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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 – 신들의 정원
제우스와 헤라의 혼인을 기념해 가이아가 바쳤다는 황금 사과는 세계의 먼 경계, 헤스페리데스가 지키는 신성한 정원에서 자랐다. 헤라는 황금 사과나무를 지키도록 님프들과 불사의 용을 두었다. 훗날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이 사과를 가져오라는 과업을 내린다. 정원의 위치조차 알지 못했던 헤라클레스는 네레우스에게 길을 묻고, 긴 여행 끝에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을 받아 아틀라스에게 이른다. 마침내 황금 사과를 손에 넣지만, 신들의 보물인 사과는 다시 본래의 정원으로 돌아간다.
1.1 가이아가 황금 사과를 바치다
제우스와 헤라가 혼인했을 때 신들은 두 신의 결합을 축하했다. 아폴로도로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제우스가 헤라와 혼인한 뒤 황금 사과를 선물했다고 전한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가이아가 혼인을 축하하며 황금 사과가 달린 가지를 가져왔고, 이를 본 헤라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어느 전승에서든 황금 사과는 처음부터 제우스와 헤라의 혼인에 연결된 신성한 선물이었다.
헤라는 이 귀한 선물을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두지 않았다. 전승에 따르면 그녀는 가이아에게 받은 황금 사과나무를 아틀라스가 있는 곳 가까이의 신들의 정원에서 자라게 했다. 나무는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황금빛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인간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먼 땅에 자리한 정원은 헤라의 보물을 간직하는 장소가 되었다.
황금 사과가 맺히자 헤라는 이를 지킬 존재들도 필요하게 되었다. 정원에는 헤스페리데스라 불리는 님프들이 머물렀고, 뒤에는 거대한 용 라돈까지 나무를 지키게 되었다. 이렇게 가이아가 혼인을 기념해 내놓은 황금 사과는 세상의 경계에 자리한 신들의 보물이 되었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수행하게 될 가장 먼 과업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사과에서 시작된다.
제우스와 헤라에게 황금 사과를 바치는 가이아
1.2 헤라가 먼 세계에 정원을 두다
헤라의 황금 사과나무가 자라는 정원의 위치는 고대 전승에서도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헤시오도스는 헤스페리데스가 영광스러운 오케아노스 너머에서 황금 사과와 열매 맺는 나무를 지킨다고 노래한다. 여러 이야기에서는 이곳을 해가 지는 먼 서쪽, 리비아나 아틀라스와 이어지는 지역에 두었다. 헤스페리데스가 저녁과 서쪽을 뜻하는 이름과 연결된 것도 이러한 전승과 관계가 있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정원을 서쪽에 둔 것은 아니다. 아폴로도로스는 황금 사과가 리비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휘페르보레오이의 땅, 아틀라스가 있는 곳에 있다고 전한다. 그곳에서는 불사의 용과 헤스페리데스가 황금 사과를 지키고 있었다. 이처럼 정원의 위치는 전승에 따라 서로 달랐으며, 헤라클레스가 사과를 찾아가는 여정도 하나의 일정한 길로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어느 전승에서든 황금 사과의 정원은 인간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먼 세계에 자리했다. 헤라클레스는 사과를 얻기에 앞서 먼저 그 장소부터 알아내야 했다. 바다와 낯선 땅을 지나 세계의 경계까지 이르는 길 자체가 과업의 일부였다. 훗날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을 받은 헤라클레스 앞에 가장 먼저 놓인 어려움도 라돈과의 싸움이 아니라 아무도 쉽게 알려 주지 않는 정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세계의 먼 경계에 자리한 황금 사과의 정원
1.3 헤스페리데스가 정원을 지키다
황금 사과가 자라는 정원에는 헤스페리데스라 불리는 님프들이 살고 있었다. 헤시오도스는 그들을 밤의 여신 닉스의 딸들로 전하며, 오케아노스 너머에서 황금 사과를 지키는 존재로 노래한다. 그러나 다른 전승에서는 아틀라스의 딸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숫자와 이름도 일정하지 않아 세 명, 네 명 또는 그보다 많은 님프들로 전해졌으며, 아폴로도로스는 아이글레, 에리테이아, 헤스페리아, 아레투사를 들고 있다.
헤스페리데스는 황금 사과나무 곁에 머물며 정원을 지켰다. 그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님프들로도 전해졌고, 훗날 아르고나우타이들이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에서도 노래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황금빛 열매와 님프들이 머무는 정원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과 떨어진 신성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일부 전승에서는 님프들만으로 황금 사과를 지키는 것이 충분하지 않았다. 아틀라스의 딸들이 몰래 사과를 따곤 하자 헤라가 나무를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해 거대한 뱀을 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 수호자가 바로 라돈이었다. 헤스페리데스가 정원을 지키고 라돈이 황금 사과나무를 감싸면서, 헤라의 보물은 인간뿐 아니라 정원에 사는 님프들조차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열매가 되었다.
황금 사과나무를 둘러싸고 지키는 헤스페리데스
1.4 라돈이 황금나무를 감싸다
황금 사과나무 곁에는 잠들지 않는 거대한 용이 자리 잡았다. 라돈이라 불린 이 수호자는 긴 몸으로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휘감으며 황금 사과에 접근하는 자를 막았다. 아폴로도로스는 이 용을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으로 전하며, 백 개의 머리를 지니고 여러 가지 목소리를 냈다고 기록한다. 다른 계보에서는 포르키스와 케토의 자식으로 나타나므로 라돈의 출생 역시 전승마다 다르게 전해진다.
라돈에게 맡겨진 일은 헤라의 황금 사과를 누구도 가져가지 못하게 지키는 것이었다. 헤스페리데스가 정원에 머물고 라돈이 나무 곁을 지키면서 황금 사과는 두 겹의 수호를 받게 되었다. 인간이 몰래 들어가 열매 하나를 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더구나 정원 자체도 인간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세계의 경계에 있었으므로 그곳까지 찾아가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훗날 헤라클레스가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도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정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고, 그곳에 도착한다 해도 라돈과 헤스페리데스를 지나야 했다. 전승에 따라 해결 방법도 달라졌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아틀라스가 헤스페리데스에게서 사과를 받아 가져왔고, 다른 이야기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직접 라돈을 죽인 뒤 황금 사과를 손에 넣었다고 전한다.
황금 사과나무를 긴 몸으로 휘감은 라돈
2.1 열한 번째 과업을 받다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의 명령에 따라 차례로 어려운 과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아폴로도로스의 전승에서 에우리스테우스는 레르나의 히드라를 처치한 일과 아우게이아스의 외양간을 청소한 일을 온전한 과업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히드라를 죽일 때 이올라오스의 도움을 받았고, 외양간을 청소하면서 보수를 받기로 했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두 개의 과업이 새로 추가되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헤스페리데스가 지키는 황금 사과를 가져오는 일이었다. 이 전승에서는 황금 사과를 얻는 일이 헤라클레스의 열한 번째 과업이 된다. 명령 자체는 간단했지만 에우리스테우스는 정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사과를 가져와야 하는지 알려 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 역시 처음에는 헤스페리데스가 머무는 장소를 알지 못했다.
네메아의 사자나 에리만토스의 멧돼지처럼 위치를 알고 찾아가 싸우면 되는 과업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먼저 목적지부터 찾아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황금 사과를 찾아 먼 길을 떠났지만 정원으로 곧장 이어지는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강과 산, 여러 민족의 땅을 지나면서도 그의 질문은 하나였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그는 그 답을 알고 있는 오래된 바다의 신을 찾아 나섰다.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 명령하는 에우리스테우스
2.2 네레우스에게 길을 묻다
헤라클레스는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을 찾아 여러 지역을 헤매다가 에리다노스 강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인 님프들을 만나 황금 사과가 있는 곳을 물었다. 님프들은 그 장소를 알아내려면 바다의 노신 네레우스를 붙잡아 물어보라고 알려 주었다. 네레우스는 바다의 오래된 신으로,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감추어진 일을 알고 있는 존재로 전해졌다.
헤라클레스는 네레우스를 찾아내 단단히 붙잡았다. 네레우스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여러 모습으로 몸을 바꾸었지만 헤라클레스는 끝까지 놓지 않았다. 결국 네레우스는 변신을 멈추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헤라클레스가 찾아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이번에는 괴물을 무기로 쓰러뜨리는 대신 변화하는 신을 놓치지 않고 버틴 끝에 필요한 답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네레우스에게 길을 들었다고 해서 여행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는 리비아에서 땅에 닿을 때마다 힘을 얻는 안타이오스를 들어 올려 쓰러뜨렸고, 이집트에서는 이방인을 제물로 바치던 부시리스에게 붙잡혔다가 결박을 끊고 그와 그의 아들을 죽였다. 이어 아시아를 지나 아라비아에 이른 헤라클레스는 티토노스의 아들 에마티온을 죽였다. 다시 리비아의 외해에 이르러 태양신에게서 잔을 받아 바다를 건넌 그는 카우카소스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의 여정을 바꿀 또 한 명의 티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변신하는 네레우스를 붙잡고 버티는 헤라클레스
2.3 프로메테우스를 구하다
긴 여정 끝에 헤라클레스는 카우카소스의 험한 산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제우스에게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에 묶여 있었다. 독수리는 날마다 날아와 그의 간을 뜯어 먹었고, 밤이 지나면 간이 다시 자라 형벌이 되풀이되었다. 헤라클레스는 활을 들어 독수리를 쏘아 죽인 뒤 오랫동안 속박되어 있던 프로메테우스를 풀어 주었다.
자유를 되찾은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헤스페리데스의 황금 사과를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정원으로 직접 들어가 사과를 따려고 하지 말고, 아틀라스를 찾아가 그에게 사과를 가져오게 하라고 충고했다. 아틀라스라면 헤스페리데스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고, 황금 사과를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움직이려면 누군가 잠시 그의 자리를 대신해야 했다.
아틀라스가 맡고 있는 것은 보통의 짐이 아니었다.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의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세계의 경계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었다. 따라서 아틀라스가 정원으로 가는 동안 헤라클레스가 그 무게를 대신 짊어져야 했다.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라돈과 직접 맞서는 대신 잠시 아틀라스의 짐을 맡고, 그의 도움으로 황금 사과를 얻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독수리를 쓰러뜨리고 프로메테우스를 구하는 헤라클레스
2.4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를 만나다
헤라클레스는 마침내 세계의 먼 경계에서 아틀라스를 만났다. 거대한 티탄은 두 팔과 어깨로 하늘을 떠받친 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었다.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의 전쟁이 끝난 뒤 아틀라스에게 내려진 형벌이었다. 헤시오도스도 아틀라스가 헤스페리데스 가까운 대지의 끝에서 머리와 손으로 하늘을 지탱하고 있다고 전한다. 헤라클레스가 찾아 헤맨 황금 사과의 정원도 그의 세계와 가까이 이어져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알려 준 방법을 떠올렸다. 자신이 직접 정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아틀라스에게 황금 사과를 가져오게 하라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이곳에 서 있던 아틀라스라면 헤스페리데스가 사는 곳도, 황금 사과가 자라는 나무도 알고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정원의 수호자들과 직접 맞서지 않고 사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틀라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틀라스가 정원으로 가려면 먼저 하늘을 떠받치는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야 했다. 그 짐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헤라클레스 자신뿐이었다. 그는 아틀라스에게 자신이 잠시 하늘을 대신 받칠 테니 황금 사과를 가져와 달라고 제안하기로 했다. 수많은 괴물과 싸워 온 헤라클레스 앞에 이번에는 창이나 활로 물리칠 수 없는 무게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와 마주한 헤라클레스
3.1 아틀라스에게 사과를 부탁하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게 자신이 잠시 하늘을 대신 떠받칠 테니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으로 가서 황금 사과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프로메테우스가 알려 준 방법 그대로였다.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하늘을 짊어져 온 아틀라스에게는 잠깐이라도 그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안이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바꾸었다. 아틀라스가 받치던 하늘의 무게가 헤라클레스의 어깨와 팔 위로 옮겨졌다. 헤라클레스가 그 무게를 버티는 것을 확인한 아틀라스는 몸을 돌려 헤스페리데스의 정원으로 향했다. 전승마다 헤스페리데스와 아틀라스의 관계는 다르게 전해지지만, 아틀라스가 헤스페리데스에게서 황금 사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제 헤라클레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사과를 얻는 일은 온전히 아틀라스에게 달려 있었다. 아틀라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헤라클레스가 계속 그 자리에 남아 하늘을 떠받쳐야 했다. 수많은 괴물을 쓰러뜨릴 때에는 자신의 힘으로 끝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존재를 믿고 기다려야 했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하늘의 무게를 맡긴 뒤, 황금 사과를 얻기 위해 헤스페리데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늘을 넘겨받는 헤라클레스와 떠나는 아틀라스
3.2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떠받치다
아틀라스가 떠난 뒤 헤라클레스는 그 자리에 홀로 남아 하늘을 떠받쳤다. 잠시 맡는다고 약속한 짐이었지만 아틀라스가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었다. 보통의 적이라면 힘으로 밀어내거나 무기로 쓰러뜨릴 수 있었지만, 지금 그의 어깨를 누르는 것은 넓은 하늘 자체였다. 그는 움직이지 못한 채 아틀라스가 황금 사과를 가지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 아틀라스는 헤스페리데스에게서 황금 사과 세 개를 받아 돌아왔다. 아폴로도로스는 그가 정원에서 어떻게 사과를 얻었는지 자세히 전하지 않는다. 멀리서 아틀라스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손에는 헤라클레스가 그토록 찾아 헤맨 황금빛 열매가 들려 있었다. 오랫동안 하늘을 떠받치며 기다렸던 헤라클레스에게 마침내 과업을 끝낼 순간이 다가온 듯했다.
그러나 황금 사과가 눈앞에 나타났다고 해서 과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하늘의 무게에서 벗어나 있던 아틀라스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헤라클레스에게는 이제 황금 사과를 얻는 것과 함께 아틀라스의 짐에서 벗어나야 하는 마지막 문제가 남아 있었다.
세계의 끝에서 홀로 하늘을 떠받치는 헤라클레스
3.3 하늘의 짐을 아틀라스에게 돌려주다
아틀라스는 황금 사과 세 개를 가지고 돌아왔지만 다시 하늘을 떠받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짊어졌던 무게에서 벗어난 그는 자신이 직접 사과를 에우리스테우스에게 가져다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헤라클레스가 계속 자신의 자리에 남아 하늘을 떠받치라는 뜻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의 속뜻을 알아차렸지만 곧바로 거절하지 않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했다.
헤라클레스는 오랫동안 하늘을 지탱할 수 있도록 머리 위에 받침을 제대로 대고 싶다며, 잠시만 다시 하늘을 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틀라스는 그가 자신의 짐을 계속 맡을 것이라고 믿고 황금 사과를 내려놓은 뒤 다시 하늘 아래로 들어갔다. 무게가 아틀라스에게 완전히 옮겨지자 헤라클레스는 사과를 집어 들었다. 이렇게 그는 아틀라스가 맡기려 했던 영원한 짐에서 빠져나왔다.
아폴로도로스가 전하는 이야기는 아틀라스가 황금 사과를 가져오는 방식이지만, 다른 전승에서는 헤라클레스가 직접 정원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수호자인 라돈을 활로 쏘아 죽이고 자신의 손으로 사과를 땄다. 훗날 《아르고나우티카》에서는 아르고나우타이들이 정원에 도착했을 때 라돈이 헤라클레스의 화살에 맞아 황금 사과나무 아래 쓰러져 있었다고 전한다. 황금 사과를 얻은 방법은 이처럼 전승에 따라 다르게 이어졌다.
하늘을 되찾은 아틀라스와 사과를 거두는 헤라클레스
3.4 황금 사과가 정원으로 돌아가다
헤라클레스는 황금 사과를 들고 긴 여행 끝에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돌아왔다.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신들의 보물을 마침내 왕 앞에 내놓은 것이다. 아폴로도로스에 따르면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가져온 사과를 받은 뒤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 황금 사과를 가져오라는 명령은 완수되었지만, 그 열매가 미케네의 왕궁에 남게 된 것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에게 돌아온 사과는 다시 아테나에게 넘어갔다. 아테나는 이를 인간들의 땅에 두지 않고 본래 있던 장소로 가져갔다. 아폴로도로스는 황금 사과를 다른 곳에 놓아두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테나가 다시 돌려놓았다고 전한다. 헤라클레스가 세계의 먼 끝까지 가서 얻어 온 황금 열매는 그의 소유물이 되지 않았고, 과업을 증명한 뒤 다시 헤라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헤스페리데스는 다시 황금 사과가 자라는 정원을 지키게 되었다. 헤라클레스에게 남은 것은 황금 열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가져왔다는 과업의 완성이었다. 그의 길에는 네레우스가 알려 준 방향, 프로메테우스의 조언, 하늘을 짊어진 아틀라스, 그리고 라돈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함께 이어졌다. 신들의 혼인에서 시작된 황금 사과는 잠시 인간 세계를 거친 뒤 다시 신들의 정원으로 돌아갔다.
황금 사과를 본래 정원으로 돌려놓는 아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