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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와 연화공주
임금의 귀여운 딸 연화공주의 병은 나아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이름난 의원을 불러오고 좋다는 약을 모두 써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임금과 왕비는 물론 신하들까지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우며 걱정했고 얼굴은 날로 수척해졌다.
연화공주는 얼굴도 아름답고 마음씨도 고운 딸이었다. 그러나 병이 깊어지면서 몸은 바싹 야위었고, 거의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임금은 더는 살아날 가망이 없어 보이는 딸을 위해 마지막으로 소원을 빌어보기로 했다. 가까운 절을 찾아가 정성껏 불공을 드렸다.
그날따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비에 흠뻑 젖은 채 대궐로 돌아온 임금은 추위와 피로에 지쳐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쯤 지났을까. 꿈속에 평소 자주 찾던 절의 부처님이 나타났다. 부처님은 연꽃처럼 환한 웃음을 머금은 자비로운 얼굴로 말했다.
“너의 갸륵한 불심에 감동하였으니 연화공주의 병을 낫게 할 방법을 알려주겠다.”
부처님은 임금 앞에 작은 연꽃잎 하나를 던져주고 사라졌다.
때는 엄동설한이었다. 한겨울에 연꽃이 있을 리 없는데 부처님이 연꽃을 보여준 것이 신기해 임금은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기뻐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보니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추운 겨울에 연꽃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의 완주군 운주면 깊은 산봉우리의 바위 위에 연꽃이 피어 있다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연꽃이 피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연못이 아니라 높은 산 바위 위에서 피어 있다는 것은 더욱 신기한 일이었다.
임금은 이것이 분명 하늘이 내려준 은혜의 꽃이라 생각하고 몇몇 신하에게 조심스럽게 가져오라고 명했다. 신하들은 며칠을 걸어 연꽃이 핀 산에 이르렀다. 그런데 누가 오르내린 흔적인지 산길이 훤하게 나 있었다.
신하 한 사람이 꽃을 꺾으려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말했다.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하오. 멀리 숨어서 누가 이 연꽃을 돌보는지 먼저 살펴봅시다.”
일행은 모두 옳다고 여겨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연꽃이 있는 곳을 지켜보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산 아래 연못에서 용 한 마리가 나타나 산 위까지 올라오더니 연꽃에 물을 뿌려주고 다시 연못으로 돌아갔다.
엄청난 광경을 본 신하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중 기운이 세고 담력이 큰 몇 사람만이 겨우 용기를 내어 연꽃을 꺾어 대궐로 가져왔다.
연꽃을 먹은 연화공주는 언제 병을 앓았느냐는 듯 금세 생기를 되찾았다. 마치 여름 아침에 활짝 핀 연꽃처럼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임금과 왕비, 신하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임금은 부처님의 은덕에 더욱 깊이 감사하며 연꽃이 피었던 자리에 큰 절을 짓고 부처를 모셨다. 임금과 많은 신하가 이곳을 찾아 불공을 드렸고, 바위 위에 꽃이 피었다는 뜻에서 절 이름을 화암사라 지었다고 한다.
출처 : 완주군 홈페이지 (향토자료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