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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9.05. 21:24 (2026.09.05. 21:10)

헤라클레스 – 가장 위대한 영웅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인간을 넘어선 힘을 지녔지만, 태어날 때부터 헤라의 미움과 끊임없는 시련을 받아야 했다.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그는 죄를 씻기 위해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을 받아 열두 과업을 수행하고, 그 뒤에도 전쟁과 복수, 새로운 죄와 속죄의 길을 거듭한다. 마침내 데이아네이라가 보낸 독 묻은 옷으로 죽음에 이르지만, 오이테산의 불길 속에서 인간의 몸을 벗고 올림포스에 올라 불멸의 신이 된다.
목   차
[숨기기]
헤라클레스 – 가장 위대한 영웅
 
 
 

개요

 
제우스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인간을 넘어선 힘을 지녔지만, 태어날 때부터 헤라의 미움과 끊임없는 시련을 받아야 했다. 광기에 사로잡혀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그는 죄를 씻기 위해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을 받아 열두 과업을 수행하고, 그 뒤에도 전쟁과 복수, 새로운 죄와 속죄의 길을 거듭한다. 마침내 데이아네이라가 보낸 독 묻은 옷으로 죽음에 이르지만, 오이테산의 불길 속에서 인간의 몸을 벗고 올림포스에 올라 불멸의 신이 된다.
 
 
 

제1장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나다

1.1 제우스와 알크메네
 
미케네 왕가의 후손 알크메네는 암피트리온과 함께 고향을 떠나 테바이에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형제들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한 뒤에야 암피트리온과 정식으로 혼인하겠다고 약속했고, 암피트리온은 이를 위해 텔레보아이와 타포스인들을 향한 원정에 나섰다. 그가 전쟁터에 있는 동안 제우스는 암피트리온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알크메네를 찾아왔다. 승전한 남편처럼 전리품까지 보여 준 제우스는 밤을 길게 늘여 그녀와 함께했고, 다음 날 진짜 암피트리온이 돌아오면서 신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알크메네의 출산이 가까워지자 제우스는 그날 태어나는 자신의 혈통, 곧 페르세우스의 후손이 미케네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고 신들 앞에서 선언했다. 헤라는 즉시 제우스에게 그 말을 맹세하게 한 뒤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튀이아를 움직였다. 알크메네의 출산은 늦어졌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던 스테넬로스의 아들 에우리스테우스가 먼저 세상에 나왔다. 이 때문에 제우스가 아들에게 주려 했던 왕권은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돌아갔다.
 
뒤이어 알크메네는 두 아들을 낳았다. 제우스의 아들은 알케이데스라 불렸고, 암피트리온의 아들은 이피클레스라 불렸다.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였지만 그들에게 이어진 피와 운명은 달랐다. 알케이데스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을 뛰어넘는 힘을 지녔고, 동시에 헤라의 집요한 미움도 짊어졌다. 훗날 세상은 이 아이를 ‘헤라클레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된다.
 
암피트리온의 모습으로 알크메네를 찾아온 제우스
 
 
1.2 헤라가 보낸 두 뱀
 
알케이데스가 아직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헤라의 적의는 그를 뒤쫓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여덟 달쯤 되었을 무렵, 헤라는 알케이데스와 이피클레스가 잠든 방으로 커다란 뱀 두 마리를 보냈다. 한밤중 방 안으로 스며든 뱀들은 요람을 향해 몸을 감아 올렸다. 위험을 알아챈 이피클레스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그 소리를 들은 집안사람들이 횃불과 무기를 들고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방에 들어왔을 때 이미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 알케이데스는 두 손으로 뱀 한 마리씩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뱀들이 몸을 뒤틀며 아이의 팔을 휘감았지만 그는 전혀 겁먹지 않았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마침내 두 뱀은 그의 손에서 힘없이 늘어졌다. 암피트리온은 죽은 뱀을 움켜쥔 아기를 바라보며 이 아이에게 보통 인간과는 다른 힘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았다.
 
암피트리온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알케이데스의 앞날을 물었다. 테이레시아스는 이 아이가 자라 수많은 괴물과 난폭한 자들을 쓰러뜨리고, 인간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세상의 끝과 명계에까지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수많은 고난을 모두 지나간 뒤에는 인간의 운명마저 넘어 신들의 세계에 들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알케이데스는 아직 말을 하지 못했지만, 헤라와의 첫 싸움에서는 이미 승리한 뒤였다.
 
두 뱀의 목을 맨손으로 움켜쥔 어린 알케이데스
 
 
1.3 영웅으로 자라나다
 
암피트리온은 알케이데스가 지닌 엄청난 힘을 올바르게 다룰 수 있도록 여러 스승에게 교육을 맡겼다. 그는 암피트리온에게 전차 모는 법을 배우고, 아우톨뤼코스에게 씨름을, 카스토르에게 무기 다루는 법을 익혔다. 활쏘기는 오이칼리아의 명궁 에우뤼토스에게 배웠다고 전해지며, 리노스에게서는 리라와 음악을 배웠다. 그러나 힘이 자라는 만큼 성정의 거침도 함께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리노스가 수업 중 그를 심하게 꾸짖거나 때리자 알케이데스는 순간적으로 분노해 리라로 스승을 내리쳤다. 그의 힘은 보통 사람과 달랐고 리노스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재판에 넘겨진 알케이데스는 먼저 공격받았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려 했다고 주장해 처벌을 피했지만, 암피트리온은 아들이 또다시 힘을 잘못 사용할까 두려워했다. 그는 알케이데스를 키타이론산으로 보내 가축을 돌보게 했다.
 
산에서 지내던 알케이데스는 들짐승을 상대하며 몸과 힘을 더욱 단련했다. 특히 주변의 소 떼를 해치던 키타이론의 사자를 추적해 쓰러뜨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제 그는 평범한 목동도, 단순히 힘센 젊은이도 아니었다. 그의 명성은 산을 넘어 테바이까지 퍼져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힘을 도시와 사람들을 위해 처음으로 사용할 기회가 찾아왔다.
 
키타이론의 사자를 쓰러뜨린 젊은 알케이데스
 
 
1.4 테바이를 구하고 가정을 이루다
 
키타이론산에서 지내던 알케이데스가 테바이로 돌아오는 길에 오르코메노스의 사자들을 만났다. 당시 테바이는 미니아스인들에게 패한 뒤 해마다 무거운 공물을 바치고 있었고, 그들은 다시 공물을 거두러 오는 길이었다. 알케이데스는 테바이 사람들을 모욕하는 그들을 붙잡아 돌려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오르코메노스의 왕 에르기노스는 분노해 군대를 일으켰고, 테바이는 다시 강대한 적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알케이데스는 아테나에게 무기를 받아 테바이의 젊은이들을 이끌고 싸움에 나섰다. 그는 좁은 길과 험한 지형을 이용해 미니아스인의 전차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앞장서 적진을 무너뜨렸다. 치열한 전투 끝에 에르기노스가 쓰러지고 오르코메노스의 군대는 패했다. 오랫동안 공물을 바치던 테바이는 마침내 속박에서 벗어났고, 이제 반대로 오르코메노스가 테바이에 배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승리에는 희생도 따랐다. 양아버지 암피트리온이 전투 중 용감하게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크레온은 도시를 구한 알케이데스에게 자신의 딸 메가라를 아내로 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여러 아들이 태어났고, 산과 전장을 떠돌던 젊은 영웅에게 처음으로 가정과 평온한 삶이 찾아왔다. 테바이 사람들은 그를 도시를 구한 영웅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알케이데스의 행복을 바라보는 헤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가장 소중한 것을 얻은 바로 그때, 그의 삶을 뒤흔들 가장 잔혹한 시련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미니아스 군대를 무너뜨리는 알케이데스
 
 
 

제2장 죄와 속죄의 길

2.1 헤라가 내린 광기
 
테바이를 구한 뒤 메가라와 혼인한 알케이데스에게는 여러 아들이 태어났다. 전쟁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이 있었고,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헤라의 적의도 한동안 잠잠해진 듯했다. 그러나 헤라는 제우스의 아들이 인간 세상에서 명성과 가정을 얻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느 날 그녀가 불러일으킨 광기가 알케이데스를 덮쳤고, 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과 집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
 
광기에 사로잡힌 알케이데스의 힘을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메가라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죽였다. 전승에 따라서는 동생 이피클레스의 아이들까지 함께 희생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품에 안고 웃던 아이들이었지만, 제정신을 잃은 아버지의 손에서 목숨을 잃었다. 헤라는 알케이데스의 몸을 죽이는 대신 그가 가장 사랑하던 가정과 행복을 산산이 무너뜨렸다.
 
마침내 광기가 걷히자 알케이데스는 눈앞에 놓인 아이들의 시신을 보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깨달았다.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던 힘이 이번에는 자신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미 죽은 아이들을 되살릴 수도,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도 없었다.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진 그는 스스로 테바이를 떠났다. 그는 먼저 테스피오스에게 피의 죄를 정화받은 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에게 묻기 위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을 향했다.
 
광기가 걷힌 뒤 죽은 아이들 앞에 선 알케이데스
 
 
2.2 델포이에서 받은 신탁
 
알케이데스는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들어가 자신의 죄를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 물었다. 신탁을 전하는 퓌티아는 이때 그를 처음으로 ‘헤라클레스’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헤라의 계략에 시달리고, 마침내 그녀가 내린 광기로 자식들까지 잃은 그에게는 역설적인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알케이데스의 옛 삶은 끝나고 헤라클레스라는 영웅의 긴 속죄가 시작되었다.
 
퓌티아는 그에게 티륀스로 가서 십이 년 동안 미케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를 섬기라고 명했다. 헤라의 계략으로 자신보다 먼저 태어나 왕권을 얻은 바로 그 사람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보다 힘도 용기도 훨씬 못한 왕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했지만 신탁을 거역할 수 없었다. 에우리스테우스가 명하는 과업들을 완수하면 죄를 씻을 수 있으며, 긴 고난의 끝에는 불멸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함께 전해졌다.
 
처음 에우리스테우스가 내릴 과업은 열 가지였다. 그러나 레르나의 히드라를 죽일 때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하나가 인정되지 않았고,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하면서 보수를 약속받았다는 이유로 또 하나가 제외되었다. 그 결과 두 가지 임무가 더해져 과업은 모두 열두 가지가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사자와 괴물뿐 아니라 세상의 끝과 명계까지 향하는 긴 길에 들어섰다.
 
델포이에서 신탁을 받는 헤라클레스
 
 
2.3 열두 과업을 시작하다
 
첫 번째 명령은 네메아를 공포에 빠뜨린 사자를 죽이는 일이었다. 그 사자의 가죽에는 칼과 화살이 통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동굴 안에서 사자와 맞붙어 맨손으로 목을 졸라 쓰러뜨린 뒤, 사자의 발톱으로 가죽을 벗겨 몸에 걸쳤다. 이후 사자 가죽과 곤봉은 그의 상징이 되었다. 두 번째로 그는 여러 머리를 가진 레르나의 히드라와 싸웠고, 조카 이올라오스가 잘린 목의 상처를 불로 지져 새 머리가 돋지 못하게 도왔다.
 
세 번째 과업에서는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케뤼네이아의 암사슴을 상처 없이 붙잡아야 했다. 그는 거의 일 년 동안 사슴을 추적한 끝에 붙잡아 살아 있는 채 미케네까지 데려갔다. 그 과정에서 아르테미스에게 과업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음을 설명해 여신의 분노를 피했다. 네 번째로는 에뤼만토스의 거대한 멧돼지를 눈 덮인 산에서 몰아 생포했다. 헤라클레스가 살아 있는 멧돼지를 어깨에 메고 돌아오자 겁에 질린 에우리스테우스는 청동 항아리 속으로 숨어 버렸다고 한다.
 
다섯 번째 과업은 아우게이아스 왕의 거대한 외양간을 하루 만에 청소하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알페이오스와 페네이오스 강의 흐름을 돌려 쌓인 오물을 씻어냈다. 여섯 번째로는 스튐팔로스 호수의 사나운 새들을 몰아냈다. 아테나가 준 청동 딸랑이를 울려 새들을 하늘로 날아오르게 한 뒤 활로 쏘아 쓰러뜨렸다. 과업은 이제 펠로폰네소스를 넘어 더 먼 세계로 향하기 시작했다.
 
네메아의 사자와 맨손으로 싸우는 헤라클레스
 
 
2.4 인간이 넘을 수 없는 경계
 
일곱 번째 과업에서 헤라클레스는 크레타로 건너가 난폭하게 날뛰는 황소를 붙잡아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데려왔다. 여덟 번째로는 트라키아 왕 디오메데스가 사람의 살을 먹여 기르던 사나운 암말들을 제압했다. 아홉 번째 과업에서는 아마존의 여왕 히폴뤼테가 지닌 허리띠를 가져오기 위해 흑해 너머까지 항해했다. 처음에는 여왕이 스스로 허리띠를 내주려 했지만 헤라가 아마존들 사이에 소문을 퍼뜨리면서 결국 싸움이 벌어졌다.
 
열 번째 과업은 세상의 서쪽 끝에 사는 세 몸의 거인 게뤼온이 지키는 붉은 소 떼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긴 여행 끝에 오케아노스 가까이까지 나아가 게뤼온을 쓰러뜨리고 소들을 몰고 돌아왔다. 열한 번째에는 헤스페리데스가 지키는 황금 사과를 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여행 도중 프로메테우스를 해방시키고 아틀라스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신들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를 손에 넣었다.
 
마지막 과업은 살아 있는 몸으로 명계에 내려가 케르베로스를 지상으로 데려오는 일이었다. 헤라클레스는 하데스의 허락을 받아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 머리의 수문장을 제압해 에우리스테우스 앞까지 데려온 뒤 다시 명계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열두 과업은 모두 끝났다. 신탁이 요구한 속죄의 의무는 완수되었지만 자식들을 잃었던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는 그 기억을 품은 채 다시 인간들의 세계로 돌아왔다.
 
명계에서 케르베로스를 제압하는 헤라클레스
 
 
 

제3장 과업이 끝난 뒤의 영웅

3.1 이올레를 둘러싼 약속
 
열두 과업을 마친 헤라클레스는 테바이로 돌아왔다. 그러나 광기의 날 이전과 같은 가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는 메가라를 자신의 조카이자 오랫동안 과업을 도왔던 이올라오스와 혼인시키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그러던 중 오이칼리아의 왕 에우뤼토스가 자신과 아들들을 활쏘기로 이기는 사람에게 딸 이올레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에우뤼토스에게 활쏘기를 배웠던 헤라클레스는 시합에 나가 왕과 그의 아들들을 모두 이겼다.
 
그러나 에우뤼토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과거 광기에 빠져 자식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들며 자신의 딸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들들 역시 대부분 아버지 편에 섰지만, 이피토스만은 헤라클레스가 정당하게 시합에서 이겼으니 약속대로 이올레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승리를 하고도 신부를 얻지 못한 헤라클레스는 분노했지만 당장은 오이칼리아를 떠났다.
 
얼마 뒤 에우뤼토스의 소 떼가 사라지자 다시 헤라클레스에게 의심이 향했다. 그러나 이피토스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믿고 직접 찾아와 함께 소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믿어 준 그를 손님으로 맞아들였지만, 다시 격정에 휩싸여 이피토스를 높은 곳에서 아래로 던져 죽이고 말았다.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손님을 죽인 일은 새로운 죄가 되었고, 헤라클레스는 또다시 정화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활쏘기 시합에서 에우뤼토스를 이긴 헤라클레스
 
 
3.2 옴팔레를 섬기다
 
이피토스를 죽인 뒤 헤라클레스는 병과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델포이로 찾아가 어떻게 죄를 씻어야 하는지 물었지만 원하는 신탁을 곧바로 얻지 못했다. 분노한 헤라클레스는 아폴론의 신탁용 삼각대를 빼앗아 자신이 직접 신탁을 내리겠다며 들고 나갔다. 이를 막으려는 아폴론과 헤라클레스가 맞붙자 싸움이 커졌고, 마침내 제우스가 두 사람 사이에 벼락을 내려 다툼을 끝냈다.
 
그제야 신탁은 헤라클레스가 일정 기간 노예로 팔려 봉사해야 하며, 그 몸값을 이피토스의 죽음에 대한 배상으로 보내야 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명했다. 헤르메스는 헤라클레스를 뤼디아의 여왕 옴팔레에게 팔았다. 가장 강한 영웅이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노예가 된 것이다. 그의 몸값은 에우뤼토스에게 보내졌지만, 아들을 잃은 에우뤼토스는 그 배상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옴팔레를 섬기는 동안에도 헤라클레스는 가만히 머물지 않았다. 그는 뤼디아 일대를 괴롭히던 도적과 적들을 물리치고 케르코페스 형제 같은 자들을 붙잡았다. 후대에는 옴팔레가 그의 사자 가죽과 곤봉을 들고 헤라클레스가 여인의 옷을 입고 실을 잣는 이야기도 널리 퍼졌다. 정해진 봉사를 마치자 그는 다시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오래전 자신을 속이고 약속을 저버렸던 트로이 왕 라오메돈에게 복수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옴팔레 앞에서 봉사의 시간을 보내는 헤라클레스
 
 
3.3 트로이를 공격하다
 
헤라클레스와 트로이 왕 라오메돈의 악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 괴물 때문에 왕의 딸 헤시오네가 제물로 바쳐지게 되자 헤라클레스는 그녀를 구해 주는 대가로 제우스가 트로스에게 주었던 신성한 말들을 받기로 약속했다. 그는 괴물을 쓰러뜨리고 헤시오네를 구했지만 라오메돈은 약속을 어기고 말들을 내놓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당장은 떠났지만 언젠가 돌아와 배신의 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옴팔레에게서 풀려난 뒤 헤라클레스는 동료들을 모아 함대를 꾸리고 트로이를 향했다. 텔라몬을 비롯한 여러 영웅들이 그와 함께했다. 트로이의 성벽은 포세이돈과 아폴론이 세웠다고 할 만큼 견고했으나 공격을 끝내 막지는 못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성은 함락되었고, 헤라클레스는 포다르케스를 제외한 라오메돈과 그의 아들들을 죽였다. 오래전의 배신은 마침내 트로이 왕가의 몰락으로 돌아왔다.
 
헤라클레스는 구출된 헤시오네를 텔라몬에게 아내로 주고, 그녀에게 포로 가운데 한 사람을 살려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했다. 헤시오네는 어린 동생 포다르케스를 선택하고 몸값을 치러 그를 풀어 주었다. 이 때문에 포다르케스는 훗날 ‘사들인 자’와 연결되는 프리아모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훗날 트로이 전쟁 때 늙은 왕으로 등장할 프리아모스가 바로 그 아이였다. 트로이는 한 번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나 훨씬 더 큰 전쟁을 맞게 된다.
 
트로이 성벽을 돌파하는 헤라클레스와 텔라몬
 
 
3.4 데이아네이라와 새로운 삶
 
열두 과업 가운데 마지막으로 명계에 내려갔을 때 헤라클레스는 죽은 영웅 멜레아그로스의 혼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멜레아그로스는 살아 있는 누이 데이아네이라를 아내로 맞아 달라고 부탁했고, 훗날 헤라클레스는 칼리돈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러나 데이아네이라에게는 이미 강력한 구혼자가 있었다. 강의 신 아켈로오스는 인간과 뱀, 황소의 모습을 바꾸어 가며 그녀를 얻으려 했고, 두 구혼자는 직접 힘을 겨루어 혼인의 승자를 정하게 되었다.
 
아켈로오스가 거대한 황소로 변해 돌진하자 헤라클레스는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황소의 뿔을 움켜쥐고 격렬하게 씨름한 끝에 한쪽 뿔을 꺾어 강의 신을 굴복시켰다. 패배한 아켈로오스는 데이아네이라를 포기했고, 헤라클레스는 그녀와 혼인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휠로스를 비롯한 자녀들이 태어났다. 열두 과업과 계속된 전쟁을 지나온 헤라클레스에게 다시 한번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찾아오는 듯했다.
 
그러나 장인 오이네우스의 집에서 또 하나의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다. 오이네우스의 친족으로 그 자리에서 시중을 들던 젊은 에우노모스가 헤라클레스에게 물을 따르다가 실수하자, 헤라클레스가 무심코 손으로 그를 쳤고 그 한 번의 타격으로 젊은이는 죽고 말았다. 에우노모스의 아버지는 고의가 아니었음을 알고 그를 용서했지만,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피의 죄를 지고 그곳에 머물 수 없다며 칼리돈을 떠났다. 데이아네이라와 함께 트라키스로 향한 그는 에우에노스강에서 켄타우로스 네소스를 만나게 된다.
 
황소로 변한 아켈로오스와 씨름하는 헤라클레스
 
 
 

제4장 죽음을 넘어 신이 되다

4.1 네소스의 마지막 계략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가 에우에노스강에 이르렀을 때 물살은 거세게 불어나 있었다. 강가에는 켄타우로스 네소스가 나그네들을 등에 태워 건네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스스로 강을 건너고,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에게 맡겼다. 그러나 강 한가운데로 들어간 네소스는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를 탐내어 약속한 곳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려 했다. 놀란 그녀가 큰 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맞은편에 도착해 있던 헤라클레스는 즉시 활을 들어 네소스를 겨누었다. 화살에는 레르나의 히드라에게서 얻은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었다. 날아간 화살이 네소스의 몸을 꿰뚫었고, 켄타우로스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죽는 순간까지 복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자신의 피를 받아 두었다가 언젠가 헤라클레스의 사랑이 식었을 때 옷에 발라 입히면 다시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속삭였다.
 
데이아네이라는 그 말을 의심하면서도 피를 조심스럽게 받아 간직했다. 그녀는 그것이 사랑을 되돌리는 약이라고 믿었을 뿐, 네소스의 피에 헤라클레스의 화살에서 스며든 히드라의 독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네소스는 죽었지만 그의 계략은 살아남았다. 헤라클레스가 수많은 괴물에게서 살아남고 명계에서까지 돌아왔어도, 이제 그의 죽음은 작은 병 하나 속에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는 네소스를 겨눈 헤라클레스
 
 
4.2 독이 밴 옷
 
세월이 흐른 뒤 헤라클레스는 다시 오이칼리아의 에우뤼토스와 맞섰다. 오래전 활쏘기 시합에서 이기고도 이올레를 받지 못했던 원한과 이피토스의 죽음으로 이어진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군대를 이끌고 오이칼리아를 공격해 도시를 함락하고 에우뤼토스를 죽였다. 그리고 이올레를 다른 포로들과 함께 데려왔다. 전령 리카스가 트라키스에 도착해 승전 소식과 포로들을 전하자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이 이올레에게 마음을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데이아네이라는 남편을 해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되찾고 싶었다. 그녀는 오래전 네소스가 남긴 말을 떠올리고 간직해 두었던 피를 꺼냈다. 그 액체를 헤라클레스가 제사를 지낼 때 입을 옷에 발라 리카스를 통해 보냈다. 네소스가 죽어 가며 건넨 복수의 계략을 사랑의 묘약으로 믿은 것이다. 옷은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은 채 헤라클레스에게 전달되었다.
 
헤라클레스가 에우보이아의 케나이온 곶에서 제사를 올리며 그 옷을 입자 몸의 열기가 독을 깨웠다. 천은 살갗에 달라붙었고, 벗기려 할수록 살점이 함께 뜯겨 나왔다. 히드라의 독은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어떤 약으로도 멈출 수 없는 고통을 일으켰다. 그는 분노해 리카스를 바다로 내던졌다.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데이아네이라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독이 밴 옷을 입고 고통에 휩싸인 헤라클레스
 
 
4.3 오이테산의 장작더미
 
히드라의 독은 인간의 힘으로 치료할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아들 휠로스와 동료들에게 자신을 오이테산으로 옮기라고 명하고 정상 가까이에 커다란 장작더미를 쌓게 했다. 수많은 괴물을 물리치고 세상의 끝과 명계까지 다녀온 영웅이 이제 스스로 마지막 불길 앞에 누웠다. 어떤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고통 앞에서 그는 더 이상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깔고 장작더미 위에 몸을 눕힌 뒤 불을 붙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곁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감히 영웅의 마지막 명령을 따르지 못했다. 마침내 포이아스가 앞으로 나서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헤라클레스는 감사의 뜻으로 자신의 활과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그에게 주었다. 그 무기들은 훗날 포이아스의 아들 필록테테스에게 전해졌고, 오랜 세월 뒤 트로이를 함락시키기 위해 다시 전쟁터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불길이 장작더미를 뒤덮자 헤라클레스의 인간으로서의 삶도 마지막을 향했다. 그를 쓰러뜨린 것은 네메아의 사자도, 히드라도, 명계의 케르베로스도 아니었다. 오래전 자신이 만든 독화살과 죽어 가던 네소스가 남긴 복수가 먼 길을 돌아 그의 몸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불은 점점 거세졌지만 헤라클레스의 모든 것을 태워 없애지는 못했다. 불꽃과 연기가 하늘을 뒤덮는 순간, 인간 영웅의 죽음 너머에서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이테산 장작더미 위에 누운 헤라클레스
 
 
4.4 올림포스에 오른 영웅
 
오이테산의 불길이 치솟자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구름이 내려왔다고 한다. 불은 헤라클레스의 인간적인 몸을 태웠지만 제우스에게서 이어받은 신적인 부분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아테나가 전차를 보내거나 제우스가 직접 아들을 올림포스로 불러들였다고 전해지며, 헤라클레스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았지만 신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져 올림포스에 올라갔다. 평생 그를 괴롭혔던 시련의 길은 그곳에서 끝났다.
 
올림포스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그를 미워했던 헤라와도 화해가 이루어졌다. 헤라는 헤라클레스를 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였고, 자신의 딸이자 젊음의 여신 헤베를 그의 아내로 주었다. 죽음과 노쇠를 벗어난 헤라클레스는 영원한 젊음과 불멸을 얻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헤라의 계략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왕권을 잃고, 그녀가 내린 광기로 자식들을 잃었던 인간이 마침내 헤라와 같은 신들의 세계에서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인간 세상에는 사자 가죽과 곤봉, 활을 든 헤라클레스의 이야기가 남았다. 그는 완전한 인간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신도 아니었다. 엄청난 힘으로 괴물을 쓰러뜨렸지만 분노와 실수 때문에 새로운 죄를 짓기도 했으며, 그때마다 다시 고통스러운 길을 걸었다. 열두 과업과 수많은 모험 끝에 죽음마저 넘어 올림포스에 오른 그의 생애는 헤라클레스를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남게 했다.
 
불길과 구름 속에서 올림포스로 오르는 헤라클레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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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