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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이야기의 지도를 펼치다
트로이 전쟁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다. 헬레네와 파리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트로이 목마와 오디세우스처럼 잘 알려진 인물과 사건들이 모두 이 전쟁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는 트로이 성벽 아래에서 벌어진 십 년의 전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헬레네의 구혼자들과 황금사과, 파리스의 심판이 있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살아남은 영웅들의 귀향과 오디세우스의 방랑, 아이네이아스의 새로운 여정이 이어졌다. 아가멤논의 귀환을 따라가면 이야기는 다시 미케네와 아트레우스 가문의 오래된 비극으로 연결된다.
다빈치!지식지도에서는 이처럼 여러 신화와 고대 서사시에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을 서로 연결하여 트로이 전쟁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이어지는지 하나의 이야기 지도처럼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트로이 목마
전쟁이 시작되기까지
트로이 전쟁의 시작을 따라가려면 먼저 전쟁보다 앞선 이야기로 돌아가야 한다.
스파르타의 헬레네에게 그리스 각지의 왕과 영웅들이 구혼하면서 훗날 전쟁에 참가하게 될 사람들이 하나의 맹세로 묶인다. 이어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혼례에 던져진 황금사과를 둘러싸고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투고,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그 심판자가 된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그 여인이 바로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였다.
파리스와 헬레네가 트로이로 떠나자 메넬라오스는 오래전 헬레네의 구혼자들이 맺었던 맹세에 따라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을 중심으로 그리스의 왕과 영웅들이 모여들면서 마침내 십 년에 걸친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발단은 다음 이야기들을 따라가면 하나의 흐름으로 볼 수 있다.
황금사과를 든 파리스와 세 여신
전쟁의 시작에 있었던 두 사람
이 사건의 중심에는 파리스와 헬레네가 있었다.
파리스는 황금사과의 심판자로 선택된 순간부터 트로이의 운명과 깊이 얽힌다. 헬레네 역시 단순히 전쟁의 원인이 된 여인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스파르타를 떠나 트로이에서 십 년을 보내고, 도시가 무너진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그의 삶 전체가 트로이 전쟁과 맞닿아 있다.
두 사람의 삶은 사건의 흐름과는 별도로 각각의 인물전에서 따라갈 수 있다.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만의 전쟁은 아니었다
트로이 전쟁의 중심에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가 있다.
그러나 전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의 운명이 얽혀 있다.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은 전쟁에서 물러나 있던 아킬레우스를 다시 전장으로 불러냈고, 프리아모스는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되찾기 위해 적장 아킬레우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버림받았던 필록테테스는 트로이 함락에 필요하다는 예언에 따라 다시 전쟁터로 불려왔고, 대 아이아스는 아킬레우스가 죽은 뒤 그의 무구를 둘러싼 경쟁 끝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본편에서 전쟁의 한 장면에 등장했던 인물도 별전을 따라가면 저마다의 과거와 선택, 마지막 운명을 지닌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지키는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
전쟁의 마지막을 바꾼 사건들
헥토르가 죽은 뒤 아킬레우스도 자신의 마지막 운명을 맞는다.
아킬레우스의 장례가 끝난 뒤에는 그가 남긴 무구를 둘러싸고 대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의 경쟁이 벌어진다. 네오프톨레모스와 필록테테스가 전쟁의 마지막 국면에 합류하면서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쟁도 점차 끝을 향한다.
그리고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을 마침내 무너뜨린 것은 거대한 군대가 아니라 하나의 계략이었다.
그리스군이 남겨두고 간 목마가 성 안으로 들어가면서 트로이의 마지막 밤이 시작된다.
아킬레우스 앞에 무릎 꿇은 프리아모스
트로이 함락 이후 갈라진 길
트로이가 함락되었다고 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쟁이 끝난 순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나뉘기 시작한다.
그리스 영웅들은 각자의 고향으로 향하지만 모두 무사히 돌아가지는 못한다. 어떤 영웅은 바다에서 죽고, 어떤 영웅은 오랜 표류 끝에 고향에 도착하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귀환한 뒤 더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리스 영웅들의 서로 다른 운명은 〈노스토이〉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파도에 휩쓸리는 소 아이아스
아가멤논의 길은 미케네로 이어진다
트로이 원정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승리하여 미케네로 돌아왔지만 그의 귀환은 행복한 결말이 되지 못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클리타임네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아트레우스 가문의 비극이었다. 아가멤논이 죽은 뒤에는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가 이어진다.
이렇게 트로이 전쟁의 귀환 이야기는 다시 그리스 신화 본전의 '미케네의 저주'로 연결된다.
욕실에서 살해당하는 아가멤논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가 떠난 길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귀향 이야기를 남긴 사람은 오디세우스다.
그는 키클롭스와 키르케, 세이렌과 스킬라, 칼립소를 비롯한 수많은 존재를 만나며 다시 십 년 동안 바다를 떠돈다. 트로이 전쟁의 이야기는 이 길을 따라 《오디세이아》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오디세우스
한편 패배한 트로이에서도 또 하나의 긴 여행이 시작된다.
불타는 도시를 탈출한 아이네이아스는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난다. 그의 여정은 트로이 전쟁을 넘어 훗날 로마의 기원과 연결되는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진다.
트로이의 여인들에게 남은 비극
트로이 전쟁을 승리한 영웅들의 이야기로만 바라보면 전쟁 뒤에 남겨진 또 다른 비극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도시가 무너진 뒤 카산드라와 헤카베, 안드로마케를 비롯한 트로이의 여인들은 승리한 그리스 영웅들과 전혀 다른 운명을 맞는다.
아무도 자신의 예언을 믿어주지 않았던 카산드라는 포로가 되어 미케네로 향하고, 왕비 헤카베는 남편 프리아모스와 수많은 자식들, 그리고 왕국을 잃는다.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 역시 남편에 이어 어린 아들 아스티아낙스까지 잃고 포로가 되어 트로이를 떠난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트로이의 멸망은 단순히 그리스 영웅들의 승리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와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닥친 거대한 비극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폴리도로스의 죽음 앞에서 복수를 결심하는 헤카베
인간들의 전쟁에 신들도 뛰어들었다
트로이 전쟁에는 올림포스의 신들도 깊이 개입한다.
황금사과의 심판에서 선택받지 못한 헤라와 아테나는 그리스를 도왔고, 선택받은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와 트로이를 보호했다. 아폴론 역시 트로이의 편에 섰으며, 포세이돈을 비롯한 여러 신도 저마다의 이유로 인간들의 전쟁에 관여했다.
제우스 또한 신들과 인간들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때로 전쟁의 흐름과 운명에 직접 개입한다.
그래서 트로이 전쟁은 인간들의 전쟁인 동시에 올림포스 신들의 갈등이 인간 세계에 펼쳐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다빈치!지식지도에서 트로이 전쟁을 읽는 데 하나의 정해진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스와 헬레네를 따라가면 전쟁이 시작되는 곳으로 갈 수 있고,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따라가면 전쟁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카산드라와 안드로마케를 따라가면 패배한 트로이 사람들이 겪은 비극을 만나게 된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길이 더욱 넓어진다.
오디세우스를 따라가면 트로이 목마에서 《오디세이아》의 긴 귀향 이야기로 이어지고, 아가멤논을 따라가면 트로이 전쟁에서 다시 미케네와 아트레우스 가문의 비극으로 들어가게 된다. 아이네이아스를 따라가면 이야기는 트로이를 벗어나 새로운 땅과 로마의 기원으로 향한다.
신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길도 있다. 황금사과에서 시작된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의 갈등은 전쟁 내내 계속되고, 아폴론과 포세이돈을 비롯한 여러 신의 이야기가 인간들의 운명과 다시 만난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황금사과를 둘러싼 세 여신의 다툼과 파리스의 선택은 헬레네의 트로이행을 거쳐 십 년 전쟁으로 이어지고,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지나 트로이의 멸망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 폐허에서 다시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의 여행이 시작되는 한편, 미케네로 돌아간 아가멤논의 운명은 오래된 가문의 저주와 복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그곳에서 만난 또 다른 이야기를 따라가 보세요.
그렇게 하나씩 길을 이어가다 보면 트로이 전쟁은 단순한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수많은 신과 영웅, 왕과 여인들의 운명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이야기의 지도’로 모습을 드러낸다.
트로이 전쟁, 이제 그 이야기의 지도를 펼쳐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