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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12. 01:25 (2026.08.12. 01:25)

프로테실라오스와 라오다메이아 – 죽음이 허락한 세 시간

 
트로이 전쟁에 나선 프로테실라오스는 그리스군 가운데 가장 먼저 적의 땅에 발을 디디고 첫 희생자가 된다. 필라케에 남은 아내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들에게 단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빈다. 신들은 그녀의 간청을 들어 프로테실라오스를 저승에서 세 시간 동안 돌려보낸다. 그러나 짧은 재회가 끝난 뒤 다시 찾아온 이별은 처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고,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의 형상을 붙들고 끝내 그의 뒤를 따른다.
목   차
[숨기기]
프로테실라오스와 라오다메이아 – 죽음이 허락한 세 시간
 
 
 

개요

 
트로이 전쟁에 나선 프로테실라오스는 그리스군 가운데 가장 먼저 적의 땅에 발을 디디고 첫 희생자가 된다. 필라케에 남은 아내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들에게 단 한 번만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빈다. 신들은 그녀의 간청을 들어 프로테실라오스를 저승에서 세 시간 동안 돌려보낸다. 그러나 짧은 재회가 끝난 뒤 다시 찾아온 이별은 처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고,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의 형상을 붙들고 끝내 그의 뒤를 따른다.
 
 
 

제1장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집

1.1 라오다메이아의 신랑
 
테살리아의 필라케를 다스리던 프로테실라오스는 이올코스의 왕 아카스토스의 딸 라오다메이아와 혼인했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집에는 새로 마련한 살림이 채 자리를 잡지 못했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위해 손볼 곳도 많았다. 호메로스도 훗날 프로테실라오스의 죽음을 전하면서, 필라케에는 그를 잃고 슬퍼하는 아내와 아직 완전히 세워지지 않은 집이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혼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함께 떠나면서 그리스의 왕과 영웅들이 전쟁에 불려 나왔다. 프로테실라오스 역시 과거 헬레네에게 구혼했던 영웅 가운데 하나였고, 메넬라오스의 혼인을 지키겠다는 맹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필라케와 주변 여러 고을에서 전사들을 모으며 출정을 준비했다.
 
라오다메이아에게 전쟁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편이 바다 건너 전장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었다.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두 사람이 함께 채워 갈 시간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라오다메이아는 전쟁이 끝나면 남편이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리라 믿었다.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집에서 함께하는 신혼부부
 
 
1.2 전쟁이 부른 이름
 
출정할 날이 다가오자 필라케와 주변 고을에서는 병사들이 모이고 무기와 식량이 마련되었다. 프로테실라오스는 자신의 백성을 이끌고 그리스 연합군에 합류해야 했다. 《일리아스》는 그가 필라케와 피라소스, 이톤, 안트론, 프텔레오스의 전사들을 거느렸으며 마흔 척의 함선을 이끌었다고 전한다. 이제 막 한 가정을 이루었던 그는 한 사람의 남편인 동시에 전쟁에 나서야 하는 지휘관이었다.
 
라오다메이아는 떠나는 남편을 붙잡고 싶었지만 전쟁을 멈출 수는 없었다. 훗날 오비디우스가 그녀의 목소리를 빌려 전한 이야기에서는 프로테실라오스가 집을 나서며 문턱에서 발을 헛디딘 장면이 불길한 징조처럼 남는다. 라오다메이아는 그 순간 마음이 내려앉았지만, 떠나는 사람에게 불길한 말을 하면 그것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자신의 불안을 삼켰다.
 
프로테실라오스는 갑옷을 갖추고 길을 떠났다.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의 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란 것은 승리도 명예도 아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그가 다시 그 문턱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트로이에는 아직 누구의 이름도 붙지 않은 첫 희생이 기다리고 있었고, 두 사람의 짧은 신혼은 그날의 작별에서 멈춰 버렸다.
 
문턱을 넘어 출정을 떠나는 프로테실라오스
 
 
1.3 살아서 돌아오라는 부탁
 
그리스 연합군이 아울리스에 모여 트로이로 떠날 때를 기다리는 동안, 라오다메이아는 필라케에 남아 남편을 걱정했다. 낮에는 익숙한 집 안을 돌아다녔지만 밤이 되면 비어 있는 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남편이 전쟁터에 도착하면 어떤 적과 맞서게 될지 생각했다.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녀의 두려움을 더 키웠다.
 
특히 라오다메이아의 마음을 붙잡은 이름은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였다. 오비디우스의 《헤로이데스》에서 그녀는 프로테실라오스에게 헥토르를 조심하고, 싸움에서 앞장서지 말며, 무엇보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당부한다. 트로이 땅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디는 그리스인은 가장 먼저 죽게 된다는 예언까지 전해지자, 그녀는 전쟁터의 영광보다 차라리 가장 늦게 배에서 내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라오다메이아의 바람은 바다 건너 남편의 선택을 붙들어 둘 수 없었다. 마침내 순풍이 불고 그리스 함대는 아울리스를 떠나 트로이를 향했다. 수많은 함선이 해안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배 위의 병사들도 첫 상륙자에 관한 예언을 알고 있었다.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그 말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려야 했고, 그 첫발 뒤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떠난 남편의 무사 귀환을 비는 라오다메이아
 
 
 

제2장 트로이의 첫 희생

2.1 첫발을 내딛는 자
 
긴 항해 끝에 그리스 함대가 마침내 트로이 해안에 모습을 드러냈다. 트로이군도 적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해변으로 몰려 나왔다. 바다에는 그리스의 배들이 빽빽하게 늘어섰고, 육지에서는 창과 방패를 든 트로이 병사들이 상륙을 막으려 기다렸다. 배가 해안에 가까워지자 그리스 전사들은 곧 싸움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 모두의 머릿속에는 그들이 알고 있던 한 가지 예언이 떠올랐다. 트로이 땅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디는 그리스인은 이 전쟁에서 가장 먼저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어느 배에서든 한 사람이 먼저 내려야 했지만 누구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아킬레우스조차 첫 상륙자가 되지 말라는 어머니 테티스의 경고를 받은 전승이 남아 있을 만큼, 첫발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목숨을 내놓는 선택으로 여겨졌다.
 
파도는 배의 옆면을 두드리고 트로이군의 함성은 점점 가까워졌다. 뒤에는 수많은 그리스 함선이 기다리고 있었고 앞에는 적이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적이 지키는 해안에 상륙하려면 결국 누군가는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려야 했다. 그 순간 프로테실라오스가 배의 가장자리로 나아갔다. 필라케의 집과 자신을 기다리는 라오다메이아가 있었지만, 그는 결국 가장 먼저 육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망설이는 그리스군 앞에서 배 끝에 선 프로테실라오스
 
 
2.2 가장 먼저 뛰어내리다
 
프로테실라오스의 발이 트로이 해안에 닿았다. 그가 뛰어내리는 모습을 본 그리스 병사들도 뒤이어 배에서 쏟아져 나왔다. 트로이군은 상륙하려는 적을 밀어내기 위해 창과 돌을 퍼부었고, 좁은 해변에서는 곧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프로테실라오스는 방패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트로이 전사들과 맞섰다.
 
예언이 곧바로 그의 목숨을 앗아간 것은 아니었다. 프로테실라오스는 해변으로 밀려드는 트로이 전사들과 싸우며 여러 명을 쓰러뜨렸다. 가장 먼저 상륙한 그는 가장 먼저 적진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영웅이기도 했다. 그러나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마침내 트로이군을 이끌던 헥토르와 맞닥뜨렸다. 필라케에서 라오다메이아가 그토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던 바로 그 이름이었다.
 
프로테실라오스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싸웠지만 헥토르의 공격을 받고 마침내 트로이 해변에 쓰러졌다. 그의 뒤로 그리스군의 상륙은 계속되었고 전투는 더 많은 영웅들의 싸움으로 번져 갔다. 그러나 프로테실라오스에게 트로이 전쟁은 그곳에서 끝났다. 가장 먼저 적의 땅을 밟은 사람이 가장 먼저 죽으리라는 예언은 이루어졌고, 라오다메이아가 기다리던 그의 귀환도 트로이의 모래 위에서 끝나고 말았다.
 
트로이 해안에서 헥토르와 맞서는 프로테실라오스
 
 
2.3 바다 건너온 죽음
 
프로테실라오스의 죽음은 그리스군에게 트로이 원정의 첫 희생으로 기억되었다. 그의 부하들은 지휘관을 잃었고, 뒤에는 동생 포다르케스가 남아 그들을 이끌었다. 그리스군에게 트로이에서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지만 프로테실라오스에게 돌아갈 길은 이미 사라졌다. 그가 떠나온 필라케의 집에는 여전히 라오다메이아가 남편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바다 건너에서 프로테실라오스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라오다메이아는 처음에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트로이 해안에서 벌어진 첫 상륙전에서, 그것도 가장 먼저 적의 땅을 밟은 뒤 쓰러졌다는 사실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토록 조심하라고 했던 헥토르의 손에 남편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품었던 두려움을 그대로 현실로 바꾸어 놓았다. 기다림이 끝났다는 말은 곧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라오다메이아는 죽음이 두 사람을 완전히 갈라놓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살아 있는 남편에게 갈 수 없다면 신들에게 죽은 남편을 돌려달라고 빌기로 했다. 그녀가 바란 것은 영원히 되살리는 기적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떠날 때 하지 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라오다메이아의 기도는 인간의 세계를 넘어 신들에게 닿기 시작했다.
 
남편의 죽음 소식을 듣는 라오다메이아
 
 
 

제3장 죽음이 허락한 세 시간

3.1 남편을 돌려달라는 기도
 
라오다메이아는 신들 앞에서 거듭 프로테실라오스를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다시 살아 있는 세상에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청한 것은 영원한 귀환이 아니라 단 세 시간이었다. 남편과 다시 이야기하고, 그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제대로 작별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만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슬픔을 가엾게 여긴 신들은 마침내 그 청을 받아들였다. 저승과 인간 세계 사이를 오갈 수 있는 헤르메스가 프로테실라오스를 데려오는 역할을 맡았다. 죽은 자에게 닫힌 길이 잠시 열리고, 프로테실라오스는 하데스의 영역을 떠나 자신이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귀환에는 처음부터 끝이 정해져 있었다. 세 시간이 지나면 그는 다시 죽은 자들의 세계로 돌아가야 했다.
 
라오다메이아는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세 시간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전쟁의 영웅도, 트로이에 가장 먼저 상륙한 전사도 아니었다. 필라케의 집을 떠나기 전 자신의 곁에 있던 남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집 안에 한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들었던 프로테실라오스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신들에게 프로테실라오스를 돌려달라 비는 라오다메이아
 
 
3.2 세 시간의 재회
 
라오다메이아는 처음에는 눈앞의 사람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그 모습과 목소리는 자신이 기억하던 프로테실라오스 그대로였다. 그녀는 남편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트로이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 머릿속에서 수없이 떠올렸던 사람이 이제 다시 같은 방 안에 있었다. 신들이 허락한 세 시간 동안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가 잠시 사라졌다.
 
두 사람은 헤어진 뒤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어 갔다. 떠나던 날 미처 하지 못했던 말도 있었고, 다시 만나면 전하고 싶었던 말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함께 있는 순간이 길어질수록 남은 시간은 줄어들었다. 라오다메이아는 남편을 다시 만난 기쁨 속에서도 이 만남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마침내 약속된 세 시간이 다했다. 프로테실라오스는 더 이상 인간의 세계에 머물 수 없었다. 헤르메스가 그를 다시 저승으로 데려가야 할 때가 왔다. 라오다메이아는 한 번 이미 남편을 잃었지만 이제 눈앞에서 다시 그를 보내야 했다. 프로테실라오스의 모습이 사라지자 집은 처음보다 더 깊은 적막에 잠겼다. 짧은 재회는 끝났고, 라오다메이아에게는 두 번째 이별이 남았다.
 
저승에서 돌아온 프로테실라오스와 라오다메이아의 재회
 
 
3.3 불길 속의 형상
 
프로테실라오스가 다시 저승으로 돌아간 뒤 라오다메이아는 그와 함께했던 세 시간을 잊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의 모습을 본뜬 청동상을 만들어 자신의 방에 두고, 마치 그가 아직 곁에 있는 것처럼 바라보고 끌어안았다. 어느 날 아침, 제물로 바칠 과일을 가져온 하인이 문틈으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라오다메이아가 프로테실라오스의 형상을 끌어안고 입맞추는 모습을 본 그는 그것이 조각상인 줄 모르고, 그녀가 낯선 남자를 방 안에 숨겨 두었다고 생각해 아카스토스에게 알렸다.
 
아카스토스가 딸의 방으로 들어가 확인한 것은 살아 있는 남자가 아니라 프로테실라오스의 형상이었다. 그는 딸이 죽은 남편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고통받고 있음을 알았다. 결국 아카스토스는 그 슬픔을 끝내려는 마음으로 청동상과 라오다메이아가 남편에게 바치던 제물들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 불태우게 했다. 불길이 장작더미와 제물을 삼키면서 그 속에 놓인 프로테실라오스의 청동상도 뜨거운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
 
라오다메이아에게 그것은 프로테실라오스를 다시 한 번 잃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전쟁이 그를 빼앗았고, 다음에는 세 시간이 끝나자 저승이 그를 데려갔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남편의 형상마저 타오르는 장작더미 속에 놓여 있었다. 라오다메이아는 더 이상 뒤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장작더미의 불길 속으로 몸을 던졌고, 그대로 생을 마쳤다. 아직 완성되지 못했던 필라케의 집에는 이제 두 사람 가운데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불타는 장작더미의 청동상을 바라보는 라오다메이아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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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