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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레이데스 – 네레우스의 쉰 딸들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와 오케아노스의 딸 도리스 사이에서 태어난 쉰 명의 네레이데스는 파도와 잔잔한 바다를 비롯한 바다의 여러 모습과 항해에 관계된 여신들이었다. 그 가운데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어머니가 되고,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왕비가 되었으며, 갈라테이아와 프사마테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남겼다. 네레이데스는 아르고호의 항해를 돕고, 안드로메다의 운명에 관여하며, 트로이 전쟁에서는 테티스와 함께 아킬레우스의 슬픔과 죽음을 지켜보았다.
1.1 네레우스와 도리스
태초의 바다 폰토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는 여러 바다의 신들이 태어났다. 그 가운데 네레우스는 온화하고 믿을 만한 신으로 전해졌다. 헤시오도스는 그를 거짓을 말하지 않고 올바른 일을 잊지 않는 존재로 노래했다. 그는 오래된 바다의 지혜를 지닌 ‘바다의 노인’으로 불렸으며, 훗날 여러 영웅 이야기에서도 진실을 알고 있는 늙은 바다의 신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네레우스는 오케아노스와 테튀스의 딸 도리스와 결합했다. 도리스는 세계를 둘러 흐르는 오케아노스의 수많은 딸들, 곧 오케아니스 가운데 하나였다. 폰토스의 계보에서 태어난 네레우스와 오케아노스의 계보에 속한 도리스가 만나면서 서로 다른 두 바다의 가계가 이어졌고, 그 사이에서 수많은 딸들이 태어났다.
헤시오도스는 이 딸들을 네레이데스라 부르며 모두 쉰 명이라고 전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름을 지닌 자매들이었고, 바다의 여러 모습과 항해에 관계된 이름과 역할을 지녔다. 테티스와 암피트리테, 갈라테이아, 프사마테처럼 뒤의 신화에서 큰 역할을 맡는 이들도 모두 이 자매들 가운데 하나였다. 네레이데스의 탄생으로 오래된 바다의 계보는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들의 이야기 속까지 이어졌다.
바다에서 마주 선 네레우스와 도리스
1.2 쉰 명의 바다의 딸들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네레이데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른다. 플로토, 에우크란테, 사오, 암피트리테, 에우도라, 테티스, 갈레네, 글라우케, 퀴모토에, 스페오, 토에, 할리에를 비롯해 도토, 프로토, 뒤나메네, 파노페이아, 갈라테이아, 프사마테, 네메르테스까지 쉰 명의 이름이 이어진다. 고대의 다른 저자들이 전한 명단에서는 일부 이름과 수가 조금씩 달라진다.
이 이름들 가운데에는 바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많다. 갈레네는 잔잔한 바다를, 글라우케는 푸른빛을, 퀴모토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파도를 연상시킨다. 다른 이름들에도 바다와 항해, 물결과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뜻이 담겨 있다. 헤시오도스는 특히 퀴모도케와 퀴마톨레게, 암피트리테가 성난 파도와 거센 바람을 쉽게 잠재운다고 노래했다.
네레이데스는 이름만 다른 동일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어떤 자매는 포세이돈의 왕비가 되었고, 어떤 자매는 인간 영웅과 결합했으며, 또 어떤 자매는 영웅들의 항해를 도왔다. 그러나 서사시에서는 많은 경우 한 무리로 등장한다. 바다 깊은 곳에서 함께 살다가 테티스가 슬픔에 잠기거나 영웅들이 바다의 위험에 빠질 때 자매들이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바닷가에 함께 모인 쉰 명의 네레이데스
1.3 바다 깊은 곳의 궁전
네레이데스가 사는 곳은 인간이 배를 띄우는 바다의 표면이 아니라 그 아래 깊은 세계였다. 호메로스는 테티스가 늙은 아버지 네레우스 곁에서 바다 깊숙한 곳에 머물렀다고 노래한다. 아킬레우스의 울음이 그곳까지 들려오자 자매들이 하나둘 테티스 곁으로 모였고, 밝게 빛나는 바다 동굴은 네레이데스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인간의 왕궁처럼 성벽과 문을 가진 나라를 다스리는 존재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대신 바위 동굴과 바닷속 궁전, 파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성한 자매들로 나타난다. 테세우스가 자신의 신성한 혈통을 증명하려고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에도 돌고래들은 그를 포세이돈의 집과 네레이데스가 있는 곳으로 인도했다고 전해진다.
바다 아래에서 네레이데스는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으로도 그려지며, 필요하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매 테티스가 아들을 만나러 트로이 해안으로 향할 때에는 네레이데스가 함께 뒤따랐고, 파도가 그들 앞에서 갈라졌다. 깊은 바다는 그들의 집이었지만, 영웅들의 운명이 바다와 맞닿는 순간마다 그들은 인간 세계 가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리아스》에서는 테티스와 자매들이 바다 깊은 동굴을 떠나 파도를 가르며 트로이 해안까지 올라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바닷속 궁전에서 춤추는 네레이데스
1.4 파도를 다스리는 자매들
네레이데스는 바다의 여러 모습을 지닌 자매들이었다. 헤시오도스는 그 가운데 퀴모도케와 퀴마톨레게, 암피트리테가 거센 바람과 높이 일어난 파도를 쉽게 잠재운다고 노래한다. 갈레네는 잔잔한 바다를 떠올리게 하고, 퀴모토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이름을 지녔다.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자매들은 이처럼 변화하는 바다의 여러 상태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었다.
영웅들의 항해에서도 네레이데스의 도움은 나타난다. 황금 양털을 가지고 돌아가던 아르고호가 위험한 바다에 이르자 테티스와 자매들은 물 위로 올라와 배를 둘러쌌다. 테티스가 키를 잡고 자매들이 파도 위에서 배를 차례로 밀어 보내자 아르고호는 위험한 바위 사이를 무사히 통과했다. 로마 시인 프로페르티우스도 갈라테이아가 항해에 우호적이기를 바라며 평온한 바다를 기원했다.
그러나 네레이데스의 노여움은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오기도 했다. 카시오페이아가 자신이나 딸 안드로메다의 아름다움을 네레이데스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하자 자매들은 모욕을 당했다고 여겼다. 포세이돈은 그들의 분노에 응하여 케페우스의 나라에 재앙을 내렸고, 결국 안드로메다가 바닷가 바위에 묶이게 되었다. 네레이데스는 항해자를 돕는 존재로 나타나면서도 신성한 명예를 모욕당했을 때에는 분노하는 바다의 여신들이었다.
거센 파도를 잠재우는 네레이데스 자매들
2.1 테티스 – 가장 유명한 자매
네레이데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테티스였다.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한때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아폴로도로스가 전한 한 전승에서는 테미스가 테티스에게서 태어날 아들이 아버지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예언하자 두 신이 물러났다. 다른 전승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같은 운명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결국 불멸의 여신 테티스는 인간 영웅 펠레우스와 혼인하게 되었다.
펠레우스가 그녀를 붙잡자 테티스는 불과 물, 여러 짐승의 모습으로 차례로 변하며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펠레우스가 끝까지 놓지 않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펠리온산에서 혼인했고 여러 신이 잔치에 참석했다. 그 사이에서 아킬레우스가 태어났다. 한 전승에서 테티스는 아들을 불멸로 만들려고 밤마다 불 속에 두어 필멸의 부분을 없애고 낮에는 암브로시아를 발랐으나, 이를 본 펠레우스가 놀라 외치면서 일이 중단되었다.
테티스는 아들을 떠나 다시 네레이데스에게 돌아갔지만 아킬레우스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트로이 전쟁이 벌어지자 바다에서 올라와 아들의 슬픔을 들어 주었고, 파트로클로스가 죽은 뒤에는 헤파이스토스에게 새 갑옷을 부탁했다. 아킬레우스가 죽었을 때에는 네레이데스 자매들과 함께 바다에서 올라와 그의 장례를 지켰다. 테티스를 통해 네레이데스의 이야기는 트로이 전쟁의 중심 영웅과 깊이 이어졌다.
여러 모습으로 변신해 펠레우스를 피하는 테티스
2.2 암피트리테 – 바다의 왕비
암피트리테는 헤시오도스가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딸로 이름을 전한 네레이데스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자매들과 함께 거센 파도와 바람을 잠재우는 존재로 노래되었으며, 포세이돈의 아내가 된 뒤에는 바다의 왕비로 자리 잡았다. 헤시오도스는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 사이에서 넓은 바다의 신 트리톤이 태어났다고 전한다. 네레우스의 딸이 올림포스의 바다 신과 결합하면서 오래된 바다의 계보와 포세이돈의 왕국도 이어졌다.
두 신의 혼인에 대해서는 후대에 여러 이야기가 전해졌다. 한 전승에서는 포세이돈의 구혼을 피해 암피트리테가 멀리 달아났고, 돌고래가 그녀를 찾아내어 포세이돈과의 혼인을 설득했다고 한다. 포세이돈은 그 공을 기려 돌고래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이야기는 초기 서사시보다는 뒤의 신화와 천문 전승에서 자세히 나타난다.
암피트리테는 테세우스 이야기에도 등장한다. 바킬리데스가 전한 이야기에서 테세우스가 자신의 신성한 혈통을 증명하려고 바다로 뛰어들자 돌고래들이 그를 포세이돈의 궁전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는 빛나는 네레이데스들이 춤추고 있었고 암피트리테가 테세우스를 맞았다. 그녀는 테세우스에게 자주색 옷을 둘러 주고 장미로 된 관을 머리에 씌웠다. 테세우스가 다시 배 위에 나타나면서 포세이돈의 아들이라는 그의 주장은 신들의 환대로 확인되었다.
바닷속 궁전에서 테세우스를 맞는 암피트리테
2.3 갈라테이아 – 폴리페모스의 사랑
갈라테이아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가 모두 이름을 전하는 네레이데스였다. 그녀의 이름은 특히 시칠리아의 퀴클롭스 폴리페모스와 얽힌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졌다. 후대의 시인들은 거대한 폴리페모스가 아름다운 갈라테이아를 사랑하여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양 떼와 치즈, 넓은 목장을 자랑하며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두 인물의 관계는 작품과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는 젊은 아키스를 사랑한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 폴리페모스는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혀 아키스를 뒤쫓았다. 아키스가 달아나자 그는 산에서 거대한 바위를 뜯어 던졌고, 아키스는 그 아래에 깔려 죽었다. 슬픔에 잠긴 갈라테이아는 바위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피를 맑은 물로 바꾸었고, 아키스는 강의 신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갈라테이아에게는 이와 다른 계보 전승도 전해졌다. 로마 시대 역사가 아피아노스는 폴리페모스와 갈라테이아 사이에서 켈토스와 일리리오스, 갈라스가 태어났다고 기록했다. 그는 이 세 아들의 이름에서 켈트인과 일리리아인, 갈라티아인의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처럼 갈라테이아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도, 여러 민족의 시조 계보와 연결된 네레이데스로도 모습을 남겼다.
아키스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갈라테이아
2.4 프사마테와 다른 자매들
네레이데스 가운데에는 테티스나 암피트리테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독자적인 이야기를 남긴 자매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프사마테는 아이기나의 왕 아이아코스와 결합하여 포코스를 낳았다. 포코스는 펠레우스와 텔라몬의 이복형제가 되었지만, 운동 경기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자 두 형제의 질투를 받았고 결국 죽음을 맞았다. 이 사건으로 펠레우스와 텔라몬은 아이기나를 떠나게 되었고, 네레이데스의 한 자매에게서 태어난 포코스의 죽음은 아이아코스 가문의 운명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다른 자매들은 긴 이야기보다 이름과 바다의 모습으로 기억되었다. 갈레네는 잔잔한 바다를, 퀴모토에는 빠르게 움직이는 파도를 떠올리게 하며, 파노페이아와 도토, 프로토, 뒤나메네, 멜리테 같은 이름도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노래에 등장한다. 네메르테스는 아버지 네레우스처럼 거짓이 없는 존재로 소개된다. 이들은 때로 개별적으로 이름을 불렸지만, 많은 이야기에서는 자매들이 한 무리를 이루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네레이데스의 삶은 서로 다른 길로 이어졌다. 프사마테와 테티스처럼 인간 영웅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계를 남긴 자매가 있었고,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아내가 되어 바다의 왕비가 되었다. 다른 많은 자매들은 바다 깊은 동굴에서 함께 살며 테티스의 슬픔에 동참하거나 영웅들의 항해를 돕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쉰 자매는 각기 다른 이름을 지녔지만, 함께 등장할 때에는 네레우스의 딸들이라는 하나의 큰 바다의 무리를 이루었다.
아이아코스와 어린 포코스를 바라보는 프사마테
3.1 카시오페이아의 자랑
아이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에게는 왕비 카시오페이아와 딸 안드로메다가 있었다. 카시오페이아는 자신의 아름다움, 또는 전승에 따라 딸 안드로메다의 아름다움이 네레이데스보다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바다의 신성한 딸들과 자신을 겨루고 그들보다 낫다고 말한 자랑은 곧 네레이데스의 분노를 불러왔다.
네레이데스의 노여움에 포세이돈도 가세했다. 그는 케페우스의 나라에 홍수와 바다 괴물을 보내 사람들을 괴롭혔다. 재앙을 끝낼 방법을 묻자 신탁은 왕의 딸 안드로메다를 괴물의 먹이로 내놓아야 한다고 알렸다. 결국 안드로메다는 바닷가 바위에 묶였고, 나라를 위한 희생물로 죽음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때 메두사의 머리를 얻고 돌아가던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발견했다. 그는 케페우스에게 그녀를 아내로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괴물과 싸워 죽인 뒤 안드로메다를 풀어 주었다. 이 이야기에서 네레이데스는 직접 전투에 나서지 않지만 사건의 출발점에 서 있다. 전승에 따라 카시오페이아가 자신을 자랑했다고도 하고 딸의 미모를 내세웠다고도 하지만, 네레이데스를 모욕했다는 점은 같다.
네레이데스보다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카시오페이아
3.2 아르고호를 지키다
황금 양털을 얻은 아르고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에서 영웅들의 배는 스퀼라와 카륍디스가 있는 바다와 플랑크타이라 불리는 위험한 바위들 가까이에 이르렀다. 헤라는 배가 그곳을 무사히 지나도록 테티스에게 도움을 맡겼고, 테티스는 자매 네레이데스들을 불러 바다 위로 올라왔다.
테티스는 아르고호의 키를 잡고 배의 진로를 이끌었다. 네레이데스들은 배 둘레를 헤엄치며 바위와 파도 사이에 자리했다. 거센 물살이 아르고호를 들어 올리자 자매들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배를 차례로 밀어 보냈다. 아폴로니오스는 그 모습을 해변에서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공을 서로 받아 던지는 소녀들에 비유했다. 배는 파도 위로 높이 떠올랐지만 네레이데스의 손에서 벗어나 바위에 부딪히지 않았다.
자매들은 봄날의 긴 하루가 이어질 만큼 오랫동안 아르고호를 이끌었다. 마침내 위험한 바위들을 완전히 벗어나자 다시 바람이 돛을 채웠고 영웅들은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다. 임무를 마친 네레이데스들은 바닷새처럼 차례로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 장면에서 테티스와 자매들은 단순히 영웅들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직접 파도 속으로 들어가 아르고호를 지켜 낸 바다의 여신들로 등장한다.
파도 속에서 아르고호를 밀어 보내는 네레이데스
3.3 아킬레우스의 울음을 듣다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킬레우스는 땅에 쓰러져 머리에 재를 뿌리고 크게 울부짖었다. 그의 비명은 바다 깊은 곳까지 닿았다. 그곳에서 아버지 네레우스 곁에 있던 테티스가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울음을 터뜨리자, 바다 속에 살던 네레이데스 자매들이 모두 그녀 곁으로 모여들었다.
호메로스는 이 장면에서 글라우케, 탈레이아, 퀴모도케, 네사이아, 스페오, 퀴모토에, 악타이아, 도토, 프로토, 뒤나메네, 파노페, 갈라테이아 등 수많은 네레이데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른다. 밝은 바다 동굴은 자매들로 가득 찼고, 그들은 가슴을 치며 테티스와 함께 슬퍼했다. 테티스는 자매들에게 아킬레우스가 살아 있어도 자신이 그의 고통을 막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테티스가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굴을 떠나자 네레이데스도 울면서 뒤를 따랐다. 그들이 움직이는 길 앞에서 바닷물이 갈라졌고, 자매들은 트로이의 해안까지 올라왔다. 수많은 네레이데스가 한 장면에 함께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대목으로, 바다의 딸들이 테티스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인간 영웅 아킬레우스의 비극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테티스 곁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네레이데스
3.4 바다에서 아킬레우스를 애도하다
아킬레우스는 끝내 트로이에서 죽었다. 《오디세이아》에서 아가멤논의 혼령은 아킬레우스에게 그의 장례가 얼마나 장엄했는지를 들려준다. 테티스가 바다에서 올라왔고, 그녀를 따라 네레우스의 딸들이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둘러섰다. 네레이데스는 슬픈 소리로 울며 그의 몸에 신들이 입는 옷을 입혔다. 바다의 자매들이 나타나자 아카이아 전사들은 놀랐지만, 네스토르가 그들을 진정시켰다.
아홉 무사이도 장례에 참여하여 차례로 애가를 불렀다. 신들과 인간들은 밤낮으로 열이레 동안 아킬레우스를 애도했고, 열여드레째에 장작더미에 시신을 올렸다. 불길이 사그라진 뒤 아카이아인들은 그의 뼈를 모아 파트로클로스의 유골과 함께 황금 항아리에 넣었고, 헬레스폰토스가 내려다보이는 곶에 커다란 무덤을 세웠다.
테티스는 신들에게 아름다운 상품들을 청해 아킬레우스를 위한 장례 경기의 상품으로 내놓았다. 아킬레우스는 죽었지만 바다의 어머니와 네레이데스 자매들의 애도 속에서 마지막 길을 맞았다. 그의 삶은 다시 바다의 딸들에게 둘러싸인 채 끝났고, 네레이데스의 이야기도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기억과 이어졌다. 바다에서 올라온 자매들의 울음은 인간 영웅의 죽음을 신들과 인간이 함께 애도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아킬레우스의 시신을 둘러싸고 애도하는 네레이데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