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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해상왕 이사부 울릉도 독도 항로 참관기
대한민국 정부는 섬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섬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2018년 8월 8일을 국가기념일인 ‘섬의 날’로 제정했다. 섬의 날 제정은 영토로서 섬이 지닌 중요성을 재인식하며,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섬 관광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 2026년 현재 우리나라의 유인도는 총 484개. 이중 연륙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 섬은 93개, 여객선이나 도선이 운항하는 섬은 382개이며 섬 주민은 약 817,238명이다.
섬의 날 국가기념일 초석을 놓은 주역은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홍선기 교수와 강봉룡 원장이다. 홍선기 교수가 2015~2016년 언론 칼럼과 기고를 통해 ‘섬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필요성을 처음 제기하고, 강봉룡 원장이 학계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섬의 미래가치와 성장 동력을 주창하며 정책화에 앞장섰다.
공론화 과정을 거친 제안은 지자체와 정치권의 동참으로 이어져 2018년 선거구가 전남 목포시인 박지원(1942~ ) 국회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하여 2018년 2월 28일 ‘도서개발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8월 8일이 세계 최초의 ‘섬의 날’ 국가기념일로 확정되었다. 나아가 2021년 9월 8일에는 국내 섬 정책 연구·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섬진흥원이 설립되어 체계적인 섬 발전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섬의 날(8월 8일)(사진:해양레저신문, AI생성이미지)
필자는 지난 10년간 범선 코리아나호(선장 정채호)에 몸을 싣고 매년 울릉도와 독도를 항해하며 바다에 대한 견문을 넓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항해를 멈추게 되자, 해양 연구의 지평을 단순한 ‘해양사’에서 삶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느껴지는 ‘해양생활사’로 확장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바다 수영 국제대회 창설을 추진하는 김연빈 해양전문가를 만나 바다에 관한 토의를 진행하고,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를 방문해 남극 운석과 차세대쇄빙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개관 때는 전시물을 참관하며 “어떻게 하면 해양 연구와 공부를 더욱 깊이 있게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해 뜻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유디트 살란스키의 저서 《머나먼 섬들의 지도》(사진;예스24)
2022년 가락도서관에서 독일의 여성 작가이며 북디자이너인 유디트 살랸스키(1980~ )의 저서 《머나먼 섬들의 지도》를 읽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좋은 느낌과 울림을 받았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한 55개 섬들의 지도를 직접 그리고 소멸과 상실 등의 주제로 그 섬에 얽힌 기묘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엮어냈다.
동독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린 시절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성장했다. 그녀는 책을 보다가 어머니에게 “어머니! 저, 섬에 가고 싶어요. 보내주세요!”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어린 딸에게 “지금부터 섬에 관해 하나씩 공부하렴, 성장해서 어른이 되어 돈을 스스로 벌어 가려무나.”라고 대답하여 딸을 달래주었다. 그날 이후 소녀는 매일 섬을 공부하고 지도를 찾아보며 미지의 섬을 상상했다.
소녀가 열 살 때인 1990년 10월 3일, 독일 통일을 직접 보았다. 기념비가 철거되고 사용하던 화폐가 순식간에 모두 바뀌는 것을 경험하며 자기 자신이 역사적 순간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9시 반이면 베를린 주립도서관을 찾아 글을 쓴다. 그녀는 이 책을 완성할 때까지 한 번도 섬을 방문하지 못하고, 섬을 펜으로 그려냈다고 고백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책이 2009년 출간되었을 때 독일 출판계는 《머나먼 섬들의 지도》 책을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으로 선정하고 찬사를 보냈다.
2025년 새해가 밝아오자, 나는 세계지도를 펼쳐 들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100만 개 섬 중 면적이 큰 1,000개의 섬을 추려내고, 그중에 방문이 가능한 300개의 섬을 선정해 공부하며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 지난날 가족과 함께 방문했던 말레이시아 보르네오(3위)와 일본 홋카이도(21위)에서의 여정을 반추했다. 앞으로는 고대 역사와 관련이 미지의 섬들을 찾아가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제주도(218위)라는 아름다운 큰 섬이 있지만, 세계에는 정말 거대한 섬들이 많았다. 매일 저녁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2026년 5월에 일본 시코쿠(50위)와 제주도를, 6월에는 인도네시아 중부 술라웨시(11위)를 다녀왔다. 해외 오지로 갈 때면 나는 가장 애정이 가는 믿음직한 ‘이사부 항로 탐사대’ 모자를 이정표나 상징처럼 꼭 챙겨 간다.
김인영 著 《이사부를 찾아서》(사진:궁인창)
지난 6월, 섬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사부기념사업회(이사장 최석민)에서 ‘제19회 해상왕 이사부 울릉도 독도 항로탐사’ 대원으로 선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받았다. 설레는 마음에 삼척에 하루 일찍 내려가 새로 개관한 이사부독도기념관과 죽서루를 둘러본 뒤, 안전기원제 및 출항선포식에 참석하려고 고속버스표를 미리 예매했다. 신라 해상왕 이사부 장군의 위대한 해양탐사와 우산국의 역사 탐구를 시작해 출정 채비를 시작하였다.
2026년 7월 9일 아침, 새벽에 기상하여 삼척 출신 언론인 김인영 선생이 저술한 《이사부를 찾아서》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식사를 마쳤다. 책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서 지하철에서는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4권에 실린 이찬(伊湌) 이사부(異斯夫) 관련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원래는 삼척행 고속버스 첫차를 타고 삼척에 도착해 ‘제19회 해상왕 이사부 울릉도 독도 항로 탐사 안전기원제’ 행사에 온전히 참석하고 싶었지만,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시간도 엇박자가 나 할 수 없이 고속버스표를 7월 9일 아침 8시 50분 출발 편으로 변경했다.
동서울터미널에 일찍 도착했는데, 출발 시각이 다 되어도 버스가 들어오지 않자, 승객들은 조바심을 내어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다행히 고속버스는 출발 3분을 남기고 플랫폼에 들어와 20명을 싣고 바로 출발했다. 고속버스는 비가 보슬보슬 오는 고속도로를 힘차게 달려 중간 기착지 횡성휴게소에 도착해 15분간 잠시 휴식을 주었다.
횡성휴게소 동부고속(사진:궁인창)
버스에서 내려 횡성휴게소로 걸어가며 강원도의 상쾌한 공기를 마셨다.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 (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 및 안전기원제’ 소식을 보려고 페이스북을 열자, 상세한 소식이 바로 올라왔다.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 및 안전기원제 삼척문화원 부설 전례보존회 주관(사진:김형철)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 및 안전기원제 삼척문화원 부설 전례보존회 주관(사진:김형철)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 및 안전기원제 행사는 올해 70주년을 맞이하는 삼척문화원(원장 최선도) 전례보존회에서 주관하였다. 1956년에 창립된 삼척문화원은 부설 단체로 척주취타대, 전례보존회, 너른마당풍물패, 한소리국악단, 어울림밴드, 조비농악 6개 단체가 있어 이사부 항로탐사 행사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각 단체는 삼척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삼척문화원 부설 단체 너른마당풍물패(사진:김형철)
삼척문화원 부설 단체 너른마당풍물패(사진:김형철)
너른마당풍물패는 삼척문화원 소속의 전통 풍물 및 사물놀이 동아리로 1999년에 결성되어 삼척 지역의 전통문화 계승과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강원도사물놀이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았으며,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수상 경력 단원들은 재능 나눔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삼척문화원 부설 단체 한소리국악단(사진:김형철)
삼척문화원 부설 단체 한소리국악단(사진:김형철)
삼척문화원 부설 한소리국악단은 전통 국악 예술단체이다. 단체에는 주민과 국악 동호인들이 모여 국악을 배우고 알리며, 삼척 지역의 크고 작은 문화 행사에 참여하여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전파한다. 여름철 삼척해수욕장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해변 소문난 잔치’와 지역 축제를 비롯해 ‘찾아가는 전통 선율’, ‘한소리 효 잔치’에서 국악 공연을 펼치고 있다.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사진:김형철)
제19회 동해 해상왕 이사부 항로탐사(삼척-울릉도, 독도) 출정식(사진:김형철)
삼척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 정겨운 삼척중앙시장을 방문해 중앙 통로를 따라가며 활기 찬 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택시를 타고 가려다 시간도 아낄 겸 바쁘게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눈앞에서 401번 버스가 금방 떠나버렸다. 301번 버스를 다시 기다렸다. 버스 정보 안내 단말기(BIT)에 11번 시내버스가 5분 후에 도착한다는 반가운 안내 문자가 떴다.
삼척 중앙시장(사진:궁인창)
내가 단말기 전광판을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자, 의자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어디로 가느냐?”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나는 “새로 건축한 이사부독도기념관을 구경하러 갑니다.”라고 공손하게 말씀드렸다. 아주머니는 따라오라며 손짓해 따라서 11번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삼척 시내를 돌아 정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영진아파트로 향하는 동해대로 길은 자주 다녔던 길이라 눈에 익었다. 저 멀리 교동공원 안내판이 보여 내릴 준비를 하였더니, 아주머니가 뒤를 돌아보며 손짓을 해 아파트 단지 앞 ‘영진안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비가 강하게 내리기 시작해 주황색 우산을 펼쳐 들고 시원하게 뻗은 길을 따라 1km를 걸었다. 아주머니는 정라동 행정복지센터 방향으로 가고, 나는 새천년도로를 따라 2024년 7월 23일 개관한 ‘이사부독도기념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사부독도기념관(사진:궁인창)
동해 해상왕 이사부는 내물왕의 4세손이자 진골 귀족 출신으로, 6세기 신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진 불세출의 명장이다. 505년 실직(悉直) 군주로 임명되고, 다시 하슬라주 군주가 된 뒤인 512년에 정라진과 오분진(五分津: 삼척시청 일대)을 기점으로 동해안 진출을 면밀하게 지휘했다. 그의 군대는 529년 가야의 4개 촌락을 공략하고, 541년에는 군정과 국정을 총괄하는 병부령에 올랐다. 문무를 겸비했던 이사부는 545년에 진흥왕에게 국사 편찬을 건의하여, 거칠부(居柒夫, 502~579) 재상이 주도하여 위대한 신라(新羅) 역사를 책으로 엮어냈다.
충북 단양군 적성(赤城)산성 신라 고비(사진:단양군)
1978년 1월, 충북 단양군 단성면 성재산 적성(赤城) 산성 내에서 신라 고비가 최초 발견되어 이사부 장군의 존재가 다시금 확인되었다.
2024년 8월 28일 충북문화재연구원은 적성(赤城) 산성비 인근의 140여 기 무덤 중 일부를 처음 발굴하여 고분 37호, 127호를 처음 공개했다. 공주대 홍보식 교수는 “이 무덤들이 신라가 6세기 전반 한강 진출을 보여주는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충북 단양군 성재산 적성(赤城)산성 고분군 37호와 발굴지역(사진:단양군)
충북 단양군 성재산 적성(赤城)산성 고분군 37호와 발굴지역(사진:단양군)
삼척이란 지명은 삼국시대 실직국(悉直國)에서 출발하여, 통일신라기인 757년(경덕왕 16년)에 처음 사용되었다. 이 지명은 오십천, 마읍천, 전천이라는 ‘세 개의 하천을 끼고 있는 골짜기’라는 뜻의 우리말 ‘시젹골’을 한자로 음차, 훈차한 것이다.
고려왕조에서는 진주(眞州), 척주(陟州)로 불리기도 했다. 고려가 중앙집권 체제를 확고히 하려고 지방행정을 개편했던 995년(성종 14년)에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척주단련사’가 설치되었다. 이후 1018년(현종 9년) 지방 제도 재편에 따라 삼척현(三陟縣)이 되었다. 조선왕조에 들어와서는 삼척도호부(三陟都護府)로 승격되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1995년 도농복합시 출범과 함께 지금의 삼척시가 되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