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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 – 포도주와 황홀경의 신
제우스와 인간 여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는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를 잃고, 제우스의 몸에서 두 번째로 태어난 특별한 신이었다. 헤라의 분노를 피해 숨어 자란 그는 포도나무와 포도주의 힘을 인간들에게 전하며 여러 땅을 떠돌았다. 자신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광기와 파멸을 내렸지만,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기쁨과 해방을 주었다. 마침내 아리아드네를 아내로 맞고 죽은 어머니 세멜레까지 올림포스로 데려온 그는 포도주와 황홀경, 축제와 해방을 다스리는 신으로 자리 잡았다.
1.1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
테바이의 왕 카드모스에게는 세멜레라는 딸이 있었다. 아름다운 세멜레를 사랑하게 된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남몰래 그녀를 찾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멜레는 그의 아이를 품게 되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비밀로 남지 않았다.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인간 여인이 남편의 사랑을 받고 그의 아이까지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세멜레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분노를 품었다.
헤라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늙은 여인의 모습으로 세멜레에게 접근했다. 그녀는 세멜레가 사랑하는 남자가 정말 제우스인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가 진정한 신들의 왕이라면 왜 신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흔들리지 않던 세멜레의 마음에도 차츰 의심이 자리 잡았고, 마침내 그녀는 다음에 제우스가 찾아오면 그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제우스가 다시 찾아오자 세멜레는 먼저 자신의 소원 하나를 반드시 들어 달라고 청했다. 제우스는 스틱스의 강을 걸고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맹세했다. 그러자 세멜레는 그가 헤라 앞에 나타날 때와 같은 신의 모습으로 자신에게도 나타나 달라고 부탁했다. 제우스는 인간이 자신의 신성한 모습을 견딜 수 없음을 알고 두려워했지만, 이미 맹세한 뒤였다. 헤라가 심어 놓은 작은 의심은 이제 세멜레와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운명을 뒤흔들고 있었다.
세멜레에게 신의 모습을 보여 달라는 약속을 하는 제우스
1.2 불길 속에서 구해지다
제우스는 세멜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는 가능한 한 자신의 힘을 줄이고 번개와 구름을 두른 채 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간인 세멜레에게는 그것조차 견딜 수 없는 광경이었다. 눈부신 번갯불이 방을 가득 채우고 신성한 불길이 일어나자 세멜레의 몸은 그 힘을 견디지 못했다. 그녀는 불길 속에서 쓰러졌고, 아직 뱃속에 있던 아이도 함께 죽을 위험에 놓였다.
제우스는 곧바로 불길 속에서 세멜레의 몸에 있던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를 꺼냈다. 아이는 신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세상에 나오기에는 너무 일렀다. 제우스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넓적다리를 갈라 아이를 그 안에 넣고 상처를 꿰맨 뒤, 다시 태어날 때가 올 때까지 자신의 몸속에서 자라게 했다.
세멜레는 죽었지만 그녀가 품고 있던 생명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다른 신들이 어머니의 몸에서 한 번 태어나는 것과 달리, 이 아이는 인간 어머니에게서 죽음의 위기를 겪고 다시 아버지인 신의 몸에서 태어나게 되었다. 훗날 디오니소스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인간과 신 사이를 오가는 특별한 신으로 여겨진 배경에는 이렇게 기이한 탄생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불길 속 세멜레에게서 태아를 구해 내는 제우스
1.3 제우스의 넓적다리에서 태어나다
달이 차자 제우스는 꿰매 두었던 넓적다리를 열었다. 그곳에서 건강하게 자란 아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세멜레의 뱃속에서 한 번 세상에 나오려 했고 다시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디오니소스는 ‘두 번 태어난 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가 신이고 어머니가 인간인 존재였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영웅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나 탄생했다고 해서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헤라는 세멜레의 아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아이 역시 자신의 분노에서 벗어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에게 갓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맡겨 안전한 곳으로 옮기게 했다. 헤르메스는 아이를 품에 안고 헤라의 눈을 피해 인간 세상과 산악 지대를 오가며 그를 숨길 곳을 찾았다.
어머니를 잃은 디오니소스에게 세상은 태어나자마자 도망쳐야 하는 장소였다. 그는 올림포스의 궁전에서 신들의 축복 속에 자라지 못했다. 아버지 제우스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헤라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숨어 살아야 했다. 그렇게 디오니소스의 어린 시절은 안락한 신들의 세계가 아니라 산과 숲, 낯선 사람들과 님프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제우스의 넓적다리에서 두 번째로 태어나는 디오니소스
2.1 헤라의 눈을 피해 달아나다
헤르메스는 갓 태어난 디오니소스를 세멜레의 언니 이노에게 데려갔다. 이노와 남편 아타마스는 조카를 받아들였고,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여자아이처럼 꾸며 몰래 길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제우스의 아들을 숨긴 사실은 오래 감춰지지 않았다. 헤라의 분노가 이노의 집안에까지 미치면서 아타마스와 이노의 가정에도 광기와 비극이 찾아왔다.
어린 디오니소스는 다시 피신해야 했다. 전승에 따르면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속이기 위해 아들을 어린 염소의 모습으로 바꾸었고, 헤르메스에게 더욱 먼 곳으로 데려가도록 했다. 헤르메스는 아이를 품에 안고 인간들의 궁전과 도시를 벗어나 깊은 산악 지대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후대 사람들이 니사라고 부른 신비로운 땅이었다.
제우스는 니사의 님프들에게 디오니소스를 맡겨 아무도 모르게 기르도록 했다. 테바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고향에서 자랄 수 없었고, 자신을 보호해 준 사람들까지 헤라의 분노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며 성장해야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쫓기고 숨어야 했던 디오니소스의 삶은 그렇게 산과 숲으로 이어졌다. 훗날 여러 나라를 떠돌게 될 방랑의 운명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어린 디오니소스를 품고 니사로 향하는 헤르메스
2.2 님프들에게 자라다
니사의 깊은 산속에서 님프들은 어린 디오니소스를 정성스럽게 길렀다. 숲과 샘, 들판과 나무들 사이에서 자란 그는 올림포스의 궁전보다 자연의 세계에 더 익숙해졌다. 그의 주변에는 님프뿐 아니라 사티로스와 같은 숲의 존재들도 모여들었다. 후대의 전승에서는 늙은 실레노스가 그의 양육자이자 스승으로 등장하여 어린 신의 곁을 지켰다고 이야기한다.
디오니소스가 자라면서 그의 주변에는 춤과 음악을 즐기는 특별한 무리가 형성되었다. 피리와 북소리가 숲에 울렸고, 님프와 사티로스들은 노래하며 젊은 신의 곁을 따랐다. 훗날 디오니소스의 행렬인 티아소스를 이루게 되는 모습도 이러한 산과 숲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의 곁에서는 도시의 엄격한 규율보다 자유로운 춤과 음악, 넘치는 생명력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어머니와 함께 죽을 위기를 넘기고 제우스의 몸에서 두 번째로 태어난 아이는 이제 젊은 신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은 아직 그를 널리 알지 못했고, 그가 신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숨어 지내던 시절이 끝나자 디오니소스는 산속을 떠날 준비를 했다. 자신이 지닌 힘과 새로운 선물을 인간들에게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갈 때가 찾아온 것이다.
니사의 숲에서 님프와 실레노스에게 자라는 디오니소스
2.3 포도주의 비밀을 발견하다
성장한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와 그 열매에 깃든 특별한 힘을 발견했다. 그는 익은 포도에서 술을 만드는 법을 알아냈고, 향기로운 포도주는 사람들에게 이전에 알지 못했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을 마신 사람들은 근심을 잠시 잊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포도나무와 포도주는 마침내 디오니소스를 다른 신들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알아낸 비밀을 혼자 간직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포도나무를 심고 가꾸며 열매를 거두는 법과 그것으로 술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포도주에는 두 얼굴이 있었다. 알맞게 마시면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모았지만, 지나치게 빠져들면 이성을 잃고 광기에 가까운 상태에 이를 수도 있었다. 디오니소스가 가져온 선물에는 기쁨과 위험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새로운 선물을 손에 넣은 디오니소스는 더 이상 니사의 숲속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님프와 사티로스, 실레노스와 여러 추종자가 모여들었고, 이들은 북과 피리를 울리며 함께 길을 나섰다. 이제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신성을 세상에 알리고 포도주와 축제, 자신을 섬기는 새로운 제의를 인간들에게 전하기 위해 긴 방랑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포도송이와 술잔을 들고 포도주의 힘을 발견한 디오니소스
3.1 광기에 사로잡혀 세상을 떠돌다
디오니소스가 성장해 자신의 힘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헤라는 다시 그를 괴롭혔다. 이번에는 어린아이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흔들었다. 헤라가 내린 광기에 사로잡힌 디오니소스는 한동안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낯선 땅을 떠돌았다. 전승에서는 그가 이집트와 시리아를 떠돌다가 마침내 프리기아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숨어 자라던 어린 시절에 이어 젊은 신의 삶에도 다시 긴 방랑이 시작되었다.
프리기아의 퀴벨라에 이른 디오니소스는 레아를 만났다. 레아는 광기에 시달리던 그를 정화하고 마음을 되찾게 해 주었으며, 신을 섬기는 제의와 의식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힘을 되찾았다. 이제 그의 방랑은 헤라의 분노를 피해 도망치는 여정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드러내고 자신의 숭배를 퍼뜨리는 여정으로 달라졌다.
디오니소스는 티르소스를 든 추종자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포도나무를 심고 포도주를 만들었으며, 북과 피리 소리에 맞춰 신을 찬양했다. 전승은 그가 트라키아를 지나 먼 동방과 인도까지 갔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땅이 새로운 신을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숭배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낯선 제의와 황홀경을 두려워하여 그를 몰아내려는 왕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프리기아에서 광기에 빠진 디오니소스를 정화하는 레아
3.2 신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
트라키아의 왕 리쿠르고스는 디오니소스와 그를 따르는 무리가 자신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디오니소스의 제의를 금지하고 추종자들을 몰아냈다. 오래된 전승에서는 리쿠르고스에게 쫓긴 디오니소스가 바다로 뛰어들어 테티스에게 몸을 숨겼다고 하며, 다른 이야기에서는 신이 왕에게 광기를 내려 스스로 가족과 자신의 파멸을 부르게 했다고 전한다. 전승은 달라도 신을 폭력으로 몰아낸 왕의 끝이 비참했다는 점은 같았다.
디오니소스를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튀레니아의 해적들은 해안에서 만난 아름다운 젊은이를 귀족의 아들로 생각하고 납치했다. 몸값을 받을 생각으로 그를 배에 묶으려 했지만 밧줄은 저절로 풀려 나갔다. 곧 갑판에는 포도넝쿨이 자라고 돛대에는 담쟁이가 휘감겼으며, 배 안에는 향기로운 포도주의 기운이 가득 퍼졌다.
디오니소스가 사자의 모습을 드러내자 겁에 질린 해적들은 차례로 바다에 뛰어들었고 돌고래로 변했다. 오직 처음부터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고 알아본 키잡이만은 목숨을 건졌다. 이 사건 뒤 디오니소스의 이름은 바다와 여러 도시로 더욱 널리 퍼졌다. 사람들은 그가 기쁨을 주는 젊은 신인 동시에 자신의 신성을 모욕하는 자에게는 두려운 힘을 드러내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포도넝쿨 뒤덮인 배에서 해적들에게 신성을 드러낸 디오니소스
3.3 테바이로 돌아오다
긴 방랑 끝에 디오니소스는 자신이 태어난 테바이로 돌아왔다. 그러나 외가가 있는 고향에서도 그를 모두 반긴 것은 아니었다. 세멜레의 자매들조차 오래전 세멜레가 제우스의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믿지 않았고, 그녀가 인간 남자와 관계한 일을 감추기 위해 제우스의 이름을 내세웠다고 여겼다. 디오니소스에게는 어머니의 명예까지 되찾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당시 테바이를 다스리던 펜테우스 왕은 새로 퍼지는 디오니소스의 제의를 위험한 광기로 여겼다. 그는 산으로 나가 춤추는 여인들을 붙잡으라고 명령하고, 테바이에 나타난 디오니소스까지 체포했다. 그러나 감옥의 문은 저절로 열리고 사슬은 풀렸다. 왕이 힘으로 억누르려 할수록 도시 안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디오니소스는 펜테우스를 여인들의 제의를 몰래 보도록 유혹했다. 여장을 한 왕은 키타이론산으로 향했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바카이들에게 발견되었다. 그의 어머니 아가우에마저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를 짐승으로 여기고 공격했다. 뒤늦게 정신을 되찾은 그녀 앞에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만 남았다. 테바이는 마침내 자신들이 부정하던 세멜레의 아들을 신으로 인정해야 했다.
키타이론산의 바카이를 바라보는 여장한 펜테우스
4.1 아리아드네를 신부로 맞다
디오니소스의 방랑은 에게해의 낙소스섬으로 이어졌다. 그곳에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홀로 남겨져 있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는 데 테세우스를 도왔던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크레타를 떠났지만, 낙소스에서 테세우스와 헤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나섰던 아리아드네에게 남은 것은 낯선 섬과 깊은 절망뿐이었다.
디오니소스는 낙소스에서 아리아드네를 발견했다. 인간 영웅에게 버림받은 공주를 본 신은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했다.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잃었지만 디오니소스를 만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았다. 방랑하던 신에게도 처음으로 자신의 곁을 함께할 신부가 생겼다.
디오니소스는 아리아드네에게 아름다운 관을 선물했다고 전해진다. 훗날 그 관은 하늘의 별자리로 올려졌다는 이야기도 생겨났다. 아리아드네는 더 이상 버림받은 크레타의 공주로만 남지 않았다. 그녀는 디오니소스의 곁에서 신적인 영광을 얻었다. 떠돌며 수많은 인간을 만났던 디오니소스에게 아리아드네와의 결합은 방랑의 삶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낙소스 해안에서 아리아드네에게 다가가는 디오니소스
4.2 어머니 세멜레를 데려오다
디오니소스에게는 신으로 인정받은 뒤에도 이루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자신을 품은 채 제우스의 신성한 불길에 휩싸여 죽었던 어머니 세멜레는 오랫동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자신의 탄생과 함께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던 어머니를 그대로 두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살아 있는 몸으로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가 세멜레를 찾아 나섰다.
디오니소스는 마침내 명계에서 어머니를 찾아내어 그녀를 죽은 자들의 세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한때 제우스의 모습을 보고 불길 속에서 쓰러졌던 인간 여인이 이제는 성장한 아들의 손에 이끌려 다시 빛이 있는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디오니소스는 세멜레를 올림포스로 데려갔고, 그녀는 신들의 무리에 받아들여져 튀오네라는 새로운 이름과 신적인 지위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디오니소스의 긴 생애는 이 순간 자신의 탄생과 다시 이어졌다. 어머니가 죽음을 맞은 불길 속에서 구출되어 두 번째로 태어난 아이가 성장한 뒤, 이번에는 자신이 명계로 내려가 어머니를 데려온 것이다. 세멜레가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을 의심했던 이들의 말도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인간 여인의 아들이라 조롱받던 디오니소스는 어머니마저 신들의 세계로 이끌어 올리며 자신의 탄생과 신성을 완전히 드러냈다.
명계에서 세멜레의 손을 잡고 지상으로 이끄는 디오니소스
4.3 포도주와 황홀경의 신
방랑과 시련을 거친 디오니소스는 마침내 신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혔다. 더 이상 헤라의 눈을 피해 숲속에 숨어야 했던 아이도, 자신의 신성을 인정받기 위해 도시마다 싸워야 했던 낯선 신도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포도나무와 포도주, 축제와 춤을 다스리는 신으로 그리스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갔다.
디오니소스의 축제에서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시고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평소에는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터져 나왔고, 사람들은 잠시 일상의 규율에서 벗어났다. 여인들은 산과 들로 나가 바카이가 되어 신을 찬양했고, 도시에서는 합창과 연극이 그의 축제와 함께 발전했다. 디오니소스가 가져오는 황홀경은 즐거움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이성이 완전히 지배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는 서로 반대되는 모습을 함께 지닌 신으로 남았다. 그는 인간에게 포도주와 기쁨을 주었지만 자신을 모욕한 자에게는 광기를 내렸으며, 축제를 이끌면서도 죽음의 세계를 드나들었다. 인간 여인의 아들로 태어나 두 번의 탄생과 긴 방랑을 거친 그는 마침내 삶과 죽음, 질서와 광기, 슬픔과 환희의 경계를 넘나드는 포도주와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가 되었다.
티르소스를 들고 바카이의 행렬을 이끄는 디오니소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