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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별전가담항설의지식창고 2026.09.05. 23:43 (2026.09.05. 23:43)

페르세우스 – 메두사를 벤 영웅

 
아르고스 왕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에게 죽는다는 신탁을 두려워해 딸 다나에를 청동방에 가둔다. 그러나 제우스는 황금비가 되어 그녀에게 내려오고, 페르세우스가 태어난다. 바다에 버려진 아이는 세리포스에서 자라 메두사의 머리를 베고 안드로메다를 구한다. 영웅이 되어 돌아온 그는 뜻하지 않게 오래된 신탁을 이루고, 마침내 미케네 왕가의 시조가 되어 헤라클레스로 이어지는 혈통을 남긴다.
목   차
[숨기기]
페르세우스 – 메두사를 벤 영웅
 
 
 

개요

 
아르고스 왕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에게 죽는다는 신탁을 두려워해 딸 다나에를 청동방에 가둔다. 그러나 제우스는 황금비가 되어 그녀에게 내려오고, 페르세우스가 태어난다. 바다에 버려진 아이는 세리포스에서 자라 메두사의 머리를 베고 안드로메다를 구한다. 영웅이 되어 돌아온 그는 뜻하지 않게 오래된 신탁을 이루고, 마침내 미케네 왕가의 시조가 되어 헤라클레스로 이어지는 혈통을 남긴다.
 
 
 

제1장 신탁 속에서 태어난 아이

1.1 외손자에게 죽으리라는 신탁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에게는 왕위를 이을 아들이 없었다. 그는 앞으로 아들을 얻을 수 있을지 신탁에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크리시오스에게 아들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딸 다나에가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 외손자의 손에 자신이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자신의 죽음을 가져올 적처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아크리시오스는 신탁을 피할 방법을 찾았다. 다나에가 어떤 남자와도 만나지 못한다면 아이가 태어날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땅속 깊은 곳에 청동으로 둘러싸인 방을 만들었다. 문은 굳게 잠겼고 밖에는 경비가 세워졌다. 왕녀였던 다나에는 혼인도 바깥세상도 허락받지 못한 채 그 방 안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왕은 이제 신탁의 길을 완전히 막았다고 믿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도 경비를 지나 청동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아크리시오스가 계산하지 못한 존재가 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인간이 만든 벽과 문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딸의 삶을 가둔 순간에도, 그가 가장 두려워한 운명은 이미 다른 길을 찾아 아르고스를 향하고 있었다.
 
신탁을 듣고 두려움에 빠진 아크리시오스
 
 
1.2 청동방에 갇힌 다나에
 
다나에는 청동방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왕궁 안에 있으면서도 가족이나 백성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고, 하늘과 들판을 바라보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아크리시오스는 딸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고 여겼지만, 다나에에게 그곳은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무덤과 다르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어도 그녀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밖에는 언제나 감시가 있었고, 아크리시오스는 누구도 딸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다나에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두려워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 때문에 젊은 날을 갇혀 보내야 했다. 왕이 두려워한 것은 딸이 아니라 딸에게서 태어날 미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닫힌 방 안에 전에 없던 황금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짙어지더니 지붕 위에서 비처럼 쏟아져 방 안으로 흘러들었다. 경비들은 아무도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고, 잠긴 문도 열리지 않았다. 인간의 발길을 막는 데 성공한 아크리시오스는 알지 못했지만, 청동방 안에는 이미 올림포스의 제우스가 황금비의 모습으로 다나에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하 청동방에 홀로 갇힌 다나에
 
 
1.3 황금비로 내려온 제우스
 
황금비가 되어 청동방으로 내려온 제우스는 다나에와 결합했고, 얼마 뒤 그녀는 아이를 품게 되었다. 아크리시오스가 모든 인간의 접근을 막았음에도 신탁이 예고한 생명은 자라고 있었다. 때가 되자 다나에는 아들을 낳았고, 아이에게 페르세우스라는 이름을 주었다. 어둡고 닫힌 방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에게는 새로운 희망이었지만 외할아버지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아기의 존재는 오래 숨길 수 없었다. 울음소리와 움직임 때문에 마침내 비밀이 드러났고, 아크리시오스는 청동방 안에서 손자를 발견했다. 그는 경비를 추궁하며 누가 방 안으로 들어갔는지 물었다. 다나에는 자신에게 황금비로 내려온 제우스가 아이의 아버지라고 말했지만, 왕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크리시오스는 눈앞의 아이가 신탁 속 외손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제우스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아기를 직접 죽이는 것 또한 두려웠다. 신의 분노를 사지 않으면서 신탁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잔인한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손으로 모자를 죽이지 않고, 다나에와 페르세우스의 목숨을 바다와 파도에 맡겨 버리기로 한 것이다.
 
다나에의 청동방으로 쏟아지는 황금비
 
 
1.4 바다에 버려진 어머니와 아들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와 어린 페르세우스를 커다란 나무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상자를 바다로 내보내도록 명령했다. 칼로 죽이지 않았을 뿐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처분이었다. 캄캄한 상자 안에서 다나에는 파도가 칠 때마다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고, 거센 물결 한 번이면 상자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자는 가라앉지 않았다. 바람과 파도에 밀려 아르고스에서 멀어져 간 모자는 긴 표류 끝에 에게해의 세리포스섬 해안에 닿았다. 그곳에서 고기를 잡던 딕티스가 떠밀려 온 상자를 발견했다. 뚜껑을 열어 본 그는 안에 살아 있는 여자와 어린아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두 사람을 바닷가에 버려 두지 않았다.
 
딕티스는 다나에와 페르세우스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먹을 것과 쉴 곳을 마련해 주었다. 왕궁에서 태어났지만 죽음을 피해 바다를 건너온 페르세우스는 그렇게 어부의 보호 아래 성장하게 되었다.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를 바다에 던져 신탁을 멀리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살아남았다. 신탁을 피하려 한 그의 선택은 오히려 페르세우스를 아르고스 밖의 더 넓은 세계로 보내는 첫걸음이 되었다.
 
나무 상자에 실려 바다를 떠도는 모자
 
 
 

제2장 메두사의 머리를 찾아서

2.1 세리포스에서 자란 페르세우스
 
세리포스에서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어머니를 바다에서 구해 준 딕티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작은 상자에 실려 섬에 도착했던 아기는 어느덧 힘세고 당당한 청년이 되었고, 다나에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아들이 되었다. 자신이 아르고스 왕가의 혈통이며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는 잃어버린 왕위를 찾기보다 어머니와 자신을 받아 준 사람들 곁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세리포스의 왕이자 딕티스의 형제인 폴리덱테스가 다나에에게 마음을 품으면서 평온한 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아름다운 다나에를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했지만, 성장한 페르세우스가 언제나 어머니를 지키고 있어 뜻을 이루기 어려웠다. 결국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를 직접 해치는 대신,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위험한 길로 보내 버릴 계책을 세웠다.
 
왕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오이노마오스의 딸 히포다메이아에게 보낼 혼인 선물을 마련한다며 저마다 말 한 필씩을 내놓게 했다. 가진 것이 없던 페르세우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말을 바칠 수 없었다. 젊은 혈기에 그는 왕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오겠다며 고르곤의 머리라도 가져올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폴리덱테스는 기다렸다는 듯 그 말을 기억해 두었다. 페르세우스는 아직 자신의 호기로운 한마디가 어떤 위험을 불러올지 알지 못했다.
 
다나에 곁을 지키는 청년 페르세우스
 
 
2.2 폴리덱테스의 위험한 명령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가 내뱉은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요구한 것은 평범한 보물이 아니라 고르곤 메두사의 머리였다. 고르곤은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메두사 세 자매였으며 그 가운데 메두사만 죽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직접 바라본 사람은 누구나 돌로 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더구나 고르곤들이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으므로, 왕의 요구는 사실상 페르세우스를 죽음으로 보내는 명령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한 말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다나에와 딕티스에게 작별을 고하고 메두사를 찾아 세리포스를 떠났다. 폴리덱테스는 젊은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 믿었지만, 페르세우스의 여정에는 왕이 예상하지 못한 도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테나와 헤르메스가 그에게 나타나 고르곤에게 이르는 길과 메두사를 쓰러뜨릴 방법을 알려 주기로 한 것이다.
 
두 신은 먼저 고르곤의 자매인 그라이아이를 찾아가게 했다. 에니오, 페프레도, 데이노라는 세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늙은 모습이었으며 하나의 눈과 하나의 이를 서로 돌려가며 사용했다. 페르세우스는 눈이 한 자매에게서 다른 자매에게 넘어가는 순간 그것을 가로챘다. 그리고 고르곤에게 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가진 님프들의 거처를 알려 주지 않으면 돌려주지 않겠다고 버텼다. 결국 그라이아이는 그에게 길을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요구하는 폴리덱테스
 
 
2.3 신들의 도움으로 무기를 갖추다
 
그라이아이에게서 길을 알아낸 페르세우스는 신비한 님프들을 찾아갔다. 님프들은 그에게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샌들과 잘린 메두사의 머리를 담을 자루 키비시스, 그리고 머리에 쓰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하데스의 투구를 내주었다. 헤르메스는 단단한 아다만틴으로 만든 낫 모양의 칼을 건넸고, 아테나는 메두사를 직접 바라보지 않고 싸울 방법을 알려 주었다.
 
페르세우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빛나는 청동 방패였다. 메두사의 얼굴을 직접 보는 순간 돌로 변하므로 그는 방패에 비친 모습만 바라보며 움직여야 했다. 그는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하데스의 투구와 키비시스를 챙긴 뒤,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다른 손에는 방패를 잡았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싸움을 앞두고 신들의 도움으로 필요한 준비가 갖추어졌다.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샌들의 힘으로 고르곤들이 사는 먼 땅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에는 죽지 않는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그리고 세 자매 가운데 유일하게 죽을 수 있는 메두사가 함께 있었다. 그는 곧바로 공격하지 않고 세 자매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메두사를 쓰러뜨리는 데 필요한 것은 힘만이 아니라 한순간도 시선을 잘못 두지 않는 침착함이었다. 아테나 역시 그의 곁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들의 무기를 갖추는 페르세우스
 
 
2.4 메두사의 목을 베다
 
고르곤들이 잠든 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에게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돌린 채 청동 방패에 비친 모습만 살폈다. 방패 위에는 뱀으로 뒤덮인 머리와 무시무시한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아테나가 손길을 이끌자 그는 한순간에 칼을 휘둘러 잠든 메두사의 목을 베었다. 직접 바라보지 않고 괴물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메두사의 목에서 피가 솟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포세이돈의 자식으로 잉태되어 있던 날개 달린 말 페가소스와 크리사오르가 그녀의 몸에서 뛰쳐나왔다. 페르세우스는 놀랄 틈도 없이 잘린 머리를 키비시스 안에 넣었다. 메두사는 죽었지만 그 머리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고, 눈을 바라보는 자를 돌로 만드는 능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소리에 깨어난 스테노와 에우리알레는 동생을 죽인 자를 찾아 날아올랐다. 그러나 페르세우스는 하데스의 투구를 써 몸을 감추고 이미 공중으로 떠오른 뒤였다. 두 고르곤은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는 날개 달린 샌들로 그곳을 빠져나와 세리포스를 향해 귀환길에 올랐다. 죽음을 명령받고 떠났던 젊은이는 이제 메두사의 머리를 가진 영웅이 되어 있었다.
 
청동 방패를 보며 메두사의 목을 베는 페르세우스
 
 
 

제3장 안드로메다와 영웅의 귀환

3.1 바위에 묶인 안드로메다
 
메두사를 벤 뒤 세리포스로 돌아가던 페르세우스는 에티오피아의 해안에 이르렀다. 그곳은 케페우스 왕과 카시오페이아 왕비가 다스리는 나라였지만, 바다는 거칠었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카시오페이아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네레이데스와 겨루며 그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하자, 분노한 포세이돈이 나라에 홍수와 바다 괴물을 보냈기 때문이다.
 
재앙을 멈출 방법을 묻자 신탁은 왕의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했다. 백성들의 압박을 받은 케페우스는 결국 딸을 해안의 바위에 묶었다. 아무 죄도 없는 안드로메다는 어머니의 자만 때문에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페르세우스가 그곳을 지나던 때 그녀는 홀로 묶인 채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를 보고 사정을 물었고 곧 그녀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케페우스에게 괴물을 쓰러뜨린다면 안드로메다를 자신의 아내로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왕은 딸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메두사에게서 막 벗어난 페르세우스는 쉬지도 못한 채 다시 목숨을 건 싸움 앞에 섰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명예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바닷가 바위에 사슬로 묶인 안드로메다
 
 
3.2 바다 괴물을 쓰러뜨리다
 
바다가 크게 흔들리며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드로메다는 바위에 묶여 달아날 수 없었고, 케페우스와 백성들은 멀리서 다가오는 재앙을 바라볼 뿐이었다.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샌들의 힘으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메두사와 싸울 때처럼 이번에도 정면에서 힘만 겨루지 않고 자신의 속도와 무기를 이용해 괴물의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노렸다.
 
괴물이 물 위로 몸을 드러내자 페르세우스는 빠르게 내려가 칼을 휘둘렀다. 거대한 몸이 파도를 일으키며 몸부림쳤고, 바닷물이 해안까지 튀어 올랐다. 그는 다시 공중으로 올라 공격을 피한 뒤 몇 차례나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치열한 싸움 끝에 괴물은 힘을 잃고 쓰러졌고, 오랫동안 나라를 짓눌렀던 바다의 공포도 함께 가라앉았다.
 
페르세우스는 곧바로 바위로 가 안드로메다를 묶고 있던 사슬을 풀어 주었다. 죽음을 기다리던 공주는 다시 땅을 밟았고, 케페우스는 약속대로 딸을 영웅에게 주기로 했다. 왕궁에는 혼인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안드로메다에게는 이미 혼인을 약속받았던 피네우스가 있었고, 그는 갑자기 나타난 영웅에게 신부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바다 괴물과 싸우는 페르세우스
 
 
3.3 피네우스를 돌로 만들다
 
안드로메다는 원래 케페우스의 형제 피네우스와 약혼한 사이였다. 바다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질 때 그녀를 구하지 못했던 피네우스는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죽이고 혼인을 약속받자 뒤늦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는 무장한 사람들을 모아 혼인 자리에 들이닥쳤고, 축하를 위해 모였던 왕궁은 순식간에 칼과 창이 오가는 싸움터로 바뀌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자들과 맞서 싸웠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그는 더 많은 피를 흘리기 전에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했다. 키비시스 안에 넣어 두었던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며 안드로메다와 케페우스, 자신의 편 사람들에게 모두 얼굴을 돌리라고 외쳤다. 그리고 피네우스와 그를 따르는 자들을 향해 고르곤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메두사의 눈을 바라본 사람들은 공격하던 모습 그대로 돌로 굳어 갔다. 피네우스도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잠시 뒤 왕궁에는 칼을 든 사람, 달아나려는 사람, 두려움에 손을 든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석상이 되어 남았다. 방해가 사라지자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는 혼인을 마쳤고, 이제 두 사람은 함께 세리포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메두사의 머리로 피네우스를 돌로 만드는 페르세우스
 
 
3.4 세리포스로 돌아온 영웅
 
긴 여정을 마친 페르세우스가 세리포스로 돌아왔을 때 섬의 상황은 그가 떠나기 전보다 나빠져 있었다. 폴리덱테스는 페르세우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 여기고 다나에를 억지로 차지하려 했으며, 이를 막으려던 딕티스까지 위협했다. 결국 다나에와 딕티스는 왕의 손을 피해 신들의 제단으로 달아나 보호를 구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은 페르세우스는 곧바로 폴리덱테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폴리덱테스는 신하들과 함께 있었고, 살아 돌아온 페르세우스를 보고도 그가 정말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왔다는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약속한 것을 가져왔다고 말한 뒤 스스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키비시스 안에서 메두사의 머리를 꺼내 왕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향해 들어 올렸다. 고르곤의 얼굴을 바라본 폴리덱테스와 그의 무리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던 모습 그대로 돌로 굳어 버렸다.
 
어머니를 괴롭히던 왕이 사라지자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다나에를 바다에서 구해 주고 오랫동안 보호해 준 딕티스를 세리포스의 새 왕으로 세웠다. 이어 날개 달린 샌들과 키비시스, 하데스의 투구를 돌려보내고 메두사의 머리는 아테나에게 바쳤다. 원반이 그의 발을 강하게 때렸다. 노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세리포스에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친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와 다나에를 데리고 마침내 자신의 고향 아르고스로 향했다.
 
폴리덱테스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보이는 페르세우스
 
 
 

제4장 신탁의 완성과 미케네의 시조

4.1 아르고스로 돌아가다
 
세리포스에서 모든 일을 마친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와 다나에를 데리고 자신이 태어난 아르고스로 향했다. 그는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에게 복수하거나 왕위를 빼앗으려는 생각이 없었다.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아온 외할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을 뿐이었다. 메두사를 쓰러뜨리고 안드로메다를 구한 그는 이제 널리 이름을 알린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페르세우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아크리시오스에게는 오래전 신탁이 다시 떠올랐다. 다나에가 낳은 아들의 손에 자신이 죽는다는 예언이었다. 바다에 버렸던 외손자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수많은 위험을 이겨 내고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두려움을 더욱 키웠다. 결국 아크리시오스는 페르세우스를 만나지 않으려고 아르고스를 떠나 펠라스고이의 땅으로 몸을 피했다.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에 도착했을 때 외할아버지는 이미 떠난 뒤였다. 그는 자신이 아크리시오스를 해칠 뜻이 없다는 것을 직접 밝히고 오래된 두려움을 끝내고 싶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의 행방을 알아보며 그가 머물고 있는 곳을 향해 길을 나섰다. 그 무렵 라리사에서는 왕 테우타미데스가 죽은 아버지를 기리는 장례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신탁을 피해 떠난 아크리시오스와 그를 만나려는 페르세우스의 길은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안드로메다와 다나에를 이끌고 귀환하는 페르세우스
 
 
4.2 원반이 신탁을 이루다
 
라리사의 왕 테우타미데스는 죽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성대한 장례 경기를 열었다. 여러 지역에서 온 젊은이들과 전사들이 모여 달리기와 씨름, 원반던지기 같은 경기로 기량을 겨루었다. 라리사에 도착한 페르세우스도 경기에 참가했고, 마침 아크리시오스 역시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신탁을 피해 아르고스를 떠난 외할아버지와 그를 찾아온 외손자는 그렇게 뜻밖의 장소에서 다시 같은 자리에 있게 되었다.
 
원반던지기 차례가 되자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힘을 다해 원반을 던졌다. 바로 그때 아크리시오스가 뜻하지 않게 원반이 날아가는 길에 들어섰고, 빠르게 날아온 원반이 그의 발을 강하게 때렸다. 노왕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페르세우스가 외할아버지를 죽이려고 칼을 든 것도, 그를 향해 원반을 던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크리시오스가 평생 피하려 했던 신탁은 우연한 사고를 통해 마침내 이루어졌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손에서 날아간 원반 때문에 외할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는 아크리시오스의 시신을 정성껏 장사 지냈다. 이제 아르고스의 왕위는 그에게 돌아갈 수 있었지만, 자신의 손으로 죽게 된 사람의 왕국을 물려받는 일을 견딜 수 없었다. 신탁은 끝났지만 페르세우스에게 남은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죄책감이었다. 그는 결국 아르고스를 직접 다스리지 않고 다른 왕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크리시오스를 향해 날아가는 운명의 원반
 
 
4.3 아르고스를 떠나 미케네를 세우다
 
페르세우스는 티린스의 왕 메가펜테스를 찾아갔다. 메가펜테스는 아크리시오스의 형제 프로이토스의 아들이었으므로 두 사람은 같은 아르고스 왕가에 속해 있었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에게 돌아온 아르고스를 다스리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서로의 왕국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메가펜테스가 아르고스를 차지하고, 페르세우스는 티린스를 다스리게 되었다.
 
새로운 영토를 얻은 페르세우스는 그곳에 머무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미데이아와 미케네를 굳건히 하고 자신의 세력을 세웠다. 후대의 전승은 특히 그를 미케네의 창건자 또는 왕가의 시조로 기억했다. 바다에 버려져 왕국 하나 없이 자란 아이가 오랜 모험과 신탁의 성취를 지나 마침내 자신이 다스릴 땅과 새로운 왕조의 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안드로메다도 그의 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두 사람의 자녀들은 미케네와 그 주변 여러 왕가로 퍼져 나갔다.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는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오는 모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르고스의 오래된 왕가에서 태어난 그는 티린스와 미케네로 이어지는 새로운 계보를 만들었고, 그 혈통은 훗날 또 다른 위대한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된다.
 
새 왕국 미케네를 세우는 페르세우스
 
 
4.4 영웅이 남긴 혈통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에게는 여러 자녀가 태어났다. 두 사람이 그리스로 돌아오기 전에 태어난 아들 페르세스는 외할아버지 케페우스의 곁에 남았으며, 후대의 그리스 전승에서는 그를 페르시아 왕들의 조상으로 여기기도 했다. 두 사람이 미케네에 정착한 뒤에는 알카이오스, 스테넬로스, 헬레오스, 메스토르, 엘렉트리온과 딸 고르고포네가 태어났고, 그들의 자손은 아르고스와 미케네의 여러 왕가로 이어졌다.
 
그 가운데 엘렉트리온의 딸 알크메네는 훗날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또 스테넬로스의 아들 에우리스테우스는 미케네의 왕이 되어 헤라클레스에게 열두 과업을 명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렇게 페르세우스에게서 갈라져 나온 두 혈통은 한쪽에서는 헤라클레스를, 다른 한쪽에서는 에우리스테우스를 낳아 훗날 또 하나의 거대한 영웅 신화를 만들어 갔다.
 
페르세우스 자신의 마지막은 전승마다 다르게 전해진다. 주요 계보 전승에서는 그가 미케네와 티린스의 왕가를 세운 뒤 이야기가 후손들에게 이어지지만, 다른 전승에서는 그가 프로이토스를 죽였고 프로이토스의 아들 메가펜테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 페르세우스를 죽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보다 오래 남은 것은 그가 세운 왕가였다. 바다에 버려졌던 아이는 메두사를 벤 영웅을 넘어 미케네 왕조와 헤라클레스의 시대를 여는 선조가 되었다.
 
후손들과 함께 이어지는 페르세우스 왕가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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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