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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21. 22:34 (2026.08.21. 21:49)

레소스와 돌론 – 트로이의 야간전

 
트로이군이 그리스 함선 가까이까지 진격한 밤, 양쪽 진영에서는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한 정찰이 시작된다. 그리스군의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는 적진으로 향하고, 트로이의 돌론은 아킬레우스의 말을 보상으로 약속받고 길을 나선다. 그러나 돌론은 두 영웅에게 붙잡혀 새로 합류한 트라키아 왕 레소스의 진영을 알려 주고, 그 정보는 곧 한밤의 기습으로 이어진다. 레소스는 전장에 나서기도 전에 쓰러지고 그의 명마는 그리스군의 전리품이 된다.
목   차
[숨기기]
레소스와 돌론 – 트로이의 야간전
 
 
 

개요

 
트로이군이 그리스 함선 가까이까지 진격한 밤, 양쪽 진영에서는 서로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한 정찰이 시작된다. 그리스군의 디오메데스오디세우스는 적진으로 향하고, 트로이의 돌론은 아킬레우스의 말을 보상으로 약속받고 길을 나선다. 그러나 돌론은 두 영웅에게 붙잡혀 새로 합류한 트라키아 왕 레소스의 진영을 알려 주고, 그 정보는 곧 한밤의 기습으로 이어진다. 레소스는 전장에 나서기도 전에 쓰러지고 그의 명마는 그리스군의 전리품이 된다.
 
 
 

제1장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두 진영

1.1 잠들지 못하는 그리스군
 
트로이군이 그리스군의 방벽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온 뒤에도 들판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다. 트로이 병사들은 수많은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함선 쪽을 지켜보았고, 그리스군은 언제 적이 다시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에 떨었다. 한밤중이 되었지만 아가멤논은 잠들지 못했다. 그는 트로이 진영에서 피어오르는 불빛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여러 장수의 막사를 찾아 나섰다.
 
메넬라오스 역시 같은 걱정으로 깨어 있었다. 두 형제는 갑옷을 걸치고 흩어져 있는 장수들을 깨웠다. 네스토르는 늙은 몸을 일으켜 무장을 갖추었고,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도 부름을 받고 나왔다. 장수들은 경계병들이 제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살핀 뒤 참호를 건너 낮의 싸움에서 쓰러진 시신이 없는 빈터에 모였다. 낮의 전투에서 크게 밀린 탓에 누구도 트로이군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었다.
 
네스토르는 적진의 사정을 직접 알아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로이군이 그대로 머물 것인지, 새벽이 밝으면 다시 공격할 것인지, 혹은 승리에 만족해 성으로 물러날 것인지 알아야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은 위험했다. 그 말이 끝나자 장수들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낮에는 수많은 군대가 맞부딪쳤지만, 이제는 몇 사람만이 어둠 속 평원을 건너야 하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트로이의 모닥불을 바라보는 아가멤논
 
 
1.2 적진으로 갈 두 사람
 
네스토르의 제안이 끝나자 디오메데스가 먼저 나섰다. 그는 혼자서도 적진으로 들어가겠지만 한 사람이 더 함께한다면 서로 판단을 돕고 위험한 순간에도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영웅이 동행을 자청했다. 두 아이아스와 메리오네스, 메넬라오스까지 나섰지만 아가멤논은 디오메데스에게 신분이나 체면을 생각하지 말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직접 고르라고 했다.
 
디오메데스는 망설이지 않고 오디세우스를 택했다. 위험 속에서도 빠르게 판단하고 필요하면 기지와 계략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곧 야간 정찰에 맞는 무장을 갖추었다. 트라시메데스는 디오메데스에게 양날 검과 방패, 뿔과 볏이 없는 소가죽 투구를 내주었고, 메리오네스는 오디세우스에게 활과 화살통, 칼과 멧돼지 엄니가 촘촘히 박힌 가죽 투구를 건넸다. 무장을 마친 두 영웅은 조용히 적진을 향해 나아갔다.
 
이미 밤은 많이 지나 있었고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어두운 평원을 향해 나아가자 오른쪽에서 왜가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때문에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디세우스는 그것을 아테나가 보내 준 좋은 징조로 받아들였다. 그는 여신에게 이번에도 자신들을 도와 무사히 함선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디오메데스도 뒤이어 아테나에게 자신들을 지켜 달라고 빌었다. 두 사람은 더욱 마음을 굳히고 트로이 진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같은 시간,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정찰병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야간 정찰을 위해 무장하는 두 영웅
 
 
1.3 헥토르의 정찰병
 
트로이 진영에서도 헥토르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낮의 전투에서 그리스군을 함선 가까이까지 몰아붙였지만, 그들이 정말 싸움을 포기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헥토르는 지휘자들을 불러 모아 적진을 살펴볼 정찰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군이 밤새 경계를 서는지, 아니면 지쳐 달아날 준비를 하는지 알아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밤의 평원을 건너 적의 함선 가까이까지 가겠다는 사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붙잡히면 살아 돌아오기 어려운 임무였다. 헥토르는 위험을 감수할 사람에게 큰 보상을 약속했다. 그리스군이 가진 가장 훌륭한 말과 전차를 차지하게 해 주겠다는 말이었다. 장수들과 병사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한동안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때 트로이군 가운데 돌론이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전령 에우메데스의 아들로, 금과 청동이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다섯 자매 사이의 외아들이었다. 전사다운 당당한 외모로 이름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발이 빨랐다. 돌론은 자신이라면 그리스 함선까지 숨어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헥토르가 말한 막연한 보상보다 훨씬 특별한 것을 원하고 있었다.
 
헥토르 앞에서 정찰을 자청하는 돌론
 
 
1.4 아킬레우스의 말을 원한 돌론
 
돌론은 헥토르에게 지팡이를 들어 맹세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이 무사히 돌아와 그리스군의 사정을 알려 준다면 아킬레우스가 타던 말과 청동으로 장식된 전차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 말들은 평범한 전사가 감히 바라기 어려운 전리품이었다. 헥토르는 제우스를 증인으로 삼아 아킬레우스의 말에 다른 트로이인은 타지 못할 것이며, 그것을 돌론에게 주겠다고 맹세했다.
 
약속을 받은 돌론은 곧 정찰 준비를 했다. 어깨에는 활을 걸고 그 위에 회색 늑대 가죽을 둘렀으며, 머리에는 족제비 가죽으로 만든 모자를 썼다. 손에는 날카로운 창을 들었다. 갑옷으로 몸을 무겁게 하기보다 어둠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려는 차림이었다. 그는 그리스군이 달아날 준비를 하는지, 경계가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한 뒤 아가멤논의 함선 근처까지 가 볼 생각이었다.
 
트로이 진영의 불빛을 등진 돌론은 혼자 평원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길 반대편에서는 이미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서로 상대가 정찰병을 보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양쪽의 세 사람은 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섰다. 한밤의 정찰은 이제 두 진영 사이의 뜻밖의 추격전으로 바뀌려 하고 있었다.
 
아킬레우스의 말을 요구하는 돌론
 
 
 

제2장 붙잡힌 정찰병

2.1 밤길에서 마주친 세 사람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트로이 진영 쪽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평원에는 낮 동안 쓰러진 전사들의 시신과 버려진 무기가 곳곳에 남아 있었고, 멀리서는 트로이의 모닥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발소리를 죽이며 걷다가 앞쪽 어둠 속에서 누군가 혼자 다가오는 모습을 발견했다. 오디세우스는 그가 시신에서 무구를 벗기러 나온 사람인지, 아니면 자신들과 같은 정찰병인지 알 수 없었다.
 
오디세우스는 먼저 몸을 숨기자고 했다. 두 사람은 길에서 조금 벗어나 쓰러진 자들 사이에 몸을 낮추고 낯선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돌론은 그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리스 진영을 향해 달렸다. 그가 충분히 앞서가자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몸을 일으켰다. 적진으로 돌아가는 길을 막은 채 뒤에서 덮치면 돌론이 트로이 쪽으로 달아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은 돌론은 처음에는 트로이군이 자신을 불러들이러 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점점 거리가 좁혀지고, 어둠 속에서 따라붙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자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곧 몸을 돌려 전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빠른 발을 믿고 나선 정찰병과 그를 뒤쫓는 두 영웅 사이에 한밤의 추격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 돌론을 발견해 몸을 숨긴 두 영웅
 
 
2.2 도망치는 돌론
 
돌론은 뒤쫓아 오는 두 사람이 그리스군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곧 몸을 돌려 트로이 진영으로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그가 아군 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길을 가로막으며 그리스 함선 방향으로 몰아붙였다. 빠른 발을 믿고 나선 돌론은 온 힘을 다해 달렸지만 두 영웅은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갔다. 어느새 앞쪽에는 그리스군의 경계병들이 있는 곳까지 가까워져, 돌론은 어느 쪽으로도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디오메데스는 돌론이 다른 그리스 병사들에게 붙잡히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를 제압하려 했다. 그는 멈추지 않으면 자신의 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외쳤지만 돌론은 계속 달렸다. 그러자 아테나의 도움을 받은 디오메데스가 힘껏 창을 던졌다. 창끝은 일부러 돌론의 오른쪽 어깨를 비껴 지나가 앞쪽 땅에 깊숙이 꽂혔다. 바로 곁을 스쳐 간 창을 본 돌론은 그제야 공포에 질려 걸음을 멈추었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따라잡았을 때 돌론은 이를 떨며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애원하며 집에는 금과 청동과 철이 많으니 살아 있다는 소식만 보내 주면 아버지가 큰 몸값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우선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들이 묻는 것에 솔직하게 대답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돌론을 풀어 주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두 영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그의 몸값보다 트로이 진영에 관한 정보였다.
 
디오메데스의 창 앞에서 멈춰 선 돌론
 
 
2.3 목숨을 구하는 대가
 
오디세우스는 돌론에게 왜 혼자 밤길을 걷고 있었는지 물었다. 헥토르가 보낸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그리스군을 살피러 나왔는지 숨김없이 말하라고 했다. 돌론은 목숨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헥토르가 그리스군이 함선을 지키며 경계하고 있는지, 아니면 패배에 지쳐 떠날 준비를 하는지 알아오라고 했으며, 그 대가로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그 보상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 것인지 지적한 뒤 질문을 이어 갔다. 헥토르는 어디에 있는지, 트로이군은 어떻게 밤을 보내고 있는지, 경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돌론은 헥토르가 지휘자들과 함께 일로스의 무덤 근처에서 회의를 하고 있으며, 트로이인들은 모닥불 주변에서 서로 깨어 있으라고 독려하지만 멀리서 온 동맹군은 대부분 잠들어 있다고 대답했다.
 
오디세우스는 이번에는 여러 동맹군이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물었다. 돌론은 카리아인과 파이오니아인, 렐레게스와 카우코네스 등 여러 부대의 위치를 차례로 알려 주었다. 그러다가 진영 가장 바깥쪽에 막 합류한 새로운 군대가 있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그들은 트라키아에서 온 병사들이었으며 다른 동맹군과 떨어져 머물고 있었다. 돌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값진 정보까지 내놓으며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붙잡힌 채 트로이 진영을 설명하는 돌론
 
 
2.4 레소스의 이름
 
돌론은 이어 그들을 이끄는 왕이 레소스라고 밝혔다. 그가 데려온 말은 지금까지 본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컸다고 했다. 눈보다 희고 바람처럼 빠른 말들이었고, 왕의 전차는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레소스가 가져온 황금 무구 또한 인간의 것이라기보다 신에게 어울릴 만큼 화려하다고 돌론은 덧붙였다.
 
돌론은 이제 자신을 그리스 함선으로 데려가거나 그 자리에 묶어 두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이 직접 트라키아 진영에 가 보면 자신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디오메데스는 돌론을 살려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놓아주면 다시 정찰병으로 오거나 전장에서 그리스군과 싸울 수 있다는 이유였다. 돌론이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어 애원하려는 순간 디오메데스의 칼이 먼저 움직였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돌론의 늑대 가죽과 모자, 활과 창을 거두었다. 오디세우스는 그것들을 아테나에게 바칠 전리품으로 삼고, 돌아오는 길에 찾을 수 있도록 위성류 가지와 갈대로 눈에 띄는 표시를 해 두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처음 계획했던 단순한 정찰에 머물지 않았다. 돌론이 알려 준 새 동맹군의 위치와 명마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레소스의 진영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레소스와 흰 명마의 위치를 알려 주는 돌론
 
 
 

제3장 레소스의 마지막 밤

3.1 트라키아에서 온 왕
 
트라키아군은 막 트로이군에 합류한 동맹군으로, 다른 부대와 섞이지 않고 진영 가장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왕은 에이오네우스의 아들 레소스였다. 그는 화려한 무구와 전차를 갖춘 왕이었고, 무엇보다 눈처럼 희고 바람처럼 빠른 명마를 거느리고 있었다. 아직 그리스군과 맞서 싸우지 않은 이 새로운 동맹군은 트로이군에게 또 하나의 힘이 되어 줄 존재였다.
 
그러나 레소스와 그의 병사들은 그 힘을 보여 줄 기회를 얻기도 전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피로에 지친 병사들은 각자의 무구를 가까이에 둔 채 누워 있었고, 말들도 주인 곁에 머물러 있었다. 진영 가장 바깥쪽이라는 위치는 낮에는 다른 동맹군과 구별되는 자리였지만, 한밤중에는 적이 몰래 접근하기 쉬운 약점이 되었다. 누구도 그리스군의 두 정찰병이 이미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돌론이 알려 준 방향을 따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멀리 트로이군의 모닥불은 보였지만 트라키아군이 머문 곳은 고요했다. 두 사람은 잠든 병사들과 그 곁의 말들을 하나씩 확인하며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돌론의 말대로 다른 진영과 떨어져 있는 새로운 군대가 눈앞에 있었다. 단순히 적의 움직임을 살피기 위해 떠났던 두 영웅 앞에 이제 훨씬 더 큰 기회가 놓이고 있었다.
 
잠든 트라키아군 한가운데의 레소스
 
 
3.2 눈처럼 흰 말
 
트라키아 전사들은 피로에 지쳐 깊이 잠들어 있었고, 그들의 무구는 곁의 땅에 질서 있게 세 줄로 놓여 있었다. 각 전사 곁에는 한 쌍의 말이 있었으며, 진영 한가운데에는 왕 레소스가 잠들어 있었다. 그의 전차 곁에는 다른 말들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흰 명마들이 고삐에 매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 말들의 모습은 눈에 띄었다. 돌론이 눈보다 희고 바람처럼 빠르다고 자랑했던 말들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먼저 레소스를 발견하고 디오메데스에게 그가 돌론이 말했던 왕이라고 알려 주었다. 가까이에는 황금 무구와 화려한 전차, 그리고 두 사람이 찾던 흰 말들이 있었다. 잠든 트라키아군은 두 사람의 접근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이제 단순히 적진을 살펴보고 돌아가는 대신, 눈앞에 놓인 기회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큰 소리를 내지 않도록 움직였다. 오디세우스는 디오메데스에게 자신이 말들을 맡을 테니 잠든 병사들을 상대하라고 했다. 디오메데스는 칼을 들고 트라키아군 사이로 들어갔고, 오디세우스는 레소스의 명마를 빼낼 준비를 했다. 낮이었다면 수많은 창과 방패를 뚫어야 했겠지만 지금 트라키아군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트로이를 돕기 위해 먼 곳에서 찾아온 레소스에게 첫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장 위험한 순간이 닥쳐오고 있었다.
 
레소스의 흰 명마를 발견한 두 영웅
 
 
3.3 잠든 트라키아군
 
디오메데스는 잠든 트라키아 전사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테나가 힘을 더해 주는 가운데 그는 차례로 병사들을 쓰러뜨렸고, 오디세우스는 뒤따르며 말들이 시신에 걸려 놀라지 않도록 길을 치웠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트라키아군은 무기를 잡을 틈조차 얻지 못했다. 디오메데스의 칼 아래 열두 명의 전사가 차례로 쓰러졌고, 마지막에는 진영 한가운데 잠들어 있던 왕 레소스에게까지 그의 칼날이 닿았다.
 
트로이를 돕기 위해 먼 트라키아에서 온 레소스는 제대로 전장에 나서 보기도 전에 그 밤을 넘기지 못했다. 왕이 쓰러지자 오디세우스는 곧 눈처럼 흰 말들의 고삐를 풀어 서로 묶었다. 채찍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그는 활로 말들을 가볍게 몰아 진영 밖으로 이끌었다. 한편 디오메데스는 레소스의 전차와 화려한 무구까지 가져갈지, 아니면 더 많은 적을 공격할지를 잠시 망설이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 아테나가 나타나 이제는 그리스 함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재촉했다. 다른 신이 트로이군을 깨우기 전에 물러나야 했다. 디오메데스는 더 이상의 공격을 포기하고 말에 올라탔고, 오디세우스는 곁에서 활로 말들을 몰아 어둠 속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들이 진영에서 멀어진 뒤 아폴론은 레소스의 친족이자 트라키아군의 조언자인 히포코온을 깨웠다. 히포코온은 비어 있는 말자리와 쓰러진 동료들을 발견하고 레소스의 이름을 부르며 크게 외쳤다.
 
잠든 레소스에게 다가가는 디오메데스
 
 
3.4 말을 빼앗아 돌아가다
 
히포코온의 외침에 트로이 진영이 뒤늦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소란 속에 몰려왔지만 이미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흰 말들을 몰아 멀리 달아난 뒤였다. 트로이인들이 본 것은 쓰러진 트라키아 전사들과 비어 있는 말자리뿐이었다. 새로 합류한 동맹군의 왕이 누구의 공격을 받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한동안 진영에는 혼란이 이어졌다.
 
두 영웅은 돌아오는 길에 위성류에 표시해 둔 곳을 찾아 돌론의 무구를 챙기고 그리스 진영으로 향했다. 참호를 넘어 들어오자 기다리던 장수들이 몰려들었다. 네스토르는 처음 보는 아름다운 말들을 보고 놀라 어디에서 얻었느냐고 물었다. 오디세우스는 그 말들이 새로 온 트라키아군의 것이며, 디오메데스가 그들의 왕과 열두 전사를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헥토르가 보낸 정찰병도 붙잡아 쓰러뜨렸다고 보고했다.
 
돌론은 아킬레우스의 말을 얻기 위해 밤길을 나섰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그가 알려 준 정보 때문에 레소스의 말이 오히려 그리스군의 손에 들어갔다.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는 훔쳐 온 말들을 묶어 두고 몸에 밴 땀과 먼지를 씻었다. 이어 아테나에게 포도주를 바치며 무사한 귀환을 감사했다. 그렇게 양쪽에서 시작된 정찰은 한밤의 추격과 기습으로 이어졌고, 날이 밝기 전 이미 승패가 갈린 또 하나의 전투가 끝나 있었다.
 
레소스의 흰 명마를 몰고 귀환하는 두 영웅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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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