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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이 전쟁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09.24. 00:26 (2026.09.24. 00:26)

12. 아이네이아스와 투르누스의 전쟁

■  
라티움에서 투르누스가 전쟁을 일으키자 아이네이아스는 테베레강의 신 티베리누스의 인도를 받아 팔란테움의 에반드로스와 에트루리아의 동맹을 얻는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투르누스는 트로이 진영을 포위하고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가 목숨을 잃는다. 마침내 아이네이아스가 팔라스와 에트루리아군을 이끌고 돌아오면서 전쟁은 본격적인 대회전으로 번지고, 젊은 팔라스는 투르누스와 운명의 결투를 앞두게 된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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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라티움에서 투르누스가 전쟁을 일으키자 아이네이아스는 테베레강의 신 티베리누스의 인도를 받아 팔란테움의 에반드로스와 에트루리아의 동맹을 얻는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투르누스는 트로이 진영을 포위하고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가 목숨을 잃는다. 마침내 아이네이아스가 팔라스와 에트루리아군을 이끌고 돌아오면서 전쟁은 본격적인 대회전으로 번지고, 젊은 팔라스는 투르누스와 운명의 결투를 앞두게 된다.
 
 
 

제1장. 아이네이아스가 동맹을 찾아 나서다

1.1 테베레강의 신에게 길을 안내받다
 
투르누스가 전쟁의 깃발을 올리자 라티움 전역이 술렁였다. 메사푸스와 우펜스, 에트루리아에서 쫓겨나 투르누스에게 몸을 의탁한 메젠티우스까지 병력을 모았고, 여러 도시에서 젊은 전사들이 무장을 갖추었다. 라틴인들은 한때 트로이 전쟁에서 싸웠던 디오메데스에게도 사자를 보내 트로이인들을 몰아내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청했다.
 
테베레강가의 진영에서 이 소식을 들은 아이네이아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병력은 많지 않았고, 라티움의 여러 세력이 투르누스 편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날 밤 잠든 그의 앞에 테베레강의 신 티베리누스가 나타났다. 강의 신은 이 땅이 마침내 그가 찾아온 약속의 땅이라 말하고, 강 상류의 팔란테움에 사는 에반드로스 왕을 찾아가 동맹을 맺으라고 일러 주었다.
 
티베리누스는 또한 강가에서 흰 암퇘지와 서른 마리 새끼를 보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그것은 훗날 아스카니우스가 세울 알바 롱가의 징표였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네이아스는 예언대로 흰 암퇘지를 발견해 유노에게 제물로 바쳤다. 이어 두 척의 배에 정예병을 태우고, 물살이 잔잔해진 테베레강을 거슬러 새로운 동맹을 찾아 나섰다.
 
강가에서 티베리누스의 계시를 듣는 아이네이아스
 
 
1.2 팔란테움에서 에반드로스를 만나다
 
아이네이아스의 배가 팔란테움에 가까워졌을 때, 에반드로스 왕과 아들 팔라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낯선 무장 선박이 강을 거슬러 올라오자 사람들이 놀라 일어섰지만, 팔라스는 창을 들고 앞으로 나가 그들의 신분과 목적을 물었다. 아이네이아스는 올리브 가지를 들어 보이며 자신들이 라틴인들에게 공격받은 트로이인들이며 에반드로스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고 밝혔다.
 
팔라스의 안내를 받아 왕 앞에 선 아이네이아스는 그리스계인 에반드로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의 시조 다르다노스와 에반드로스의 조상이 모두 아틀라스의 혈통으로 이어진다고 말하며 두 집안의 오래된 인연을 강조했다. 또한 투르누스와 라틴 세력이 트로이인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으며, 그들을 막지 못하면 주변의 작은 나라들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반드로스는 아이네이아스의 얼굴에서 오래전 만났던 안키세스를 떠올렸다. 젊은 시절 안키세스에게 선물을 받고 우정을 나누었던 기억을 이야기한 그는 트로이인들과 손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날은 마침 헤라클레스가 괴물 카쿠스를 죽인 일을 기리는 축제일이었다. 아이네이아스와 동료들은 제사와 잔치에 참여했고, 낯선 두 무리는 같은 식탁에 앉아 앞으로 함께 싸울 동맹이 되었다.
 
제단 앞에서 에반드로스와 손을 맞잡는 아이네이아스
 
 
1.3 에트루리아와 동맹을 맺을 길을 찾다
 
다음 날 아침, 에반드로스는 자신이 가진 군사만으로는 투르누스에 맞서기 어렵다며 더 큰 힘을 얻을 길을 알려 주었다. 가까운 에트루리아에서는 폭군 메젠티우스를 몰아낸 백성들이 그를 처벌하기 위해 군대를 모아 놓고 있었다. 메젠티우스는 잔혹한 통치로 원한을 샀고, 쫓겨난 뒤 투르누스에게 달아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에트루리아인들에게 이번 전쟁은 라티움의 싸움인 동시에 옛 폭군과의 결전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신탁이 에트루리아 군대를 이끌 사람은 이탈리아 태생이 아니라 외국인이어야 한다고 명했기 때문이다. 에트루리아 장수 타르콘은 이미 에반드로스에게 지휘를 맡아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나이가 많았고 아들 팔라스는 어머니가 사비니인이어서 신탁에 맞지 않았다. 에반드로스는 바다 건너 트로이에서 온 아이네이아스야말로 그 조건에 맞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에트루리아군의 지휘를 맡으라고 권하고, 자신의 아들 팔라스도 함께 보내겠다고 했다. 젊은 팔라스가 전쟁을 배우고 훌륭한 지도자를 가까이에서 따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이네이아스는 뜻밖에 열린 길에서 희망을 보았다. 투르누스가 여러 민족을 모으고 있다면 자신도 라티움 밖의 세력과 손잡아 맞설 수 있었다. 전쟁은 이제 트로이인과 라틴인만의 싸움에서 이탈리아 여러 민족이 얽힌 큰 전쟁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에트루리아 원정을 설명하는 에반드로스와 아이네이아스
 
 
 

제2장. 에반드로스와 에트루리아의 힘을 얻다

2.1 에반드로스가 팔라스를 맡기다
 
출발할 시간이 되자 에반드로스는 팔라스를 아이네이아스에게 맡겼다. 그는 아들이 전쟁터에서 아이네이아스의 용기와 지휘를 배우기를 바랐고, 아르카디아의 젊은 기병들을 함께 붙여 주었다. 팔라스에게는 첫 본격적인 전쟁이었다. 그는 화려한 갑옷을 입고 말을 탔으며, 팔란테움의 젊은이들은 왕자의 곁을 지켰다. 아이네이아스 역시 정예병을 골라 에트루리아 진영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아들을 보내는 에반드로스의 마음은 달랐다. 그는 팔라스의 손을 붙잡고 한동안 놓지 못했다. 젊었을 때의 힘이 남아 있다면 자신이 직접 전쟁터로 나가 아들을 지켰을 것이라며, 신들에게 팔라스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 달라고 빌었다. 만일 아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소식을 듣기 전에 차라리 자신의 생을 거두어 달라고까지 기도했다. 그러나 팔라스는 아버지를 떠나 아이네이아스의 행렬에 합류했다.
 
성문이 열리고 기병대가 밖으로 나서자 팔란테움의 여인들은 성벽 위에서 그들을 바라보며 두려움 속에 기도했다. 말발굽이 흙먼지를 일으켰고, 청동 갑옷이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아이네이아스와 팔라스는 나란히 에트루리아로 향했다. 뒤에 남은 에반드로스는 아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이 작별은 젊은 왕자에게 영광을 향한 첫걸음이었지만, 늙은 아버지에게는 불길한 예감이 뒤섞인 마지막 배웅이 되었다.
 
아들 팔라스를 아이네이아스에게 맡기는 에반드로스
 
 
2.2 베누스에게 신의 무기를 받다
 
에반드로스가 에트루리아와의 동맹을 설명한 뒤,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 이어 하늘 어딘가에서 무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놀라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아이네이아스는 그것이 어머니 베누스가 약속한 징조임을 알아보았다. 베누스는 전쟁이 시작되면 불카누스에게 부탁해 아들을 위한 무기를 마련하겠다고 했고, 신의 대장간에서는 이미 새로운 갑옷과 무기가 완성되어 있었다.
 
아이네이아스는 팔라스와 아르카디아 기병들을 이끌고 팔란테움을 떠나 에트루리아군이 머무는 카이레 부근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병사와 말을 쉬게 한 뒤, 홀로 강가의 숲에 머물던 그의 앞에 베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불카누스가 만든 무기를 참나무 아래에 내려놓았다. 빛나는 투구와 검, 청동 흉갑과 각반, 창과 거대한 방패가 눈부신 광채를 내뿜었다. 아이네이아스는 하나씩 들어 보며 신이 만든 무기의 정교함에 감탄했다.
 
특히 방패에는 그가 아직 알지 못하는 먼 미래가 새겨져 있었다. 늑대의 젖을 먹는 로물루스와 레무스에서 시작해 로마의 전쟁과 승리, 훗날 아우구스투스가 이끄는 로마의 영광까지 이어지는 장면들이었다. 아이네이아스는 그 뜻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방패를 어깨에 멨다. 트로이를 잃고 떠난 한 영웅이 이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훗날 로마로 이어질 운명을 등에 지고 전쟁터로 향하게 된 것이다.
 
빛나는 방패와 무기를 건네는 베누스와 아이네이아스
 
 
2.3 에트루리아군의 지휘를 맡다
 
카이레 부근에 진을 치고 있던 에트루리아군은 아이네이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장수 타르콘은 메젠티우스를 몰아낸 뒤에도 신탁 때문에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태생의 지휘관을 따르지 말라는 예언 때문에 수많은 병사와 배가 준비되어 있으면서도 결전을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다 건너 트로이에서 온 아이네이아스가 나타나자 그들에게도 마침내 길이 열렸다.
 
아이네이아스는 타르콘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고, 투르누스가 메젠티우스를 받아들여 함께 군사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트루리아인들에게 메젠티우스는 다시 싸워야 할 옛 폭군이었으므로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타르콘은 지체하지 않고 동맹을 받아들였다. 신탁이 요구한 외국인 지휘자와 메젠티우스를 물리칠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 셈이었다. 에트루리아의 여러 도시에서 모인 군대가 아이네이아스의 지휘 아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네이아스는 일부 병력을 배에 태워 바다로 진격하기로 했다. 팔라스도 그의 곁에 머물렀고, 여러 에트루리아 지휘관들이 각자의 함선을 이끌었다. 밤바다를 가르며 라티움으로 돌아가는 동안 아이네이아스는 진영에 남겨 둔 아스카니우스와 동료들을 걱정했다. 그가 동맹을 얻는 사이 투르누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실제로 트로이 진영에는 이미 위험이 닥쳐오고 있었고, 아이네이아스의 귀환이 늦어질수록 상황은 더욱 절박해지고 있었다.
 
에트루리아 장수들과 동맹을 맺는 아이네이아스
 
 
 

제3장. 투르누스가 트로이 진영을 공격하다

3.1 투르누스가 트로이 진영을 포위하다
 
아이네이아스가 팔란테움과 에트루리아를 찾아 떠난 사실을 알게 된 유노는 이리스를 투르누스에게 보냈다. 이리스는 적의 지휘관이 자리를 비운 지금이 트로이 진영을 칠 절호의 기회라고 부추겼다. 투르누스는 곧 병력을 이끌고 테베레강가의 트로이 진영으로 달려갔다. 아이네이아스는 떠나기 전 전면전을 피하고 성책 안에서 방어하라고 명령했으므로, 트로이인들은 성문을 굳게 닫고 성벽 위에 올라 적을 맞을 준비를 했다.
 
투르누스는 성책 주위를 돌며 빈틈을 찾았지만 쉽게 뚫을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트로이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비웃으며 강가에 매어 둔 함선으로 눈을 돌렸다. 퇴로를 없애 적을 완전히 가두려는 생각으로 병사들에게 횃불을 들고 배에 불을 지르라고 명령했다. 라틴 병사들이 불붙은 솔가지를 들고 몰려가자 트로이인들은 성벽 위에서 손쓸 수 없는 채 함선들이 불길에 휩싸일 위기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배들은 트로이의 이다산에서 자란 신성한 소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신들의 어머니 키벨레는 오래전 유피테르에게 자신의 나무로 만든 배들을 지켜 달라고 청했고, 유피테르는 트로이인들이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배들을 바다의 님프로 바꾸겠다고 약속했었다. 불길이 닿으려는 순간 배들은 밧줄을 끊고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아름다운 님프의 모습으로 떠올랐다. 라틴군은 놀랐지만 투르누스는 오히려 트로이인들에게 도망칠 배가 없어졌다며 병사들을 독려하고 포위를 계속했다.
 
님프로 변하는 트로이 함선을 바라보는 투르누스
 
 
3.2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가 야간 침투에 나서다
 
밤이 찾아왔지만 포위망은 풀리지 않았다. 트로이 진영에서는 아이네이아스에게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성문을 지키던 니수스는 라틴군이 술과 피로에 취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친구 에우리알루스에게 적진을 빠져나가 아이네이아스를 찾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함께 싸워 온 가까운 친구였다. 에우리알루스도 망설이지 않았고, 아스카니우스와 지휘관들은 임무를 허락했다.
 
두 사람은 어둠을 틈타 성책 밖으로 빠져나왔다. 곳곳에서 라틴 병사들이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불빛도 거의 꺼져 있었다.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는 조용히 적진을 지나기만 하지 않고 잠든 전사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니수스는 라므네스와 여러 병사를 죽였고, 에우리알루스도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에우리알루스는 귀한 허리띠와 메사푸스의 화려한 투구를 전리품으로 챙겼다. 니수스가 더 늦기 전에 떠나자고 재촉한 뒤에야 두 사람은 숲을 향했다.
 
그때 라틴 기병대가 길을 지나오다가 달빛을 받아 번쩍이는 에우리알루스의 투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숲으로 달아났지만 에우리알루스가 포위되었고, 먼저 빠져나간 니수스는 친구를 버릴 수 없어 되돌아왔다. 니수스는 숨어서 창을 던져 적을 쓰러뜨렸으나 결국 위치가 드러났다. 에우리알루스가 볼켄스에게 죽자 니수스는 달려들어 그를 베고 자신도 쓰러졌다. 아이네이아스에게 소식을 전하려던 두 젊은이의 밤길은 그렇게 끝났다.
 
달빛 아래 적진을 빠져나가는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
 
 
3.3 투르누스가 성책 안으로 돌진하다
 
날이 밝자 투르누스는 다시 총공격을 시작했다. 라틴군은 니수스와 에우리알루스의 머리를 창끝에 매달아 성벽 가까이 가져왔고, 트로이인들은 전날 밤 함께 있던 두 젊은이의 죽음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슬픔에 잠겨 있을 틈은 없었다. 투르누스의 군대가 사다리와 횃불을 들고 성책을 공격했고, 트로이인들은 돌과 창, 화살을 퍼부으며 필사적으로 막아 냈다.
 
전투가 거세지면서 성벽의 높은 탑 하나가 불길에 휩싸여 무너졌고 많은 수비병이 목숨을 잃었다. 판다루스와 비티아스 형제는 적을 정면에서 맞아 싸우겠다며 성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좁은 입구를 이용해 밀려드는 라틴군을 쓰러뜨렸지만, 투르누스까지 성문 안으로 들어오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투르누스는 비티아스를 죽이고 진영 안에서 트로이 전사들을 몰아붙였다. 한때 트로이군의 방어진 전체가 무너질 듯했다.
 
그러나 트로이인들이 정신을 가다듬고 사방에서 몰려오자 투르누스도 홀로 적진 깊숙이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므네스테우스와 세레스투스가 병사들을 격려하며 반격했고, 수적 열세에 놓인 투르누스는 테베레강 쪽으로 밀려났다. 그는 마침내 갑옷을 입은 채 높은 둑에서 강물로 뛰어들어 헤엄쳐 아군에게 돌아갔다. 트로이 진영은 가까스로 지켜졌지만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성책 밖에는 여전히 라틴군이 버티고 있었다. 모두가 아이네이아스의 귀환만을 기다렸다.
 
열린 성문을 지나 트로이 진영으로 돌진하는 투르누스
 
 
 

제4장. 아이네이아스가 군대를 이끌고 돌아오다

4.1 아이네이아스가 동맹군을 이끌고 귀환하다
 
트로이 진영이 포위된 사이, 올림포스에서는 신들까지 라티움 전쟁을 두고 다투었다. 베누스는 유노가 다시 트로이인들을 파멸시키려 한다고 항의했고, 유노는 아이네이아스와 그의 동료들이 스스로 전쟁을 불러왔다고 맞섰다. 논쟁이 끝나지 않자 유피테르는 어느 한쪽을 직접 편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전쟁의 결과는 각자의 행동과 운명에 맡겨질 것이었다.
 
그 무렵 아이네이아스는 에트루리아 함대를 이끌고 밤바다를 지나 라티움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팔라스는 그의 곁에서 별의 움직임과 트로이에서부터 이어진 긴 방랑에 대해 물었고, 여러 에트루리아 장수들의 배가 뒤를 따랐다. 그때 바다의 님프로 변한 옛 트로이 함선 가운데 하나가 아이네이아스의 배 곁으로 다가왔다. 님프는 투르누스가 진영을 포위했고 아스카니우스와 동료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알렸다.
 
아이네이아스는 잠시도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신들에게 도움을 청한 뒤 동맹군에게 무장을 갖추게 하고, 날이 밝는 대로 곧장 적의 포위망을 공격할 준비를 시켰다. 긴 여정 끝에 얻은 에반드로스의 아르카디아군과 타르콘의 에트루리아군이 이제 처음으로 트로이군과 하나가 되어 싸우게 되었다. 멀리 해안이 보이자 아이네이아스는 불카누스의 방패를 들어 햇빛에 번쩍이게 했다. 성벽 위의 트로이인들은 그 빛을 보고 마침내 그가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
 
에트루리아 함대를 이끌고 해안으로 돌아오는 아이네이아스
 
 
4.2 트로이군과 라틴군의 대전투가 벌어지다
 
아이네이아스의 함대가 해안에 닿자 전투는 곧바로 벌어졌다. 투르누스의 군대는 상륙을 막으려 했고, 아이네이아스는 선두에서 바다를 건너온 병사들을 이끌었다. 타르콘은 자신의 배를 힘껏 해안으로 몰아붙이며 에트루리아군을 내렸고, 팔라스도 아르카디아 병사들을 모아 전열을 갖추었다. 포위당했던 트로이 진영에서도 동료들이 밖으로 나와 합세하면서 전장은 순식간에 넓어졌다.
 
아이네이아스는 불카누스가 만든 갑옷을 입고 적진으로 돌진했다. 그의 창과 검 앞에서 라틴군의 여러 전사들이 쓰러졌고, 한동안 떨어져 있던 트로이인들은 지휘관의 귀환에 힘을 얻었다. 반대편에서는 투르누스와 메젠티우스, 라우수스 같은 장수들이 군대를 이끌며 맞섰다. 어느 한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에트루리아인들은 자신들을 억압했던 메젠티우스의 군대와 맞붙으며 더욱 거세게 싸웠다.
 
팔라스 역시 처음 맞는 큰 전쟁 속에서 아르카디아군의 선두에 섰다. 적의 압박에 병사들이 흔들리자 그는 부끄러움과 고향의 명예를 말하며 그들을 다시 모았다. 직접 창을 던지고 칼을 휘두르며 앞장서자 젊은 전사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라구스와 히스보 등 여러 적을 쓰러뜨리며 이름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 활약은 곧 전장의 가장 위험한 인물의 눈에 들어갔다. 라틴군 한가운데에서 싸우던 투르누스가 팔라스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동맹군을 이끌고 전장에 돌진하는 아이네이아스
 
 
4.3 팔라스와 투르누스가 전장에서 마주하다
 
투르누스는 팔라스가 아르카디아군을 이끌며 자신의 병사들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누이 유투르나는 라우수스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투르누스가 그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전차를 몰고 전장에 나타난 투르누스는 팔라스가 싸우는 모습을 발견하자 주변의 병사들에게 물러서라고 명했다. 그는 젊은 왕자를 다른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상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군대의 병사들은 싸움을 멈추고 두 전사가 마주 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팔라스는 자신보다 훨씬 경험 많은 투르누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 에반드로스가 자신을 아이네이아스에게 맡기며 보냈던 순간과 함께 따라온 아르카디아 병사들이 그의 뒤에 있었다. 투르누스는 젊은 상대를 내려다보며 위협했지만, 팔라스는 승리하면 전리품을 얻을 것이며 죽더라도 명예로운 죽음이 될 것이라고 맞섰다. 투르누스가 전차에서 내려 앞으로 다가오자 팔라스도 창을 움켜쥐고 빈 공간으로 나섰다.
 
들판의 황소를 발견한 사자가 천천히 다가가듯 투르누스가 거리를 좁혀 왔다. 팔라스는 두려움을 억누르고 헤라클레스에게 자신을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아버지 에반드로스와 맺었던 우정을 기억해 자신에게 힘을 주고, 투르누스의 무기를 승리의 전리품으로 얻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다가오는 운명을 알고도 그것을 바꿀 수 없었다. 양쪽 군대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두 전사는 창을 고쳐 잡았고, 라티움 전쟁의 흐름을 바꿀 결투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두 군대 사이에서 창을 들고 마주 선 팔라스와 투르누스
 
 

 
※ 출전: 베르길리우스(Vergilius), 《아이네이스(Aeneis)》 제8권, 제9권, 제10권 1~473행.
 
※ 각주:
〔1〕 티베리누스(Tiberinus) — 로마 신화에서 테베레강을 의인화한 강의 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특정 신과 직접 대응하지 않으며, 아이네이아스에게 라티움에서 동맹을 구할 길을 알려 준다.
〔2〕 에반드로스(Evander) — 그리스식 이름은 에우안드로스(Euandros, Εὔανδρος)이다. 아르카디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 건너와 팔란테움을 세운 인물이며, 로마 전승에서는 에반드로스 또는 에우안데르로 표기된다.
〔3〕 유노(Juno) — 그리스 신화의 헤라(Hera)에 해당하는 로마의 여신이다. 유피테르의 아내이자 신들의 여왕으로, 《아이네이스》에서는 트로이인들의 이탈리아 정착을 방해하는 신으로 등장한다.
〔4〕 헤라클레스(Heracles) —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헤르쿨레스(Hercules)라고 부른다. 이 이야기에서는 기존 그리스 신화 표제어와의 통일을 위해 헤라클레스로 표기했다.
〔5〕 베누스(Venus) —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Aphrodite)에 해당하는 로마의 여신이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이자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로, 아들이 새로운 조국을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다.
〔6〕 불카누스(Vulcanus) — 그리스 신화의 헤파이스토스(Hephaistos)에 해당하는 로마의 신이다. 불과 대장장이의 신으로, 베누스의 부탁을 받아 아이네이아스를 위한 갑옷과 방패를 만든다.
〔7〕 키벨레(Cybele) — 소아시아 프리기아에서 기원한 대모신으로, 그리스 신화에서는 레아(Rhea)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로마에서는 신들의 위대한 어머니(Magna Mater)로 숭배되었다. 본문에서는 다른 이름을 가진 동일한 신이라기보다, 그리스의 레아와 동일시된 별도 기원의 여신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8〕 유피테르(Jupiter) —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Zeus)에 해당하는 로마의 최고신이다. 하늘과 천둥을 다스리며 신들과 인간의 운명에 관여한다.
〔9〕 유투르나(Juturna) — 고대 라티움의 샘과 물을 관장하는 로마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직접 대응하는 신은 없다. 《아이네이스》에서는 투르누스의 누이로 등장하며, 유피테르에게 불멸의 생명을 얻어 물의 님프가 된 인물이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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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