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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방귀
옛날 어느 고을에 농사꾼의 막내딸이 있었다. 처녀는 얼굴은 예뻤지만 방귀를 아주 잘 뀌었다. 시집갈 나이가 되자 건너 마을에 사는 이참봉 집의 큰며느리로 들어갔다.
며느리는 삼 년 동안 시부모를 정성껏 모시고 남편도 잘 봉양했다. 동네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고 이참봉도 크게 만족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참봉이 큰며느리의 얼굴을 보니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
“얘, 새아가. 어째 얼굴빛이 그리 좋지 않으냐? 마음에 걸리는 일이나 불편한 것이 있으면 말하고, 어디가 아프면 약을 지어 먹도록 해라.”
며느리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버님, 그런 것이 아니옵니다. 사실은 제가 방귀를 계속 참아서 얼굴빛이 이런가 봅니다.”
시아버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방귀를 왜 못 뀌어서 얼굴까지 상한다는 말이냐? 그런 건 염려 말고 마음껏 뀌어라. 사람이 얼굴빛부터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
시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며느리가 말했다.
“그럼 이제 방귀를 뀌겠습니다. 아버님은 큰방 문을 잡으시고, 어머님은 대청 문을 잡으세요. 시누님은 부엌 문을, 서방님은 작은방 문을 잡으시고, 머슴은 대문을 꼭 붙들어주세요.”
말을 마친 며느리는 대청 한가운데 서서 방귀를 뀌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아버지는 큰방 문에 매달린 채 들락날락하고, 시어머니는 대청 문을 잡고 들락날락했다. 시누이는 부엌에서, 남편은 작은방에서, 머슴은 대문에서 정신없이 들락날락했다.
견디다 못한 시아버지가 소리쳤다.
“새아가, 이제 그만 뀌어라!”
온 식구가 그만두라고 외치는 소리와 문짝이 들락날락하는 소리가 뒤섞여 집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래도 며느리는 삼 년 동안 참은 방귀를 모두 뀌어야 한다며 한동안 계속했다. 마침내 방귀가 멎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참봉은 이러다가는 집안이 남아나지 않겠다 싶어 며느리를 친정으로 보내기로 했다. 며느리를 가마에 태워 앞세우고 자신은 뒤따라가다가 길가 배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마침 그 곁에는 나뭇짐을 진 장사꾼들도 쉬고 있었다.
장사꾼 하나가 말했다.
“이 나무에 달린 배는 만병통치의 약배라네. 그런데 나무가 워낙 높아서 작대기도 닿지 않고, 올라가려고 해도 줄기가 너무 커 손에 잡히는 데가 없지. 그래서 배가 겨울까지 달린 채 썩어버린다네. 지금 임금님께서 병으로 누워 계신데 이 배 세 개만 잡수시면 나을 텐데 말이야.”
가마 안에서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시아버지 앞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
“아버님, 제가 저 배를 따보겠습니다. 모두 조금만 멀리 비켜서 주십시오.”
가마꾼들에게도 짐을 옮기게 한 뒤 며느리가 배나무를 향해 방귀를 힘껏 뀌자, 마치 우박이 쏟아지듯 배가 우르르 떨어졌다. 이참봉은 그 약배를 임금님께 바쳤고, 며느리도 약배를 먹은 뒤 방귀를 심하게 뀌는 일이 그쳤다고 한다.
그 뒤 온 식구는 다시 화목하게 잘 살았다.
출처 : 완주군 홈페이지 (향토자료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