 쪽으로 달아나려 했다. 그때 늙은 네스토르가 병사들을 붙잡고, 아킬레우스의 어머니와 바다의 여신들이 죽은 영웅을 애도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테티스는 곧장 아들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불사의 여신이었지만 자신이 낳은 아들의 운명만큼은 바꾸지 못했다. 그녀가 아킬레우스의 얼굴을 끌어안고 슬퍼하자 네레이데스들도 시신을 둘러싸고 울었다. 그들은 죽은 영웅의 몸을 감싸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 장례를 준비했다. 한때 테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갑옷을 가져와 아들을 다시 전장으로 보냈지만, 이제는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리스군도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인간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의 마지막 자리에는 인간과 신이 함께 모였다. 해안에 늘어선 함선과 멀리 보이는 트로이 성벽 사이에서 전쟁은 잠시 멈춘 듯했다. 그날 그리스 진영에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동료를 잃은 전사들의 울음만이 오래 이어졌다.
 
아들의 시신 앞에 나타난 테티스와 네레이데스
 
 
1.3 아홉 무사이의 애가
 
테티스와 네레이데스가 아킬레우스의 곁을 지키는 동안 아홉 무사이도 찾아왔다. 노래와 시를 관장하는 여신들은 서로 번갈아 애가를 부르며 죽은 영웅을 기렸다. 한 여신의 노래가 끝나면 다른 여신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 노래는 그리스군의 함선과 헬레스폰토스의 해안까지 퍼져 나갔다. 수많은 전투와 죽음을 견뎌 온 전사들도 그 노래 앞에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애도는 하루나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오디세이아》는 인간과 신들이 십칠 일 동안 밤낮으로 아킬레우스를 애도했다고 전한다. 그동안 시신은 진영에 안치되어 있었고, 전우들은 차례로 그의 곁을 지켰다. 미르미돈족에게는 자신들을 이끌던 왕이었고, 여러 장수들에게는 전투를 함께한 동료였으며, 테티스에게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었다. 각자는 서로 다른 기억을 품은 채 같은 시신 앞에 머물렀다.
 
트로이 성 안에서는 가장 두려운 적의 죽음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리스 진영에서는 전쟁의 소리가 잠시 멀어져 있었다. 십칠 일의 애도가 끝나자 마침내 장례를 치를 날이 다가왔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킬레우스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아킬레우스 곁에서 애가를 부르는 아홉 무사이
 
 
 

제2장 불꽃 속으로 떠난 영웅

2.1 열여덟째 날의 화장
 
열여덟째 날이 되자 그리스군은 아킬레우스를 화장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해안에는 많은 나무가 쌓여 거대한 장작더미가 만들어졌다. 전사들은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신들이 입혀 준 옷과 함께 그 위에 올려놓고 향유와 꿀을 바쳤다. 살찐 양과 소도 희생 제물로 바쳐졌다. 트로이 전쟁에서 가장 강한 전사였던 아킬레우스를 보내기 위해 그리스군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성대한 장례를 준비했다.
 
불이 붙자 장작더미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불꽃은 서서히 아킬레우스의 몸을 감쌌다. 그리스의 전사들은 갑옷을 갖춰 입고 불타는 장작더미 곁을 지나갔으며, 보병과 전차병들이 함께 죽은 영웅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했다. 수많은 무기와 전차가 움직이는 소리가 해안에 울렸지만, 그것은 적을 향한 진격이 아니라 더 이상 함께 싸울 수 없는 전우를 보내는 행렬이었다.
 
테티스와 네레이데스도 불길 앞에서 아킬레우스를 지켜보았다. 한때 테티스는 아들이 트로이에 가면 짧지만 영광스러운 삶을 살게 될 운명을 알고 있었다. 아킬레우스는 그 길을 선택했고, 이제 그 운명은 끝까지 이루어졌다. 밤이 깊어 갈수록 불길은 낮아졌고, 그리스군은 마지막 불씨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거대한 장작더미에서 치러지는 아킬레우스의 화장
 
 
2.2 불길이 남긴 유골
 
밤새 타오르던 불길이 잦아들고 아침이 밝자 그리스군은 다시 화장터로 모였다. 거대한 장작더미는 재로 변해 있었고, 그 속에는 아킬레우스의 하얀 뼈가 남아 있었다. 전우들은 남은 불을 정리한 뒤 조심스럽게 유골을 골라냈다. 전쟁터에서는 수많은 시신을 급히 수습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들은 뼈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모아 기름과 물을 타지 않은 포도주로 정갈하게 했다.
 
얼마 전까지 아킬레우스는 전장에서 누구도 막기 어려운 전사였다. 창을 들고 달려나가면 트로이군의 대열이 무너졌고, 헥토르와 멤논 같은 이름 높은 영웅들도 그의 손에 쓰러졌다. 그러나 불길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의 힘을 보여 주던 육신도, 전장을 달리던 모습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전우들이 거두는 유골만이 아킬레우스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유골을 모두 거두자 테티스는 아들의 유골을 담을 빛나는 황금 항아리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항아리에는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터에서 아킬레우스의 유골을 거두는 전우들
 
 
2.3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테티스가 내놓은 황금 항아리는 평범한 장례용 그릇이 아니었다.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그것은 디오니소스가 준 선물이었으며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귀한 물건이었다. 그 안에는 이미 아킬레우스와 가장 가까웠던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유골이 놓여 있었다. 파트로클로스가 죽은 뒤 그의 혼령은 아킬레우스의 꿈에 나타나 자신들의 유골을 서로 떨어뜨리지 말고 한 그릇에 함께 넣어 달라고 부탁했고, 아킬레우스는 그 약속을 받아들였다.
 
그리스군은 깨끗이 거둔 아킬레우스의 유골을 황금 항아리에 넣어 파트로클로스의 유골과 함께 놓았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한때 싸움을 거부하던 아킬레우스를 다시 전장으로 불러냈고, 그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헥토르와 싸웠다. 살아 있을 때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은 결국 트로이 땅에서 차례로 죽음을 맞았지만, 이제 하나의 항아리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가까운 곳에는 안틸로코스의 유골도 따로 놓였다. 멤논에게 죽은 그는 파트로클로스 다음으로 아킬레우스가 아꼈던 동료로 전해진다. 유골을 모두 안치한 그리스군은 이제 이들을 품을 무덤을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아킬레우스가 마지막으로 돌아간 곳은 고향 프티아가 아니라, 파트로클로스와 함께 싸우고 죽었던 트로이의 바닷가였다.
 
황금 항아리에 함께 놓이는 두 영웅의 유골
 
 
 

제3장 영웅이 남긴 자리

3.1 헬레스폰토스의 봉분
 
그리스군은 헬레스폰토스가 내려다보이는 해안의 높은 곳을 아킬레우스의 무덤 자리로 정했다. 바다로 돌출된 곶에 수많은 전사들이 흙과 돌을 나르며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그곳에는 황금 항아리에 담긴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의 유골이 놓였고, 가까이에는 안틸로코스도 함께 자리했다. 전쟁 속에서 차례로 쓰러진 전우들은 죽어서도 서로 멀리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봉분은 멀리 바다에서도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높게 세워졌다. 훗날 헬레스폰토스를 지나는 뱃사람들이 해안의 무덤을 바라보며 그곳에 아킬레우스가 잠들어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아직 트로이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아킬레우스에게 돌아갈 고향은 더 이상 프티아가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자리는 자신이 수많은 전투를 치렀던 트로이의 평원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되었다.
 
테티스는 완성된 봉분을 바라보았다. 불사의 여신인 그녀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아들은 인간의 죽음을 맞아 땅속에 남았다. 그러나 장례는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다. 테티스에게는 아들을 위해 모인 그리스 영웅들에게 그의 이름을 기릴 마지막 경기를 열어 주는 일이 남아 있었다.
 
헬레스폰토스 해안에 세워지는 거대한 봉분
 
 
3.2 아킬레우스를 위한 장례 경기
 
봉분이 완성되자 테티스는 그리스의 영웅들을 불러 모아 아킬레우스를 위한 장례 경기를 열었다. 그녀는 신들이 마련한 아름다운 물건들을 상으로 내놓았다. 얼마 전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애도하며 장례 경기를 열었던 것처럼, 이제는 살아남은 전사들이 아킬레우스의 이름 아래 경기장에 섰다.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함께 싸웠던 영웅들은 이번에는 무기를 겨누는 적이 아니라 서로의 힘과 기량을 겨루는 경쟁자가 되었다.
 
아폴로도로스의 전승에 따르면, 전차 경주에서는 에우멜로스가 승리했고, 달리기에서는 디오메데스가 승리를 차지했다. 거대한 원반을 던지는 경기에서는 대 아이아스가 힘을 보였으며, 활쏘기에서는 뛰어난 궁수 테우크로스가 승자가 되었다. 경기의 종목과 승자는 전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해지지만, 그날 그리스의 이름난 영웅들은 차례로 경기장에 나서 자신들의 기량을 보이며 죽은 아킬레우스를 기렸다.
 
테티스는 승리한 영웅들에게 상을 나누어 주었고, 경기가 끝나자 전사들은 다시 함선과 천막으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이어진 애도와 장례도 이제 끝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는 아직 함락되지 않았고 전쟁도 끝나지 않았다. 아킬레우스는 봉분 아래에 잠들었지만, 그가 그리스군에 남긴 것 가운데 아직 주인을 정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아킬레우스를 기리며 겨루는 그리스 영웅들
 
 
3.3 주인을 잃은 무구
 
장례 경기가 끝난 뒤 그리스 장수들의 시선은 아킬레우스가 남긴 무구로 향했다. 그것은 평범한 전사의 갑옷이 아니었다.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은 뒤 테티스가 올림포스로 올라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해 만든 무구였다. 아킬레우스는 그것을 입고 다시 전장에 나가 헥토르를 쓰러뜨렸으며, 마지막 전투까지 그 갑옷과 함께했다. 이제 주인은 봉분 아래에 잠들었지만 그의 무구는 그리스 진영에 남아 있었다.
 
그 무구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다고 나선 것은 대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였다. 두 사람은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되찾는 싸움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이아스는 쓰러진 영웅의 몸을 지켜 옮겼고, 오디세우스는 몰려드는 트로이군과 맞서며 퇴로를 지켰다. 두 영웅 모두 자신이 아킬레우스가 남긴 무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두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는 없었다. 결국 그리스군은 누구에게 무구를 줄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아킬레우스를 애도하고 그의 장례를 치렀던 아이아스오디세우스는 이제 같은 유산을 두고 경쟁하게 되었다. 아킬레우스의 장례는 끝났지만, 그가 남긴 무구를 둘러싼 싸움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무구를 바라보는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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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