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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람푸스 – 동물의 말을 알아들은 예언자
멜람푸스는 죽은 뱀을 장사하고 새끼들을 돌본 보답으로 새와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예언자이다. 그는 형제 비아스를 위해 필라케의 소 떼를 구하려다 감옥에 갇혔으나 작은 벌레들의 말을 듣고 죽음을 피했으며, 독수리에게서 이피클로스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까닭과 해결 방법을 알아냈다. 뒤에는 광기에 빠진 프로이토스의 딸들과 아르고스 여인들을 치료하고 왕국의 일부를 받아 아르고스의 통치자가 되었으며, 그의 예언자 혈통은 후대까지 이어졌다.
1.1 아미타온의 아들로 태어나다
멜람푸스는 아이올로스의 후손인 아미타온과 이도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형제는 비아스였다. 아미타온은 필로스 지방에 자리 잡고 살았고, 두 형제도 그곳에서 성장했다. 멜람푸스는 들과 목초지에서 지내며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았다. 훗날 그가 새와 짐승의 말을 알아듣고 여러 징조를 읽는 예언자가 되는 이야기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멜람푸스의 집 앞에는 오래된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그 나무에는 뱀들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 어느 날 하인들이 뱀들을 발견하고 죽여 버렸다. 멜람푸스는 죽은 뱀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그 몸을 태워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둥지에 남겨진 어린 뱀들은 죽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거두어 길렀다.
어린 뱀들은 멜람푸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그는 그 일을 특별한 보답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죽은 것에는 장례를 치러 주고 살아남은 것들은 보호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작은 일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얼마 뒤 성장한 뱀들은 자신들을 살려 준 멜람푸스에게 인간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져다주게 된다.
죽은 뱀을 장사하고 새끼 뱀을 거두는 멜람푸스
1.2 뱀이 귀를 열어 주다
멜람푸스가 거두어 기른 어린 뱀들은 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났다. 어느 날 밤 멜람푸스가 깊이 잠든 사이, 자란 뱀들이 그의 양어깨 곁으로 다가왔다. 뱀들은 가느다란 혀를 내밀어 그의 양쪽 귀를 핥으며 깨끗이 했다. 멜람푸스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지만, 뱀들은 그를 해치지 않고 조용히 그의 곁을 떠났다.
잠에서 깨어난 멜람푸스는 곧 자신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음을 깨달았다. 머리 위를 날아가는 새들의 울음이 더 이상 단순한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새들이 서로 경고하고 무엇인가를 알리는 말의 뜻이 분명하게 이해되었다. 그는 귀를 기울여 새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들이 전하는 말을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죽은 뱀을 장사하고 남겨진 새끼들을 돌본 일이 뜻밖의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그날부터 멜람푸스에게 들과 숲은 침묵하는 세계가 아니었다. 새들이 주고받는 말과 자연에서 나타나는 여러 징조는 그에게 미래를 알려 주는 목소리가 되었다. 멜람푸스는 이 특별한 능력을 바탕으로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진 예언자로 성장해 갔다.
잠든 멜람푸스의 양쪽 귀를 핥는 어린 뱀들
1.3 아폴론을 만나 예언자로 이름나다
새들의 말을 알아듣게 된 멜람푸스는 그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징조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방향과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자연에서 나타나는 여러 징조를 읽는 법을 익혔다. 새들이 들려주는 말과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함께 살피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헤아렸고, 그의 예언은 차츰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멜람푸스는 알페이오스강 부근에서 예언과 신탁의 신 아폴론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이 만남을 거친 뒤 그의 예언 능력은 더욱 뛰어나졌고, 멜람푸스는 그리스에서 손꼽히는 예언자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사람들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그를 찾아와 앞으로 닥칠 일을 물었으며, 그는 새들의 말과 신들이 보여 주는 징조를 읽어 그들에게 답을 주었다.
멜람푸스는 미래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사람에게 닥친 재앙이나 병을 살피고 그것을 없애는 방법에도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제사와 정화 의식을 행하며 사람들을 도왔고, 필요할 때에는 특별한 치료법도 찾아냈다. 훗날 그가 맞닥뜨리는 필라케의 소 떼와 이피클로스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문제, 아르고스 여인들의 광기 역시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멜람푸스는 예언과 지혜를 통해 자신의 길을 열어 갔다.
알페이오스강가에서 아폴론과 마주한 멜람푸스
1.4 형제 비아스의 부탁
멜람푸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수록 사람들은 그를 단순히 미래를 맞히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징조에서 원인을 찾고, 아직 보이지 않는 결과를 헤아리는 사람이었다. 숲에서 새가 갑자기 날아오르거나 짐승이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그 까닭을 살폈다. 제사 때에는 신들에게 바친 희생 제물의 징조를 읽었고, 필요할 때에는 정화와 약초를 이용해 병든 사람을 도왔다.
그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형제 비아스였다. 두 형제의 성격과 재능은 달랐지만 서로를 의지했다. 멜람푸스에게 예언의 힘이 생겼다고 해서 가족과 세상에서 멀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 능력 때문에 형제를 위해 위험한 일을 맡아야 할 때가 찾아왔다. 비아스가 필로스 왕 넬레우스의 딸 페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페로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여인이었지만 넬레우스는 아무에게나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왕은 특별한 조건을 내걸었다. 멀리 필라케에 있는 필라코스의 소 떼를 가져오는 사람에게만 페로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소들은 쉽게 손댈 수 없는 보물이었다. 비아스가 도움을 청하자 멜람푸스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이미 내다보면서도 형제를 위해 길을 떠날 준비를 했다.
페로와의 혼인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비아스
2.1 붙잡힐 운명을 알면서 떠나다
필라케의 소 떼는 넬레우스가 일부러 내건 어려운 시험이었다. 그 소들은 필라코스의 소유였고,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사납고 강한 개가 지키고 있었다. 사람은 물론 짐승조차 그 개를 피해 다녔다. 비아스 혼자 힘으로 소 떼를 데려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결국 멜람푸스를 찾아가 페로와 혼인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멜람푸스는 형제의 부탁을 듣고 앞날을 살폈다. 그가 본 미래는 순탄하지 않았다. 자신은 소를 훔치려다 붙잡혀 감옥에 갇힐 것이며, 오랜 시간을 죄수로 보내게 될 터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소 떼를 얻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멜람푸스는 비아스에게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위험을 알면서도 약속을 받아들인 것은 형제를 위한 일이었고, 자신이 본 결말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멜람푸스는 필라케로 향했다. 그는 밤과 지형을 살피며 소 떼에 접근할 기회를 찾았지만, 예언했던 운명을 피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침내 소를 빼내려던 순간 사람들이 달려들었고 그는 붙잡혔다. 필라코스의 사람들은 그를 도둑으로 여겨 감옥에 가두었다. 멜람푸스에게는 이제 예언에서 본 긴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소 떼는 여전히 우리 안에 있었고, 필로스의 비아스와 페로도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필라케의 소 떼에 접근하다 붙잡히는 멜람푸스
2.2 벌레들의 말을 듣고 죽음을 피하다
멜람푸스는 필라케의 감옥에서 날마다 같은 벽과 천장을 바라보며 지냈다. 자유로운 들판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던 그에게 감옥 생활은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는 자신이 이곳에 갇힐 것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또한 한 해가 지나면 소 떼를 얻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그가 내다보았던 한 해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어느 날 감방 안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천장의 나무를 갉아 먹던 벌레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벌레가 들보를 얼마나 먹었느냐고 묻자 다른 벌레들은 이제 남은 부분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 멜람푸스는 그들의 말을 듣는 순간 천장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을 알아차렸다. 작은 생명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자신의 목숨을 구할 경고가 된 것이다.
멜람푸스는 감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죄수가 하는 이상한 말이라 여겼지만, 그가 거듭 위험을 경고하자 결국 감방을 옮겨 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멜람푸스가 갇혀 있던 방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 놀랐고, 이 소식은 곧 필라코스에게 전해졌다. 필라코스는 자신이 평범한 도둑으로 여겼던 죄수가 뛰어난 예언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감옥 천장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는 멜람푸스
2.3 이피클로스를 치료하라는 부탁
필라코스는 감옥의 천장이 무너지기 전에 위험을 알아챈 멜람푸스의 능력에 크게 놀랐다. 평범한 도둑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앞날을 내다보는 예언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멜람푸스를 불러 자신의 오랜 근심을 털어놓았다. 그의 아들 이피클로스는 장성했지만 자식을 얻지 못하고 있었고, 필라코스는 그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멜람푸스는 이피클로스를 치료해 주는 대신 자신이 처음부터 얻고자 했던 소 떼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것은 비아스가 넬레우스의 딸 페로와 혼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필라코스가 조건을 받아들이자, 멜람푸스는 이피클로스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까닭을 알아내기 위한 의식을 시작했다. 그는 두 마리 황소를 제물로 바치고 살점을 잘라 주변에 놓아 여러 새가 모여들게 했다.
새들은 차례로 내려와 고기를 먹었고, 멜람푸스는 그들이 나누는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이피클로스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까닭을 아는 새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제물 곁에 내려앉았다. 그 새는 오래전 이피클로스가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을 이야기하며, 그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까닭과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멜람푸스에게 알려 주었다.
두 황소를 제물로 바치고 새들을 기다리는 멜람푸스
2.4 독수리가 알려 준 오래된 칼
독수리의 이야기는 이피클로스가 어린아이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느 날 아버지 필라코스는 숫양들을 거세하고 있었다. 곁에서 이를 바라보던 이피클로스는 피가 묻은 칼을 보고 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달아났다. 이피클로스가 놀라 달아나자 필라코스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근처의 신성한 참나무에 꽂아 두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껍질이 자라 칼을 뒤덮었고, 사람들은 그 존재를 잊어버렸다.
독수리는 멜람푸스에게 그 오래된 사건을 알려 주며 나무 속에 감춰진 칼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칼에 생긴 녹을 긁어 이피클로스에게 열흘 동안 마시게 하면 그가 자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람푸스는 독수리가 알려 준 곳으로 가서 나무껍질을 살폈다. 나무를 파헤치자 그 안에서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녹슨 칼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냈다.
멜람푸스는 칼에서 녹을 긁어내 독수리가 알려 준 방법대로 이피클로스에게 열흘 동안 마시게 했다. 그 뒤 이피클로스는 마침내 자식을 얻었고, 포다르케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아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을 확인한 필라코스는 약속대로 소 떼를 멜람푸스에게 내주었다. 감옥에서 한 해를 보낸 끝에 멜람푸스는 자신이 처음 예견했던 대로 소들을 얻어 형제 비아스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신성한 참나무 속에서 발견되는 녹슨 칼
3.1 형제의 혼인을 이루다
멜람푸스는 필라코스에게 받은 소 떼를 이끌고 필로스로 돌아왔다. 소를 얻기 위해 떠났다가 붙잡혀 한 해 동안 감옥에 갇혔지만, 돌아올 때에는 필라코스가 약속에 따라 내준 소들을 당당히 이끌고 있었다. 비아스는 오랫동안 기다린 형제를 맞았고, 넬레우스도 자신이 내걸었던 조건이 이루어진 이상 더는 혼인을 거절할 수 없었다. 멜람푸스는 소 떼를 넘겨주어 비아스가 페로와 혼인할 수 있게 했다.
형제를 위해 시작한 모험은 이렇게 끝났지만, 멜람푸스의 이름은 이전보다 훨씬 널리 알려졌다. 그는 감옥의 붕괴를 미리 알고 목숨을 구했으며, 새들의 말을 통해 이피클로스가 자식을 얻지 못하는 까닭을 알아내어 그 문제를 해결했다. 사람들은 그를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일 뿐 아니라 인간에게 닥친 병과 재앙을 풀어내는 치유자로도 여기기 시작했다.
그 뒤 멜람푸스는 한동안 메세네 지방에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고스 지방에서 왕가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재앙이 일어났다. 티린스를 다스리던 프로이토스의 세 딸이 갑작스러운 광기에 사로잡혀 왕궁을 떠나 들과 산을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딸들을 되돌릴 방법을 찾던 프로이토스는 마침내 뛰어난 예언자이자 치유자로 이름난 멜람푸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소 떼를 가져와 비아스와 페로의 혼인을 이루는 멜람푸스
3.2 프로이토스의 세 딸
아르고스 지방의 티린스를 다스리던 프로이토스에게는 뤼시페, 이피노에, 이피아나사라는 세 딸이 있었다. 세 공주가 성장했을 무렵 갑자기 광기에 사로잡혀 왕궁을 떠나 들판과 산야를 헤매기 시작했다. 전승에 따라 그 원인은 다르게 전해진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디오니소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다른 이야기에서는 헤라의 신상을 업신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로이토스는 딸들을 왕궁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세 공주는 사람들을 피해 펠로폰네소스의 여러 지역을 떠돌았고, 왕의 힘으로도 그들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결국 프로이토스는 예언과 정화에 뛰어나다는 멜람푸스를 찾았다. 멜람푸스는 공주들에게 내린 광기를 살핀 뒤 자신이 그 병을 치료하고 왕궁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멜람푸스가 요구한 대가는 작지 않았다. 그는 치료의 보상으로 프로이토스가 다스리는 왕국의 삼분의 일을 달라고 했다. 프로이토스는 세 딸을 구하고 싶었지만 왕국의 큰 부분을 내놓는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멜람푸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멜람푸스는 억지로 치료하려 하지 않고 물러났으며, 프로이토스가 망설이는 사이 재앙은 세 공주에게만 머물지 않고 더욱 크게 번져 가기 시작했다.
광기에 사로잡혀 왕궁을 떠나는 세 공주
3.3 왕국의 삼분의 이를 요구하다
프로이토스가 멜람푸스의 제안을 거절한 뒤 광기는 더욱 심해졌다. 세 공주에게 시작된 재앙은 마침내 아르고스의 다른 여인들에게까지 번졌다. 여인들은 집을 떠나 들과 산으로 달려갔고, 일부는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만큼 거칠게 날뛰었다. 평온하던 집과 마을 곳곳이 혼란에 빠지면서 프로이토스가 다스리던 나라의 질서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된 프로이토스는 다시 멜람푸스를 불렀다. 이제 그는 처음 요구받았던 영토의 삼분의 일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재앙은 처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멜람푸스는 자신에게 삼분의 일을 주는 것에 더해 형제 비아스에게도 그와 같은 몫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되면 프로이토스가 직접 다스리는 몫은 전체의 삼분의 일만 남게 되었다.
프로이토스는 더 큰 것을 잃기 전에 결국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 약속이 이루어지자 멜람푸스는 건장한 젊은이들을 모아 광기에 빠진 여인들을 찾아 나섰다. 그는 젊은이들과 함께 큰 함성을 지르고 광란에 가까운 춤을 벌이며 산과 들을 헤매는 여인들을 몰아 시키온 방향으로 이끌었다. 흩어진 여인들을 한곳으로 몰아낸 뒤 정화하기 위한 멜람푸스의 대대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프로이토스에게 자신과 비아스의 몫을 요구하는 멜람푸스
3.4 광기에 빠진 여인들을 정화하다
멜람푸스와 젊은이들은 산속을 달아나는 여인들을 뒤쫓으며 함성을 질렀다. 여인들은 광기에 사로잡힌 채 계속 달아났고, 추격은 산과 들을 지나 시키온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프로이토스의 세 딸 가운데 이피노에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뤼시페와 이피아나사, 그리고 함께 광기에 빠졌던 다른 여인들은 멜람푸스가 행한 정화를 거치면서 차츰 제정신을 되찾았다.
오랫동안 들과 산을 헤매던 여인들은 다시 자신의 가족과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프로이토스는 살아 돌아온 두 딸을 맞으며 자신이 해결하지 못했던 재앙을 멜람푸스가 끝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처음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왕가와 나라 전체로 번지던 광기는 마침내 멈추었다. 멜람푸스는 예언뿐 아니라 정화와 치유의 능력까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제 프로이토스에게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멜람푸스와 맺었던 약속을 지키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왕국의 큰 몫을 내놓아야 했지만 더 이상 그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필라케의 감옥에서 작은 생명들의 말을 듣고 목숨을 구했던 멜람푸스는 이제 수많은 사람을 광기에서 구해 낸 예언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는 아르고스 땅에서 자신의 왕권과 새로운 가문을 세우게 된다.
시키온에서 광기에 빠진 여인들을 정화하는 멜람푸스
4.1 아르고스의 통치자가 되다
프로이토스는 약속에 따라 멜람푸스와 비아스에게 각각 같은 몫의 영토를 내주었다. 그 결과 자신이 직접 다스리는 몫도 두 사람과 같은 정도로 줄어들었다. 멜람푸스는 프로이토스의 살아남은 딸 가운데 한 사람과 혼인하고, 비아스도 다른 딸과 혼인했다고 전해진다. 필로스에서 출발한 두 형제의 운명은 이렇게 아르고스 왕가와 연결되었고, 두 사람은 각자의 가문을 이루게 되었다.
멜람푸스는 군대를 이끌고 영토를 빼앗은 정복자가 아니었다. 그는 프로이토스 왕가가 해결하지 못했던 광기를 치료하고, 그 대가로 자신의 영토와 통치권을 얻었다. 높은 자리에 오른 뒤에도 그의 이름은 권력보다 예언과 치유의 능력으로 더 널리 전해졌다. 새들의 말을 듣고 신들이 보내는 징조를 읽었던 예언자는 이제 자신에게 주어진 땅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멜람푸스는 아르고스에 집을 세우고 새로운 가문의 뿌리를 내렸다. 그의 가문에서는 이후에도 뛰어난 예언자들이 잇따라 태어났다. 한 계통은 암피아라오스와 그 후손들로 이어져 테바이 전쟁과 연결되었고, 다른 계통에서는 폴뤼페이데스와 테오클뤼메노스가 등장해 훗날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영토를 나누어 받는 멜람푸스와 비아스
4.2 안티파테스와 만티오스
아르고스에 자리 잡은 멜람푸스는 그곳에서 가정을 이루었다. 《오디세이아》는 그가 아르고스에서 아내를 맞아 높은 지붕을 가진 집을 세우고 안티파테스와 만티오스라는 두 아들을 두었다고 전한다. 필로스에서 태어나 필라케의 감옥을 거치고 아르고스까지 온 멜람푸스의 삶은 이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렸고, 그의 예언자 혈통도 두 아들을 통해 여러 갈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안티파테스에게서는 오이클레스가 태어났고, 다시 오이클레스에게서 암피아라오스가 태어났다. 암피아라오스는 훗날 아르고스에서 이름난 전사이자 예언자가 되었으며,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 가운데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는 조상 멜람푸스처럼 앞으로 닥칠 일을 알아볼 수 있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파멸을 알고도 끝내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만티오스의 계통에서도 예언자의 능력은 이어졌다. 만티오스에게는 폴뤼페이데스와 클레이토스가 태어났고, 폴뤼페이데스는 훗날 뛰어난 예언자로 이름을 떨쳤다. 멜람푸스가 뱀과 새를 통해 얻었던 특별한 능력은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후손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그리스 신화의 곳곳에 등장하며 신들의 뜻과 인간에게 다가오는 운명을 읽는 예언자의 가문으로 기억되었다.
안티파테스와 만티오스 곁의 멜람푸스
4.3 암피아라오스로 이어진 혈통
멜람푸스의 후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암피아라오스였다. 그는 안티파테스와 오이클레스를 거쳐 이어진 멜람푸스의 증손으로, 제우스와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예언자였다. 아르고스의 왕 아드라스토스가 테바이 원정을 준비했을 때 암피아라오스는 그 전쟁이 파멸로 끝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원정에 참여하기를 피하려 했지만 아내 에리퓔레의 결정 때문에 결국 전쟁터로 나아갔다.
예언은 옳았다. 테바이 성벽을 둘러싼 싸움에서 일곱 장수의 군대는 무너졌고, 암피아라오스도 적의 추격을 받으며 전장을 벗어나야 했다. 전승에서는 페리클뤼메노스가 그를 따라잡아 공격하려는 순간 제우스가 벼락을 내렸고, 땅이 갈라지면서 암피아라오스가 전차와 마부와 함께 그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훗날 그는 신성한 영웅이자 예언의 힘을 가진 존재로 숭배되었다. 멜람푸스의 집안에서 시작된 예언자의 계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신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 혈통은 암피아라오스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도 여러 전승에 등장하며 아버지의 죽음과 테바이 전쟁의 뒤를 잇는다. 멜람푸스가 아르고스에서 세운 가문은 한 세대의 왕가가 아니라 여러 영웅 이야기와 연결되는 뿌리가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멜람푸스의 이름이 오래 남은 까닭도 그의 예언뿐 아니라 이렇게 넓게 뻗어 나간 후손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해졌기 때문이다.
갈라진 땅속으로 전차와 함께 사라지는 암피아라오스
4.4 동물의 말을 알아들은 예언자로 남다
만티오스의 아들 폴뤼페이데스 역시 아폴론에게 뛰어난 예언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 전해진다. 암피아라오스 이후에는 그가 인간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예언자였다고 《오디세이아》는 노래한다. 폴뤼페이데스는 아버지와 다툰 뒤 휘페레이시아로 옮겨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예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 테오클뤼메노스도 다시 예언자가 되어 멜람푸스의 재능을 이어받았다.
테오클뤼메노스는 훗날 사람을 죽인 뒤 아르고스를 떠나 도망치던 중 필로스에서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만나 그의 배에 오른다. 그는 이타카로 가는 길과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둘러싼 징조를 읽으며 《오디세이아》의 후반부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멜람푸스의 혈통은 필로스에서 시작되어 아르고스를 거쳐 다시 호메로스의 영웅 세계 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에는 집 앞 참나무와 어린 뱀들이 있었다. 죽은 뱀을 장사하고 새끼들을 길렀던 청년은 어느 날 새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었고, 그 능력으로 감옥의 붕괴를 피하고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며 왕국까지 얻었다. 멜람푸스는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린 전사가 아니라 다른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낸 영웅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리스 신화에서 ‘동물의 말을 알아들은 예언자’로 가장 뚜렷하게 기억된다.
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년의 멜람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