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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8.23. 19:22 (2026.08.23. 19:22)

레아 – 올림포스 신들을 지킨 어머니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 레아는 티탄의 왕 크로노스와 혼인해 여섯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두려워한 크로노스는 아이들을 차례로 삼켜 버린다. 레아는 마지막 아들 제우스를 지키기 위해 강보에 싼 돌로 남편을 속이고, 아기를 크레타의 동굴에 숨긴다. 살아남은 제우스는 훗날 형제자매를 구해 올림포스의 시대를 열고, 레아는 신들을 지켜 낸 위대한 어머니로 남는다.
목   차
[숨기기]
레아 – 올림포스 신들을 지킨 어머니
 
 
 

개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 레아는 티탄의 왕 크로노스와 혼인해 여섯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라는 예언을 두려워한 크로노스는 아이들을 차례로 삼켜 버린다. 레아는 마지막 아들 제우스를 지키기 위해 강보에 싼 돌로 남편을 속이고, 아기를 크레타의 동굴에 숨긴다. 살아남은 제우스는 훗날 형제자매를 구해 올림포스의 시대를 열고, 레아는 신들을 지켜 낸 위대한 어머니로 남는다.
 
 
 

제1장 크로노스의 왕비

1.1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
 
세상이 아직 젊었을 때, 별이 빛나는 하늘 우라노스는 넓은 대지 가이아를 뒤덮고 있었다. 두 신 사이에서는 오케아노스와 코이오스, 크리오스, 히페리온, 이아페토스, 크로노스까지 여섯 아들과 테티스, 테미스, 므네모시네, 포이베, 테이아, 레아까지 여섯 딸이 태어났다. 이들은 훗날 티탄이라 불리며 태초의 세계를 이루는 거대한 신족이 되었다.
 
그러나 우라노스는 외눈박이 키클롭스와 팔이 백 개나 달린 헤카톤케이레스가 태어나자 그들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식들이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대지 깊은 곳에 가두었고, 그 무게와 고통은 어머니 가이아의 몸을 짓눌렀다. 가이아가 자식들에게 아버지에게 맞설 것을 호소했지만, 선뜻 나선 것은 막내아들 크로노스뿐이었다.
 
가이아에게서 낫을 받은 크로노스는 숨어 기다리다가 우라노스를 습격하여 하늘의 지배를 끝냈다. 티탄들의 시대가 열리자 그는 형제자매 가운데 레아를 아내로 맞고 신들의 왕좌에 올랐다. 레아는 그렇게 새 시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아버지를 힘으로 몰아내 얻은 왕좌는 크로노스에게 완전한 평안을 주지 못했다. 새로운 시대를 연 폭력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은 채 두 신의 궁전까지 따라오고 있었다.
 
가이아 곁에 모인 어린 레아와 열한 티탄 형제자매
 
 
1.2 티탄의 왕비가 되다
 
크로노스가 하늘의 권세를 차지하자 티탄들은 세상의 넓은 영역에 자리를 잡았다. 오케아노스는 대지를 둘러 흐르는 물을 다스렸고, 히페리온의 가문에서는 해와 달과 새벽이 태어났다. 크로노스와 레아는 그들 가운데 왕과 왕비가 되었다. 높은 궁전과 풍요로운 대지가 두 신 앞에 펼쳐졌고, 오래 억눌렸던 세계에도 잠시 평온이 찾아온 듯했다.
 
하지만 크로노스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했던 일을 잊지 못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는 그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기 아들에게 패배할 운명이라고 예언했다. 왕좌에 앉은 뒤에도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그림자를 두려워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아버지를 몰아냈던 기억은 이제 자신에게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로 되돌아왔다.
 
레아는 새로운 생명을 품으며 자식들이 티탄의 궁전에서 사랑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크로노스에게 아이는 기쁨이 아니라 왕좌를 노릴지 모르는 적이었다. 레아가 출산을 기다릴수록 남편의 눈길은 차갑고 집요해졌다. 예언을 피하려는 크로노스의 두려움과 아이들을 지키려는 레아의 마음이 같은 궁전 안에서 맞서기 시작하면서, 태초의 왕가에는 누구도 막지 못할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다.
 
티탄의 왕좌에 나란히 앉은 크로노스와 레아
 
 
1.3 차례로 삼켜진 다섯 아이
 
레아가 처음 낳은 아이는 화로의 여신이 될 헤스티아였다. 갓 태어난 딸이 어머니의 무릎에 놓이자 크로노스는 아이를 빼앗아 그대로 삼켜 버렸다. 레아가 붙잡을 틈도 없었다. 크로노스는 자신의 몸속에 가두어 두면 어느 자식도 자라서 왕좌에 도전할 수 없다고 믿었다. 첫아이를 잃은 레아의 슬픔에도 그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뒤이어 곡물의 여신이 될 데메테르와 신들의 왕비가 될 헤라가 태어났지만, 두 딸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명계를 다스릴 하데스와 바다를 지배할 포세이돈이 태어났을 때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크로노스는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조차 가리지 않았다. 예언에 대한 공포는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을 완전히 삼켜 버린 뒤였다.
 
다섯 아이는 불멸의 신이었으므로 사라져 죽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몸속 깊은 곳에 갇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었다. 출산할 때마다 레아는 이번만은 아이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랐고, 그때마다 빈 품만 남았다. 크로노스는 위험을 모두 없앴다고 안심했지만 레아의 슬픔은 점차 분노로 변했다. 다섯 번이나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는 더는 남편의 두려움에 자식들의 운명을 맡길 수 없었다.
 
갓 태어난 헤스티아를 빼앗는 크로노스와 절망한 레아
 
 
1.4 마지막 아이를 지키려는 결심
 
레아가 여섯째 아이를 품었을 때 크로노스는 전보다 더욱 엄격하게 그녀를 지켜보았다. 이번에 태어날 아이가 예언 속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레아는 배 속에서 움직이는 생명을 느끼며 이미 삼켜진 다섯 아이를 떠올렸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이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마침내 레아는 부모인 가이아와 우라노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레아는 마지막 아이의 출산을 감추고 크로노스를 속일 계책을 알려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또한 남편의 몸속에 갇힌 아이들도 언젠가 되찾기를 바랐다. 딸의 슬픔을 들은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의 시대가 끝나고 막내아들이 새로운 질서를 세우게 될 운명을 알려 주었다.
 
두 신은 레아에게 크레타로 가서 남몰래 아이를 낳으라고 일렀다. 넓은 바다로 둘러싸인 그 섬의 깊은 산과 동굴이라면 크로노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레아는 두려움을 감추고 궁전을 떠날 때를 기다렸다. 이번 출산은 한 아이를 살리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아직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다섯 자녀와 크로노스에게 억눌린 세계의 운명도 이제 레아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레아
 
 
 

제2장 크레타에 감춘 제우스

2.1 크레타로 떠난 레아
 
출산할 때가 가까워지자 레아는 크로노스의 감시를 피해 남몰래 궁전을 떠났다. 크레타까지 가는 길은 멀었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뒤에 남겨 둔 다섯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앞으로 태어날 막내만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굳어졌다. 넓은 바다를 건너자 거친 산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크레타섬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가이아와 우라노스가 알려 준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산악 지대였다. 울창한 나무가 비탈을 덮고 깊은 골짜기에는 물소리가 울렸다. 그곳에는 크로노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깊은 동굴이 숨어 있었다. 훗날 전승은 제우스가 태어나거나 자란 곳을 딕테산 또는 이다산의 동굴이라 부르며, 크레타의 여러 산에 막내 신의 탄생 이야기를 남겼다.
 
크로노스의 궁전에서 멀리 떨어진 동굴 안에서 레아는 출산의 고통을 견뎠다. 남편에게 들키면 아이뿐 아니라 자신이 세운 모든 계획이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레아는 두려움보다 아이를 지키려는 마음을 앞세웠다. 마침내 깊은 동굴 안에 갓난아이의 울음이 울려 퍼지고 막내아들 제우스가 태어났다. 레아는 아들을 품에 꼭 안았지만, 크로노스가 알아차리기 전에 서둘러 안전한 손에 맡겨야 했다.
 
크레타의 깊은 동굴에서 제우스를 낳은 레아
 
 
2.2 동굴에 맡긴 막내아들
 
갓 태어난 제우스는 작고 연약했지만, 그의 탄생에는 크로노스의 지배를 끝낼 운명이 깃들어 있었다. 가이아는 아이를 받아 크레타의 아무도 모르는 깊은 동굴에 숨겼다. 뒤이은 전승에서는 무장한 쿠레테스와 멜리세우스의 딸인 님프 아드라스테이아와 이다가 제우스를 넘겨받아 돌보았다고 한다.
 
레아는 막내아들을 오래 품고 있고 싶었으나 곧 크로노스에게 돌아가야 했다. 출산한 사실을 숨긴 채 자리를 오래 비우면 동굴의 비밀까지 드러날 수 있었다. 레아는 제우스의 얼굴을 마음에 새긴 뒤, 가이아의 보호 아래 크레타의 님프들에게 아이를 맡겼다. 어머니가 곁을 떠나는 것만이 오히려 아들을 살리고, 삼켜진 다섯 자녀까지 되찾을 수 있는 길이었다.
 
레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굴을 나섰다. 레아의 품은 다시 비었지만 앞선 다섯 번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아이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살아 있게 했다. 레아가 궁전으로 돌아가 크로노스를 속이는 동안 가이아와 수호자들은 동굴의 입구를 지키기로 했다. 이 짧은 이별이 두 세대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이제 남은 일은 제우스 대신 크로노스에게 내놓을 가짜 아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갓난 제우스를 님프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레아
 
 
2.3 강보에 싸인 돌
 
레아는 궁전으로 돌아가기 전에 갓난아이만 한 커다란 돌을 마련했다. 레아는 그 돌을 여러 겹의 강보로 감싸 멀리서 보면 잠든 아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품에 안은 것은 차가운 돌이었지만, 레아는 다섯 아이를 빼앗길 때처럼 슬픔에 잠긴 얼굴을 했다. 크로노스의 의심을 피하려면 목소리와 눈빛까지 속여야 했다.
 
레아가 강보에 싼 돌을 내밀자 크로노스는 안을 살펴보지도 않았다. 예언 속의 아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그것을 갓 태어난 아들이라 믿고 단숨에 삼켜 버렸다. 돌이 목을 지나 몸속으로 사라지는 동안 레아는 숨을 죽였다. 크로노스는 여섯째 아이도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안도했고, 더는 아이의 행방을 의심하지 않았다.
 
레아는 그제야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았지만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편 곁에서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처럼 살아야 했고, 제우스가 자랄 때까지 비밀을 지켜야 했다. 크로노스는 운명을 완전히 삼켰다고 믿었으나 그가 삼킨 것은 아무 힘도 없는 돌뿐이었다. 한편 진짜 막내아들은 바다 건너 크레타의 동굴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레아가 건넨 돌은 훗날 오래된 왕의 몰락을 알리는 첫 징표가 되었다.
 
강보에 싼 돌을 크로노스에게 건네는 레아
 
 
2.4 방패 소리 아래 자란 아이
 
크레타의 님프 아드라스테이아와 이다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제우스를 돌보았다. 그들은 아말테이아의 젖을 먹이며 아이를 길렀다. 어떤 전승은 아말테이아를 신성한 암염소라고 하고, 다른 전승은 염소의 젖으로 제우스를 키운 님프라고 전한다. 동굴 주변에서는 벌들이 꿀을 날라 왔고, 어린 신은 크레타의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날마다 튼튼하게 자라났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소리가 동굴 밖으로 새어 나가 크로노스의 귀에 들어간다면 모든 일이 끝날 수 있었다. 무장한 쿠레테스들은 제우스가 울 때마다 동굴 앞에서 춤을 추며 창으로 방패를 힘껏 두드렸다. 쇠붙이가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가 산을 뒤흔들었고, 그 소리에 묻힌 아이의 울음은 동굴 밖으로 퍼지지 않았다.
 
레아는 막내아들을 다른 이들의 손에 맡긴 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하지만 레아가 견딘 이별 덕분에 크로노스의 감시도 제우스를 찾아내지 못했다. 계절이 흐를수록 동굴의 아이는 힘과 지혜를 갖춘 젊은 신으로 성장했다. 한때 방패 소리로 울음을 감추어야 했던 제우스는 마침내 천둥처럼 우렁찬 목소리를 지니게 되었다. 레아가 지켜 낸 작은 생명이 아버지의 시대와 맞설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방패를 두드리는 쿠레테스와 동굴 속 어린 제우스
 
 
 

제3장 올림포스의 어머니

3.1 성장한 제우스의 귀환
 
제우스는 자신이 크레타의 동굴에 숨겨진 까닭과 형제자매들이 겪은 일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크로노스는 여전히 세상을 다스리고 있었고, 헤스티아와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은 그의 몸속에 갇혀 있었다. 제우스는 홀로 살아남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한 어머니 레아의 뜻을 이루고 형제자매들을 세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크레타를 떠났다.
 
그러나 크로노스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기 전에 몸속에 갇힌 다섯 신부터 구해야 했다. 제우스는 오케아노스의 딸인 지혜로운 메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메티스는 크로노스가 삼킨 것을 모두 토해 내게 할 강한 약을 마련했다. 두 신은 크로노스가 제우스의 생존을 알아차리기 전에 그 약을 먹이고, 다섯 형제자매를 풀어낼 계책을 세웠다.
 
마침내 크로노스는 메티스가 마련한 약을 삼켰고, 곧 그의 몸속에서 견딜 수 없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우스가 살아남은 뒤에도 레아는 오랫동안 다섯 아이가 돌아올 날을 기다려 왔다. 이제 크레타에서 시작된 레아의 계책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강보에 싸인 돌로 남편을 속였던 한 번의 선택이 성장한 제우스를 돌아오게 했고, 굳게 닫혀 있던 형제자매들의 감옥도 마침내 열리려 하고 있었다.
 
메티스가 마련한 약을 크로노스에게 먹이는 제우스
 
 
3.2 되돌아온 다섯 형제자매
 
약의 힘을 이기지 못한 크로노스는 가장 나중에 삼킨 돌부터 토해 냈다. 이어 오랫동안 그의 몸속에 갇혀 있던 포세이돈과 하데스, 헤라와 데메테르, 헤스티아가 차례로 세상 밖으로 돌아왔다. 불멸의 신들이었던 그들은 어둠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았다. 다섯 신은 처음으로 하늘과 대지의 빛을 바라보며 자신들을 구해 낸 막내아들 제우스와 마주했다.
 
레아에게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되돌아온 순간이었다. 태어날 때마다 품에서 빼앗겼던 다섯 자녀가 이제 크로노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서 있었다. 제우스를 숨기며 시작한 계획은 막내 한 명을 살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가 성장하여 돌아옴으로써 잃어버린 형제자매들까지 구해 냈다. 비어 있던 어머니의 품에는 비로소 여섯 자녀가 모두 돌아왔다.
 
크로노스가 토해 낸 돌은 제우스에 의해 파르나소스산 아래의 신성한 땅에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 돌을 바라보며 오래전 레아가 벌인 계책과 크로노스가 피하지 못한 운명을 기억했다. 그러나 자식들을 되찾았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왕좌를 지키려는 크로노스와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자녀들 사이에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 남아 있었다. 다시 만난 여섯 남매는 이제 함께 아버지의 지배에 맞서야 했다.
 
크로노스에게서 되돌아온 다섯 자녀와 마주한 레아
 
 
3.3 자식들이 세운 새로운 시대
 
크로노스는 왕좌를 내놓지 않았고, 다른 티탄들 가운데 많은 신이 그의 편에 섰다. 제우스와 다섯 형제자매는 올림포스산을 근거지로 삼아 아버지 세대와 전쟁을 벌였다. 싸움은 십 년 동안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았다. 제우스와 함께 선 다섯 형제자매는 오랜 감금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 온 티탄들과 맞서 물러서지 않았다.
 
가이아의 조언을 들은 제우스는 타르타로스에 갇혀 있던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를 풀어 주었다. 키클롭스는 제우스에게 번개와 벼락을, 포세이돈에게 삼지창을, 하데스에게 모습을 감추는 투구를 주었다. 헤카톤케이레스가 수많은 바위를 한꺼번에 던지고 제우스의 벼락이 전장을 뒤흔들자 마침내 티탄들의 대열이 무너졌다. 크로노스의 오랜 통치도 끝을 맞았다.
 
승리한 세 형제는 제비를 뽑아 세계를 나누었다.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명계를 맡았고, 헤라와 데메테르와 헤스티아도 새 질서에서 각자의 자리를 얻었다. 레아가 모든 것을 걸고 지킨 막내아들은 신들의 왕이 되었으며, 되찾은 자녀들은 올림포스의 중심을 이루었다. 레아 자신은 왕좌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크로노스에게 맞서 한 아이를 지킨 레아의 선택이 없었다면 올림포스의 시대도 시작될 수 없었다.
 
무너진 티탄들의 대열 앞에 선 제우스와 다섯 형제자매
 
 
3.4 데메테르를 달래러 가다
 
세월이 흐른 뒤 레아의 딸 데메테르에게 슬픔이 닥쳤다.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게 끌려가자, 데메테르는 올림포스를 떠나 엘레우시스에 머물며 대지의 곡식을 자라지 못하게 했다. 제우스의 명으로 페르세포네가 어머니에게 돌아왔지만, 석류 씨를 먹었기 때문에 한 해의 일부는 다시 명계에서 지내야 했다. 데메테르의 분노가 풀리지 않자 세상은 여전히 메마른 채 남았다.
 
제우스는 자신의 어머니 레아를 데메테르에게 보냈다. 레아는 올림포스에서 내려와 곡식이 사라진 엘레우시스 평원으로 향했다. 황폐한 들판에서 딸을 만난 레아는 데메테르가 원하는 명예와 권리를 제우스가 보장하고, 페르세포네가 한 해의 삼분의 이는 어머니와 함께 지내도록 허락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제 분노를 거두고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곡식을 다시 자라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데메테르는 마침내 마음을 돌렸다. 메말랐던 땅에서 푸른 싹이 솟고, 들판에는 잎과 꽃과 곡식이 되살아났다. 데메테르는 레아의 권유를 받아 올림포스로 돌아가 신들의 무리에 다시 합류했다. 한때 레아는 크로노스에게서 자식들을 지켰고, 이제는 슬픔에 빠진 딸과 굶주리는 인간 세상을 이어 주었다. 그리하여 레아는 올림포스 신들을 낳은 어머니를 넘어 흩어진 가족과 메마른 세상을 이어 준 어머니로 기억되었다.
 
메마른 엘레우시스 평원에서 데메테르를 달래는 레아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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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